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밥
더운밥은 갓 지어 따뜻한 밥을 말한다.
개요
더운밥은 단순히 밥의 온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갓 지어낸 밥을 뜻한다. 뜸을 잘 들이고 난 뒤에 가마솥의 뚜껑을 열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김 뒤로 가지런히 자리 잡은 밥을 가리킨다. 뽀얀 빛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탱글탱글한 밥알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밥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더운밥을 먹이려 애쓰던 이들의 노고가 이해되는 것도 더운밥이 가진 온도 이상의 의미 때문이다.
밥은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데 같은 온도의 밥이라도 '더운밥'과 '데운 밥'의 띄어쓰기가 다르다. '더운밥'도 띄어 써야 할 것 같지만 갓 지은 따뜻한 밥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이다 보니 한 단어처럼 굳어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은 지 오래되어 식은 밥을 뜻하는 '찬밥'도 붙여 쓴다. '찬밥'은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푸대접을 받는 것을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하니 밥의 온도는 무척이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데운 밥은 요즘에는 꽤나 드물어졌다. 전기밥솥이 널리 쓰이면서 밥이 완성되자마자 보온이 시작되니 찬밥이 생길 일이 없어졌다. 밥을 짓기가 어렵거나 귀찮은 이들은 즉석 밥을 사다가 뜨거운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덥혀 먹지만 이건 데운 밥과는 성질이 다르다. 오히려 밥솥에서 보온이 잘 되고 있더라도 갓 지은 밥이 아니니 이 밥이 '따뜻한 찬밥' 대접을 받기도 한다.[1]
찬밥과 더운밥
'찬밥 신세'라는 말이 있다. 무시당하거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주로 쓴다. 그런데 혈당 급상승을 예방하려면 찬밥이 더운밥보다 좋다. 쌀에는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돼 있어 오랫동안 '비만의 주범'으로 꼽혔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 비만을 일으키고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찬밥을 먹으면 혈당 급상승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고 한다. 국제 학술지 '영양 및 당뇨병(Nutrition & Diabetes·2019년)'에 따르면, 폴란드 포즈난대 의대 연구팀은 32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46g의 같은 양의 쌀밥을 지어 한 집단은 갓 지은 밥을, 다른 집단은 24시간 동안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게 했다.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은 집단은 갓 지은 밥을 먹은 집단보다 혈당이 전반적으로 덜 높아졌고 혈당도 안정적이었다.
연구팀은 식힌 탄수화물이 '저항성 전분(resistance starch)' 덕분에 혈당 조절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일반 전분(녹말)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 지방이 축적된다. 하지만 저항성 전분을 먹으면 지방 분해가 오히려 촉진된다. 저항성 전분에는 식이섬유가 최대 90%까지 포함돼 있어 아밀라아제가 포도당을 분해하지 못해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대신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바뀌어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일반 전분의 열량이 1g당 4㎉인 것보다 저항성 전분은 1g당 2㎉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도 전분보다 저항성 전분이 많은 것을 섭취하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해 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비만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품과학과 기술 트렌드' 저널과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가 발표한 논문에서도 저항성 전분이 대장 점막 세포를 건강하게 하고 암세포 분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만을 막아 유방암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보다 포만감도 오래가기에 과식을 막는 데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밥을 빨리 식히고 싶어 냉동 보관하면 효과가 없다. 온도가 내려갈 때 전분 분자들이 움직여 뭉쳐져야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지는데, 냉동하면 전분의 구조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밥을 식힐 때는 실온보다 냉장 보관해야 저항성 전분으로 전환이 더 잘 된다. '아시아태평양 임상 영양학 저널'에 실린 논문(2015년)에 따르면, 4도에서 25시간 식혔다가 재가열한 백미는 10시간 실온에서 식힌 백미보다 저항성 전분 함량이 20% 더 많았다. 감자도 쌀밥처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식힌 뒤 다시 데워 먹으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바나나에도 저항성 전분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2]
찬밥과 더운밥의 차이점
- 맛의 차이: 갓 지은 밥이나 금방 나온 떡이 맛이 있는 것은 전분의 상태가 느슨한 화학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며 소화효소의 작용을 받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맛에 대한 개념은 개인에 따라서 많이 다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찬밥과 뜨거운 밥의 맛 차이가 확연하지 않은 이상 맛에 차이에 관한 것은 논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많은 사람이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선호하고 입맛이 따뜻한 밥에 길들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따뜻한 밥이 맛이 있다고 봐야겠다.
- 다이어트: 찬밥은 미세한 미셸구조로 인해 소화효소가 침투하기 어려워 소화가 잘되지 않지만 따뜻한 물을 부어 열을 가하게 되면 미셸구조가 풀리게 되어 소화효소의 침입이 쉬워지면서 소화가 잘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직접 느끼기에는 미세한 정도여서 배가 좀 빨리 꺼지는 정도의 소화이며 결국 동량의 찬밥과 뜨거운 밥을 섭취했을 때 뜨거운 밥의 소화율이 높은 것은 확실하지만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것으로 볼 때는 찬밥의 경우 포만감은 같지만 열량의 섭취는 작으며 결국 맛의 차이에 의해 더운밥을 먹으면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된다. 결국, 다이어트에는 찬밥이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 피부관리: 뜨거운 밥이 소화력이 좋다는 것은 결국 혈액순환을 활성화해주고 신체의 신진대사를 좋게 해 주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혈색을 좋게 해 주며 높은 소화력은 신체에 영양을 골고루 전달 해 주게 되며 변비를 예방해주고 노폐가스를 없애주므로 피부색을 투명하게 해 주게 된다.[3]
속담 이야기
'찬밥 더운밥 가리다'는 어려운 형편에 있으면서 배부른 행동을 한다는 말이다. 보통 우리는 밥을 먹을 때 갓 지어 먹거나 데워서 따뜻하게 먹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더운밥은 온기와 정을 의미한다. 그와 반대로 찬밥은 어떤 물건의 효과나 효용이 없어짐을 뜻한다. 흔히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나는 찬밥신세다."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더운밥은 좋은 상황을, 찬밥은 나쁜 상황을 가리킬 때 쓴다.
더운 날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교실에 들어오면 몹시 목이 마른다. 마음 같아서는 아주 차가운 얼음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싶을 깃이다. 그러나 얼음물이 없다면 친구가 생각해서 건넨 미지근한 물이라도 마셔야 할 것이며 어떻게든 갈증을 푸는 것이 급한 처지이니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니? 고마워."라고 말하며 마실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친구의 호의를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나 지금 엄청 덥거든? 이렇게 미지근한 물을 어떻게 마시냐? 너나 마셔."라고 하면 굉장히 얄미울 것이다.
'찬밥 더운밥 가리다'는 속담은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배부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지금 사정이 급하고 어려운데 이것저것 따지는 것을 비꼬아 말할 때 흔히 쓴다.
대한민국 고전 소설인 《춘향전》에도 이 속담에 걸맞은 상황이 나온다.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간 이몽룡이 실제로는 급제를 하여 암행어사가 되었지만 낙방을 한 거지처럼 위장하여 장모인 월매를 찾아온다. 자신의 딸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다가 감옥에 갇혔는데 사위랍시고 찾아온 위인은 추레한 몰골로 밥만 찾자, 월매는 온갖 구박을 하며 이몽룡을 내쫓으려고 한다. 그러자 이몽룡이 말하는데,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아무 거라도 좀 주시오."라며 애걸한다.
살면서 모든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뜻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로 보지 못하면 일을 더 그르칠 수 있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는 식으로 대책 없이 불평만 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데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4]
동영상
각주
- ↑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더운밥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문화일보》, 2024-01-05
- ↑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찬밥이 더운밥보다 다이어트에 좋아〉, 《한국일보》, 2024-01-21
- ↑ 마니또 피부관리실, 〈찬밥과 더운밥,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마니또 피부관리실》, 2009-11-02
- ↑ 〈찬밥 더운밥 가리다〉, 《어린이백과》
참고자료
- 〈더운밥〉, 《네이버 국어사전》
- 〈찬밥 더운밥 가리다〉, 《어린이백과》
-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더운밥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문화일보》, 2024-01-05
-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찬밥이 더운밥보다 다이어트에 좋아〉, 《한국일보》, 2024-01-21
- 마니또 피부관리실, 〈찬밥과 더운밥,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마니또 피부관리실》, 2009-11-02
같이 보기
- 넘겨주기 더운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