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간드
리간드(ligand)는 수용체와 같은 큰 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리간드는 생체 내의 중요한 요소이자 의약품의 개발 및 사용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한다. 리간드에 대해 살펴보면 크게 2가지의 관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화학적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이다.
목차
화학적 관점의 리간드
리간드(ligands)는 배위 화학(coordination chemistry)에서 중심 금속 원자에 결합하여 배위 착화합물(coordination complex)을 형성하는 이온 또는 분자를 뜻한다. 이때 금속과의 결합은 일반적으로 하나 이상의 리간드로부터 전자쌍을 제공받아 이루어진다. 금속-리간드 결합의 특성은 공유 결합에서 이온 결합까지 다양하며 그 결합 차수(bond order)는 일반적으로 1~3의 범위이다. 매우 드물게 루이스 산(Lewis acid)의 특성을 갖는 리간드도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루이스 염기(Lewis base)이다. 착화합물에 결합된 리간드의 종류에 따라 리간드 치환(ligand substitution) 반응, 리간드 자체 반응, 산화환원(redox)을 포함하여 중심 원자의 반응성이 결정된다. 리간드는 생무기(bioinorganic), 의약 화학(medicinal chemistry), 균일 촉매(homogeneous catalysis), 및 환경 화학(environmental chemistry) 등의 영역 특성에 알맞게 선택해야 한다. 리간드는 전하, 크기, 결합에 참여한 원자의 종류, 금속에 전달된 전자의 개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리간드의 원추 각(cone angle)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역사
1800년대 초반부터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FeK[Fe(CN)6])와 담반(copper vitriol, CuSO₄(H₂O)x, x = 0~5)과 같은 배위 착화합물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화학자 베르너(A. Werner)는 배위 화합물의 화학식과 이성질체(isomers)와의 관계를 설명할 혁신적인 이론을 제안했는데, 그는 금속이 팔면체 기하구조를 가지고 여섯 개의 리간드를 가진다면, 그 당시 다양한 코발트(III) 및 크로뮴(III) 화합물의 화학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냈다. 이 이론으로 염화 코발트암민 화합물에서 배위 결합한 염소 이온과 이온성 염소 이온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이성질체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베르너는 헥솔(hexol,{[Co(NH₃)₄(OH)₂]₃Co}(SO₄)₃)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배위 착화합물의 광학 이성질체(optical isomers)를 합성하여 분자 비대칭성(chirality)이 탄소 화합물과 필수적인 관련이 있다는 이론을 뒤엎었다. '리간드'라는 용어는 규소 화학과 관련해서 스톡(A. Stock)과 소미스키(C. Somiesky)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강한 장과 약한 장 리간드
일반적으로 착화합물에서 리간드는 전자 주개(electron donor)로, 금속은 전자 받개(electron acceptor)로 각각 간주하는데, 이것은 리간드와 중심 금속의 결합에 있어서 서로서로 하나씩 전자를 제공하는 대신, 리간드가 고립 전자쌍(lone pair of electrons)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합은 종종 분자 오비탈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을 이용하여 기술할 수 있는데, 착화합물의 가장 높은 준위가 채워진 분자 오비탈
(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HOMO))는 주로 리간드나 금속의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리간드와 금속 이온 사이의 결합은 다르게 나타낼 수 있는데, 그중 단단하고 무른 산과 염기(hard soft acids and bases, HSAB) 이론은 리간드와 금속의 ‘경도(hardness)’에 중점을 둔다. 금속 이온은 특정 리간드에 먼저 결합하는데, 일반적으로 ‘단단한(hard)’ 금속 이온은 약한 장 리간드(weak field ligands)를 선호하는 반면 ‘무른(soft)’ 금속 이온은 강한 장 리간드(strong field ligands)를 선호한다. 분자 오비탈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에 따르면 리간드의 HOMO는 금속의 가장 낮은 준위가 비어있는 분자 오비탈 (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 LUMO)와 겹치는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강한 장 리간드에 결합한 금속 이온은 전자 쌓음 원리(Aufbau principle)를 따르지만, 약한 장 리간드에 결합된 착물은 훈트 규칙(Hund's rule)을 따른다.
금속과 리간드의 결합은 생성된 착화합물의 특성, 반응성을 결정하는 새로운 HOMO및 LUMO, 채워졌거나 부분적으로 전자가 채워질 수 있는 d-오비탈이 포함된 분자 오비탈 로부터 설명된다. 결정장 이론(crystal field theory)에 따르면 자유 상태에서 금속의 겹쳐진 5 개 d-오비탈이 팔면체 결정장 환경에서 아래와 같이 2개와 3개의 오비탈 세트로 갈라진다.
에너지가 낮은 3개의 오비탈
- dxy, dxz, dyz
에너지가 높은 2개의 오비탈
- dz², dx²−y²
이 두 세트의 d-오비탈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팔면체 갈라짐 에너지(octahedral splitting energy, Δo)라고 하며 Δo의 크기는 리간드에 의한 장의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정의에 의해 강한 장 리간드는 약한 장의 그것보다 Δo가 크다. Δo의 크기에 따라 리간드를 분류할 수 있고, 그 순서는 대부분의 금속 이온에 대해 거의 변하지 않기에 이를 분광화학적 계열(spectrochemical series)이라고 부른다.
O₂²⁻< I⁻ < Br⁻< S²⁻< SCN⁻(S원자 결합) < Cl⁻ < N₃⁻ < F⁻< NCO⁻ < OH⁻ < C₂O₄²⁻≈ H₂O < NCS− (N원자 결합) < CH₃CN < 글리신(glycine, gly) < 피리딘(pyridine, py) < NH₃ < 에틸렌다이아민(ethylenediamine, en) < 2,2’-바이피리딘(2,2'-bipyridine, bipy) < 1,10-페난트롤린(1,10-phenanthroline, phen) < NO₂⁻ < PPh₃ < CN⁻ < CO
리간드가 낮은 에너지의 LUMO를 갖는 경우, 이 비어 있는 오비탈도 결합에 참여할 수 있는데, 역결합(back-bonding)으로 알려진 결합을 통해 추가로 금속으로부터 리간드로 전자 밀도를 제공함으로써 금속-리간드 사이의 결합이 더욱 안정화될 수 있다. 특히 카보닐(CO) 리간드는 역결합을 통해 금속과 강하게 결합하는 좋은 예이며, 낮은 에너지의 채워진 오비탈을 가진 리간드는 π 주개로 작용할 수 있다.
리간드 분류
특히 유기금속 화학 분야에서 리간드를 L과 X로 분류한다. 그린(M.L.H. Green)에 의해 잘 알려진 공유 결합 분류를 위한 "CBC(Covalent Bond Classification)" 분류 체계는 2개, 1개, 0개 전자를 제공할 수 있는 중성 리간드에 대해 각각 기호 L, X, Z로 표시되는 3개의 기본 유형이 있다는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여기서 L형 리간드는 전하 중립 전구체로부터 유도되며, 대표적으로 아민, 스핀, 카보닐, 질소 분자, 및 알켄(alkenes) 등이 있다. X형 리간드는 전형적으로 염소 이온처럼 음이온성 전구체에서 유도된다. Z형 리간드는 다른 두 가지 유형의 리간드와는 대조적으로 중심 금속으로부터 2개의 전자를 받아들이는 리간드이다. 이러한 유형의 리간드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예로는 BR₃와 같은 루이스 산 리간드이다. 예를 들어 카보닐과 트라이페닐포스핀(PPh₃)이 L에 해당하므로 카보닐 클로로 다이트라이페닐포스핀 이리듐(IrCl(CO)(PPh₃)₂)은 [MXL₃]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착화합물에 수소 분자가 산화성 첨가(oxidative addition)되어 얻어진 카보닐 클로로 다이하이드로 다이트라이페닐포스핀 이리듐(IrClH₂(CO)(PPh₃)₂은 [MX₃L₃]로 분류된다.
여러 자리 리간드와 다결합 리간드
한 리간드 분자의 여러 부분이 금속 이온과 결합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리간드 분자나 이온을 구성하는 원자들 중 둘 이상의 원자에 고립 전자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둘 이상의 원자를 통해 결합하는 리간드를 여러 자리 리간드(polydentate ligand)라고 한다. 결합 자리가 한 곳인 경우 한자리(monodentate), 두 곳인 경우 두자리(bidentate), 세 곳인 경우 세자리(tridentate) 리간드라고 한다. 두자리 리간드의 예로는 에틸렌(-CH₂CH₂-) 양쪽 말단에 아민기가 연결된 에틸렌다이아민(NH₂(CH₂CH₂)NH₂, en)이 있으며, 전형적인 여러 자리 리간드의 예로 드는 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테이토(ethylene diamine tetraacetato, EDTA)는 6개의 결합 부위를 통해 일부 금속을 완전히 둘러쌀 수 있다. 여러 자리 리간드 착화합물을 킬레이트(chelate)라고 하며 한자리 리간드로부터 유래된 착물에 비해 엔트로피(entropy) 효과에 의해 더 안정한 경향이 있다. 킬레이트 리간드는 중심 금속 원자를 부분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큰 고리를 형성하며, 결합 자리가 많고 잘 휘어지지 않는(rigid) 구조일수록 불활성이다. 헴(heme)이 좋은 예로써 철 원자는 포피린(porphyrin) 고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테트라피롤(tetrapyrrole)의 네 개 질소 원자에 결합되어 있다. 합토수(hapticity, η)는 금속 원자에 결합된 리간드의 결합에 참가한 원자들의 수를 나타낸 것으로, 이 수를 기호 에타(η)의 우측 위에 첨자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뷰타다이엔(CH₂=CH-CH=CH₂)의 경우 금속에 결합된 탄소 원자의 수에 따라 η²⁻와 η⁴⁻착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리간드의 종류
일반적인 리간드
거의 모든 분자와 이온들은 금속에 대해 리간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자리 리간드로 모든 음이온과 모든 간단한 루이스 염기가 포함된다. 따라서 할로젠과 유사할로젠 이온은 중요한 음이온 리간드이며, 암모니아, 일산화 탄소, 물은 한 자리 중성 리간드이다. 단순한 유기물도 음이온성(RO⁻및 RCO₂⁻)이나 중성(R₂O, R₂S, R₃₋xNHx, 및 R₃P) 형태의 리간드로 작용할 수 있으며, 고전적인 루이스 염기 및 음이온 이외에도 모든 불포화 분자(unsaturated molecules) 또한 π 전자를 이용하여 금속과 배위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실레인(silanes), 탄화수소, 이수소(dihydrogen)와 같은 리간드도 금속과 σ 결합에 의해 착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양쪽자리성 리간드(ambidentate ligand)
여러 자리 리간드와는 달리, 양쪽자리성 리간드는 중심 금속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 자리가 두 곳이며, 예를 들어 싸이오사이안산 이온(SCN⁻)의 경우 황과 질소 원자가 금속과 결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러한 착화합물은 결합 이성질체(linkage isomer)를 형성할 수 있다.
가교 리간드(bridging ligand)
가교 리간드는 둘 이상의 중심 금속과 연결되는데, 사실상 모든 간단한 화학식을 갖는 고체 상태의 무기화합물들은 이러한 리간드에 의해 연결된 배위 고분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무수 이성분 금속 할로젠화물과 유사할로젠화물들이 포함된다. 가교 리간드 착화합물 중 일부는 용액 생태에서도 유지된다. 동시에 2개 또는 3개의 금속과 결합할 수 있는 탄산염과 같은 다원자 리간드(polyatomic ligands)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할 때 금속을 연결하는 원자를 종종 'μ'라는 접두어를 사용하여 표시한다.
생물학적 관점의 리간드
리간드의 결합은 일반적으로 수용체 단백질에게 입체구조의 변화를 유도한다. 체내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예에는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리간드 개폐성 이온 통로가 있다.
시냅스 간의 신경 신호 전달과정에서 화학적 시냅스가 나타나게 되는데 절전 뉴런에서 칼슘이온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소포에서 방출되게 되고, 이 신경전달물질이 리간드로 작용하여 절후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해 변화를 유발한다. 리간드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있는데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는 리간드 의존성 수용체이기 때문에 아세틸콜린이 리간드로 결합되어야 작용한다.
리간드 의존성 수용체들은 리간드의 농도를 변화시켜 조절할 수 있기에 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이러한 기전이 많이 사용된다. 하나의 예로 네오스티그민(neostigmine)은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acetylcholinesterase)를 억제시켜 신호전달 후에 일어나는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고 아세틸콜린 농도가 높게 유지되도록 한다. 그 결과 신경 신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어 반응에 예민해지게 된다. 리간드 수용체와 관련해 약을 개발할 때는 경쟁적이거나 또는 비경쟁적 저해제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한다.
체내의 중요한 역할
리간드는 2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설명이 되지만 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의약품의 개발에 있어서 약이 특정 중금속을 잡아내거나 특정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등의 응용분야가 넓기에 미래 신약개발에서 리간드 관련 분야의 활용에 기대가 크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