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그릴(Grill)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줄임말이며 자동차에서 라디에이터 앞에 설치돼 통풍구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이다. 그릴은 라디에이터의 파손을 막아주며 주행 중 공기를 유입해줘 냉각수와 엔진의 열을 낮춰주기도 한다. 물론 차량의 디자인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목차
개요
그릴은 생김새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실제로 고기 굽는 그릴과 비슷하게 생겼다. 자동차 엔진을 식히기 위해 존재하는 라디에이터에 공기가 들어가 식힐 수 있게 해주는 부품이다. 대개 자동차 전면부에 위치해 자동차가 달릴 때 자연스럽게 바람이 들어가 라디에이터를 식혀준다. 과거에는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아 성의없이 구멍만 뚫려있었지만 최근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여겨져 디자인적으로도 중요시되기 시작했다.[1]
자동차 그릴 왜 있을까?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각 회사별로 장착된 그릴들의 모습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연식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한 회사의 차량의 그릴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을 소개할 때 이 그릴 디자인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기도 한다. 차량 외부 디자인을 판단하는데 있어 외부 장식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차량 전체의 디자인 감성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며 기능적 요소 또한 갖추고 있다.특히 1930년대 이후 엔진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고배기량, 다기통 엔진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에 맞는 큰 방열기가 장착되었다. 자연스럽게 큰 방열기를 보호할 그릴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 그릴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첨가하여 지금의 그릴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각 자동차 제조사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2]
그릴의 변화
엔진 냉각 방식이 공랭식에서 수냉식으로 개선되고 냉각 성능이 높아진 덕분에 기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냉각 효율을 높이고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해야 하는 요소로 꼽히는 만큼 그릴을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배경의 절충안으로 완성차 업계는 최근 가변형 부품을 그릴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가변형 그릴은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 냉각이 필요하면 그릴을 개방하고 평상 시엔 그릴을 닫아 공기저항을 줄인다. 2015년 11월 기아차가 공개한 K5 하이브리드 역시 가변식 그릴을 채택했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제품인 만큼 공기저항을 최소화 해 연료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공기저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포츠 봅슬레이를 광고와 연관시킨 주 배경이다. 형제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기능을 그릴에 탑재했다. BMW는 일반 내연기관을 얹은 제품에 대해서도 가변식 그릴을 이미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출시한 신형 7시리즈에 액티브 에어 스트림 키드니 그릴을 적용한 것. 플래그십 제품인 만큼 개폐 형태에 따른 디자인의 작은 변화를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i3, i8 등 모터를 주로 쓰는 친환경 제품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그릴의 형태만 남겼다. 냉각장치가 없는 대신 정체성 표현의 수단으로만 활용한 사례다. 국내 완성차 회사 디자이너는 "그릴로 향하는 공기저항은 효율에 3~5%의 영향을 줄만큼 생각보다 크다"면서 "그릴이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흔적은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가변형 부품은 그간 고성능차들의 전·후면 스포일러에 주로 활용돼 왔다. 속도에 따라 각도를 달리해 다운포스를 발생, 고속주행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응용한 에어 브레이크 역시 스포일러를 치켜세워 감속 및 제동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외관 형태를 바꿔 차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3]
그릴 사라질 수도 있는 이유
그릴은 오랜 기간 자동차의 기능적 디자인적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릴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공기 저항 때문이다. 그릴이 차량 전면에 위치하면 자연스레 차량의 면적이 커지게 되므로 공기 저항이 커지고 가속 성능이 떨어질 수 있어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엔진룸을 설계할 때 냉각 장치를 탑재하기 때문에 그릴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특히 전기 자동차의 경우에는 구조 특성상 그릴이 있어야 할 기능적 이유가 없다. 연료가 엔진을 거쳐 바퀴에 전달되는 방식의 가솔린, 디젤 차량과는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이 전기모터를 거쳐 바퀴를 움직인다. 그래서 최근 그릴은 차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심미적 기능으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4]
자동차의 첫인상 좌우하는 그릴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요소로 소비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과거 전직 자동차 디자이너이며 영국의 자동차디자인 평론가 닉홀(Nick Hull)은 자동차의 앞모습을 사람의 표정에 비유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람의 인중 부분으로 첫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브랜드마다 고유의 그릴 디자인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받는다.[5]
엔진 없는 전기차 시대, 그릴도 생존위해 변신 중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자동차 디자인에도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쓰임새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폐와 신장을 형상화한 BMW의 "키드니 그릴" 범퍼까지 그릴 크기를 키운 아우디 "싱글프레임 그릴"은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그릴을 아예 디자인하지 않는다. 모터를 쓰는 전기차에선 엔진을 식혀주기 위한 그릴이 굳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 외부와 교감하는 LED 그릴 공개한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최근 그릴에 엔진 통풍 말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2021년 6월 17일 공개한 라이팅 그릴(lighting grill)이 대표적이다. (사진 위) 라이팅 그릴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조명 색깔로 자율주행 상태 전기차 충전 비상 경고등 표시 등 주행 시 다양한 상황을 나타낸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마음이 급하다" "밥 먹어서(충전해서) 기분 좋다" 같은 각각의 상황을 청색·녹색·적색 등의 LED로 알려준다. 현대모비스는 라이팅 그릴뿐 아니라 "그릴 일체식 액티브 에어 플랩" 기술도 공개했다. 마치 에어컨 송풍구가 위아래로 움직이듯 냉각수 온도에 따라서 그릴이 상하로 이동하며 엔진과 모터의 열을 식혀준다. 그릴을 아예 닫을 수도 있다. 겨울철에는 차량 난방 효율을 높이고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히터를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우일 현대모비스 모듈랩장(상무)은 "미래차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기술 완성도와 감성 품질을 결합한 혁신적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현대차는 최근 디자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주고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쏘나타 그랜저에 적용한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그런데 최신 전기차 아이오닉5에선 그릴을 생략했다. 그 대신 범퍼 하단 쪽에 지능형 공기유동 제어기(에어벤트)를 장착했다.[6]
각주
- ↑ "Grill", 《나무위키》
- ↑ 〈자동차의 품격을 높이는 제조사 별 그릴들〉, 《네이버블로그》, 2017-08-15
- ↑ 〈그릴 막고 효율 높인다〉, 《한경뉴스》, 2015-11-24
- ↑ 〈그릴이야기〉, 《금호블로그》, 2018-09-14
- ↑ 〈첫인상 좌우하는 자동차그릴〉, 《네이버포스트》, 2017-05-12
- ↑ 〈‘엔진 없는 전기차’ 시대, 자동차 그릴도 생존위해 변신 중[주말車담〉, 《중앙일보》, 2021-06-20
참고자료
- "Grill", 《나무위키》
- 〈그릴 막고 효율 높인다〉, 《한경뉴스》, 2015-11-24
- 〈그릴이야기〉, 《금호블로그》, 2018-09-14
-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든 것〉, HMG JOURNAL, 2019-09-20
- 〈자동차의 품격을 높이는 제조사 별 그릴들〉, 《네이버블로그》, 2017-08-15
- 〈‘엔진 없는 전기차’ 시대, 자동차 그릴도 생존위해 변신 중[주말車담〉, 《중앙일보》,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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