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은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로 생체 외부에서 들어와 내분비기관 안에서 호르몬의 생리 작용을 교란시키는 화합물이다.
1977년 5월, 일본 연구진이 NHK 방송에 출연하여 "환경 중에 배출된 화학 물질이 생물체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라고 하여 환경호르몬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특정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갑상선 호르몬과 같은 특정 호르몬 수용체에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거나 호르몬 수용체를 막아서 내부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다. 화학물질들이 생체 내로 들어오면 인체 내부의 호르몬 수용체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목차
개요
환경호르몬은 외인성 물질로써 인체의 내인성 호르몬의 유사체 노릇을 하거나 그런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들의 총칭이다. 주로 유기용제나 플라스틱 가공에 필요한 가소제, 혹은 각종 농약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상, 유기화학이 적용되는 모든 화학공업은 잠재적으로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탄생시킬 위험을 가진다. 그러나 화학공업은 인류 번영의 기둥이기 때문에 조율하기가 굉장히 난해하며, 따라서 내분비 교란 물질 혹은 그 의심 물질은 인류가 먼 미래까지 지고 가야하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내분비계(호르몬계)란 생체의 항상성(다양한 자극에 반응하여 생체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생식, 발생, 행동 등에 관여하여 각종 호르몬을 생산, 방출하는 신체계통이다. 내분비계는 신체 내부의 항상성 유지,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성장 및 생식에 대한 조절 등 다양한 작용을 수행한다.
환경호르몬의 정의는 학자 및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미국 환경보호청(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S EPA)에서는 "체내의 항상성 유지와 발생과정을 조절하는 생체 내 호르몬의 생산, 분비, 이동, 대사, 결합작용 및 배설을 간섭하는 외인성 물질"로 정의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에서는 "생물체 및 그 자손에게 악영향을 미쳐 그 결과 내분비계의 작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외인성 화학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발생원
지금까지 알려진 환경호르몬의 주된 작용기전은 호르몬의 유사작용, 봉쇄작용, 촉발작용 등으로 나뉠 수 있다. 호르몬 유사작용은 환경호르몬이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여 정상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합성에스트로겐인 DES(Diethylstilbestrol)이다. 이러한 호르몬 유사물질은 정상 호르몬보다 강하거나 약한 신호를 전달하여 내분비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호르몬 봉쇄작용이란 환경호르몬이 호르몬 수용체 결합부위를 봉쇄하여 정상 호르몬이 수용체에 접근하지 못해 내분비계의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호르몬 봉쇄작용의 대표적인 예는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가 분해해서 생성된 물질인 DDE(dichloro-diphenyl-dichloro-ethylene)로서 DDE의 경우 정소(고환)의 안드로겐 호르몬 수용체를 봉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몬 촉발작용은 환경호르몬이 호르몬 수용체와 반응하여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생체 내의 해로운 엉뚱한 대사작용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암과 같은 비정상적 세포의 성장, 대사작용의 이상,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물질의 합성 등이 있다. 다이옥신 또는 다이옥신 유사물질 등이 이와 같은 작용기전으로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의 특성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을 하여 인체에 유해성을 보이게 될 경우 기존의 유해화학물질들이 보이는 독성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노출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독성이 높아지는 "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를 보이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되면 반드시 노출수준이 높다고 더 유해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련성을 "비선형적인 용량-반응 관계"라고 한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에 의한 인체영향이 화학물질이 가진 직접적인 독성 때문이 아니라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들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 인체의 호르몬들은 그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세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농도 범위에서 환경호르몬과 화학물질의 유해성 비교는 조금만 올라가면 민감하게 반응을 하나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세포가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응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인다.
환경호르몬 종류와 피해
현재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되는 물질로는 각종 산업용 화학물질(원료물질), 살충제 및 제초제 등의 농약류, 유기중금속류, 소각장의 다이옥신류, 식물에 존재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유사물질,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합성 에스트로겐류 및 기타 식품, 식품첨가물 등이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 목록에는 67종의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일본 후생성에서는 산업용 화학물질, 의약품, 식품첨가물 등 142종의 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등록되어 있다.
다이옥신
염소화합물로 연소시킬 때 주로 발생하는 물질로 동물의 지방에 녹아있으며 사람은 이것을 음식으로 섭취함으로써 다이옥신에 주로 노출된다. 다이옥신은 생식능력에 영향을 주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농도를 변화시켜 여성생식력에 큰 영향을 준다.
- 발생원 : 쓰레기 소각과정, 염소표백&살균과정, 월남전 고엽제 성분
DDT
유기염소 화합물로 극성이 없어 물에 녹지 않는다. 땅이나 물속에 남아있는 DDT는 식물에 흡수된 생물농축을 통해 몸속의 지방에 쌓여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활동한다.
- 발생원 : 농약, 합성 살충제
TBT
극약물로 지정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암컷 고동이 불임이 되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프탈레이트(가소제류)
PVC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 증상 악화 및 두뇌발달 저해영향 등이 나타나며, 과잉행동, 짜증과 같이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 상의 문제를 일으킨ㄴ다.
- 발생원 : 인공피혁, 화장품, 향수, 헤어스프레이, 식품포장재, 폴리염화비닐
카드뮴(중금속류)
카드뮴 함유 정도에 따라 목의 자극감, 기침, 흉부이상감, 호흡곤란, 구토증, 떨림, 미열 등의 급성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호르몬의 이상과 난소의 형태적 이상을 초래하여, 조산이나 저체중아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납(중금속류)
쉽게 분해하지 않고 환경에 계속 남아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로 폐 속에 들어온 납이 혈액을 통해 온몸에 퍼진다. 장기나 조직으로 확산되어 복부팽만감, 통증, 변비, 근육의 쇠약이나 마비, 관절통, 권태감, 불면증, 경련 등 급성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은(중금속류)
발열, 오한, 구토, 호흡곤란, 두통, 감정변화, 불면, 신경과 근육의 변화, 신경반응의 변화,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실내가 따뜻하고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의 경우 더욱 치명적이다.
파라벤(보존/방부제류)
피부나 입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며, 성호르몬의 교란, 유방암의 발생, 전립선 장애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다. 제품의 표시사항을 통하여 파라벤의 함유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트리클로산(향균제류)
간 섬유화와 발암성이 있는 트리클로산은 에스트로겐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안드로겐의 탈남성화(정자수감소, 미성숙, 고환과 음경의 기형 등)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성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나타날 수 있는 환경호르몬의 대표적인 영향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생식기계, 신경계, 면역계 장애 등이 있다.
대표적인 생식기 장애의 예로, 남성은 정자 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정자 발생 증가, 생식기 기형, 암, 전립선 질환 등이 있고, 여성은 유방 및 생식기관의 암, 자궁내막증, 자궁섬유종, 골반염증성 질환 등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간의 크기가 작아 환경호르몬의 해독능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 여성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생리불순, 심한 생리통, 불임, 유방암, 자궁암 등 여러 가지 이상증세를 겪을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아서 자연스레 환경호르몬이 축적되는 양이 증가해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에 비해 환경호르몬에 의한 작용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지방으로 구성된 유방과 난소의 경우 지방 세포를 분석해 보면 환경 화학물질, 즉 환경호르몬들이 저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근래 여성의 유방암 및 난소암과 같은 여성형 질병 발생률이 높은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으로는 정자의 기형이나 활동성 둔화이다. 정자 수는 줄고 정자가 제기능을 못하게 되면 생식능력이 떨어져 난임으로 이어진다. 정자가 병들고 있다는 주장은 1992년 덴마크에서 부터 시작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닐스 스카케벡 교수는 남성의 정자 수가 1940년 1ml 당 1억 1300만 마리에서 1990년 6600만 마리로 50년 만에 45% 감소했고, 기형 정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남성의 정자가 병들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잇달아 학회에 발표되면서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정자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았다. 덴마크 스카케벡 교수는 남성의 정자 수 감소가 덴마크 외에 벨기에, 영국 등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충격적인 내용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경계 장애는 성인 보다 태아와 영유아에서 더 뚜렷하다. 성인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의 낮은 농도의 환경호르몬 노출도 태아와 영유아에서는 신경내분비 기능 변화를 일으켜 영구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면역계 장애의 예로 환경호르몬 노출이 면역세포의 이상 분화를 일으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세포가 분열하여 만들어진 세포가 원래 세포와 다른 기능을 하는 현상이며, 특히 어린이에서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은 한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체내에 쌓인 환경호르몬은 배 속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기타 만성질환으로는 최근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 중 노출이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비만을 야기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는 유기염소계 농약, PCBS, 다이옥신, 불소화합물, 브롬화 방염제, 비스페놀 A, 올가 노틴, 중금속류 등으로 매우 다 향한 화학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비만을 일으킨다. 화학물질과 비만 간의 상관관계에 있어 농도가 매우 중요한데 고농도로 노출되면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고 저농도로 노출이 되어야만 체중이 증가한다. 여기서 저농도 노출이 의미하는 정확한 농도는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나 사람들이 환경 내에서 노출되는 정도, 즉 노출 허용기준 이내의 농도를 저농도라고 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로 인하여 제2형 당뇨병, 이상지혈증, 갑상선 질환 등과 같은 다양한 대사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비만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많은 질병들의 발생과정에 이러한 환경호르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내분비계는 신경계와 면역계와도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분비계에 혼란을 초래하는 화학물질들은 간접적으로 면역계와 신경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소아발달장애, 퇴행성 뇌질환, 암, 면역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자료
- 〈환경 호르몬〉, 《나무위키》
- 〈환경 호르몬〉, 《질병관리청》
- 〈환경호르몬 (environmental hormone) - 정의, 특성, 노출경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 《커넥트바디닷컴》
- 〈환경호르몬(내분비장애물질)〉, 《전남권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