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화학
핵화학(核化學, nuclear chemistry)은 원자핵의 여러 가지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원자핵붕괴에 의해서 생성된 동위원소를 주로 하는 인공방사성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화학의 한 부문으로 원자핵화학이라고도 불린다.
넓은 뜻에서는 원자핵반응 전반을 다루는 것이라 하여 원자핵물리학과 거의 같은 것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인공방사성원소의 양이 미량이었기 때문에 운반체를 가해서 정성적(定性的)으로 그 화학적 성질을 조사하였으나, 최근에는 인공원소도 많이 만들어지게 되어 초미량화학적 조작에 의해서 운반체를 사용하지 않고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목차
개요[편집]
핵화학은 원자핵에 대해 연구하는 화학이다. 핵화학은 방사능, 핵 과정, 핵 변형 및 핵 특성과 같은 원자핵의 변형을 다루는 화학의 하위 분야이다.
핵 공정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장비(예: 원자로)와 관련된 화학과 함께 악티나이드, 라듐 및 라돈과 같은 방사성 원소의 화학이다. 여기에는 정상 및 비정상 작동 조건(예: 사고 중)에서의 표면 부식 및 움직임이 포함된다. 중요한 영역은 핵폐기물 저장 또는 처분 장소에 배치된 후 물체 및 물질의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살아있는 동물, 식물 및 기타 물질 내에서 방사선 흡수로 인한 화학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방사선 화학은 방사선이 분자 규모의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사선 생물학의 많은 부분을 제어한다.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방사선은 유기체 내에서 생화학 물질을 변경하고, 생체 분자의 변경은 유기체 내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을 변경한다. 이러한 화학적 변화는 생물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핵화학은 의학적 치료(예: 암 방사선 요법)의 이해를 크게 돕고 이러한 치료를 개선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공정을 위한 방사성원의 생산 및 사용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여기에는 의료 응용 분야의 방사선 요법이 포함된다: 산업, 과학 및 환경에서 방사성 추적자의 사용, 폴리머와 같은 물질을 수정하기 위한 방사선 사용 등.
또한 인간 활동의 비방사성 영역에서 핵 과정의 연구 및 사용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핵 자기 공명(NMR) 분광법은 일반적으로 합성 유기 화학 및 물리 화학과 거대 분자 화학의 구조 분석에 사용된다.
원자핵의 방사능 붕괴와 핵변환[편집]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 과정에서 원자핵은 변하지 않으며,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 구름이 화학 결합에 따라 달라지나, 이에 반해 핵반응에서는 원자핵이 달라져 원소 자체가 변화한다.
일부 원소의 동위원소는 불안정하여 원자핵이 변화하면서 보다 안정한 원소가 된다. 이 방사능 붕괴 과정에서 입자 또는 전자기 복사선을 방출하며, 이를 방사성(radioactivity)이라고 한다. 원자 번호가 83보다 큰 원소들은 모두 방사성 원소이며, 예를 들어 폴로늄 동위원소 폴로늄-210 (²¹⁰₈₄Po)은 α입자를 방출하고 ²⁰⁶₈₂Pb로 붕괴한다. 이를 핵반응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²¹⁰₈₄Po → ²⁰⁶₈₂Pb + ⁴₂α
아주 높은 에너지로 충돌한 원자는 핵변환(nuclear transmutation)을 통해 새로운 원소로 변할 수 있다.
예로 대기 중 질소 동위원소인 ¹⁴₇N은 태양으로부터 온 중성자 ( ¹₀N)를 포획하여 ¹⁴₆O와 ¹₁H로 변환한다.
¹⁴₇N + ¹₀N → ¹⁴₆O + ¹₁H
방사능 붕괴와 핵변환 모두 핵반응(nuclear reactions)이다.
핵반응의 기본 입자들[편집]
핵반응 과정에서 양성자, 중성자 또는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들이 방출되기도 한다. 다음은 핵반응에서 방출되는 각각의 기본 입자와 질량수 및 전하량이다.
- 양성자(proton, ¹₁H) : 질량수 1, 전하량 1.
- 중성자(neutron, ¹₀n) : 질량수 1, 전하량 0.
- 전자(electron, ₋₁⁰β) : 질량수 0, 전하량 –1.
- 양전자(positron, ₊₁⁰e 또는 ₊₁⁰β) : 질량수 0, 전하량 +1.
- α입자( ⁴₂He 또는 ⁴₂α) : 질량수 4, 전하량 2.
핵반응을 기술하는 반응식에서 반응 전후 기본 입자의 질량수 합과 핵전하 합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폴로늄의 핵반응에서 폴로늄-210의 질량수는 210인데, 반응 후 납-206과 α입자의 질량수를 더하면 210이다. 또한 폴로늄의 핵전하 84는 반응 후 납의 핵전하 82와 α입자의 핵전하 2를 더한 84와 같다.
방사성 동위원소와 원자핵의 안정성[편집]
원자핵은 원자 부피 중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지만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핵의 반지름이 대략 5fm인데 이 안에 같은 전하를 띤 양성자들이 갇혀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 사이의 강한 정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하고 양성자들을 좁은 공간에 가둘 수 있을 만큼 강한 핵력을 통해 안정화된다.
원자핵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중성자 대 양성자 비(neutron-to-proton ratio, n/p)이다. 동위원소 중에는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너무 많거나 또는 너무 적어 불안정하기 때문에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다.
안정한 n/p에 비해 중성자가 많은 경우 원자핵에서 β 입자를 방출하면서 다음과 같이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핵반응이 일어난다.
¹₀n → ¹₁p + ₋₁⁰β
이와 같은 반응의 예로 다음과 같은 핵반응을 들 수 있다.
β입자 방출 :
¹⁴₆C → ¹⁴₇N + ₋₁⁰β
⁴⁰₁₉ K → ⁴⁰₂₀Ca + ₋₁⁰β
이에 반해 안정한 n/p에 비해 중성자가 적은 경우 중성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핵에서 양전자를 방출하거나, 전자를 포획하는 핵반응이 일어난다.
양전자 방출 : ³⁸₁₉ K → ³⁸₁₈Ar + ₊₁⁰β
전자 포획 : ³⁷₁₈Ar + ₋₁⁰e → ³⁷₁₇Cl
양성자들이 모인 원자핵이 안정한 이유[편집]
핵자당 결합 에너지를 이용하여 원자핵의 안정성을 비교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원자핵을 구성할 때 그 질량은 양성자와 중성자 각각을 모두 합한 질량보다 작으며, 이를 질량 결손(mass defect)이라고 한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원자핵을 구성할 때 질량 결손에 해당하는 에너지(∆E=∆mc²)를 주위에 방출하고 그만큼 안정해진다. 이 질량 결손 에너지를 핵자의 수로 나누면 핵자당 결합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질량수에 대한 핵자당 결합 에너지를 보면 원소들의 상대적인 안정성이 철, 코발트, 니켈 부근에서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편집]
핵분열( 核分裂, nuclear fission)은 보통 우라늄, 플루토늄같이 질량수가 큰 원자가 중성자와 충돌해 가벼운 원자 2개(핵분열 생성물)로 쪼개지는 핵반응이다. 1938년 독일의 물리학자 슈트라스만과 한은 에너지가 낮은 중성자(열중성자)를 우라늄-235에 충돌시켰을 때, 우라늄이 분열되며 그 과정에서 중성자 2~3개와 함께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핵분열 물질로는 우라늄-233, 우라늄-235, 플루토늄-239 등이 있으며, 약 40여 가지 핵분열 반응이 알려져 있다. 핵분열 과정에서 질량 결손이 발생하며 질량 결손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방출된다.
예를 들어, 우라늄이 스트론튬과 제논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200MeV 정도의 에너지가 방출돼 또 평균 2MeV의 운동 에너지를 가진 고속중성자 여러 개를 방출된다. 이 고속중성자는 주변 핵분열 물질의 연속적인 핵분열을 유도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핵분열 연쇄 반응이 원자로 내부에서 지속하도록 제어하고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은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력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다.
핵융합으로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편집]
핵분열과 달리 수소와 같은 원자는 작은 원자핵이 결합하여 큰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核融合, nuclear fusion)을 거쳐 더 안정한 원자핵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핵분열에서처럼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융합 반응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열핵 반응(thermonuclear reaction)이라고 부른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 온도가 1500만도 이상이어서 핵융합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인공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에 가두어 유지할 수 있는 토카막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국제핵융합실험로)를 비롯한 여러 실험용 원자로를 통해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분야[편집]
방사성 동위원소는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농업 분야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반응 메커니즘, 연대 측정, 구조 결정, 광합성 원리 규명 등 학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의학에서는 진단용으로 여러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한다. 소듐-24 (²⁴Na)는 반감기가 14.8 시간인 베타 (β) 방출체로 염 용액 상태로 혈관에 주사하면 피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어 순환기 계통 내에서 막힘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또한 아이오딘-131 (¹³¹I)은 반감기가 8일인 베타 방출체로 갑상선 기능 검사에 사용된다. 또 다른 아이오딘-125 (¹²⁵I)는 감마선 (ɤ) 방출체로 췌장, 간, 갑상선 영상을 찍는 데 이용된다. 테크네튬(Tc-99m, ⁹⁹m Tc) 또한 다양한 장기, 뼈, 태반 위치 촬영 등의 진단용으로 사용되는 감마선 방출체이다. 이외에도 의학에 이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들로는 ¹⁸F(뇌 촬영, 골격 스캔), ³²P(눈, 뇌와 피부암), ⁴³K(심근 스캔), ⁴⁷Ca(칼슘 대사), ⁵¹Cr(적혈구 세포의 부피, 비장 촬영,태반 위치), ⁶⁰Co(의료 장비 살균, 암치료) 등이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식품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데 방사선을 이용한다. 농작물 종자에 방사선을 조사하여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면 비타민 아미노산을 파괴하거나 하이드록실 라디칼 같은 반응성이 큰 화학종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만큼보다 정확한 영향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편집]
최근 방사성 라돈(Rn)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대 재생산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는 자연 방사선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방사선 노출량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능의 기본 단위는 퀴리(Curie, Ci)이고 1 퀴리는 1 초 동안 원자핵 3.70 x 1010개가 붕괴하는 양이다. 이는 라듐(Ra) 1g이 붕괴하는 속도와 같다. 이와 유사한 단위인 베끄렐 Becquerel, Bq)은 1초 당 원자핵 하나가 붕괴하는 것으로 1Ci = 3.70 x 10¹⁰Bq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방사선에 노출될 때 방사능의 세기는 붕괴 수뿐만 아니라 방사선의 에너지와 종류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흡수된 방사선 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라드(rad, radiation absorbed dose, 흡수된 방사선 양)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rad는 물질 1kg이 1 x 10-2J 을 흡수한 방사선 양을 나타낸다.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은 흡수된 방사선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출된 기관이나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영향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방사선 투여량에 RBE(상대적인 생물학적 영향) 인자를 곱해서 렘(rem, roentgen equivalent for man, 인체에 대한 뢴트겐 당량)을 사용한다. 통상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로 시버트(Sievert, Sv)가 있는데 시버트와 렘과는 다음의 관계가 있다.
1rem = 0.01Sv = 10mSv = 10,000μSv
우리는 우주, 땅, 병원, 항공 여행에서 방사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데 연간 평균 방사선 조사량은 약 133 - 188mrem(1.33 - 1.88mSv)이다. 인공 방사선에 대한 연간 최대 허용량은 약 500mrem(5mSv) 정도이다. 방사선 수십rem(약 50 - 200rem)을 짧은 기간에 받으면 백혈구가 감소하고 합병증이 생기고, 500rem 이상을 쪼이면 수 주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뇌종양 치료는 수술이 매우 어렵고 X선이나 ɤ선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붕소 중성자 포획 치료(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BNCT)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암세포에 안정한 붕소의 동위원소(¹⁰B)를 축적한 후 저에너지 중성자 빔을 조사하여 붕소를 리튬(⁷₃Li)으로 변환시켜 방출되는 α 입자들이 바로 인접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¹⁰₅B + ¹₀n → ⁷₃Li + ⁴₂α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