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인 최영미가 쓴 시집이다. 그 시집에 나오는 대표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이름을 따서 시집 전체의 이름을 정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잔치는 끝났다
-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 그 모든 걸 기억해 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 누군가 그 대신을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