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법정화폐로 표시한 코인의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고 안정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암호화폐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법정화폐 또는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거나, 정교한 알고리즘에 의해 공급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구현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사례로 테더(Tether), 스팀달러(Steem Dollars), 트루USD(True USD), 앵커토큰(Anchor Token) 등이 있다.
목차
개념
암호화폐는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다. 심지어 1~2시간 사이에 몇 배를 오르고 내리는 코인도 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비트코인도 심한 경우 하루에 10% 내외의 변동이 발생되기도 한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경우,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가격 변동은 암호화폐에서 아직 풀지 못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국내 거래에서도 암호화폐의 가격 안정성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특히 수출·송금 등 해외 거래에서는 급격한 변동성 및 수수료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암호화폐가 안정적 가치만 보장된다면, 널리 사용될 수 있다. 기간에 따른 환율 차이 등의 변동성이 없다면, 거래 당사자들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이런 필요에 의해 가격이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게 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의 개념은 오래 되었는데, 테더(Tether), 트루USD(TrueUSD) 등 달러 페깅(pegging)[1] 토큰은 이미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2]
종류
지금까지의 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fiat-collateraliteralized stablecoins)은 법정화폐와 일대일 관계로 유지되는 암호화폐이다.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꼽히는 테더(Tether)는 테더 토큰 1개의 가치를 미국 달러 1달러로 고정하여 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이렇게 법정화폐를 담보로 법정화폐의 가치에 암호화폐의 가치를 연동하면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다른 비용이 든다. 즉, 테더 공급량(통화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달러를 별도로 비축해 두고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데 규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테더 공급량에 대응해 그 금액에 해당하는 달러를 실제로 비축해 놓은 것이 맞는지 외부 감사를 해야 하는 등 추가로 밟아야 할 절차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화폐와 마찬가지로 변동 통화 방식으로 기능하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이용자들에게 기존 법정화폐 대비 편리성을 주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crypto-collateralized stablecoins)은 법정화폐에 그 가치를 연동하는 대신,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긴 뒤 고정된 비율에 따라 담보물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쓰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절차를 운영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시스템마다 다르다. 메이커(Maker)라는 탈중앙화 조직이 운영·관리하는 다이(Dai) 코인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리저브(Reserv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도 암호화폐를 담보로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에 속한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브라(ABRA)에서는 총 23개 암호화폐와 50개 법정화폐를 담보로 취급하며, 그에 따라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 등을 빌려준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담보로 받은 물건의 가치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브라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노출되는 효과를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한다.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역시 탈중앙화 분산 구조를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받음으로써, 암호화폐 기반 기술로 혁신적인 메커니즘을 이어갈 수 있다는 데 있다. 법정화폐의 담보 없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인 비트셰어(Bitshares)도 이에 해당된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algorism controlled stablecoins)은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계속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암호화폐이다. 베이시스(Basis)라는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이 모델은 기존의 통화처럼 기능하려고 자산을 담보해두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담보를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규모를 키우는 데 제약이 없다. 반면에 담보가 없으므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스테이블코인이 돌아가게 된다. 베이시스는 네트워크의 소프트웨어를 관장하는 알고리즘을 신뢰하는 대상으로 내세운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3] 더 높은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인 은행과 이른바 비위탁 지갑(non-custodial wallets)처럼 완전히 탈중앙화된 거래소 사이의 다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사례
테더
대표적인 달러 페깅 코인으로 테더(Tether)가 있다. 테더는 테더사가 발행한 코인으로 1테더를 1달러에 고정시켜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발급의 주체가 정부가 아닌 사기업이므로 항상 리스크는 존재한다. 기본 시스템은 테더사의 계좌에 10달러를 입금하면, 10테더가 발행된다. 반대로 10테더를 테더사에 가져다주면 10달러로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테더 100,000이 발행됐다고 하는 것은 법정화폐가 암호화폐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더의 문제는 사기업인 테더사의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7년 테더는 대략 시총이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원) 규모였는데, 테더사의 계좌에 실제로 20억 달러가 예치되어 있는지를 의심하는 루머가 있었다. 간단한 태환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테더의 총량이 테더사 통장에 테더 유통량보다 적을 경우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통 테더가 발행되면 테더는 비트파이넥스(Bitfinex) 거래소로 전송되어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비트파이넥스사와 테더사가 한 회사라고 봐도 될 만큼 서로 지분이 얽혀 있는 관계라, 내부적으로 테더사에서 달러(USD) 입금 없이 테더를 발행하고, 발행된 테더가 비트파이넥스 거래소로 가서 임의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라는 의문이 있었다. 만약 2017년 초에 비해 연말 8~10배가 오른 비트코인 가격은 거품이며 테더사 루머가 진실로 밝혀진다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은 장기적인 침체기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웰스파고에서 테더사에 대한 재무 감사를 하였는데,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그만두고 대만계 회사가 감사를 맡았다가 또 중단되었다. 결국 미국의 FSS라는 회사에서 테더사에 대한 감사를 완료하고 "유통되는 테더와 테더사에 예치되어 있는 달러는 금액이 일치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루머는 일단락되었다.
비록 기존 루머는 잠재워졌지만, 스테이블코인으로 테더가 존재하고 테더사에서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비슷한 류의 테더 루머는 또 발생할 수 있다. 테더는 정부 보증이 아닌 기업 보증으로 발행하는 암호화폐이므로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근본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스팀달러
스팀달러(Steem Dollars)는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제공하는 스팀잇(Steemit) 사이트에서 콘텐츠 작성자에게 제공하는 암호화폐이다. 스팀달러는 미국 1달러에 페깅(pegging)되어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팀잇에서 스팀이라는 별도의 암호화폐가 존재하지만, 스팀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아 가치의 등락 폭이 매우 커질 수 있다. 이에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고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여, 스팀잇 사이트에서는 스팀과 별개로 스팀달러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스팀달러는 스팀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스팀달러는 스팀의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의 역할을 한다.
트루USD
트루USD는 2017년에 발행된 암호화폐로, 테더의 경쟁자이다. 태환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테더와 동일하다. 제3자를 두어서 입금이 되는 동시에 스마트 계약을 통해 트루USD가 발행되는 구조이다. 또한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는 테더와는 다르게 배커(Backer)를 두었다. 암호화폐 분야는 물론이고, 전통 벤처 캐피탈 분야에서 최고의 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암호화폐 전문 벤처 캐피탈인 a16z를 배커로 둠으로써, 트루USD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앵커토큰
스타트업 기업인 스트롱홀드는 IBM과 제휴를 맺고 2018년 6월 17일 앵커토큰(Anchor Token)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였다. 미국 예금보험공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네바다 주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신탁회사 프라임트러스트가 1앵커 토큰을 1달러로 신용보증을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 달러는 예금보험공사가 지급 보증을 하는데,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스트롱홀드는 정식 회계감사를 받았고, 예금보험공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주요 은행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롱홀드는 트루USD와도 협약을 맺었다. 앵커토큰을 보유한 이들은 토큰을 달러로 사거나 팔 때마다 KYC-AML 등 관련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IBM에서는 앞으로 기업들이 수출 등을 위한 외환 헷지의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이제 해외 송금 및 외환 결제는 결제와 동시에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간편한 절차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미 IBM은 스텔라루멘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협력해 자체 토큰인 루멘스를 발행하고, 남태평양 섬나라들 사이의 송금, 환전 서비스에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문제점과 과제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테더와 트루USD는 둘다 1달러에 가격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1달러 = 1테더 = 1트루USD가 된다. 그런데 시장에서 테더와 트루USD의 가격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가령 엄청난 루머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노련한 트레이더는 비트코인에서 테더로 헷지를 시도하는데, 이 말은 즉 "시장에서 테더의 수요가 많아진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1테더는 = 0.89USD 같이 시세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가치에 이어서 1:1 교환 비율이 보장되어야 할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보다 더 비싸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비트코인 폭등 시 1테더 = 1.2USD와 같은 시세 변동이 발생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달러를 사서 비트코인을 사려는 자본 수요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블해야 할 스테이블코인이 전혀 스테이블하지 못하며 고점과 저점이 20% 정도 가격 차이가 날수 있다는 점은 테더류 코인의 근본적 약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초적인 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다. 불특정한 가격에 코인을 구매하는 시스템의 유저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기본 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다. 가격은 원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의 의사가 합치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4]
각주
- ↑ 페깅(pegging)이란 "못을 박아서 고정시킨다"는 뜻으로서, 암호화폐의 가격이 마치 못을 박아놓은 듯이 법정화폐에 가치에 고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 ↑ kornfrost, 〈페깅코인, 불가능성 삼각정리, 스팀과 테더〉, 《워드프레스 블로그》, 2018-03-25
- ↑ kornfrost, 〈The Market for Cryptocurrency (White 2015)〉, 《워드프레스 블로그》, 2018-03-26
- ↑ Mike Orcutt, "“Stablecoins” are trending, but they may ignore basic economics", MIT Technology Review, 2018-06-07
참고자료
- kornfrost, 〈페깅코인, 불가능성 삼각정리, 스팀과 테더〉, 《워드프레스 블로그》, 2018-03-25
- kornfrost, 〈The Market for Cryptocurrency (White 2015)〉, 《워드프레스 블로그》, 2018-03-26
- Blockchain Garage, 〈기초적인 경제이론을 무시하는 핫한 "Stablecoins"〉, 《네이버 블로그》, 2018-06-10
- Mike Orcutt, "“Stablecoins” are trending, but they may ignore basic economics", MIT Technology Review, 2018-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