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매운맛(spicy taste)은 입안 점막을 자극하였을 때 느낄 수 있는 알알한 맛을 의미한다.
개요[편집]
매운맛은 맛을 분류하는 개념 중 하나이다. 한국어로는 고추·고추냉이 등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맛을 "매운맛"이라고 표현한다. 대체로 자극적이지만, 식욕을 증진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고 혀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즐기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에서 요리에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고추의 매운맛을 좋아 일상적으로 다량으로 사용하는 문화가 세계 각지에 보인다. 매운맛이 나는 대표적인 음식은 떡볶이, 라면, 김치 등이 있다.[1]
상세[편집]
매운맛은 혀의 온점, 냉점과 통점(통각)에 위치한 감각 수용기가 전달하는 열감과 고통을 말한다. 여기에서 고통은 혀를 세게 긁는 등 혀에 물리적인 자극을 줬을 때의 고통과는 다르고 섭씨 43도 넘는 음식이 혀에 닿을 때 느끼는 고통과 비슷하다.
맛 수용체가 반응하여 생기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지방맛의 여섯 가지 미각과는 달리, 매운맛은 촉각의 일종(통증)으로 실재하는 맛이 아니다. 매운 식재료의 성분이 다른 맛까지 함께 가지고 있어, 이것이 복합적으로 느껴진 결과 맛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캡사이신 등 뜨거운 매운맛은 수용체인 TRPV1, TRPA1이 반응하여 느껴지는 열감에 의한 통각(痛覺)으로 규정되고 있고, 멘톨 등 차가운 매운맛은 TRPM8과 결합해서 매운맛을 낸다. 새가 매운맛을 못 느끼는 이유도 수용체가 매우 적어 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촉각의 감각 수용기는 미뢰 이외에도 존재하므로 매운맛이 혀 말고도 입술 등의 피부에 닿아도 느낄 수 있다. 매운맛이 혀에만 국한되는 미각이었다면 그 감각이 혀에만 남아있었지 입 안까지 화끈거리진 않았을 것이다. 고통은 감각 순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계속 먹는다고 해서 매운맛이 덜 느껴지거나 하지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 날에 볼일을 보면 항문이 화끈거리는 이유도 배변에 섞인 매운 성분이 자극을 가하기 때문이다.
통각이라는 특성상 계속 매운맛을 접하면 감각기관이 둔해지기 때문에 첫 입맛이 다소 맵게 느껴진 요리도 계속 먹다 보면 덜 맵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코스 요리에서는 다소 기피되는데, 식사 코스 중 중간에 매운 요리가 나오면 입 안 감각이 전반적으로 둔해지면서 그 다음 요리의 맛을 온전하게 느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2]
종류[편집]
크게 온점에 작용하는 휘발성 매운맛과 비휘발성 매운맛, 그리고 냉점에 작용하는 차가운 매운맛으로 나눠진다.
휘발성 매운맛은 이른바 알싸하다고 하는 매운맛으로, 프로펜설파이드계 매운맛이라고도 한다. 중간에 두 개의 황 분자가 이어진 사슬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마늘과 양파(알리신), 고추냉이와 겨자(시니그린)가 있다. 매운맛이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않는다. 휘발성 매운맛인 시니그린은 먹었을 때 혀만 따가운데 와사비는 효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효소가 반응해 만든 물질이 코에 자극을 줘서 코가 찡하다.
비휘발성 매운맛은 매운맛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맛, 이른바 얼큰하다고 하는 매운맛으로, 바닐린계 매운맛이라고도 한다. 벤젠 고리 한쪽에 메틸기가 붙은 산소가 자리 잡고 있다. 무극성이라서 이를 지닌 식물들은 성분을 녹이기 위한 기름도 많이 갖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고추(캡사이신), 후추(피페린), 산초(산쇼올), 생강(진저론) 등이 있다. 휘발성과 다르게 매운 물질이 혀에서 사라져도 매운맛이 혀에 남아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매운맛이 강할수록 지속시간이 길며 최대 10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유일하게 스코빌 척도로 측정할 수 있는 매운맛으로, 휘발성 매운맛, 차가운 매운맛은 그 성질이 너무 상이하여 스코빌 척도로 나타낼 수 없다.
차가운 매운맛은 이른바 화하다고 하는 매운맛으로, 대표적인 것으로 박하(멘톨), 녹나무(장뇌), 쑥(시네올)이 있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박하향 입욕제를 욕조에 넣고 들어가면 물이 뜨거워도 차갑게 느껴지고 근육도 굳는다고 한다.[2]
신체[편집]
캡사이신의 경우 섭취된 뒤 3시간 이내에 80% 가량이 소화관에서 혈류로 흡수된다. 그러나 캡사이신 자체가 소화관을 자극하여 소화관의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에 일부 캡사이신은 중간에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하기 쉽다. 소화관의 운동 촉진이 심하고 대장이 민감한 사람은 이때 극심한 복통을 동반할 수 있다. 약국에서 파는 비사코딜이나 센나로 대표되는 안트로퀴논 계열의 자극성 하제를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원리는 캡사이신이랑 똑같이 장을 자극하는 것이지만, 캡사이신에 비해 흡수율이 훨씬 떨어져서 소화 시간과 관계없이 확실히 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휘발성 매운맛 성분은 극성이라 몸에서 물에 녹아 매우 쉽게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장까지 가는 뒤탈은 없다. 또한 입안이나 혀에 상처가 났을 때 매운 것을 먹으면 상처 부위가 굉장히 고통스럽다. 그렇잖아도 상처가 나서 아픈데 매운맛으로 통각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통각의 예민한 정도에 따라 매운맛을 거의 못 느낄 정도인 사람도 있고, 조금만 먹어도 불을 뿜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순한 맛' 떡볶이나 김치의 맛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으며, 국물에 잠깐 담갔다 빼 우러나온 성분에도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보다 예민한 기관을 가진 사람들은 그 특징 때문에 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 다 같이 식사할 때 눈치가 보이거나, 떡볶이같이 한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다. 매운맛을 잘 먹지 못한다고 이상하게 보지 말고, 많이 먹으면 익숙해질 수 있다고 해준다. 심지어 정말 심하면 매운거 하나 때문에 위 경련 같은게 일어나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통각에 속하는 매운맛의 특성상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 환자는 매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위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캡사이신에 내성인 사람이 아주 드물게 TV방송에 출연하는데 당연히 마늘과 같은 알리신 계열은 전혀 관계가 없으므로 마늘은 고통스러워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장염처럼 위가 원래 나빠져 있는 상태가 아니면 매운 음식을 어느 정도 먹어도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는 매운맛보다는 함께 병용되는 짠맛이 문제일 때가 많다. 또한 매운 것을 먹고 설사를 하는 이유는 캡사이신이 위장 점막과 소장 벽을 자극해 음식을 빨리 내려가게 해서 수분이 덜 흡수되는 것 뿐이다. 한국인의 위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매운맛이 아닌 짠맛으로 매운맛으로 위암에 영향을 끼치려면 하루에 핵불닭을 몇 개씩 먹어야 할 정도다.
한국인이 위암 3대 원인에 술, 매운 음식, 스트레스를 집어넣는 것처럼,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먹으면 위염, 장염등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장이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장염에 걸렸다면 100% 피해야 하는 것이 매운 음식. 안 그래도 난리가 난 장에 헬게이트를 오픈해버린다. 또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악화하기도 한다. 발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고추와 생강을 같이 먹으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은 직후 무리하게 잘못된 발성으로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 추운 곳에서 그럴 경우 더 심한데, 평소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게 성대에 무리가 오므로 매운 것을 먹고 난 후에 몇 시간 동안은 함부로 성대를 혹사시켜선 안 된다.
통각이기 때문에 비단 혀뿐만 아니라 점막이 있는 곳 대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고춧가루나 매운 국물이 코나 눈에 들어가면 지옥을 체험할 수 있으며, 사레가 들려 기도 쪽으로 조금만 가기만 하면 연신 기침하게 되며 매우 통증이 크다. 매운 음식을 먹은 후 배변 시 직장을 자극하여 항문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장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변을 볼 때 곧바로 상당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치질 환자가 절대 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음주와 맵고 짠 음식으로, 특히 치질 수술을 했다면 맵고 짠 음식을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상처에 소금이나 캡사이신을 비비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매운맛 중독은 일종의 엔도르핀 중독이라는 주장도 있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줄여주며 약간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링크. 또한 아드레날린도 분비되어 땀을 나게 하면서 개운한 느낌을 들게 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에 맛을 들여 운동 중독에 걸리는 경우처럼 매운맛도 고통에 의해 반사적으로 분비되는 엔도르핀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즐기게 되는 것이라고. 기사. 이 때문에 매운맛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마조히스트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매운맛은 통각, 한마디로 혀가 느끼는 고통이므로 매운맛을 느끼는 것은 혀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를 근거로 마치 '한국은 고통을 잊기 위해 매운맛에 중독되었다.'라는 말을 했는데 황교익/비판과 논란 문서의 북한의 마약과 남한의 고추 문단으로 연결되었다.
매운맛이 스트레스를 풀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매운맛과 스트레스의 대한 관계는 인체의 생리현상 중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한 작용이다. 매운 음식을 먹어도 멀쩡한 사람이라 해도 오랜 기간 동안 매운 음식을 안 먹었다가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 매운 음식이 딸꾹질을 유발할 수도 있다. 1박 2일 제주 국도여행 편에서 이수근이 청양고추를 먹고 괴로워하다 딸꾹거리는 장면이 나온 적 있다.[2]
해소[편집]
우유를 마시면 매운맛이 쉽게 가시는데, 이는 비휘발성 매운맛이 무극성이기 때문에 우유 속 단백질인 카제인(casein)에 녹아서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란 노른자에도 레시틴이라는 인지질이 있어서 우유와 비슷한 방식으로 매운맛을 중화시킬 수 있다. 저렇게 매운맛을 녹이는 방법 이외에 매운맛을 빨리 없애려면 흰 식빵이나 밥을 오래 씹어서 매운 성분을 닦아내는 방법도 있다. 휘발성 매운맛을 심하게 먹었을 경우 콧등을 문질러주면 괜찮아지고 매운 것이 눈에 들어갔을 때 우유로 씻으면 빨리 가라앉는다. 매운 음식을 먹기 전에 우유를 미리 한 잔 마시고 먹으면 위장을 단백질로 코팅해 구토 유발을 막을 수 있다. 토마토 주스나 쿨피스 계열, 아니면 요거트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물이나 얼음의 경우, 혀의 온기를 잠깐 가라앉힐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매운맛을 많이 없애주지는 않는다. 캡사이신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진정 효과만 줄 뿐 다시 매운맛이 올라온다. 따라서 매운맛에 고통스러운데 주변에 별다른 해소 음식이 없어 오로지 물을 이용해 매운맛을 해소해야 한다면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마시거나 싱크대나 화장실 등에서 물을 틀어 계속 혀에 대고 있어야 한다.
입에 남은 매운맛을 한 방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최종병기로 빵또아 같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있다. 우선 찬 음식이다 보니 혀의 화끈거림을 감소시켜주고, 설탕은 매운맛을 희석시켜주며, 크림이 캡사이신을 녹이고 빵이 그걸 닦아내 준다. 웬만한 매운 음식들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1개면 충분히 해결해 줄 정도이지만 이튿날 우르르쾅쾅과 뒷구멍에 발생하는 화재까지는 책임져주지는 못하니 사전에 우유를 한 컵 마셔야 한다.
음식과의 궁합을 해치기 싫거나, 식사 도중 틈틈히 맛을 지우고 싶다면 기름진 군만두나 튀김도 도움이 된다. 같은 원리로 기름이 캡사이신을 녹이고, 밀가루로 닦아내 넘길 수 있으며, 뜨겁고 맛이 중립적인 편이기 때문에 다음 음식을 먹을 때 영향이 적다. 물론 기름진 음식에 캡사이신이 더해지면 소화기관에 큰 자극을 주니 이 점은 주의할 것이다. 어떻게든 식사를 끝마쳤다면 양치질 한 번으로 매운맛은 확실히 종결낼 수 있다. 치약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캡사이신이고 뭐고 다 녹이기 때문이다.[2]
선호[편집]
매운맛은 단독으로 볼 경우 사실 통각에 지나지 않는지라 다른 맛과 병행해서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 짠맛 + 매운맛: 메이저 조합의 양대산맥이다.
- 감칠맛 + 매운맛: 높은 확률로 짠맛이 동원된다.
- 지방맛 + 매운맛: 지방의 느끼함을 매운맛이 줄여주기 때문. 기름진 고기 요리에 매운 양념이나 위에 뿌리는 후추, 쌈에 넣는 고추 등이 있다. 서구권에서는 느끼하고 부드러운 크림류에 매운맛을 추가해 덜 느끼한 매운맛 크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투움바 파스타가 대표적이고, 벨기에의 매운맛이 병행된 마요네스 소스 등에서 볼 수 있다.
- 신맛 + 매운맛: 대표적으로 김치가 있고, 단맛이 더해진 비빔면, 양념치킨 등도 있다. 유럽에선 아라비아따 토마토 소스, 동남아 쪽으로 가면 똠얌꿍 등 여러 곳에서 보인다. 모히토 역시 그 중 하나다.
- 단맛 + 매운맛: 흔히들 말하는 "매콤달콤한" 맛. 예시는 너무 많다.
- 쓴맛 + 매운맛: 뜨거운 매운맛으로 김치가 있고, 차가운 매운맛으로 단맛이 많이 들어가는 민트초코가 있다.
대한민국
상당수의 한국인은 매운맛을 좋아하고, 한국 요리에도 매운맛이 나는 요리가 상당히 많다. 그래도 그냥 매운맛보다는 달달한 매운맛(고추장), 개운한 매운맛(해산물), 감칠맛 있는 매운맛(육류)과 같이 복합적인 매운맛을 선호한다. 이 세 개를 한번에 비교할 수 있는 음식은 짬뽕이다. 진하고 깊은 고기 육수 짬뽕과 개운하고 시원한 해산물 육수 짬뽕, 아예 갖가지 채소와 양념으로 승부보는 채수 짬뽕을 먹어보면 그 차이가 크다.
때문에 매운맛에 대한 표현도 다양하다. 맵다 외에도 매콤하다, 얼큰하다, 칼칼하다, 시원하다 등의 표현이 있으며 위 표현 모두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특히 매콤함은 먹기 좋은 적당한 정도의 맵기이므로 실제 '맵다'가 의미하는 뉘앙스는 대개 얼얼하고 속을 훑는 매운맛을 의미한다. 특히 이런 언어 표현은 한국인 또는 한국에 장기간 거주한 외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때문에 어떤 음식이 한국인 기준에서는 그다지 매운 음식이 아니지만, 이를 두고 맵다고 표현하는 외국인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음식 하면 매운맛 이미지가 강하지만 막상 한국 음식에 고춧가루와 고추장 등을 팍팍 넣게 된 것은 몇 십 년도 안 된 일이며, 매운맛은 사실 오랜 전통이 아니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17세기에, 마늘은 삼국시대에 전래되었다. 하지만 고추가 전래되기 전엔 홍화씨와 겨자, 생강을, 마늘 이전엔 달래나 산채로만 특유의 매운맛을 냈다. 당장 정통 한식 레시피대로 음식, 국을 만들면 맵다기보단 삼삼하거나 밍밍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사 음식이나 궁중 음식으로 평양냉면도 사실 양념을 안 넣으면 심심한 맛이다. 과거엔 맛이 지나치게 강하고 온도차가 심하면 천한 음식으로 여겼고 최대한 오미와 향을 조화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맛과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기 쉽기 때문에 높으신 분을 모시는 요리사 입장에서는 적당한 수준에서 맛을 강조한 음식이 선호되는 것이다. 가령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맵지 않은 음식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니 안 매운 음식이 더 나은 것이다. 그리고 자극이 강한 조미료는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가리기 때문에 좋은 맛을 드러내야 하는 고급 식재료보다는, 안 좋은 맛을 감춰야 하는 나쁜 식재료에 더 적합하다. 말하자면 현대 한국 사람들은 단군 이래 가장 맵게 먹고 있는 중이다. 현대 한국 음식 조리법은 99%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광복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산업화 시대에 당시 청년(현재 노년층)의 입맛에 맞는 맵고 간이 센 음식이 생겨났다.
문제는 2010년대부터 한국의 매운맛이 매운맛을 즐기기보다는 고통을 주는 쪽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많은 음식점에서 낙지볶음이나 닭갈비같이 무작정 맵기만 해선 안 되는 음식에도 캡사이신을 넣는 사례가 있다. 김치를 비롯한 기본 밑반찬조차 예외가 아니다. 많은 맛집 프로그램에서 특집으로 매운맛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맛집들이 매체를 통해 맛과 영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캡사이신 소스로 범벅되어 맵기만 한 저질 음식이란 것이 폭로되기도 할 정도다. 많은 음식점들이 경쟁적으로 매운맛을 내서 매운 음식 애호가들로 하여금 입소문을 만들고, 유명세를 이용해 MSG같은 조미료와 함께 캡사이신 소스를 넣어 음식의 허접함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이런 폭로가 잦아지자 매운 요리 전문점에선 캡사이신 소스를 적게 쓴다고 홍보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식당은 캡사이신을 소금이나 설탕과 함께 붓고 있다.
매운 걸 잘 먹는 게 어른 입맛이라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어른 음식'의 대표격인 청국장이나 번데기, 과메기 등 매운맛이 아닌 어른 음식도 많은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즉 매운 것을 잘 먹는 게 어른 입맛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을 말할 때 '찌질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만든 '맵찔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또한 매운 것을 잘 먹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맵부심'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러나 매운 것을 잘 먹고 못 먹는 것은 통각 세포와 캡사이신 수용체 발달 정도 차이로 인해 개인차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다소 있다. 그러니 매운 것을 못 먹는다고 비난하는 못 배운 짓은 하지 말자. 이에 대한 반발로 맵치광이, 캡사이코 등의 용어도 생겨났다.
충무김밥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렬 논란 때문에 본질이 가려진 면이 없지 않지만 사실 충무김밥의 본래 문제는 김밥이 아니라 반찬이 메인인 주객전도라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고정적으로 딸려 나오는 반찬이라는 게 죄다 맵고 짠 음식들이며 충무김밥은 그 매운맛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충무김밥이 맛있을 리가 없다. 창렬논란은 어디까지나 음식 외적인 논란인 셈이다.[2]
세계
세계적으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지역은 미국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와 오클라호마주, 중국 쓰촨성과 후난성과 구이저우성, 인도, 남유럽, 중미, 동남아, 멕시코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은 덥거나 습한 기후이거나 한반도처럼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인 곳들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식재료가 잘 상하는 환경이고 매운 향신료를 구하기도 쉬우므로 매운맛으로 살균 효과와 보존성을 극대화하는 음식이 발달했다. 그리고 매운맛의 자극으로 인해 상태가 조금 나쁜 식재료들의 나쁜 맛도 덮어줄 수 있다. 물론 이 중에서도 미국 남부 해안지역, 중국 남부 해안지역, 일본, 베트남 북부, 그리스 등 고온다습한 기후라도 매운맛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예외도 있다.
이탈리아 남부, 튀르키예, 포르투갈에서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고추통을 들고 다니면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먹는 정도이다. 멕시코 역시 살사와 칠리 그리고 할라피뇨의 나라답게 매운 음식이 많아 국민들이 매운맛에 거부감이 없다. 태국 역시 매운 요리가 발달한 나라인데 덥고 습한 나라라 그런지 향신료를 많이 넣은 매운 요리를 즐기는 편이다. 다만 멕시코와 태국의 매운맛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순간적으로는 더 매울 수 있지만 맵기는 금방 가시는 편이다.
반면 선 벨트 이북의 북아메리카(미국 북부), 북아시아(중국 북부), 북유럽, 서유럽, 러시아 북부처럼 기후가 한랭하거나 여름이 서늘한 기후에서는 향신료가 자라기 어려워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음식도 잘 상하지 않으므로 보통 맵지 않게 먹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해당 지역 사람들에게 '맵다'는 뜻은 한국에서처럼 '먹기 힘들 정도로 매운' 것이 아닌 매운맛이 '첨가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들에게는 '밍밍한' 라면 중 하나로 꼽히는 튀김우동은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나라 사람들은 맵다고 느낀다.
네팔은 추운 나라에 속하지만 고추로 몸을 데우기 위해 매운맛을 선호한다.(이것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옆나라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다. 물론 일본 요리가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일본인이 실제로 매운맛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율이나 정도가 우리보다 많이 덜하지만 중화요리 집에 마파두부나 탄탄멘 등 매콤한 요리가 몇몇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매운 한국 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치는 '기무치'로 아예 토착화되어 가정에서나 음식점에서나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반찬이 되었다. 단무지보다도 김치 소비량이 더 많을 정도다. 물론 일본의 기무치는 현지화가 된 만큼 한국의 김치보다는 좀 덜 맵고 단 맛이 난다.
국가별로 즐겨먹는 고추의 매운 정도를 놓고 보면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트리니다드 모루가 스콜피온(Trinidad Moruga Scorpion)이 평균 120만 스코빌로 제일 맵고, 그 다음은 멕시코의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 그 다음 태국의 프릭끼누 고추(쥐똥고추 혹은 월남고추), 그 다음은 이탈리아의 페페론치노, 그 다음이 한국의 청양고추, 그리고 멕시코의 할라피뇨 순이다.[2]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