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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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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자(supramolecule)란 공유결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소 결합, 정전기적 상호작용, 반데르발스 인력 등 분자간 결합 또는 인력을 통해 둘 또는 그 이상의 작은 분자들이 모여 생성된 거대한 분자들의 집합이다. 이런 초분자계의 고안과 합성, 그리고 구조와 성질을 조사하는 학문을 초분자화학이라고 한다.

개요[편집]

아세트 산 이합체 구조 모습 (출처: 대한화학회)

초분자라는 용어는 1937년 볼프(Karl Lothar Wolf)가 수소 결합으로 생성된 아세트산 이합체(hydrogen-bonded acetic acid dimer, 아래 그림 참조)의 구조를 서술하기 위해서 도입했다. 결국, 초분자는 공유 결합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수소 결합, 정전기적 상호작용, 반데르발스 힘 등 분자 간 결합 또는 인력을 통해 둘 또는 그 이상의 작은 분자들이 모여 생성된 거대한 분자들의 집합을 말한다. 효소 등의 기능성 생체 분자들도 초분자로 볼 수 있다. 초분자에서는 분자 단독의 경우와 비교하여 새로운 특성이나 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초분자의 설계, 합성, 구조, 성질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초분자 화학(supramolecular chemistry)이라고 한다. 초분자 개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렌(Jean-Marie Lehn,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에 의하면, 초분자 물질은 분자 간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분자 어셈블리(assembly)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분자 인식(molecular recognition), 자기 조립(self-assembly), 주인-손님(host-guest) 시스템 등이 초분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 원리들이다. 초분자는 2개 이상의 분자(또는 거대분자(macromolecule))가 비공유 결합으로 결합한 자기 조립체의 구조를 서술하거나, 생화학 분야에서 다수의 사슬로 이루어지는 펩타이드(peptide),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등 생체분자 복합체를 설명하기 위하여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다.

초분자의 특징[편집]

  • 비공유성 결합: 초분자는 강력한 공유 결합 대신, 수소 결합, 이온-이온 상호작용, π-π 상호작용 등 비공유성 결합을 통해 형성된다.
  • 자기조립: 초분자는 자발적으로 특정 구조를 형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기능성: 자연의 효소나 DNA와 같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초분자 구조는 생물학적 시스템과 기술적 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요 연구 분야[편집]

  • 수소 결합 네트워크: 수소 결합을 이용해 초분자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신물질을 개발하거나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방하는 연구.
  • 호스트-게스트 화학: 초분자가 특정 분자를 포획하거나 방출하는 연구로, 약물 전달 시스템과 촉매 개발에 응용된다.
  • 나노기술: 초분자 화학은 나노 구조와 나노 장치의 설계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분자의 실현[편집]

개념적으로 존재하던 초분자를 실제로 실현하고 분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67년 왕관형 에터(crown ether)를 처음으로 합성한 피더슨(Charles J. Pedersen,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공이다. 분자 구조가 왕관 모양으로 된 왕관형 에터는 몇 개의 에터 결합 -O-를 포함하는 큰 고리형 폴리에터(polyether, 아래 그림 참조)인데, 고리의 안쪽 빈 구멍에 알칼리 금속 양이온이나 아미노산 양이온을 받아들여서 안정된 초분자를 만든다. 이러한 특성은, 폴리에터 고리의 지름을 조절하여 알칼리 금속 이온을 선택적으로 붙잡거나, 아미노산의 광학이성질체를 분리하는 방법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몇몇의 대표적 왕관형 에터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사이클로헥실(cyclohexyle) 또는 벤조(benzo) 고리를 포함하는 왕관형 에터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다양한 주개 원자(donor atom)를 갖는 왕관현 에터 구조 (출처: 대한화학회)
왕관형 에터에 붙잡힌 포타슘 양이온의 모습.(출처: 대한화학회)

초분자의 미래[편집]

초분자 화학은 21세기형 기술의 첨단을 가는 나노기술의 기초이기도 하다. 왕관형 에터와 같이, 초분자는 손님 분자나 특정 이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를 이용하여, 특정 물질을 운반, 전달하는 기능과 결합체 특성을 이용한 감지 능력을 지닌 센서 개발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또한, 초분자는 그 구성 분자의 입체적인 배열에 따라 분자 단독으로는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초분자 구조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이를 모방해 나노-바이오 재료를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효소, 바이러스, 엽록체 등의 기능성 생체 분자는 초분자이며, 비공유 결합은 생명체에 존재하는 무수한 대사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분자 간 비공유 결합에 관한 연구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나아가, 나노 기계가 된 초분자는 몸속에 넣어 암세포를 치료하거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등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며, 분자 수준에서 회전 운동이나 왕복 운동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공 분자 스위치는 분자 메모리로도 응용할 수도 있다. 이는 소형화‧집적화에 한계를 맞은 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주 작은 에너지에 의해 미세한 움직임이 일어나 일을 할 수 있는 초분자들이 보고되었고, 이것을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라고 부른다. 소바주(Jean-Pierre Sauvage) 와 스토더트(Sir Fraser Stoddart), 페링하(Ben Feringa)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공로로 201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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