신맛
신맛(Sourness, 酸味)은 식초와 같은 맛을 말한다.
개요[편집]
신맛은 옥소늄 이온의 맛으로, 시큼한 맛이라고도 한다. 화학적으로 산이 신맛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酸(실 산)을 쓴다. 산성을 띠는 이유가 수용액에서 옥소늄 이온이 해리되기 때문이다. 신맛은 4가지 맛 중 하나로, 수중에서 해리하고 있는 수소 이온에 의하여 생기는 미각이다. 따라서 산은 전부 신 맛을 나타내지만, 식품의 산은 식초, 산, 락트산, 시트르산, 타르타르산 등 유기산이 대부분이다. 숙신산, 이노신산 등은 신맛 외에 독특한 맛을 나타내는 것도 있으며, 수소이온과 음이온의 관계도 중요하다.
산은 딱히 중요한 영양 성분도, 엄청난 독성 물질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 신맛을 인식하는 미각 수용체가 존재한다. 그 이유로는 척추동물의 조상인 수중 생물에게는 물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또한 후술하겠으나, 상한 음식에도 신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음식물이 상했는지 감지하는 지표가 약간 되기도 하므로 퇴화하진 않은 모양이다. 또, 신 음식은 필수 영양소중 하나인 비타민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1][2]
특징[편집]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맛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신맛이 나기로 유명한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던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임신을 하면 이 맛이 땡긴다고들 한다. 때문에 조건 반사와도 관련이 깊은 맛이다. 다른 맛은 상상한다 해서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신맛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만든다.
식품에 번식하는 세균은 산성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발효된 음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맛이며 마찬가지로 부패한 식품도 이상야릇한 신맛을 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발효식품도 아닌데 신맛이 없는 음식에서 신맛이 약간이라도 난다면 상한 것이니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이러한 특성상 순수한 신맛은 다른 종류의 맛보다 호불호가 극히 갈리지만 다른 맛을 보조하는, 다시말해 음식에 들어가는 양을 적절히 조절하면 식욕을 돋워주는 효과를 낼수 있다. 김밥이나 초밥에 조미양념으로, 만두를 찍는 간장에도 들어가는 식초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특히 군침을 유발하는 특성상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입에서 가시게 하는데 신맛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저트 중에도 신맛을 내는 것이 많으며 특히 과일 중에서는 오렌지, 레몬 같은 귤속 식물들의 과일이 맛을 띤다. 이 경우 주로 단맛과 같이 섞여서 섭취하는 일이 많다. 왠지 신맛이 강하면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그런데 '새콤달콤하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신맛은 그 특유의 '혀가 아려오는 신 느낌'만 제외하면 짠맛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다. 같은 고추장이라도 식초를 넣은 초고추장이, 이제 막 담근 생김치보다 오래 보관한 묵은지가 왠지 더 짜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 실제로 음식의 짠맛을 돋워 주는 용도로 식초가 자주 사용된다. 음식을 짜게 먹어 건강이 걱정되었다면 조리 시 식초와 소금을 함께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절임이나 무침 종류인 음식만 한정이라는 점 잊지 말자. 마찬가지로 만두에 간장 + 식초처럼 간장 베이스의 소스를 찍기보다 현미나 쌀 식초에 후추가루만을 섞은 것에 찍어먹어보자. 물론 만두에도 어느 정도 짠맛이 있지만 소스에도 짠맛이 느껴진다.
침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갈증 해소와 피로회복 등의 이미지가 있어서 관련 음료수에 구연산을 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박카스 같은 피로회복제에는 구연산이 큰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미지 때문에 구연산을 넣는다.
충치를 주로 유발하는 맛이다. 이가 썩는 이유는 신맛의 원인인 산 때문인데, 산의 양이온인 H3O+(옥소늄 이온)이 치아를 부식시킨다. 단당류와 이당류가 치아에 해로운 이유는 세균 등의 미생물이 그 물질을 분해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산물인 젖산 때문인데 젖산도 산의 일종이기에 역시 치아를 부식시킨다.[2]
단맛=칼로리, 신맛=?
레몬이나 키위(양다래)를 베어 물면 저절로 눈이 감기면서 입속에 침이 고인다. 싫지 않은 맛있는 느낌이 밀려오며 처음 신맛을 본 아기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로버트 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존 문헌과 계통분류학적 분석을 통해 신맛의 진화에 관한 기존 연구를 종합했다. 신맛은 다른 맛에 비해 거의 연구가 안 돼 '잃어버린 맛'으로 불린다. 포유류 5400여 종 가운데 신맛을 느끼는지 조사된 것은 33종에 불과하다. 신맛은 수수께끼의 맛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다섯 가지 기본 맛 가운데 단맛은 칼로리, 감칠맛은 단백질, 짠맛은 몸의 필수성분인 소금기, 쓴맛은 독 성분이 많이 들어있음을 가리키지만 신맛은 무얼 가리키는지 수수께끼다. 연구자들은 척추동물 60여 종에 대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예상 밖으로 먹이의 신맛을 못 느끼는 동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게 왜 뜻밖이냐 하면 일부 기본 미각을 잃는 일이 동물에게 흔하기 때문이다. 녹말을 분해하지 못하는 고양이, 수달,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는 단맛을 못 느낀다. 대나무만 먹는 자이언트판다는 감칠맛을 잃었다.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돌고래는 단맛과 감칠맛을 모두 느끼지 못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신맛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맛을 느끼는 동물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 척추동물의 모든 분류군에 분포한다며 이것은 신맛이 고대 척추동물에서 기원했음을 가리킨다. 또한, 모든 척추동물에서 맛을 감지하는 수용기 세포는 혀의 맛봉오리에 모여 있는데 최초의 척추동물, 곧 고대 어류에도 신맛을 감지하는 수용기가 있다. 원시 물고기는 물속 환경이 산성으로 바뀌는지 감지하는 것이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진화한 것 같다. 물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물에 녹은 탄산에 의해 물이 산성으로 바뀌고 이는 물고기의 신진대사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 감지하기 시작한 신맛은 최초의 맛이 됐다. 나중에 포유류는 신맛을 입으로 느끼지만 물고기는 피부로 맛을 보기 시작했다.
환경을 감지하기 위해 진화한 신맛 감지 능력은 나중에 먹이를 찾는 기능으로 바뀌기도 했다. 바다 메기인 쏠종개의 일종(학명: 플로토수스 자포니쿠스)은 수염에 달린 맛봉오리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에 숨은 먹이 동물이 호흡하면서 방출한 이산화탄소가 생성한 산성 물을 감지해 사냥한다.
시큼한 비타민C와 발효
물고기가 발명한 신맛 감지 능력은 육상 척추동물로 이어졌지만 멧돼지와 쥐 등을 뺀 대부분의 동물은 신맛을 싫어한다. 특히 반추동물은 산이 장내세균의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에 신 과일을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여기서 예외가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이다. 이들이 신맛을 좋아하게 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연구자들은 "영장류와 유인원의 공통조상이 6000만∼7000만년 전 비타민 시(C)를 합성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들이 살던 곳은 과일이 풍부한 열대우림이어서 주식인 과일에서 얻는 비타민 시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후와 서식지가 바뀌면서 늘 과일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비타민 시가 들어있는 열매의 아스코르브산이 내는 시큼한 맛을 선호하게 됐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현장연구에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유인원이 시큼한 열매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유인원이 신 열매를 좋아하는 데는 비타민 시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발효이다. 썩어가는 열매 속에는 효모, 곰팡이, 젖산균이 경쟁한다. 이 가운데 효모와 젖산균이 썩은 과일을 지배하면 발효가 일어나 칼로리가 높아질뿐더러 아미노산과 비타민 함량이 늘어나고 소화도 잘된다. 이런 시큼한 먹이를 좋아한다면 생존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고릴라, 침팬지, 인간의 마지막 공통조상이 발효한 열매를 섭취했다는 분자 차원의 증거가 나왔다. 이 가운데 인간에게서 발효를 활용하는 유전자가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했다. 거의 모든 현대 인류문화에서 미생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시지 않은 음식을 시큼하게 만드며 그런 발효 기술은 농업의 기원보다 시기적으로 앞선다.[3]
그 외[편집]
- 청량감에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 대량의 방사선에 피폭을 당했을 때 금속성의 떫은맛과 함께 강한 신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방사선으로 인해 맛을 느끼는 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미각이 교란되었기 때문이다.
- 혀 쪽에 약한 감전이 된다면 신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AA건전지의 음극에 손가락을 대고 양극에 혀를 살짝 대면 약한 신맛이 느껴진다.
- 한의학상으로 신맛이 나는 음식은 간, 담을 보한다고 한다. 간과 담이 약하면 신맛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간과 담이 강하면 신맛 나는 음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문화적으로, 유럽인들이 한국인에 비해 신맛을 견디는 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인 입장에서 적당히 새콤한 것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대단히 시게 느껴지기 쉽다고 한다. 사실, 신맛뿐 아니라 다양한 맛이 문화권별로 수용도가 다르다.
- 커피 업계에서는 고급 커피를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된다. 모든 커피 품종은 어느 정도 신맛이 있지만, 과일맛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단맛과 신맛이 있는 커피일수록 고평가받는 편이다.[2]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 〈신맛〉, 《네이버 국어사전》
- 〈신맛〉, 《용어해설》
- 〈신맛〉, 《나무위키》
- 조홍섭 기자, 〈'아이고, 시어' 하면서도 먹는다…사람은 왜 신맛을 좋아하게 됐나〉, 《한겨레》, 2022-02-16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