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denim)은 능직의 두꺼운 면직물이다. 청지라고도 한다. 데님은 면섬유·인조섬유 또는 혼방섬유를 능직으로 짜서 만들며, 가구의 커버나 작업복으로 이용된다. 대표적으로는 데님 자켓 등이 있다.
개요
데님은 염색된 실과 염색되지 않은 실을 능직(트윌 twill)으로 만든 질기고 거친 느낌의 천이다. 전통적으론 면 100%로 직조하며 인디고라 부르는 푸른색 염료로 염색된 실과 흰 실을 능직으로 만든 천을 뜻했으나, 지금은 새로운 섬유가 개발되고 옷감 자체가 멀리 퍼져나가면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 면직물을 이용한 바지가 청바지다. 청바지 외에 청자켓 또한 유명하며, 이걸로 만든 셔츠나 코트 등도 있다. 면 외의 소재를 혼방하는 경우 주로 레이온, 리오셀,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등의 합성섬유를 섞는다.
염색사와 비염색사(흰색)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흔히 청바지에서 볼 수 있는 흰색 부분이 천에 조금씩 섞여 있으며, 데님으로 만든 제품은 이 흰색 때문에 앞면과 뒷면의 색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유래
데님이라는 이름은 서지 드 님serge de Nîmes, 즉 프랑스의 도시인 님에서 생산되는 매우 질긴 능직물인 서지serge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원래 견모 교직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근래에는 주로 소모사로 능직을 짠다. 처음에는 돛에 쓰다가 제노비즈라는 선원이 이 질긴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제네스라고 불렀고, 여기에서 진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역사
누가,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8세기 쯤엔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좀 더 현대적인 데님이 등장한 건 18세기 후반 뉴잉글랜드 메릴랜드의 제조업자들이 면으로 만든 서지를 데님이라고 부르며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원래 서지 드 님<Serge de Nîmes>은 양모로 짠 직물이었다.) 그래서 엄밀히 구분하면 면으로 만든 능직만을 데님이라고 부른다. 21세기에 들어 데님의 형태와 종류, 쓰임이 다양해지자 의미도 조금씩 확장되었다. 요즘은 신축성을 높이기 위해 엘라스틱 원사를 넣은 원단과 폴리에스테르, 레이온 같은 합성 섬유를 섞은 것까지 모두 데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바뀐 것은 염료. 전통적인 데님은 인디고페라 Indigofera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푸른빛의 인디고로 염색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합성 인디고를 쓴다. 다른 색깔을 내기 위해 황화 염료를 쓰거나 독특한 효과를 주기 위해 아크릴 수지로 코팅을 한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염료는 세탁을 할 때마다 조금씩 실에서 떨어진다. 물 빠짐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이 데님에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부여한다.
온스(Ounce)
데님의 두께나 무게를 얘기할 땐 온스라는 단위를 쓴다. 1온스는 약 28.35그램. 데님에선 1제곱미터당 무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2온스 이하의 데님은 라이트웨이트, 12온스와 16온스 사이는 미드웨이트, 16온스보다 무거운 건 헤비웨이트로 분류하며, 일상적으로 입는 청바지는 대개 미드웨이트 데님으로 만든다. 당연히 고온스 데님 청바지는 저온스로 만든 것보다 무겁고 치밀하고 뻣뻣한데, 이를 선호하는 청바지 마니아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캐나다의 데님 브랜드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는 무려 32온스 헤비웨이트 데님으로 청바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름은 몬스터.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청바지다.
데님 팬츠
아무리 옷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두 벌쯤은 갖고 있는 아이템. 이브 생 로랑이 "청바지를 발명한 것이 나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을 만큼 데님 팬츠는 현대 패션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청바지 얘기를 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반면 제이콥 데이비스 Jacob W. Davis는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얘기를 듣고 사업 기회를 포착한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직물 도매점을 차렸을 때, 제이콥 데이비스는 네바다주 리노에서 텐트나 마차 덮개 같은 걸 만들어 파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제이콥은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스트라우스의 직물점에서 텐트 제작용 데님을 구매한다. 그는 이 원단으로 바지를 만들고 이음새가 쉽게 터지지 않도록 특별히 황동 리벳을 박았다. 이 디자인으로 특허를 내고 싶었으나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제이콥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와 함께 1873년 5월 20일 특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데님 팬츠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후 리바이스 청바지는 광부와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 1930년대를 지나 서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며 랭글러, 리 같은 데님 브랜드까지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1950년대, 말론 브란도가 <위험한 질주>, 제임스 딘이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고 나오면서 데님 팬츠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엔 뮤지션과 히피들에게, 1980년대엔 다양한 디자이너에게 사랑을 받으며 패션의 영역으로 정착한다.
진
데님 팬츠의 또 다른 이름은 진이다. 데님의 기원이 된 제노바의 코튼 코듀로이 바지를 Jean 혹은 Jeane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데님 팬츠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79년에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가 만든 청바지다. XX라는 별칭이 붙은 이 바지는 불에 타지 않는 박스에 담겨 리바이스 본사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다.
2017년엔 미국 애리조나의 족 테일러라는 남자가 대대로 물려받은 가족의 트렁크에서 거의 입지 않은 빈티지 데님 팬츠를 찾아냈다. 1893년 모델로 추정되는 이 바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20세기 전 청바지 중 가장 상태가 좋았다. 리바이스는 테일러에게 5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그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이 제안을 거절했다.
2005년 6월 15일, 이베이에서 115년 된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의 데님 팬츠가 무려 6만 달러에 팔렸다. 이 바지는 모하비 사막의 폐광에서 발견된 것이며, 낙찰자는 익명의 일본인으로 밝혀졌다. 이 기록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청바지'로 아직까지 기네스북에 남아 있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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