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엔진오일(engine oil)은 엔진 부품들이 마모되지 않고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엔진 내부에 넣는 윤활유이다.
개요
윤활유는 바퀴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함께 했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도구의 마찰과 손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윤활유 역시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인간이 전차를 발명한 후, 바퀴 축에 동물성 기름을 발라 사용했고, 철과 동을 사용해 만든 운송 기관에는 땅콩기름, 고래기름 등 다양한 식물성 기름을 윤활유로 활용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기계들이 발명되자 원래 사용했던 식물성, 동물성 기름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존 엘리스 박사는 연구 중 석유 성분이 기존에 사용해오던 동물성, 식물성 기름보다 더 뛰어난 윤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기계에 응용할 수 있다고 확신해 연구의 방향을 수정했다.[1]
미국의 석유 및 철도 산업의 발전이 시작되던 1860년대, 석유계 윤활유는 증기기관차의 엔진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석유계 윤활유는 고온에서도 성능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입증된 후 기관차를 포함한 더 다양한 산업용 기계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증기 기관에 윤활유가 처음 사용된 시점으로부터 약 20년 후인 1880년대 말 자동차가 최초로 판매되었고 자동차에 엔진오일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자동차 산업이 몸집을 불리면서 다양한 성능의 엔진들이 개발되고, 판매된 자동차가 사용되는 환경도 다양했기 때문에 다양한 엔진오일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1]
역할
윤활
엔진오일의 첫 번째 역할은 엔진 속 부품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윤활'의 역할이다. 엔진오일은 엔진 내부에서 힘을 만들어내는 실린더, 그리고 피스톤이 위치한 연소실, 연소실에서 만들어진 힘을 전달하는 커넥팅 로드와 크랭크 축 등 다양한 곳을 돌아다닌다. 일반적인 레시프로 엔진을 기준으로 할 때 피스톤은 1분에 수천번씩 상하운동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엔진 블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피스톤과 실린더가 마모되게 된다. 효율성이 나빠지는 것을 넘어 엔진의 수명을 위협한다.이렇게 격렬한 마찰이 일어나는 부품들 사이의 마찰을 줄이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런 윤활작용을 하는 엔진오일이 없거나 엔진오일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이 각 부품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못한 상태로, 마찰과 열로 인해 날아가버려서 엔진의 수명도 낮아질 뿐더러 연비도 떨어진다.[2]
밀봉
엔진오일의 두 번째 역할은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를 메워주는 '밀봉'의 역할이다. 피스톤과 실린더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둘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유격이 존재한다. 또한 가동 과정에서 이 틈이 마모로 인해 점차 넓어지는데, 틈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혼합기의 폭발이 어려워지고 배기가스가 실린더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배출되지 못해 엔진 수명이 줄어들고 엔진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가스 진동음과 그에 수반하는 금속성 소음이 생기는 현상의 원인이 된다. 엔진오일은 이 틈을 채워 연료와 가스가 새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말 그대로 실린더 내부를 '밀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로써 앞서 설명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한다.[3]
냉각
경유 차량에는 오래전부터 터보차저가 도입되고, 이제 휘발유 차량도 엔진 배기량을 줄여 효율을 높이고 떨어진 출력은 터보차저를 활용해 보충하는 다운사이징이 일반적이다. 한창 작동 중인 터보차저는 스틸 부분이 용암처럼 붉게 될 정도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한다. 이 정도면 냉각수가 필요할 것 같지만, 터보차저에는 냉각 라인이 따로 없다. 터보차저 내부에는 터빈이 회전하면서 압력을 만들어 내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터빈이 회전하는 속도는 최대 200,000RPM 까지 올라간다. 1분에 20만 번을 회전하면 1초에 무려 3,333번이나 회전한다. 어마어마한 열이 발생하는 이유는 뜨거운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는 원동력이란 이유도 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4]
이런 상황에서 엔진을 식혀주는 냉각작용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엔진의 경우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면 엔진오일의 윤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엔진 오일이 타서 눌러 붙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럴 때 엔진의 수명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5] 이러한 내연기관의 냉각을 엔진오일이 담당하기도 했다. 엔진오일의 양을 늘리고 엔진 블럭에 핀을 달아 접촉면을 늘려 자동차나 오토바이, 비행기 등의 맞바람으로 식히는 것. 냉각수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어서 구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물에 비해 비열이 낮아 냉각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저회전이거나 엔진이 바깥에 노출된 형태, 혹은 실린더가 늘어져 있지 않아 냉각 효율이 좋은 설계에서만 쓴다. 또한 수냉식 엔진이라고 해도 구조면에서 냉각수 공급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의 냉각은 엔진오일이 담당하게 된다. 앞서 설명했던 터보차저를 장착한 차량에서는 엔진오일의 냉각 기능은 더욱 중요한데, 터빈의 냉각을 엔진오일이 맡기 때문이다.[2]
세척 및 방청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면 가솔린이 완전연소하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와 물 때문에 엔진과 배기 시스템 안에 수증기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수분이나 불안전 연소분, 산화물질 등이 부식의 원인이다. 엔진오일은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엔진 내부가 녹슬지 않도록 금소표면에 강력한 유막을 형성하고 산을 중화시켜 녹과 부식을 방지하는 '방청'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엔진 내부에 수분, 불완전연소분, 먼지, 카본 찌꺼기 등의 불순물로 인해 더럽혀져 엔진내부의 마모를 일으킨다. 이것을 세척 분산시키는 '세척'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6]
종류
광유
광유는 석유에서 LPG, 가솔린, 등유, 경유, 중유 순으로 추출되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아스팔트와 타르가 추출되기 직전 나온다. 이러한 광유에 각종 첨가물을 넣으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광유 오일이 된다.[7] 광유는 불순물이 많이 포함된 중유에서 추출하고 합성유 엔진오일에 비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고온에서 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분당 수천 번씩 회전하는 엔진 내부에서 열에 산화되어 불필요한 찌꺼기를 남기며, 이 찌꺼기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장시간 또는 장거리 운행 시 낮은 점성과 슬러지 때문에 엔진에 부하가 걸리기 쉬우며, 높은 연비, 소음과 진동 증가 등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광유 엔진오일의 경우 기능 유지를 위해 교환주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해야한다. 그러나 기유의 제조 원가가 낮아 제품 값이 저렴한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8]
합성유
합성유는 분자구조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키고 합성시킨 윤활유다. 청정분산제, 산화 방지제, 점도지수 향상제 등 각종 첨가제가 들어간다. 과거 배출가스 규제가 심하지 않았을 시기에는 광유가 시장의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합성유가 대세를 형성했다. 합성유의 가장 큰 장점은 심한 온도 변화에서도 점도를 유지하는 성능이 광유보다 뛰어나다. 엔진찌꺼기 양도 광유보다 적고, 광유에는 없는 유막코팅 효과를 가지고 있어 엔진 관리나 수명 연장에 이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은 가격이 광유보다 2~5배 비싸다는 점이다.[7]
합성유의 베이스 오일로는 초고점도지수(VHVI, Very High Viscosity Index) 기유, 폴리 알파 올레핀(Poly Alpha Olefin) 기유, 에스테르 기유가 대표적이다. 초고점도지수 기유는 광유보다는 우수하지만 합성유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성능을 낸다. 초고점도지수 기유를 합성유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초고점도지수 기유의 원료가 바로 광유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광유를 바탕으로 특수한 화학공정을 거친 후 여기에 여러 첨가제를 섞은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페트로 SK(주) 지크 LQ를 들 수 있으며 1L당 4,500~8,000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9]
폴리 알파 올레핀 기유는 광유가 아닌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한 원료와 다양한 화합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며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오일이다. 초고점도지수 기유보다 저온유동성과 고온안정성 등 엔진오일이 갖춰야 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폴리 알파 올레핀 기유를 사용한 제품으로는 모빌 원(Mobile 1) 시리즈와 BP 비스코 7000 등이 유명하고 국내 제품으로는 GS칼텍스 킥스 폴리 알파 올레핀이 있다. 1L 기준으로 9,500~1만2,000원 정도다.[9]
에스테르 기유는 합성유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고온에서 점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차보다는 높은 rpm을 주로 쓰는 경주용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에스테르 기유는 점도 유지력은 우수하지만 수분에 대한 저항성과 엔진의 부식 방지 성능에서는 폴리 알파 올레핀 기유나 초고점도지수 기유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합성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첨가제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에스테르 기유를 사용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모튤 V300을 들 수 있으며, 1L에 2만~2만3,000원 정도다.[9]
각주
- ↑ 1.0 1.1 〈엔진 오일이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다고?! – 엔진오일의 역사 1편〉, 《킥스》, 2018.10.25
- ↑ 2.0 2.1 〈엔진오일〉, 《나무위키》
- ↑ 〈자동차 안에 흐르는 ‘갈색 피’의 비밀, 엔진오일의 모든 것〉, 《현대모터그룹저널》, 2018-03-05
-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더워지는 날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라이드매거진》, 2019-05-28
- ↑ 〈엔진과 변속기를 식혀라! 오일 쿨러〉, 《오토인사이드》, 2011-01-19
- ↑ 〈엔진오일시장 달아오른다〉, 《매일경제》, 1995-10-17
- ↑ 7.0 7.1 최기성 기자, 〈(최기성의 허브車)엔진오일, 내 차와 궁합 맞아야 '진짜 보약'〉, 《매일경제》, 2015-10-12
- ↑ 조창현 기자, 〈'합성유vs광유' 엔진오일의 차이점은?〉, 《조선일보》, 2017-03-28
- ↑ 9.0 9.1 9.2 〈알기 쉬운 엔진오일 이야기 합성유라고 다 같은 합성유가 아니다?〉, 《카라이프》, 2007-09-06
참고자료
- 〈엔진 오일이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다고?! – 엔진오일의 역사 1편〉, 《킥스》, 2018.10.25
- 〈엔진오일〉, 《나무위키》
- 〈자동차 안에 흐르는 ‘갈색 피’의 비밀, 엔진오일의 모든 것〉, 《현대모터그룹저널》, 2018-03-05
- 〈엔진과 변속기를 식혀라! 오일 쿨러〉, 《오토인사이드》, 2011-01-19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더워지는 날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라이드매거진》, 2019-05-28
- 〈엔진오일시장 달아오른다〉, 《매일경제》, 1995-10-17
- 최기성 기자, 〈(최기성의 허브車)엔진오일, 내 차와 궁합 맞아야 '진짜 보약'〉, 《매일경제》, 2015-10-12
- 조창현 기자, 〈'합성유vs광유' 엔진오일의 차이점은?〉, 《조선일보》, 2017-03-28
- 〈알기 쉬운 엔진오일 이야기 합성유라고 다 같은 합성유가 아니다?〉, 《카라이프》, 200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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