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비버(영어: Beaver, 학명: Castor) 또는 바다삵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사는 설치류이다. 비버과(Castoridae)의 유일속 비버속(Castor)에 2종이 속해 있다. 모피의 질이 좋아 대량 남획한 결과 멸종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현재는 보호되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1]
개요[편집]
비버는 설치목 비버과에 속하는 포유류 동물의 총칭으로 덩치가 가장 큰 편에 속하는 대형 설치류이다. 겉모습은 큰 땅다람쥐와 비슷하지만 귀는 작고, 꼬리는 배의 노와 같이 편평하며 비늘로 덮여 있다. 뒷발에 물갈퀴가 발달되어 있다. 몸빛깔은 밤색에서 거의 검은빛에 가까운 색까지 매우 다양하다. 몸길이 60∼70cm, 꼬리길이 33∼44cm, 몸무게 20∼27㎏이며 드물게는 약 45㎏에 가까운 것도 있다. 수중생활에 적응되어 있으며, 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폴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러시아, 몽골 등지에 분포하는 유럽비버(C. fiber)와 알래스카, 캐나다 및 아메리카 북부에 분포하는 캐나다비버(C. canadensis:아메리카비버라고도 함)의 2종류가 있다. 그러나 두 종류는 학자에 따라 동일종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형태와 생태가 비슷하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비버가 심심하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넣어 집을 만들도록 했는데, 비버에게 계속된 소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완성되면 사육사가 바로 부순다는 안내문이 한 때 붙어 있었다. 현재 서울대공원 동양관에서 유럽비버를 볼 수 있다.
비버는 하천이나 늪에 사는데, 작은 하천에 사는 개체는 하천과 가까운 곳의 나무를 튼튼한 앞니로 갉아서 넘어뜨린 다음 흙이나 돌을 보태서 댐을 만든다. 완성된 못의 중심부에 나무, 돌, 흙으로 섬을 만들고 그 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큰 하천이나 늪에 사는 개체는 늪기슭에 터널을 파고 깊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때 항상 출입구는 수면 밑에 만들기 때문에 외부의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새끼를 보호할 수 있다. 암수 1쌍과 2세 이하의 성적으로 미숙한 새끼들과 함께 한 가족을 이루어 지낸다. 해질 무렵부터 아침까지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먹이는 주로 갉아 넘어뜨린 가는 나뭇가지의 껍질이나 새싹, 수초, 나무뿌리, 산딸기 등을 먹으며 물고기 등 육식은 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연못 가운데 저장해 둔 나무껍질을 먹으면서 지낸다. 행동권의 여기저기에 항문에서 나는 냄새를 묻혀 다른 비버의 침입을 막는다. 사람과 같은 적에 대해 민감하여 수면을 꼬리로 두드려서 800m 이상 떨어져 있는 동지들에게까지 위험신호를 보낼 수 있다.[2]
특징[편집]
비버의 몸길이 60-73cm, 꼬리길이 33-44cm, 몸무게는 20–27kg 정도이다. 몸빛깔은 밤색에서 옅은 검은색까지 변화가 많다. 외형은 거대한 땅다람쥐와 비슷하지만 귀는 작고 꼬리는 넓적한 노(櫓) 모양이다. 헤엄을 칠 때 주로 사용하지만 천적을 발견하면 수면을 두들겨서 동료들에게 경고를 하는 용도로도 쓴다. 머리는 넓적하고 턱이 크고 강하다. 둥근 귀와 작은 콧구멍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굳게 닫을 수 있다. 눈에는 세 개의 눈꺼풀이 있으며, 투명한 속눈꺼풀이 아래로 내려 있어 물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으며, 땅에서는 나무를 자를 때 날카로운 가지에 눈이 찔리지 않게 보호해준다. 비버는 시력이 좋지 않지만 예민한 후각과 청각을 이용하여 위험에 대처한다. 이빨은 스무 개인데, 앞니가 매우 강하여 지름이 30cm인 나무를 10-15분 내에 갉아 쓰러뜨릴 수 있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발달되어 있다.
역사[편집]
지금까지 발경된 가장 오래된 비버는 마이오세 중기의 스페네오피베르이다. 플리오세부터 이미 유럽비버는 유럽 전역에 서식했었고, 그 일부가 북아메리카로 들어가 아메리카비버로 진화했다. 그 후 플라이스토세 북아메리카에선 카스토로이데스라는, 체중이 270~320kg에 달하는 거대한 비버가 새로 진화했고 번성했으나 1만년 전 인간이 북미에 정착하면서 멸종되었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비버는 유럽 전역에 분포했지만, 인간이 사냥하고 땅을 개척하느라 서식지가 파괴되어 서유럽에서 비버는 거진 멸종되었다. 이후 대항해시대에 와서는 아메리카비버역시 모피 때문에 남획당해 멸종 위기까지 갔으나, 보호운동 덕분에 오늘날에는 다시 수가 불어나고 있다. 동유럽에서의 유럽비버 역시 한때 개체수가 줄어들었으나 냉전 이후로 서서히 숫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생태[편집]
북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시베리아, 몽골, 중국 북부 등지에서 사는 수생형 포유류로, 단순히 물에서 사는데 그치지 않고 댐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치수를 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똑같이 수생 생활을 하는 포유류인 수달과는 관련이 없다. 수달은 식육목 족제비과, 비버는 설치목 비버과이다. 즉, 쥐에 더 가까운 생물이다.
이빨에는 철 성분이 있기 때문에 주황색을 띤다. 이 강인한 이빨로 나무를 물어서 쓰러트린 뒤, 나무 토막 내부의 연한 속살을 먹고 산다. 이렇게 쓰러트린 나무는 먹이로 쓰는 것을 넘어 남은 나뭇가지를 엮어서 댐을 만들며, 댐에 의해 막혀서 생긴 못 한가운데에 입구가 수중으로 난 집을 지어서 천적으로 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고, 먹이로 할 나뭇가지도 물속에 쌓아서 비축한다. 비버도 월동준비를 하는데 그 월동준비라는 것이 날이 추워지기 전에 겨울 내내 먹을 나뭇가지를 미리 물속에 잔뜩 쌓아놓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무만으로 터 닦고 집 짓고 먹이까지 다 해결하는 동물이다. 나무뿐만 아니라 나뭇가지와 비슷해 보이는 야구방망이, 빗자루, 망치, 심지어 슬리퍼라도 괜찮아보이면 쌓는다.
비버는 숲속으로 가서 적당한 나무를 밑동을 갉아 쓰러트리고 그 나무를 통째로 댐이 있는 물가로 끌고 온 다음 그걸 또 다시 갉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서 그 나무 조각을 필요한 위치에 놓고 빈틈에는 진흙 등을 발라 막아 댐을 만든다.
물길을 틀어막는 공사를 하기때문에 어지간한 규모의 강에 서식하는 비버들은 아예 일가가 터를 잡아 대를 이어서 건축한다. 적당히 완성되면 보수공사만 하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확장공사도 하기에, 가족 사업의 결과물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댐이 된다. 공사에 필요한 나무가 전멸했거나 외적인 요인으로 붕괴되지 않는 이상 끝없이 커진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하천의 범람이나 용수 채취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사람이 철거하는데, 이렇게 철거된 비버의 댐 중에는 'SUV가 위로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것도 있다'는 증언도 있다. 그 댐은 통상의 장비로는 부술 엄두조차 나질 않아 결국 다이너마이트로 날려버렸다.
댐을 짓는 이유는 수심을 깊게 만들기 위해서다. 비버는 물 한가운데 집을 짓고 물 밑으로 입구를 내어 포식자가 접근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때 수심이 충분히 깊지 않으면 포식자가 무시하고 건너올 수도 있기때문에 댐을 지어 수심을 깊게 유지하려는 것이다. 비버 둥지도 역시 견고하기때문에 곰 같은 큼지막한 동물이 위를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는다.
용도[편집]
비버는 모피가 따뜻하고 잘 얼지 않아서 고급 모피로 각광받는다. 보호종이더라도 전문적인 덫 사냥꾼에게는 허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사냥꾼들도 겨울에는 사냥감이 별로 없는데, 비버는 겨울철이 덫 놓기 딱 좋을 때라 오히려 제철로 친다. 버펄로와 마찬가지로, 미국 개척 당시 유럽 사냥꾼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원동력 중 하나다. 근래까지만 해도 덫 사냥꾼들은 겨울 비버 덫과 사향쥐 덫 놔서 일 년 벌이 했을 정도이다. 다만 현대에 들어서서는 얼마든지 온갖 옷이 넘치게 있고 추위도 막아주다보니 이젠 모피 값이 팍 떨어져서 덫 놓으면 오히려 손해만 날 정도라 상업 사냥꾼들이 다 떨어져 나갔고, 소수의 덫 사냥꾼만이 명맥을 잇다시피 한다.
고기는 사람에게도 꽤 먹을 만하다. 체중이 11-30kg에 달해서 먹을 것도 많고, 납작한 꼬리도 먹을 수 있다. 불에 올리면 꼬리 껍질이 부풀어 오르는데, 이때 꼬리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그리고 내부의 고기를 먹으면 된다. 꼬리는 중앙을 관통하는 꼬리뼈와 그 주변에 붙은 근육, 그리고 매우 두툼한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연적인 사냥 고기가 대개 지방이 매우 적은 편이다 보니 전통 사냥꾼들은 비버 꼬리를 별미로 높게 쳤다.
헌데 비버 고기 특유의 냄새가 개들에게는 엄청나게 식욕을 당기는 냄새라고 한다. 그래서 북미의 개썰매 대회 때는 지쳐서 식사할 기운도 없는 개들에게 특별식으로 주기도 한다.
고기도 별미지만 비버의 분비샘과 항문에서 나오는 캐스토리움(Castoreum, 해리향, 海貍香)이라는 물질이 매우 냄새가 좋아서 향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에도 사용된다는 설이 뉴스나 TV 프로그램에 퍼졌는데, 사실 비버에게 추출할 수 있는 캐스토리움은 극히 소량이라 상당히 비싸므로, 바닐린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흔히 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캐스토리움을 쓰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때문에 향수 등 고가의 제품들에만 향료로 사용된다.
인간과의 관계[편집]
비버는 어지간한 배수로도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틀어막을 정도이며,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댐을 짓기 시작하면 물이 얼기라도 하지 않는 한 쉬지 않고 댐을 계속 중축한다. 이 댐 건설에 대한 비버의 갈망은 참으로 대단한 것으로, 그야말로 하루라도 댐 짓기를 하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 놈들이라 할 수준이다. 일단 제대로 비버들이 자리 잡으면 멀쩡한 숲이 통째로 습지로 바뀌기도 한다. 일반적으론, 습지가 여러곳에 존재하여 물과 각종 부유물들을 붙잡아 주는 것이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도 매우 유익하며, 비버들은 이 댐을 도배해 놓는 것으로 습지들을 공짜로 알아서 평생 쉬지 않고 증축한다. 이는 보통 예나 지금이나 노답으로 유명한 치수 사업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비버를 복원하는 사업도 흔해졌다. 그러나, 이런 비버의 댐 건설이 항상 좋은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특별히 고민해서 마련해 놓은 물길을 틀어막아 사고를 일으킴은 물론, 심지어 비버 때문에 환경파괴가 일어나기도 한다.
비버가 지은 댐은 인간이 지은 댐과 완전히 같은 이유로, 강을 타고 흐르는 부유물이 댐 상류에 축적되게 만들며, 수속과 수량을 변형시킴에 따라 강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강의 흐름에 변동이 오면 한동안 강줄기가 매우 불안정해지고, 상하류 모두에 굉장한 난리가 난다. 그 여파는 비버의 집요함으로든, 인간의 공학 기술으로든, 여러모로 예측하기 극히 어렵다. 비버들이 알아서 강물을 붙잡아준 덕분에 여러 생물들이 번성할 공간이 마련되고 인간은 강의 흐름이 안정되어 돈도 아끼고 재난도 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반대로 갑자기 강줄기가 바뀌어 강변 생태계가 뒤집어지고 인간은 수해를 입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또한 비버들도 허공에서 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 나무를 보이는 족족 닥치고 베어와서 만드는 것으로, 엄연히 나무라는 자원을 소모한다. 보통 인간이 숲을 파괴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버들의 부지런함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종종 주변 나무가 동나는 경우가 있고, 이 때문에 인간이 쓰고 있는 나무를 털어먹는 일도 생긴다.
습지의 파괴로 인해 골머리를 썩게 된 나라들에서는 비버들을 돌려놓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영국을 비롯한 다른 서유럽 국가들은 비버 복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농민들의 반대가 매우 거셌으나, 몇몇은 그대로 강행했다. 비버들이 돌아오기가 무섭게 복원 구역 일대의 강맥이 불안정해지며 홍수가 폭증하였다. 하지만, 습지들이 형성되며 강의 흐름이 오히려 안정되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2020년에 재검토한 결과 2011년에 스코틀랜드 오터강에 최초로 방사한 비버 한쌍이 하천 유역을 습지로 바꾸면서 홍수가 오히려 감소하였다고 평가되었으며, 비버들이 야생 번식에 성공한 것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그보다 앞선 2018년부터는 영국의 다른 하천에도 복원 사업이 진행되었다.
문제점[편집]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천적들로 인한 생태 균형이 비교적 잘 유지되면서 비버의 긍정적인 역할이 인정받고 있지만, 천적이 없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큰 골칫거리 외래종이기도 하다. 1946년경 남아메리카 남단의 티에라델푸에고섬에서는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캐나다에서 비버를 수입하여 자연에 풀어놓았다. 비버는 사육이 어렵기 때문에 야생에서 개체수를 늘린 뒤에 사냥하여 모피를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비버 모피가 경제성이 없어 현지인들이 사냥을 외면하는데다가, 천적이 될만한 대형 맹수가 없어서 이후 비버는 폭발적으로 번식해버렸다. 현재는 티에라델푸에고섬에만 10~15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폭증한 비버들이 어렵게 자란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습지를 만들어 버리면서 오히려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종도 북아메리카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소나무가 많은 반면, 티에라델푸에고섬은 남극에 가까운 한랭한 지역으로 남방너도밤나무 등 성장 속도가 느리고 습지에서 잘 자라지도 않는 나무들 뿐이라 숲이 회복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칠레 쪽으로도 퍼져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3]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