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
갈퀴는 대쪽 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려서 부챗살처럼 펼친 후, 자루를 붙여서 만든 농기구이다.
낙엽이나 곡물을 긁어 모으는 데 사용한다. 8 ·15광복 이후 얼마 동안 갈퀴는 농촌에서 지게 ·도리깨 등과 함께 중요한 농구였으며, 그 용도도 다양하였다. 농가 연료를 솔가리 ·가랑잎으로 충당하던 시기에는 그것을 긁어 모으는 데 사용한 도구였고, 벼 ·보리 ·밀 ·메밀 ·콩 등을 탈곡할 때, 알곡을 덮고 있는 검불을 걷어내거나, 흩어진 알곡을 모으는 데도 사용하였다. 한편, 여러 사람들의 재물을 부정한 방법으로 긁어 모으는 탐관오리의 토색(討索)질을 빗대어서 '갈퀴질한다'고 하였으며, 화가 나서 험상궂게 된 눈을 '갈퀴눈 같다'고도 한다.
개요
곡식이나 덤불, 이삭 등을 긁어 모을 때 쓰는 농기구 중 하나. 철사나 나무 막대의 끝을 구부리고 부채처럼 펼쳐서 자루에 연결해 만든다. 때로는 두꺼운 철판을 톱니처럼 다듬어서 만들기도 한다.
영어로는 rake라고 한다. rake는 명사뿐만 아니라 '갈퀴질을 하다'라는 뜻의 동사로도 활용된다.
타작할 때 곡식에 섞여있는 검불을 긁어모으고, 보리 파종을 할 때 이랑에 흙을 긁어 뿌린 씨앗을 덮으며, 낙엽이나 검불을 긁어모으는데 썼다.
물푸레나무, 또는 싸릿대를 불에 구워 갈고랑이 진 갈퀴 발을 일정한 사이를 두고 부채살처럼 펴서 길이가 1∼1.5m 되는 자루 끝에 또아리로 단단히 고정했다〈사진 13-1〉. 갈퀴발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10∼20개로 다양하고, 대쪽으로 만든 것이 가장 흔하지만 대가 귀한 곳에서는 물무레나무나 2년생의 싸릿대로도 만들었으며, 근년에는 철사로도 만들었다. 『해동농서』의 '갈키(荊杷)'〈그림4〉는 물푸레나무 갈퀴로 보인다.
보리 파종을 할 때 혼자서 600여 평의 보리밭을 덮을 수 있다. 갈퀴는 지방에 따라 '깍지' · '까꾸리' · '갈쿠' · '깍쟁이'라고도 부르며, 예전에는 '갈키'(『역어류해』 · 『동문류해』 · 『방언류석』 · 『물보』 · 『사류박해』)라고 했다. 그리고 한문으로는 荊杷(『해동농서』) · 紫把子(『역어류해』 · 『방언류석』) · 把(『물보』) · 杷兒(『물보』 · 『사류박해』) 라고 썼다.
삼남지방에서는 갈퀴가 물건을 긁어모으는 연장이기 때문에 새해 첫날 이를 장만하여 집안의 풍요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부분 명칭
- 위치마(갈퀴의 앞초리 쪽으로 대고, 싸리나 끈으로 엮은 코)
- 갈퀴코(원몸에 잡아매도록 갈퀴자루의 앞끝을 에어 잡아맨 부분)
- 뒤초리(갈퀴의 여러 발의 끝이 한데 모여 엇갈려진 곳)
- 또아리(갈큇발의 다른 끝을 모아 잡아맨 부분)
- 아래치마(갈퀴의 뒤초리 쪽으로 초리가 풀리지 않게 대나무를 가로대고, 가는 새끼로 묶은 가장 짧은 코)
- 갈큇발(갈퀴의 원몸을 이룬 갈고랑이진 부분의 하나하나)
- 갈큇밑(갈큇발의 꼬부라지지 않은 부분)
- 가운데치마(갈큇코를 잡아매도록 갈퀴의 위아래 두 치마 사이에 가로지른 나무)
- 콧등노리(갈퀴의 가운데치마를 맨 자리)
지방에 따라 약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갈퀴치기
나무꾼들이 갈퀴를 던져서 갈퀴의 상태를 보고 이기고 지는 것을 겨루는 놀이. 주로 가을철 농가의 청년들이 산에서 낙엽이나 솔가지를 긁어모은 나뭇단을 걸고 이긴 사람이 차지하는 놀이로 칼땅치기라고도 한다.
갈퀴는 낫과 더불어 나무를 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사람들은 나무를 하러 갈 때 "민다지 끓으러 간다", "낭구하러 간다"라고 말하고 풀 또는 나무를 전혀 베지 않은 곳을 숫거리라고도 하였다. 갈퀴는 자루와 갈퀴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의 거친 손은 갈퀴의 구부러진 발에 비유하여 갈퀴손이라고 불렀다.
갈퀴 명칭은 여러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역어유해(譯語類解)』에서는 '시파자(柴把子)', 『한한청문감(韓漢淸文鑑)』에는 '파자(爬子)'라고 적고 있다. 서호수(徐浩修)가 쓴 『해동농서(海東農書)』에는 '형파(荊杷)'로 표기하고, "벼 고갱이를 따로 모으는 연장이다. 싸리나무를 구부려 만든 것으로 타작마당에 긴요하며 큰 솔가리 나무를 할 때에도 쓴다(疏剔禾稭之器也揉荊編成列齒塲圃間不可無者亦爲樵蘇所用)."라는 설명과 함께 그림을 덧붙여 놓았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대나무 갈퀴를 비롯해서 싸리나무 갈퀴도 썼음을 알 수 있다. 싸리나무 갈퀴는 대를 구하기 어려운 산간지대에서 주로 썼으며, 대갈퀴는 만들기도 쉽고 간편하며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한국농업경영론(韓國農業經營論)』에는 "북방에서는 목제로 된 갈퀴를 사용한다."라는 설명이 보이는데, 당시에 철사로 만든 갈퀴를 썼음을 반증하는 내용이다. 근래에도 철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사용하는데, 대나무로 만든 것보다 폭이 좁고 곡식을 긁어모으는 데 효력이 떨어진다. 갈퀴의 발은 열두 개이며, 길이는 45센티미터 정도이다.
갈퀴치기는 갈퀴를 던지거나 세워 돌린 후 갈퀴가 엎어지면 승리하거나 지는 놀이이다. 강화도를 비롯한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갈퀴를 옆으로 혹은 뒤로 던지기도 하고, 무덤 뒤로 던져 승부를 내기도 한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갈퀴의 엎어진 후의 모양을 선택하여 결정한다.
놀이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5미터쯤 되는 거리에 갈퀴를 던질 지점을 정한 다음 선을 그어놓는다. 갈퀴가 선 안으로 떨어지면 실격하고, 선 밖으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갈퀴가 엎어져야만 이긴다. 만약 갈퀴를 던져 이긴 사람이 여럿이 나타나면 다시 던져서 한 사람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한다. 갈퀴를 던질 때는 갈퀴를 쥐고 돌리면서 힘껏 던진다. 내기에 거는 잎나무는 갈퀴와 한 손으로 껴안을 정도의 양으로 그것을 한 전이라고 말한다. 한 짐이 되려면 여덟 전이 모여야 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한 짐이 되려면 다섯 깍지가 모여야 하고, 한 깍지가 갈퀴로 네 번 긁어모은 분량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갈퀴가 혼을 부르는 도구로 쓰인다. 아이가 정신을 잃었을 때 아이가 입었던 옷을 갈퀴에 걸어 아이가 놀던 곳의 땅을 긁으면서 “혼이여 돌아오라.” 하고 세 번 외친다. 그 뒤 갈퀴에 걸었던 옷을 아이에게 입히면 혼이 몸 안으로 들어간다고 믿는다. 갈퀴가 혼도 긁어모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갈퀴치기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의 놀이였으나, 연료가 연탄이나 석유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놀이이다. 이처럼 마른풀을 긁어모으는 갈퀴는 복과 재물을 긁어모으는 도구로도 이용되었는데, 해마다 정초가 되면 갈퀴를 사다가 문에 걸어두고 그해 풍년이 들고 재물이 들어오기를 빌었다. 근래에는 상점이나 음식점에서 작은 갈퀴를 문에 걸어두기도 한다. 갈퀴가 긁어모으는 연장이듯 재물이 모이기를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