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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6일 (토) 16:51 판
〈별 헤는 밤〉은 시인 윤동주가 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나오는 시이다.
별 헤는 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 어머님,
-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내 이름자를 써 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1941.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