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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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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Rapidus Corporation, ラピダス)
라피더스(Rapidus Corporation, ラピダス)
2024년 3월 건설 중인 라피더스 공장

라피더스(Rapidus Corporation, ラピダス)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제조업체이다. 라피더스는 덴소, 키오시아, 미쓰비시UFJ은행, 닛폰 전기, 일본전신전화, 소프트뱅크 그룹, 소니, 토요타 자동차 등 일본 주요 8개 기업의 지원을 받아 2022년 8월에 설립되었다. 라피더스의 목표는 2027년까지 2nm 공정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늘리는 것이다. 회장은 히가시 데쓰로(Tetsuro Higashi)이고 CEO는 고이케 아츠요시(Atsuyoshi Koike)이다.

개요

라피더스는 일본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목적으로 2022년 정부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피더스 설립의 배경은 2020년 미국 조 바이든 정권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첨단 반도체 산업을 경제 외에도 안보의 핵심자산으로 보고 대만 의존 탈피를 위해 협력하는 데서 시작한다. 2022년 5월 23일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10월에 미국 상무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기술 공여를 포함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았다.

라피더스는 2022년 8월 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 10월 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그룹, 키오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 UFJ 은행 등 주요 대기업 8개사에서 총 73억엔의 출자를 받았다. 출자자 구성은 미쓰비시(미쓰비시UFJ), 미쓰이(키오시아, 토요타-덴소), 스미토모(NEC)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통적인 3대 기업 집단에 소니와 소프트뱅크 그룹으로 대표되는 전후 일본의 신흥 기업 집단을 포함한다. 초대 회장은 히가시 데쓰로 전 도쿄 일렉트론 회장, 초대 사장은 고이케 아쓰요시 전 웨스턴 디지털 일본법인 사장이 선임되었다.

기술적으로는 2nm 세대의 기초 기술을 보유한 미국 IBM의 지원을 받는다. IBM은 반도체 기술은 개발하고 있지만 직접 생산은 GlobalFoundries에 매각하고 손을 뗀 상태로, 2019년경부터 상용화를 위해 일본 등에 기술 공여 제안을 하고 있었다. 라피더스에 대한 기술 공여는 2022년 12월에 공식 발표되었으며, 라피더스는 IBM에 기술자들을 연수 파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의 연구기관 imec과도 협력 관계에 있다.

재정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신용 지원을 받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2023년까지 3300억엔을 보조한 데 이어, 2024년에는 5900억엔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라피더스는 총 5조엔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으며, 9200억엔의 정부 보조금 이외에는 정부 보증을 통한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2nm급 비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며, 이것이 이 회사의 유일한 제품군이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파운드리 기업과 달리 레거시 뿐만 아니라, 다세대 공정라인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세대 공정라인 이외에도 라피더스 경영진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제조 철학에 있다. 두 가지 요점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싱글 웨이퍼 가공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대규모 양산 가능성을 완전히 희생하는 대신, 고객사별 맞춤형 생산을 가능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후공정을 통합하여 다른 파운드리에 비해 빠른 납기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메인 공장 부지는 홋카이도 치토세시로 결정되었다. 이는 대부분의 일본 전자회사들이 혼슈나 규슈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라피더스는 입지 선정의 이유로 수자원이나 인적 자원이 우수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2023년 9월 1일 홋카이도에서 공장 기공식을 개최하였다.

2024년 2월 27일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캐나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로부터 차세대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4월 11일, 회사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새로운 회사인 Rapidus Design Solutions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배경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체결되면서 무역마찰이 해소됐고, 한국과 대만의 부상으로 경쟁력이 점차 약화됐다. 엘피다 메모리는 1999년 메모리용 반도체 중 하나인 DRAM 사업을 히타치와 NEC 사업을 통합해 설립한 뒤 미쓰비시전기 사업을 인수해 한때 이 분야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9년 리먼 쇼크와 그에 따른 엔화 약세 침체로 경영이 악화되었고, 정부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2012년 파산했다. 엘피다는 2013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어 마이크론 메모리 재팬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기업들의 국제 경쟁으로 인해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만나 반도체, 원자력, 우주 탐사, 전기 배터리, 중요 광물, 공급망을 포함한 중요한 기술에 대한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2022년 6월 7일 발표된 제2차 기시다 내각의 기본 방침(호네부토노 호신)에는 차세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과 2020년대 후반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반 구축을 고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2년 7월 29일,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 지나 라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Hayashi Yoshimasa) 일본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Hagiuda Koichi) 일본 무역상이 미국과 일본 간 고위급 회담을 열어 반도체 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또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2년 10월 3일 제210회 국회에서 정책연설을 통해 민관투자를 독려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포함하고 차세대 기술개발과 양산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산업부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기관으로 첨단반도체기술센터(LSTC)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일본과 미국이 반도체 협력 기본원칙을 합의했다. LSTC와 라피더스는 협력하여 일본에서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플랫폼을 구축한다.

회의론

라피더스와 비슷한 사례로 과거 일본의 DRAM 산업 부흥을 위해 정부 주도로 NEC, 히타치 제작소, 미쓰비시전기의 메모리 사업부를 모아 설립한 엘피다 메모리가 있었다. 엘피다는 2012년 사실상 파산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었다. 참고로 엘피다의 사명은 그리스어였으며, '희망'이라는 뜻을 가졌다.

다른 사례로 엘피다를 설립했던 3사의 비메모리 사업부를 통합해서 설립한 르네사스가 있다. 자체적으로 양산하는 프로세서 개발은 설립 직후에 40nm에서 그만뒀고 최근 제품들은 ARM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설계한 것을 사용하고 TSMC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엘피다와 르네사스의 사례처럼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일본의 전통적인 반도체 대기업들이 주도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실패했고, 라피더스의 전망에 대해서도 설립 직후부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결집했음에도 각 사의 출자액이 10억엔에 불과한데다, 설립 당시의 기술 수준만 보면 당대 최첨단이었던 엘피다나 르네사스와는 달리 이미 타국에 비해서 수 세대나 뒤쳐진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금 마련에도 의문점이 있다. 테스트 라인 설치에 2조엔이, 양산 라인 설치에는 3조엔이 든다. 아무리 일본 정부의 반도체 재건 의사가 강력하다고해도 5조엔의 예산을 확보하기란 어렵다.

라피더스의 사업 모델에서도 회의론이 있다. 고객사별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나 전/후공정을 통합함으로써 라피더스가 자사 반도체 제품의 최종 생산자가 되겠다는 것 모두 지금까지의 파운드리 기업이 시도한 적이 없다. 사실상 현재 동종 업계에서 획일적으로 채택하여 검증되어 있는 제조 과정을 전부 뜯어 고치고 새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초도 불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거나 기반 기술을 보유하지 않는 신생 기업으로서는 모험적인 시도다. 그래서 2023년 기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은 라피더스의 사업 모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IBM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IBM 역시 오래 전에 글로벌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넘겨서 현재 예전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붉은 여왕 효과처럼 잠재적 경쟁사들과의 신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라피더스의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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