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발자국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수요, 즉 사람 또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연의 양을 말하며, 이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척도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척도이며 자연자산에 인간경제가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사람이 길을 걸어간 자리에 발자국이 남는 것처럼 사람이 살면서 환경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발자국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태발자국의 면적이 넓을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생태발자국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과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 있다.
한편,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이 권장되고 있는데, 예컨대 ▷일회용품 사용 지양 ▷친환경 인증 제품 사용 ▷대중교통 이용 ▷절전·절수하는 습관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문제를 완화하고 자원 고갈을 예방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중요 요소로 꼽힌다.
개요
생태발자국은 사람이 사는 동안 자연에 남긴 영향을 토지의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 에너지, 시설 등의 생산, 폐기물의 발생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 단위와 국가 단위, 지구 단위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생태발자국은 헥타르(ha) 또는 지구의 개수로 수치화하는데, 그 수치가 클수록 지구에 해를 많이 끼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에 남긴 피해 지수로 이해할 수 있다.
생태발자국은 1996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생 마티스 웨커네이걸(Mathis Wackernagel)과 지도교수 윌리엄 리스(William Rees)가 창안한 개념이다. 음식, 주거, 교통, 소비재, 서비스 등 5개 소비범주와 에너지생산소비, 구조물환경, 정원, 경작지, 초지, 인공림, 자연림, 비생산적 토지 등 8개 토지이용 범주로 나누어 총소비량을 산출하고 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 1인당 토지면적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측정 대상지역의 연평균 개인 소비량을 도출한다. 요점은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하나 뿐인 지구에 이롭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이 발표한 <2014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태발자국 한계치는 1인당 1.8ha이다. 그러나 실제 평균 생태발자국은 2.7ha로 조사되어 한계치를 0.9ha나 뛰어넘었다. 인구 100만 명 이상 152개 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태발자국 크기 1위는 쿠웨이트였다. 1995년을 기준으로 한계치를 넘어선 한국은 31위에 올랐는데, 4.41ha를 기록해 평균에 비해 1.7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한국인이 사는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2.5개 필요하다는 뜻이다. 8위에 오른 미국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살려면 지구가 3.9개나 필요하다. 이 상태로 가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지구 3개 정도 규모의 자원을 소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생태용량 (biocapacity)
생태용량이란 인간이 이용하는 생태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생산성이 높은 토지와 바다의 면적을 말한다. 생태용량은 생태자원 남용으로 저하될 수 있으며 인구가 증가하면 감소한다. 농경지는 인간의 소비뿐만 아니라 가축 물고기 사료, 유료 작물 재배, 고무생산 등 관련된 모든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농경지의 면적을 계산하고 목초지는 육류, 유제품, 가죽, 모직제품 생산을 위한 가축을 기르는 데 사용되는 초지의 면적, 인공 목초지, 야초지, 초원을 비롯해 가축을 먹이기 위한 모든 초지가 이에 해당한다. 산림은 땔감, 펄프, 목재 제품의 연간 생산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산림의 면적이다. 어장은 수산물의 연간 어획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해양 및 내륙 수역이다. 시가지는 기반 시설(예를 들어 도로, 주택, 산업 시설물, 수력발전을 위한 저수지 등이 조성된 토지의 면적이다. 탄소는 화석연료, 전기 및 에너지 집약적 물품의 사용과 관련하여 배출된 이산화탄소 포집에 필요한 토지의 면적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가 지구에서 이용하던 땅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생태용량은 상대적으로 무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류의 총 생태용량에 대한 수요(생태발자국)는 현재 지구 공급량의 64%를 초과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우 생태용량 수요는 현지 공급량의 150%를 초과하였다. 한국의 경우, 생태용량 수요가 국토 생태계 재생 능력의 8배를 초과하고 있다.
생태발자국의 측정
생태용량과 생태발자국의 수치는 모두 글로벌 헥타르(gha)로 표시한다. 이것은 해당 연도의 생물학적 생산성의 세계 평균을 구해 이에 해당하는 면적을 헥타르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각 지역의 헥타르를 표준화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토지의 실질 면적(헥타르 단위)은 생산성 요소(yield factor)와 등가 요소(equivalence factor)를 활용하여 토지 유형별 특성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글로벌 헥타르 값으로 변환된다. 따라서 글로벌 헥타르는 토지의 생산성이 반영되도록 물리적 헥타르 수치를 재조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1헥타르의 면적이라도, 비옥한 농경지의 글로벌 헥타르 값은 일반 목초지의 글로벌 헥타르 값보다 높다. 이는 농경지가 일반적인 목초지에 비해 더 많은 생물학적 활동을 발생 및 재생시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목초지의 경우, 농경지와 동일한 양의 생태용량을 위해서는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하다. 글로벌 헥타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소비를 전 지구적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소비된 1톤의 밀과 한국에서 소비된 1톤의 밀이 동일한 생태발자국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헥타르 값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전 세계 지표면 생산량의 변화에 따라 해마다 달라질 수 있다.
생태발자국은 활동, 개인, 지역사회, 도시, 지역, 국가 및 전체 인류의 모든 규모에서 측정할 수 있다.
지구에서 생태발자국의 변화
지구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지구의 생태용량과 생태발자국의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지구는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자연자원과 서비스를 생산하였다. 농업생산성의 향상은 지구의 생태용량을 소폭 증가시켰으나 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1인당 생태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는 지구의 생태용량보다 더욱 많은 자연자본을 소비해서 생태발자국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왔다. 생태발자국 구성요소 중에서도 탄소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여 탄소발자국은 1961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즉,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지구의 생태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생태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생태과용은 자연자본의 소멸과 자원 제약을 심화시켜 경제 위험과 지역 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생태과용은 수산자원 고갈, 산림 훼손, 생물다양성 감소 및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가 한 해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자연자본의 생태용량을 초과한 인류의 수요가 발생하는 날을 '지구 생태용량 과용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라 한다. 이러한 생태적자는 비축된 자연자본을 소비하고 폐기물(주로 이산화탄소)을 축적하여 발생한다. 지구 생태용량 과용의 날은 2000년에는 10월 초였으나 2016년에는 8월 8일로 앞당겨졌다.1) 현재의 추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30년 지구 생태용량 과용의 날은 6월 23일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면 2030년 지구생태 과용의 날은 9월 16일로 늦춰질 수 있다. 2015년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195개 당사국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최대 섭씨 2도로 제안하기로 합의하고, 동시에 상승폭을 더 낮추어 섭씨 1.5도로 내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 협정을 통해, 세계는 화석연료 없는 미래로 향하는 새 이정표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들의 피를 깎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구에서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쾌적한 삶을 위한 개인별 자연자본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196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전 세계 인구는 30억에서 70억으로 2배 증가하였다. 2012년에 자연자본에 대한 세계 총 수요는 1961년보다 186%나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자연자본에 대한 수요량의 증가율은 생태용량의 증가율보다 6.8배나 컸다. 1961년부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특히 농업생산성의 향상으로) 생태용량도 소폭 증가하여 2012년 현재 전 세계 생태용량은 112억gha이다. 196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세계 1인당 생태발자국은 2.4gha 에서 2.8gha로 증가했고, 1인당 생태용량은 3.2gha 에서 1.7gha로 감소하였다. 이것은 1961년에는 지구의 모든 인구가 필요한 자연자본의 수요량을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었으나, 2012년도에는 지구의 모든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 1.6개의 지구가 필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961년보다 2012년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더 적은 양의 자원을 두고 경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961년과 2012년 현재 생태용량이 생태발자국보다 큰 생태채권국과 생태발자국이 생태용량을 넘어선 생태채무국의 분포를 비교해 보자. 1961년에는 생태채권국에 사는 인구비율이 31억 명 중 13억으로 43%이었다. 그러나 2012년에는 71억 명 중 61억인 86%의 인구가 생태채무국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1961년에는 생태용량 내에서 자연자본의 수요를 공급하는 생태채권국이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생태용량을 초과하는 수요가 발생하여 생태채무국으로 전환하였다. 세계화는 생태적자를 나타내는 국가들이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연자본을 들여 와 국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자연자본의 순 수입국이 있다면 수출국도 있어야 하므로 모든 국가들이 외부로부터 자연자본을 충당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세계 생태과용시대인 오늘날 필요한 자연자본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태발자국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 아프리카 지역 그리고 남미지역에서 그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지역에서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1인당 생태발자국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1인당 생태발자국이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중국과 인도의 경우 모두 인구수가 크게 증가하였지만 중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은 인도의 5배나 크다. 이것은 지역 간 그리고 국가 간 생태발자국 규모가 매우 이질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생태용량과 생태발자국
대한민국의 생태용량은 어장, 농경지, 시가지 및 산림분야로 구성된다. 이중에서 가장 큰 생태용량을 가진 분야는 어장이고 두 번째로 큰 분야는 농경지이다. 1970년대 후반까지 농경지 생산성의 향상으로 총 생태용량은 소폭 증가하였으나 1980년에는 기상 악화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쌀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하여 농경지의 생태용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이후 소폭의 변동들이 있지만 대체적인 추세는 총 생태용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가장 큰 이유는 농경지 분야의 감소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중국어민들의 남획으로 어장의 생태용량도 영향을 받고 있다.
1970년대 후반까지 총 생태용량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생태용량은 1961년부터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1인당 생태용량은 1961년 1.3 gha에서 2012년에는 0.7gha로 감소했다. 1인당 생태용량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인구증가이다. 같은 시기에 1인당 생태발자국은 1961년 0.8gha에서 2012년 5.7gha로 무려 7배 이상 증가하였다. 대한민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탄소발자국이다. 농경지발자국과 어장발자국이 그 뒤를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의 변화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1997년에 발생한 금융위기(IMF 사태)로 눈에 띄게 큰 폭으로 생태발자국이 감소한 현상이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의 생태발자국은 생태용량보다 5배를 넘어선 – 5.0gha의 생태적자 규모를 나타낸다. 지구상의 인류가 모두 한국인과 같은 방식의 생활을 한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2012년 현재 북한의 1인당 생태용량은 0.6gha로 대한민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12년 현재 1인당 생태발자국은 1.2gha이다. 북한의 생태적자 규모는 - 0.6gha이다. 대한민국의 생태발자국은 북한의 그것보다 4.8배나 크다. 북한의 생태용량도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는데, 특히 1990년대 초반에 대홍수 피해로 큰 폭의 감소가 있었다. 북한의 1인당 생태발자국은 1961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커져서 1980년대 후반에는 3.0gha에 근접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 현재 1.2gha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이유는 1990년대 초반의 지속적인 홍수 피해와 북핵문제로 인한 국제적인 고립으로 인한 경제의 피폐화이다. 즉, 기후변화, 정치, 외교, 국제 교역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북한의 1인당 생태발자국이 감소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파리협정 체결(2015년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을 통하여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 내지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의미는 탄소발자국을 제로로 가깝게 줄여 탄소로 인한 자연에 대한 인류의 부담을 줄이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탄소발자국은 전체 생태발자국의 73%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인구규모는 세계의 0.7%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탄소발자국의 크기는 세계 8위로 세계 배출 총량의 1.7%를 차지한다. 파리협정에서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든 경제 부문(에너지, 산업 프로세스, 제품 사용, 농업, 폐기물 처리 등)에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7% 가량을 줄이기로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생태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태발자국을 소비 범주별로 분석해보면 지역 및 국가 수준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더욱 효율적인 접근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0은 대한민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 중 소비 범주별로 생태발자국 구성요소 비율을 분석한 것이다. 모든 범주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1인당 탄소발자국을 구성하는 상위 세 가지 항목은 자본투자 및 기반시설(24%), 음식(23%), 교통(19%) 순이다. 음식, 주거, 교통, 재화 및 서비스를 묶으면 한국 생태발자국의 70%를 차지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가계, 즉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내리는 소비 결정이 한국의 생태발자국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며, 생활방식의 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생태발자국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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