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 AVAS)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음과 같은 경고음을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보행자로 하여금 전기자동차같은 저소음자동차의 움직임을 청각적으로 감지하도록 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리발생은 출발시점부터 20km/h 이상 30km/h 이하까지 경고음을 발생시키며 속도에 따른 음색의 변화를 주어 보행자가 자동차의 가속 및 감속 상태 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개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차량 외부로부터 인위적인 전자음을 내는 기술이다. 엔진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처럼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친환경차는 엔진음이 발생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엔진음이 없어 주행 중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의 엔진음을 발생시켜 보행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대한민국은 친환경차량에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차량이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할 때 반드시 75 데시벨 이하의 경고음을 내야 하고, 보행자가 알 수 있도록 전진 속도에 맞춰 가상 엔진 소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
업체별 기술
현대모비스㈜ VESS
기존 전기자동차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대부분 엔진룸 안쪽에 스피커를 설치해 가상 엔진음을 출력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소리가 1차적으로 보닛과 범퍼에 가려져서 사운드의 전달률이 낮았다. 또한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이 커지는 공명 현상이 일어나, 제조사가 의도했던 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기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에 쓰인 스피커는 지향 특성에 한계가 있었다. 특정 방향으로 소리가 쏠리며 보행자의 위치에 따라 경고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아울러 별도의 스피커와 처리 장치를 추가로 갖춰야 하는 문제도 있어 엔진룸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새로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는 차량 전면부 그릴 커버를 스피커 진동판으로 사용한다. 소리를 내는 구조와 위치를 모두 달리하는 신선한 발상으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해결한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에게 꼭 필요했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기자동차에서는 역할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8년 말 개발을 시작해 관련 특허 2건과 함께 새로운 VESS를 완성했다. 현대모비스㈜의 VESS는 단순히 경고를 위한 전자음만 출력하는 게 아니라, 방향지시등 소리와 충전상태를 알려주는 알람 사운드까지 전달한다. 또한 음악 재생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어 야외에서 캠핑할 때도 활용이 가능한 실용성을 갖추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의 VESS는 완성된 스피커 부품을 차량 내부에 장착하는 이전 기술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진동판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달리, 자동차에 장착되는 그릴 커버를 활용해 진동판이 필요 없는 구성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외부로 노출된 그릴 커버로 직접 소리가 전달되기 때문에 음압 손실이 없고 음질의 왜곡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리가 맥없이 흩어지지 않고 보행자에게 명확히 전달된다. 기능을 제어하는 전자회로와 액추에이터를 보호하는 케이스 및 방수 실링 구조를 갖춰 내구성도 뛰어나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에는 액추에이터를 범퍼 안쪽에 장착하고 범퍼를 진동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액추에이터의 설계를 개선했다. 악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했을 때도 신뢰성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으며, 무게를 기존 부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크기는 절반으로 줄였다. 장착 공간이 협소한 차종을 고려해 모듈을 소형화한 것이다. 또한 현대모비스㈜의 VESS는 기존 기술처럼 스피커를 다른 장치들 사이에 고정하지 않아도 돼 브라켓이나 하우징과 같은 부품도 필요 없다. 구성 부품이 절반 이하인, 한층 가볍고 효율적인 모듈이다. VESS는 소리 출력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작동음과 같이 외부환경과 상호 교류를 위한 여러 소리를 낼 수 있어 미래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2]
국가별 현황
친환경차들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들은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의 장착을 법률로 규정짓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우 유엔(UN) 산하의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자동차기준조화포럼(WP29) 저소음자동차(QRTV) 전문가기구 회의를 통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유럽연합(EU)에서는 2019년 7월 1일부터 생산되는 4개 이상 바퀴가 달린 모든 개인 및 상업용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반드시 가상의 소리를 내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시속 20km까지 주행하는 차량에 대해 최소 56 데시벨 이상 수준으로 소리가 활성돼야 한다. 이는 전동칫솔 또는 문서파쇄기 소음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보행자나 다른 도로 이용자들에게 차량 운전 상태를 알려주는 지속적인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가속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운드의 레벨이나 피치의 변화를 생성해야 하는 셈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2020년 9월부터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대상으로 시속 약 30km미만 주행 시 가상의 소리를 내도록 의무화했다.[3]
각주
- ↑ 현대모비스,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HMG 저널》, 2020-06-12
- ↑ 현대모비스, 〈보행자 안전 기술을 확장하다, 신개념 가상 엔진 사운드〉, 《HMG 저널》, 2020-06-04
- ↑ 김영대 기자, 〈유럽연합,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에 가상 소음 의무화〉, 《상용차신문》, 2019-08-22
참고자료
- 자동차운영과, 〈전기자동차 경고음발생장치 설치 의무화 추진〉, 《국토교통부》, 2015-05-05
- 현대모비스, 〈보행자 안전 기술을 확장하다, 신개념 가상 엔진 사운드〉, 《HMG 저널》, 2020-06-04
- 현대모비스,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HMG 저널》, 2020-06-12
- 김영대 기자, 〈유럽연합,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에 가상 소음 의무화〉, 《상용차신문》, 2019-08-22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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