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폐배터리는 전기차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생긴 성능이 떨어져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말한다.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혹은 자동차를 폐차하는 경우 폐배터리가 나오게 된다. 배터리 생산과정에서도 제조 공정의 특성상 수율 100%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폐배터리가 발생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7~10년.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부터 폐배터리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폐배터리는 화재의 위험성이 높고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금속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2016년부터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2020년부터 폭발적인 전기차 배터리 교체기를 맞게 된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의하면 2020년 중국의 폐배터리는 약 20만 톤에 이르며, 2025년엔 35만 톤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2020년까지 약 5억 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폐기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친환경차 폐배터리가 2024년에 약 1만 개가 나오며, 2040년에는 폐배터리 총 누적 발생량이 약 245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1]
한국정부는 2020년 말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고 민간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사업을 더 활발해지도록 했다.
개요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은 2025년 이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지난 2012년 선보인 전기차 '모델S'의 폐배터리가 2020년을 기점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폐배터리의 양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 200만대, 2020년 250만대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5~10년 뒤에는 폐배터리만 수백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19년 기준 15억달러(약 1조6500억원)에서 2030년이면 18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폐배터리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기업들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정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reuse)'과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
폐베터리 처리 방안
환경부는 폐배터리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2021년 3월 17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거나 폐기 처분할 때는 취급 과정에서 폭발이나 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를 운반할 때는 절연 처리를 거친 뒤 불연성·비도전성 완충재로 개별 포장하거나 별도의 전용 운반 상자를 써야 한다. 또 폐배터리를 보관할 때도 고온·화기·직사광선·수분 등에 노출되지 않고 환기가 잘되는 건조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사전에 잔존 용량 등을 미리 측정하도록 했다.
재활용
재활용(re-cycling)은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854,000원 ▲ 0 0.00%)배터리사업부문)은 호주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엔바이로스트림과 손잡고 호주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운영 중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배터리 리스(대여)나 재사용에 필요한 인증서비스 등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형태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에 수산화리튬을 사용하면 기존 탄산리튬에 비해 고용량 삼원계 배터리 효율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한 번 충전하면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양산이 확대되는 만큼 향후 효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폐배터리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배터리 재활용에만 주력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테슬라 공동창업자인 JB 스트라우벨이 설립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은 미 네바다주 소재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받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원재료를 일본 배터리 제조사 파나소닉에 되파는 재활용 사업을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설립한 에너지 펀드인 BEV(Breakthrough Energy Ventures)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2020년에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 재활용 시범 공장을 만들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파쇄하여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걸러내며, 신규 배터리 생산에 투입하는 공정에 돌입했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도 2030년까지 신규 생산하는 배터리의 50%를 폐배터리 재활용 소재로 만들기 위해 스웨덴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노스볼트는 "2022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2만5000톤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화학기업인 뒤젠펠트는 분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물질과 전해질 중 하나만 남을 때까지 분해해 파쇄된 재료로부터 이전의 원료인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물질들은 다시 모터용 배터리의 재생산에 투입되는데, 모든 배터리 구성요소의 96%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셀의 개별 구성요소를 분리할 수 있는 충격파를 유발하는 전자 유압식 분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한다. 이 방식에 의한 화학적 활성 물질은 개별 요소와는 달리 직접 다시 투입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이 연구소에서는 리튬 황 배터리, 리튬 기반 고체 배터리와 같은 대체 배터리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리사이클링 공정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1]
재사용
재사용 사업은 배터리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기존 팩 형태 그대로 ESS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모듈과 셀 단위 해체가 필요하지 않아 안전하고 추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OEM 및 배터리 업체들의 신규 사업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의 경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현대차와 한국수력원자력, 한화솔루션 등이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OCI와 손잡고 전기차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기차 폐배터리를 모아 만든 2MWh(메가와트시)급 ESS에 저장한 뒤 다시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발전소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 성능이 70~80%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충전 능력이 70%선을 유지하는 배터리는 ESS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각주
- ↑ 1.0 1.1 이성규 기자, 〈환경오염 막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사이언스타임즈》, 2020-02-21
- ↑ 이재은 기자, 〈전기차 뜨자 폐배터리 시장 급성장…현대차·삼성·LG도 눈독〉, 《조선비즈》, 2021-01-11
참고자료
- 이재은 기자, 〈전기차 뜨자 폐배터리 시장 급성장…현대차·삼성·LG도 눈독〉, 《조선비즈》, 2021-01-11
- 이성규 기자, 〈환경오염 막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사이언스타임즈》,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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