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기하학
대수기하학(代數幾何學, algebraic geometry)은 대수적 방정식들의 해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는 기하학적 대상들 및 이들 사이의 관계를 대수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수학 분야이며, 현재 수학 분야들 중 가장 세분화된 분야 중 하나다.[1]
목차
[숨기기]개요[편집]
대수기하학은 수학의 한 분야로서 다항식 방정식의 해집합을 기하학적 대상으로 이해하고, 그 구조와 성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대수학에서 다루는 다항식과 기하학에서 다루는 공간 개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고전적으로는 복소수나 실수와 같은 체 위에서 다항식 방정식이 정의하는 곡선이나 곡면, 더 일반적으로는 고차원의 기하학적 대상을 연구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예를 들어, x² + y² = 1이라는 방정식은 원이라는 기하적 대상을 정의하며, y² = x³ + ax + b와 같은 방정식은 타원곡선이라는 대상을 정의한다. 대수기하학은 이러한 단순한 곡선 연구에서 출발하여, 추상대수학의 개념들—특히 환론, 아이디얼, 체론, 그리고 군론—을 사용하여 기하적 대상을 더 깊이 있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현대적 관점에서 대수기하학은 단순히 방정식의 해집합을 연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킴(scheme) 이나 다양체(variety) 같은 추상화된 구조를 통해 기하학과 대수학을 보다 일반적이고 통합된 방식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대수기하학은 수론, 암호학, 위상수학, 미분기하학, 심지어 이론물리학에까지 응용 범위를 확장하였다. 특히 앤드루 와일스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 대수기하학적 방법이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현대 암호학의 핵심인 타원곡선 암호 또한 대수기하학의 연구 성과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대수기하학은 방정식과 공간의 본질적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대수적 도구와 기하적 직관이 긴밀히 얽혀 있는 수학의 가장 심오하고 아름다운 분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역사[편집]
대수기하학은 초기에는 데카르트 좌표계 위에 유한개의 대수방정식들을 만족하는 해들의 자취로 표현되는 대상, 이른바 대수다양체를 연구하는 기하학 분야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한 발달을 거치면서, 그 연구 대상이 점점 확대되다가 20세기 중반 이후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에 의해서 굉장히 일반화 된 스킴이 탄생하면서부터 전통적인 복소대수기하학에서부터 정수론까지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는 기본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1]
19세기 이전[편집]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원뿔 곡선 및 이차 곡면과 같은, 간단한 실수 대수다양체들을 연구하였다. 또한, 고대의 수학은 대수학 대신 기하학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대수적인 문제들을 기하학적인 문제로 변환시켜 푸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10세기 수학자 이븐 알 하이삼 및 11세기 수학자 오마르 하이얌은 3차 방정식을 곡선의 교차점을 사용하여 풀었다.
프랑수아 비에트와 르네 데카르트는 좌표계를 사용하여, 기하학적인 문제들을 대수적인 문제로 어떻게 변환시킬 수 있는지 발견하였다. 동시대의 블레즈 파스칼과 지라르 데자르그는 순수하게 기하학적인 방법으로 사영기하학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 미적분학의 발견과 함께 해석적인 방법들이 도입되면서, 기하학의 대수적 접근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었다.[1]
19세기 ~ 20세기 초[편집]
19세기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아벨 함수의 발견으로 인하여, 잊혀졌던 대수적 기법들이 다시 중요해졌다. 아서 케일리는 사영 공간 위의 이차 형식을 연구하였고, 펠릭스 클라인은 에를랑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영기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고, 쌍유리 변환의 개념을 정의하였다. 또한, 아벨 적분의 발견으로 베른하르트 리만은 리만 곡면을 정의하였고, 리만-로흐 정리를 증명하였다.
이 동안, 대수기하학의 기반이 되는 가환대수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다비트 힐베르트는 힐베르트 영점 정리 및 힐베르트 기저 정리를 증명하였고, 프랜시스 매콜리(영어: Francis Macaulay)는 소거 이론(영어: elimination theory)을 개발하였다. 이는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이후 최근 특이점 이론의 기반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귀도 카스텔누오보, 페데리고 엔리퀘스, 자코모 알바네세, 파스콸레 델 페초, 프란체스코 세베리, 주세페 베로네세 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학파는 대수다양체들을 쌍유리 동치 아래 분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들은 모든 대수 곡면들을 분류하는 데 성공하였다 (엔리퀘스-고다이라 분류). 그러나 이들의 업적은 공리적으로 엄밀하지 못했고, 상당 부분은 훗날 오류로 밝혀졌으나 다른 부분들은 후대에 엄밀하게 재증명되었다.[1]
20세기 중반 이후[편집]
바르털 레인더르트 판데르바르던과 오스카 자리스키, 앙드레 베유는 당시 존재하는 가환대수학을 사용하여, 이탈리아 학파의 결과들을 엄밀한 기반으로 재증명하였다.
1950 ~ 1960년대 동안에 장피에르 세르와 알렉산더 그로텐디크는 층 이론을 사용하여 대수기하학의 기초를 재정의하였다. 1960년대 동안에 그로텐디크는 스킴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스킴 이론과 호몰로지 대수학을 사용하여 대수적 수론을 대수기하학의 일부로 흡수하였다.
20세기 말에 와서는 컴퓨터의 발달로 계산 대수기하학이 발달하였다. 그뢰브너 기저는 1956년에 도입되었고, 대수기하학적 알고리즘들의 기반을 이룬다. 또한, 타원 곡선의 이론은 타원곡선 암호로 응용되었다.[1]
분야[편집]
대수기하학의 주된 분야로는 다음이 있다.
- 고전적 대수기하학은 복소수와 같은 대수적으로 닫힌 체에서의 대수다양체의 분류를 목표로 한다. 즉, 주어진 차원에서 대수다양체의 쌍유리 동치에 대한 동치류를 열거하고, 또한 주어진 대수다양체 속에서 부분다양체로 존재하는 대수다양체들의 동치류를 분류한다.
- 불변량 이론(영어: invariant theory)은 군의 대수다양체 위의 작용을 연구한다. 현대 대수기하학에서, 이는 데이비드 멈퍼드의 기하 불변량 이론(영어: geometric invariant theory)으로, 스킴의 언어로 재정의되었다.
- 교차 이론(영어: intersection theory)은 대수기하학 위에, 대수적 위상수학의 호몰로지와 유사한 구조들을 정의하는 이론이다.
- 산술기하학은 유리수체나 대수적 수체 위의 스킴을 다룬다. 예를 들어,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이러한 스킴을 정의한다. 이 경우, 수론적인 문제를 기하학적인 문제로 재해석하여, 기하학적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 실수 대수기하학(영어: real algebraic geometry)은 복소수 대신 실수 위의 초곡면들을 다룬다. 이 경우, 실수가 대수적으로 닫힌 체가 아니기 때문에 복소수의 경우 등장하지 않는 여러 현상들이 존재한다.
- 특이점 이론(영어: singularity theory)에서는 대수다양체의 특이점을 분류 · 연구한다.
- 계산 대수기하학(영어: computational algebraic geometry)에서는 주어진 대수다양체의 성질들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다룬다.
- 비가환 대수기하학(영어: noncommutative algebraic geometry)은 스킴이 국소적으로 가환환인 것과 반대로, 비가환 대수적 구조들을 기하학적 기법들로 다룬다. 이는 (해석적) 비가환 기하학에 대응한다.[1]
학습 시 특징[편집]
주관적인 내용이므로 주의바람.
- 통상적 기하학과는 다른 종류의 체계가 있다.
대수기하학에도 기하학에서 나오는 위상, 다발(bundle), 함수들의 층(sheaf), 접평면, 차원, 미분형식, 호몰로지 등의 개념이 있지만, 그 정의는 통상적인 기하학과 다르다. 우선 대수다양체에는 보통 생각하는 유클리드 공간의 위상 대신 자리스키 위상(Zariski topology)을 적용하는데, 이것 하나 때문에 위상수학에서 생각하는 대부분의 방법들이 같은 형태로 적용되지 못한다. 콤팩트성도 무용지물이어서 고유 사상(proper morphism)으로 갈음된다. 호몰로지, 코호몰로지의 개념도 정의가 딴판이다. 무서운 점은 이 완전히 다른 체계도 나름대로 잘 맞아 돌아가고, 기존 체계와 비슷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 대수학적 접근이 많지만 목적은 기하학에 더 가깝다.
대수기하학 개념들을 정의하는 초반에는 위상공간과 층을 다루는 것을 제외하면 대수학이 주로 사용된다. 대수기하학이 주로 다루는 공간인 스킴(scheme) 자체가 환의 스펙트럼 SpecR들을 붙여 놓은 공간이므로, 이 공간의 성질을 묘사하려면 환 또는 환 사이의 준동형사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익숙해진 후에는 이런 국소적인 논의를 건너뛰고 범주론적으로 보편 성질(universal property) 등을 이용해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기하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어떠한 방식을 택하든 학습 초반에는 결국 환 위에서 대수학 증명을 하게 되므로 대수과목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편이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면 차수니 교차점이니 기하학적 대상들이 등장하고, 가면 갈수록 순수한 가환대수와는 차별화된 부분을 만나게 된다. 순수 대수학으로 보였던 것도 나중에 가면 기하학을 끌어와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던 도구라는 것이 밝혀지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환대수학이 새로운 '기하학적' 의미를 얻기도 한다. 결국에 대수기하학이 궁극적으로 답하고자 하는 것은 공간의 성질이지 단순히 개별 환의 성질이 아니고, 대수기하학에서 쓰는 대수학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다만 배우는 입장에서 이게 와 닿을려면 고생을 오래 해야 되는 게 문제다. 보통 두 학문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학문은 뒤에 오는 학문이 주요 학문이고 앞의 학문은 수식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수기하학도 이렇게 해석하면 대수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기하학이라고 볼 수 있다. 해석기하학이 해석학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기하학이므로 해석학보다는 기하학에 더 가까운 것과 같은 원리이다.
- 함수들의 모임이 곧 도형이다.
공간의 요소들이 그 위에 정의된 함수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고방식은 미적분학의 미분형식과 스토크스 정리, 여기서 더욱 나아간 드람 코호몰로지, 일반적 호몰로지와 코호몰로지, 푸앵카레 쌍대성(Poincare duality) 등의 아이디어들에서 이어져 왔다. 더 나아가선 공간의 정의부터가 그 위에 정의된 함수 구조와 뗄레야 뗄 수 없다. 대수기하학은 아예 한발짝 더 나아가서, 공간 위에서 함수가 정의되는 게 아니라 함수가 공간을 정의하고 결정짓는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킴의 정의가 그렇고, 근본적 대상으로 생각해 왔던 점(point)의 개념부터 바뀌는 데에서 충격을 받는다. 나중에 가면 그로텐디크 위상(Grothendieck)에서 위상 공간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리는 등 이 사고방식은 갈수록 심해진다. 흥미롭게도 대수기하학이 아닌 다른 기하학 분야를 깊게 들어가도 이 현상이 나타나는데, 위상수학에서 처음에 호몰로지의 쌍대공간 정도로 생각되었던 코호몰로지가 나중 가면 더욱 근본적으로 느껴지는 예시가 있다. 어쨌든 대수기하를 처음 접할 때 직관을 벗어나는 첫 부분이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면 좋다.
- 어렵다.
모든 수학 분야가 그렇듯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보통 수학과 커리큘럼에서 대수기하학은 고전적 개론조차 학부 끝자락이나 석사 과정에서야 편성되어 있고,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학부 코어 과목은 물론이고 대학원 석사 기본 과목들을 모조리 섭렵한 후 가환대수학과 호몰로지 대수라는 대학원 레벨 대수학 과목을 선수과목으로 배워야 한다. 몇몇 학교에서는 학부에 '대수기하학개론'이라는 과목이 열리기도 하는데, 이 과목을 듣기 위해 최소한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현대대수학1, 현대대수학2, 위상수학, 미분기하학개론, 복소해석학이다. 최소한 이것들을 알아야 한다는 거지, 많이 알수록 좋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언제 얻어올지 모르니 다른 분야 쪽 과목(복소다양체, 미분기하학)을 열심히,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이 모든 과목에서 주요한 테크닉으로 쓰이는 범주론 같은 수학기초론 과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추가로 이 분야를 제대로 전공하려면 그로텐티크가 쓴 바이블인 EGA(Eléments de géométrie algébrique)와 SGA(Séminaire de géométrie algébrique)를 접해봐야 하는데, 문제는 이거 프랑스어로 써진 프랑스책이다. 게다가 EGA는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즉, 프랑스어도 공부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을 공부한 사람들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초반에 직관성에 어긋나는 부분을 끊임없이 던지며 독특한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수기하학은 온갖 분야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비전공자들이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2]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