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발효(醱酵, fermentation)는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기게 하는 작용을 말한다.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을 이른다. 술, 된장, 간장, 치즈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
개요
발효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 또는 그 결과물을 의미한다. 즉,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을 이용해 육종하는 과정을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을 말한다. 부패와 동일한 의미지만, 통상적으로 그 결과물이 인간의 건강에 이롭거나 처음에는 해롭더라도 나중에 이로운 것의 재료가 될 때 발효라 하고 결과물이 인간에게 항상 해롭거나 최소한의 이로움도 주지 않을 때 부패로 구분한다. 엄밀한 정의로는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유기물의 산화 과정에서 최종적인 전자 수용체가 유기물일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발효 부산물로는 알코올, 산 등이 있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누룩곰팡이와 효모, 유산균이 제일 유명하다.
발효의 생성물은 유기산, 가스 또는 알코올이다. 발효는 효모와 세균에서 일어나고, 또한 젖산 발효의 경우처럼 산소가 결핍된 근육 세포에서도 일어난다. 발효의 과학은 발효학(영어: zymology)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에서 발효는 유기 영양소를 혐기적으로 분해하여 ATP를 생산하는 주요 수단이다. 사람은 신석기 시대부터 식량과 음료를 생산하기 위해 발효를 이용해 왔다. 예를 들어 발효는 피클, 김치, 요구르트와 같은 신맛이 나는 음식에서 보존을 위해 젖산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며, 포도주, 맥주, 막걸리와 같은 주류를 생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발효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위장관 내에서 일어난다.
"발효(ferment)"라는 단어는 끓이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인 "fervere"에서 파생되었다. 발효라는 말은 14세기 후반에 연금술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사용에 한정된다. 발효라는 말은 대략 1600년대까지 현대 과학적인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았다.[1][2]
역사
신석기 시대부터 술을 만들기 위해 발효를 사용해 왔다. 이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7000~6600년 사이에 중국 지아후의 문서, 기원전 5000년 인도의 아유르베다에 많은 약용 포도주에 대한 언급, 기원전 6000년의 조지아, 기원전 3150년의 고대 이집트, 기원전 3000년 바빌론, 기원전 2000의 스페인 정복 이전의 멕시코, 기원전 1500년의 수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발효 식품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종교적으로 중요하다. 발트 신화에 등장하는 "Rugutis"는 발효의 신으로 숭배받았다.
1837년에 카냐르 드 라 투르(Charles Cagniard de la Tour), 테오도어 슈반(Theodor Schwann), 프리드리히 트라우고트 퀴징(Friedrich Traugott Kützing)은 현미경 관찰을 통해 효모가 출아법에 의해 생식하는 생물이라는 결론을 내린 논문을 독자적으로 발표했다. 슈반은 효모를 죽이기 위해 포도 쥬스를 끓인 다음 새로운 효모를 다시 첨가할 때까지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앙투안 라부아지에를 비롯한 많은 화학자들은 발효를 단순한 화학 반응으로 간주하여 살아있는 생물이 발효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하였다. 이것은 생기론으로의 복귀로 여겨졌고, 유스투스 폰 리비히와 프리드리히 뵐러는 익명의 출판물에서 이를 풍자하였다.
1850년대와 1860년대에 루이 파스퇴르가 슈반의 실험을 반복하고, 일련의 연구를 통해 발효가 생물에 의해 개시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발효 연구의 전환점이었다. 1857년에 파스퇴르는 젖산 발효가 생물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860년에 파스퇴르는 세균이 우유의 산성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전에는 우유의 산성화가 단지 화학적인 변화일 뿐이라고 생각되었었다. 그리고 미생물이 식품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한 파스퇴르의 연구는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의 양조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파스퇴르는 1877년에 《맥주에 관한 연구(Etudes sur la Bière)》라는, 발효에 관한 유명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1979년에 《발효에 관한 연구(Studies on fermentation)》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번역되었다. 파스퇴르는 발효를 "공기가 없는 생명"이라고 정의했지만(현재의 관점에선 잘못된 정의), 특정 유형의 미생물이 특정 유형의 발효 및 특정 최종 산물을 야기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살아있는 미생물의 작용의 결과로 발효가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획기적이었지만, 발효 과정의 기본적인 성질을 설명하지는 못 하였다. 파스퇴르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은 효모에서 발효 효소를 추출하는 데 실패했다. 1897년 독일의 화학자 에두아르트 부흐너는 발효 효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였는데, 부흐너는 효모를 갈아서 효모 추출액을 얻은 후, "죽은" 효모 추출액이 마치 "살아있는" 효모와 흡사하게 설탕 용액을 발효시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드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부흐너의 발효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는 생화학의 시작으로 간주된다. 비조직화된 발효 효소들은 조직화된 것처럼 행동했다. 이때부터 효소(enzyme)이라는 용어는 모든 발효물에 적용되었다. 그런 다음 발효가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효소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흐너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0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미생물학 및 발효 기술의 발전은 현재까지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예를 들어, 1930년대에는 물리적, 화학적 처리로 돌연변이가 된 미생물이 높은 수율, 빠른 성장, 산소 부족에 대한 내성, 보다 농축된 배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균주 선택과 잡종화 기술 또한 개발되어 대부분의 현대 발효 식품에 영향을 미쳤다.[1]
생성 물질
생성 물질에 따라 분류하면 유명한 발효로 알코올 발효, 젖산 발효, 아세트산 발효가 있다. 알코올 발효로 유명한 것은 물론 술이고, 젖산 발효는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이 있으며, 아세트산 발효는 식초가 대표적이다.
에탄올 발효
에탄올 발효(ethanol fermentation) 또는 알코올 발효(alcoholic fermentation)는 효모와 같은 부류의 혐기성 세균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놓일 경우 시행하는 대사과정으로 1몰의 포도당이 분해될 때 2몰의 ATP와 2몰의 에탄올, 그리고 2몰의 이산화 탄소가 생성된다.
에탄올 발효에서 1분자의 포도당은 2분자의 에탄올과 2분자의 이산화 탄소로 변환된다. 에탄올 발효는 빵 반죽을 부풀게 하는 데 사용되는데 발효 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는 빵 반죽을 팽창시킨다. 포도주, 맥주, 막걸리, 증류주와 같은 주류에 들어있는 에탄올은 술에 취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사탕수수, 옥수수, 사탕무를 포함한 공급 원료의 에탄올 발효를 통해 가솔린에 첨가되는 에탄올을 생산한다. 금붕어와 잉어를 비롯한 어류의 일부 종에서는 산소가 부족할 때 에탄올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한다(젖산 발효와 함께).
그림은 에탄올 발효 과정을 보여준다. 에탄올 발효에서 먼저 1분자의 포도당은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2분자의 피루브산으로 분해된다. 이러한 발열 반응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ATP를 생성하고, NAD+를 NADH로 전환시키는 데 사용된다. 2분자의 피루브산은 2분자의 아세트알데하이드와 2분자의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NADH로부터 에너지, 전자, 수소를 얻어 에탄올로 환원되고, NADH는 NAD+로 산화되는데, 이러한 주기는 반복된다. 이 반응은 피루브산 탈카복실화 효소와 알코올 탈수소 효소에 의해 촉매된다.
젖산 발효
젖산 발효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발효이다. 해당 과정에서 생성된 피루브산은 간단한 산화환원반응을 거쳐 젖산을 형성한다. 젖산 발효는 부산물로 가스를 생산하지 않는 유일한 호흡 과정이기 때문에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1분자의 포도당(또는 다른 6탄당)은 2분자의 젖산으로 전환된다.
- C6H12O6 → 2 CH3CHOHCOOH
젖산 발효는 혈액이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에너지를 소모할 때 동물의 근육에서 일어난다. 또한 젖산 발효는 일부 세균(예: 젖산균)과 일부 균류에서도 일어난다. 유산균은 요구르트에서 젖당을 젖산으로 전환시켜서 신맛을 내게 하는 세균의 유형이다. 동형젖산 발효(homolactic fermentation)는 최종 생성물로 주로 젖산만을 생성하는 것이고, 이형젖산 발효(heterolactic fermentation)는 일부 젖산이 추가로 대사되어 에탄올과 이산화 탄소 (포스포케톨레이스 경로를 통해), 아세트산 또는 다른 대사 산물을 생성하는 것이다.
- C6H12O6 → CH3CHOHCOOH + C2H5OH + CO2
젖당이 발효되면(요구르트와 치즈에서처럼), 먼저 포도당과 갈락토스(둘 다 같은 분자식을 가진 6탄당 이성질체들)로 전환된다.
- C12H22O11 + H2O → 2 C6H12O6
이형젖산 발효에서 젖산을 다른 화합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젖산에 의한 산성화는 생물학적 과정을 방해한다. 이는 젖산 발효 생물이 산성 환경에 부적합한 경쟁자들을 몰아내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식품이 더욱 더 긴 유통 기한을 가질 수 있게 된다(이유는 음식이 의도적으로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나 특정 시점이 지나면 산성화가 젖산을 생성하는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 고농도의 젖산(젖산 발효의 최종 생성물)은 발효가 일어날 수 있는 속도를 감소시키고, 성장을 늦추어 역평형을 유도한다.
- 젖산이 쉽게 전환될 수 있는 에탄올은 휘발성이어서 쉽게 빠져 나가므로 반응이 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CO2)도 생성되지만, 약산성이며 에탄올보다 휘발성이 높다.
- 아세트산(다른 전환 생성물)은 산성이며, 에탄올처럼 휘발성이 아니다. 그러나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젖산으로부터 아세트산의 생성은 추가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 아세트산은 젖산보다 가벼운 분자로서 주변과 수소 결합을 적게 형성하므로(수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작용기를 적게 가지기 때문에), 보다 휘발성이며 정반응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게 한다.
- 프로피온산, 뷰티르산, 더 긴사슬의 모노카복실산이 생성되면, 에탄올의 경우와 같이 소비된 포도당 1 분자당 생성되는 산의 양이 감소하여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수소 가스
수소 가스는 NADH로부터 NAD+를 재생성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유형의 발효(혼합 유기산 발효, 뷰티르산 발효, 카프로산 발효, 뷰탄올 발효, 글리옥실산 발효)에서 생성된다. 전자는 페레독신으로 전달되고, 이어서 수소화효소(hydrogenase)에 의해 산화되어 H2를 생성한다. 수소 가스는 메테인 생성균과 황산환원세균의 기질이다. 이들 미생물은 수소 농도를 낮추고, 에너지가 풍부한 화합물의 생산을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귀에서처럼 상당히 높은 농도의 수소 가스가 생성될 수 있다.
혼합 유기산 발효의 예로 Clostridium pasteurianum와 같은 세균은 포도당을 발효시켜서 뷰티르산, 아세트산, 이산화탄소, 수소 가스를 생성한다. 아세트산을 생성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 C6H12O6 + 4 H2O → 2 CH3COO− + 2 HCO3− + 4 H+ + 4 H2
포도당은 이론적으로 CO2와 H2로 전환될 수 있지만, 이러한 반응에선 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1]
아세트산 발효
아세트산 세균(Bacterium aceti)에 의해 일어나며 발효 주제에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이상해 보이지만 일단은 생성물이 완전히 산화되지 않았기에 발효로 분류한다. 반응물은 에탄올로 에탄올 1몰은 1몰의 아세트산과 1몰의 물 그리고 8몰의 ATP로 이화된다. 식초를 만들 때에는 알코올 발효와 아세트산 발효를 차례로 유도해 세균들이 아세트산을 합성하도록 한다.
- C2H5OH + O2 → CH3COOH + H2O + 8ATP
이 발효는 루이 파스퇴르가 20세기 초에 규명했다. 물론 당이나 알코올을 식초로 만드는 법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알고 있었지만, 그 발효 작용을 아세토박터 아세티(Acetobacter aceti)가 일으킨다는 것을 파스퇴르가 밝혀낸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런 변화를 생물체가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냥 화학반응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식초로 변해버린 술통의 내용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파스퇴르가 범인을 찾아냈다.
이 아세토박터 아세티는 pH 5.5~6.3의 산성 환경에서 잘 자란다. 대부분의 단세포 생물들은 이런 산성 환경에서는 살 수 없다. 즉 아세토박터 아세티는 푹 익은 과일을 식초 덩어리로 만들어놓고도 그 안에서 신나게 살 수 있다. 효모의 경우 당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면 알코올을 견디지 못해 죽어버리는 것과 대조된다.[2]
발효와 부패의 차이
호흡 기질의 분해 산물이 사람에게 유용하면 발효, 악취나 독성 등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부패라고 부르지만 과학적으로는 발효와 부패는 동일하다.
부패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악취를 내거나 유독물질을 생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부패 세균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현상이다.[1]
부패, 산패와의 차이점
쉽게 말하면, '사람에게 이로우면 발효, 쓸모없거나 해가 되면 부패, 산패'이다. 즉 종이 한 장 차이다. 부패의 과정에서 나온 대부분의 부산물은 대부분의 경우 이롭지 않다 수준이 아니라 해롭거나 치명적인 독이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식중독이다. 즉, 그냥 상한 음식일 뿐이다.
현재 부패라고 불리는 어떠한 현상이라도 장래 그 부패 과정이나 산물이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 부패는 발효라고 불릴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일론의 원료 중에는 생물체의 부패로 인하여 생기는 물질도 있다. 당연히 해당 분야에서는 이런 물질들을 나일론 생산에 직접 사용하므로 생물을 통하여 '생산'하는 과정을 발효라고 부른다.
많은 경우 발효는 탄수화물이, 부패는 단백질이 분해될 때에 일어난다. 탄수화물은 분해될 때 주로 젖산이나 알코올 등 이로운 화합물을 발생시키는 데 비해 단백질은 질소나 황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분해시 발생하는 유독하고 악취가 심한 질소화합물(암모니아 등)이나 황화합물(황화수소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이용하는 식품도 있기는 있는데 가장 유명한건 역시 수르스트뢰밍과 홍어일 것이다.[2]
발효식품
음식 분야에서 발효 현상을 이용한 경우가 많다. 술이나 요구르트, 김치가 대표적이고, 심지어 부푼 빵도 발효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냄새/맛과 호불호
위에 서술한 알코올이나 산, 암모니아 등의 부산물들 때문에 특유의 자극적인 향이나 맛을 띄는 경우가 있어 즐겨 먹는 이들은 무척 좋아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꺼려 호불호가 강하다. 북미에서는 그들에게도 식문화적으로 흔한 치즈와 요구르트 같은 고유의 음식 역시 선입견으로 인해서 '발효식품'이라는 말만으로 질려하는 사람도 있다.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발효식품은 특유의 묘한 냄새가 나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냄새를 불쾌하다고 느껴 싫어한다. 발효의 부산물 중 산은 그나마 평소 먹는 과일 등에서도 경험해 볼 수 있는 맛과 향이지만, 암모니아는 일단 배설물/화장실 냄새에 가깝기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르스트뢰밍이나 삭힌 홍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체로 입안에 변기 닦은 휴지를 넣은 느낌이라고 한다.
사실상 발효와 부패는 같은 현상인데, 그러다보니 발효식품은 문화를 굉장히 많이 탄다. 발효된 치즈는 유럽에선 진미이지만, 아시아에선 혐오감을 느끼고, 반대로 아시아에서 많이 먹는 어장은 유럽에서는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이유로 발효식품은 포도주와 최악의 궁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남유럽과 북유럽은 자체적인 발효식품이 있어서 거부감이 덜하다. 이탈리아는 액젓처럼 주로 멸치를 발효시켜 만든 콜라투라 디 알리체(Colatoura di Alici)가 있으며, 스페인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후 식초에 담가 만든 아르간치나(Anchovies in vinegar)가 있다. 프랑스는 흔한 요리는 아니지만 청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카르비니에(Carviere)와 돼지 창자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치며, 강한 냄새와 독특한 풍미를 가진 앙두예트(Andouillette)가 있다.
북유럽에도 노르웨이의 송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라쿠피스크(Rakfisk)가 있고 스웨덴에는 모두가 아는 악취의 슈르스트룀링(Surströmming)이 있으며 덴마크에는 청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하링(Haring)이 있다. 네덜란드에는 전통적인 발효 청어인 마트예스(Matjes)가 있으며 또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흔히 먹는 발효된 연어 요리로, 연어를 소금, 설탕, 딜에 절여 발효시킨 그라브락스(Gravlax)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강한 향의 발효식품이 전무한 영국 등지에선 발효 (fermented)라는 소리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들에게 발효란 코를 톡쏘는 (pungent) 자극적이고 역한 향과 맛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맥주, 와인, 빵도 발효식품이라고 알려주면 그럴리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발견
발효식품 가운데는 우연히 발견된 것이 많다. 지금처럼 얼음이니 냉장고니 하는 식자재를 최상의 상태로 보존할 수단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 식자재를 보관하다보니 그게 변질되었고 그걸 아까워서 그냥 먹거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리해 먹어보니 먹을 만해서 아예 하나의 정식 식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들이다.
한편 보존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발효를 시킨 것도 있다.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번식시켜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김치나 자우어크라우트가 이런 원리를 이용한 발효식품이다.
영양
대개 영양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봉자도 많다. 하지만 정확한 효능이 밝혀지지 않은 발효식품도 많고 이걸로 약팔이를 하는 이들도 많아서 주의를 요한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섭취해서는 안된다. 발효식품 중 하나인 술을 많이 먹게 되면 몸에 살이 오르고 얼굴에 아주 선명한 금빛이 돌 것이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물질 또한 항상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는 없거니와 발효과정에 들어가는 재료에는 종종 과도한 염분이나 당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나 몸이 안 좋은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들이 이러한 식품을 잘못 섭취했을 때 긍정적인 작용보다는 안 좋게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유독 한국 미디어에서 '앨빈 토플러가 발효식품을 소금 맛, 향신료 맛에 이은 제3의 맛이라고 칭찬했더라' 식의 소문이 퍼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의 저서나 강연록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그와 별개로 간혹 생식, 화식에 이은 제3의 조리법이 발효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발효라는 요리방법의 발견으로 음식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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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차
발효차(醱酵茶)는 일반적인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아니라 차잎에 함유된 산화 효소에 의해 산화 처리한 차이다. 미생물이 작용하지 않으므로 진정한 발효는 아니다. 산화정도에 의해 차의 종류가 여러가지로 나뉜다. 홍차, 보이차는 완전발효, 우롱차는 반발효차이다.[1]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