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커니즘 디자인
메커니즘 디자인(mechanism design)은 정보경제학 및 게임이론의 한 분야로, 설계자가 원하는 결과를 정의하고 플레이어들이 그 결과를 향해 가도록 유도하는 게임을 만드는 이론이다. 즉, 특정 조건 또는 목표를 충족하는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분야이고, 여러 참가자들의 행동 안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법을 다루기 때문에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 네트워크 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 '특정한 상황에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분석하는 것'을 게임이론이라고 한다면, 메커니즘 디자인은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하기 위해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중점을 두어 역게임이론이라고도 불린다.
개요[편집]
로저 마이어슨(Roger Myerson),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 에릭 매스킨(Eric Maskin)은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기초를 수립하고 발전시켰다. 레오니트 후르비치가 1990년도에 처음으로 창시한 이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정부가 좋은 의도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더라도 대중은 개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의 이기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중립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설계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주창한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로저 마이어슨과 에릭 매스킨이 레오니트 후르비츠의 문제의식을 게임이론이라는 틀로 한층 정교하게 다듬고, 경매 제도와 관련한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발전시킨 공로로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1]
이론 및 예제[편집]
- 목장 나누기
- 한 마을에 현명한 재판관이 있다. 이 재판관에게 갑과 을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동업자로, 함께 일을 시작해 가축들을 열심히 키웠고 그 대가로 이제는 커다란 목장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동으로 소유했던 목장을 공평하게 절반으로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재판관에게 건네었다. 문제는 어떻게 나눠야 할지를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떤 소는 다른 소보다 건강하며, 어떤 땅은 다른 땅보다 더 비옥해서 동물의 머릿수나 땅의 면적으로 공평하게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갑이 공동의 재산을 원하는 대로 둘로 나누고, 을이 둘로 나뉜 재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을이 둘로 나뉜 재산 가운데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고, 갑은 최대한 공평하게 재산을 나눌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메커니즘 디자인의 예제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계획자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제 주체를 상대로 게임을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2]
-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
-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을 이용한 제도로,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게 과징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는 '담합 업체 적발 및 처벌'이라는 특정 목표를 설정하고 개인의 이기심을 발휘하면서도 사회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중립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디자인하여 실행한 제도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3]
- 코끼리 사냥
-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는 코끼리 사냥을 불법화하고 상아의 거래를 금지하였다. 그러나 개인의 이기심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불법화하고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는 효율적이지 못해서, 결국 불법 사냥이 끊이질 않게 되었고 코끼리는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반면에 짐바브웨는 메커니즘 디자인을 이용해 '자기 소유의 토지 안에 있는 코끼리만 사냥을 허용'이라는 제도를 실행하여 사실상 코끼리를 사유재산화하였다. 이는 코끼리의 개체수를 급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코끼리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순간 이윤 극대화를 위한 개인의 이기심이 발현되어 자신의 소유지 내의 코끼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4]
블록체인 속 메커니즘 디자인[편집]
메커니즘 디자인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직접 최적의 상태를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이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제작하면서 당면한 문제는, 비트코인을 유지하고 관리하며 확장시킬 중앙 기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탈중앙화를 목표로 제작하였지만, 유지가 되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유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상 체계를 도입하여, 블록을 생성하고 거래 및 전송을 검증,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트코인과 전송 수수료를 보상으로 주어 그들이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관리하도록 설계하였다. 실제로 현재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참여자들은 채굴을 통해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를 제공하여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며 확대시키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효용을 극대화 하는 행동이 블록체인을 유지시키고 확장시키면서 최종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형태로 룰을 만드는 것이 메커니즘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5] 블록체인의 가치는 메커니즘 디자인이 얼마나 잘 활용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참여자들을 참여시켜서 성장시킬 수 있게끔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블록체인에서 메커니즘 디자인의 핵심은 개인의 사익을 위한 참여자들의 행동이 블록체인의 유지와 성장을 일으키게끔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설계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고려를 해야 한다.
- 문제와 솔루션
-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어떤 문제를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다.
- 보상 설계
- 참여자들이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확장시킬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을 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보상으로 토큰이 있다. 만약 토큰을 보상으로 설계한다면, 토큰이 충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토큰이 가치가 있기 위해선 공급량이 어느정도 제한적이여야 하고,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수요가 증가하려면 토큰이 실용성을 가지고 있거나, 미래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또, 토큰을 참여자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때 어떻게 보상을 해 줄 것인지 고려해서 체계적으로 설계해야한다. 이는 문제와 솔루션과 연결되어야 한다. 참여자들의 행동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이어져야 한다.
- 네트워크의 성장과 연결
- 어떻게 참여자들을 참여시켜서 네트워크의 유지와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려해야한다. 그래야만 참여자가 네트워크의 성장을 일으키고, 네트워크의 성장은 토큰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이는 참여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6]
블록체인에서의 좋은 메커니즘은 모든 참여자의 합을 극대화 시키는 선택을 만들고, 메커니즘에서 나오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하며, 참여자들이 블록체인에 참여할 충분한 가치를 보장해야 한다.[7]
각주[편집]
- ↑ 〈로저 마이어슨〉, 《네이버 지식백과》
- ↑ 남재현,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탈무드식 지혜”〉, 《주간동아》, 2017-10-24
- ↑ 남수균, 〈메커니즘디자인(발표용)〉,2008-11
- ↑ 임형찬 기자, 〈코끼리 보존의 역설, 매커니즘 디자인 이론〉, 《한겨레》, 2012-11-29
- ↑ energist , 〈블록체인을 움직이는 힘, Mechanism Design〉, 《스팀잇》, 2018
- ↑ 강휘, 〈블록체인의 가치는 메커니즘디자인에 달렸다 - 암호경제학〉, 《브런치》, 2018-06-24
- ↑ Eddy Song, 〈Token Model Design Process as Mechanism Optimization : 메커니즘 디자인 최적화로 푸는 토큰 모델 설계 (1)〉, 《미디엄》, 2018-09-15
참고자료[편집]
- 편집국, 〈노벨 경제학상 수상한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 《한겨레》, 2007-10-15
- 강경희 기자, 〈"자유시장경제 보완하려면 정부의 '적절한 규제' 필요"〉, 《조선비즈》, 2009-09-26
- 권민성 기자, 〈세상을 예측하는 경제학, 게임이론〉, 《카이스트신문》, 2014-10-07
- 한순구, 〈진실을 밝혀내는 메커니즘 디자인〉, 《세계일보》, 2018-04-27
- 편집국, 〈비탈릭, 10가지 질문에 대한 인터뷰〉, 《코인투데이》, 2018-06-25
- 조중환 기자, 〈암호경제학이란 무엇인가?〉, 《CCTV뉴스》, 2018-09-04
- 하이레 기자, 〈노벨 경제학 수상자, 블록체인 연구그룹 합류…게임이론, 매칭이론 대가 모여〉, 《토큰포스트》, 2018-09-12
- 김병철 기자, 〈노벨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블록체인의 장점〉, 《코인데스크》, 2019-05-14
- 이기호 기자, 〈이오스 거버넌스에 대한 다섯가지 오해와 진실-下〉, 《블록인프레스》, 2019-06-25
- 허승원 기자, 〈심버스 최수혁 대표,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 혁신리더대상 수상〉, 《산학뉴스》, 2019-07-09
- 정승원 기자,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의 안정성〉, 《코인데스크코리아》, 2018-10-11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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