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
불소(Fluorine)는 다른 할로겐족(17족) 원소들과 마찬가지로 불소는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을 채우기 위해 하나의 전자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원소 상태에서 반응성이 매우 크다. 불소의 경우에는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이 n=2인 두 번째 전자껍질이다(전자궤도 참조). 불소 원자는 다른 원자로부터 쉽게 하나의 전자를 받아들여 음이온이 된다. 불소 자체는 반응성이 매우 크지만 불소 이온(F⁻)은 전자껍질이 모두 채워져 있어(2s²₂p⁶) 매우 안정하다.
불소(플루오린) 원자는 채워진 전자껍질을 갖기 위해 하나의 전자가 더 필요하다는 점과 이 원자가 작아 모두 원자핵과 단단히 연결된 아홉 개의 전자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연결해 보면 불소 원자가 공유결합을 거의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화학반응과 화합물 참조).
불소 원자들은 공유결합에 관여하는 전자들을 '훔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을 전기음성도라고 부른다. 불소는 모든 원소 중에서 전기음성도가 가장 크다. 예외가 있다면 불소 원자가 다른 불소 원자와 공유결합으로 이루어진 이원자분자(F₂)를 형성할 때이다. 이원자분자인 F₂ 분자는 순수한 불소의 정상적인 상태이다. 이것은 다른 할로겐 원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그리고 수소, 질소, 산소의 경우도 같다).
불소는 정상 온도에서 연한 노란색 기체이며, 지각에 13번째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원소이다. 거의 대부분 광물 안에 이온 형태로 들어 있으며 불소를 함유한 가장 중요한 광물은 불화칼슘(CaF₂)으로 이루어진 형석이다. 16세기부터 제련할 때 녹는 온도를 낮추어 전체 혼합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철광석에 첨가했던 형석은 아직도 같은 이유로 제강에 이용되고 있다.
'흐르다'라는 뜻의 라틴어는 플루오(fluo)이다. 이 말로부터 형석을 뜻하는 플루오르스파(fluorspar)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형석에서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자 플루오린(fluorine)이라 부르게 되었다. 형광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플루오레센스(fluorecence)'도 '플루오르스파(fluorspar)'에서 유래했다. 형광은 일부 물질에 자외선이나 다른 빛을 쪼였을 때 빛을 내는 성질을 말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George Gabriel Stokes)는 1852년에 형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형석의 상태를 갖게 되다'는 뜻으로 이 말을 만들었다.
형석으로 만든 '불소산'에 알려지지 않은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 제안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겸 화학자였던 앙드레 마리 앙페르(AndréMarie Ampère)였다(현재 이 산은 불화수소산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는 1813년에 '플루오스(불소)'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그러나 불소 기체를 만들어내기까지는 70년이 더 걸렸다. 불소가 반응성이 커서 다른 원소와 단단히 결합해 화합물이 매우 안정하기 때문이다. 1886년에 불소 기체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이었다.
오늘날까지 비교적 적은 양의 원소 상태의 불소만 생산되었다(전 세계적으로 2만 톤 이하). 상업적으로 생산된 불소 기체는 즉시 다른 원소와 반응시켜 필요한 화합물을 만든다. 불소 기체는 보관이나 수송이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원소 상태 불소의 중요한 용도는 전기 스위치에 사용되는 육불화황(SF₆ ) 생산(황 참조)과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것이다(우라늄 참조).
불소 기체를 포함하여 불소의 다양한 산업적 이용의 출발점은 불화수소(HF)이다. 불화수소가 물에 녹으면 불화수소산이 된다. 불화수소산은 형석을 황산과 반응시켜 만든다. 불화수소산은 다른 할로겐 원소와 함께 여러 가지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이런 화합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염화불화탄소(CFCs)이다.
19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염화불화탄소는 1920 년대부터 가정용 냉장고나 산업용 냉장고의 냉매와 에어로졸 캔의 추진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기체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산소 참조). 1989년에 발효된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 가정용 제품의 염화불화탄소 사용은 금지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수소화불화탄소(HFCs)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가 냉매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유기 불소 화합물은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PTFE)이다. 이 화합물의 주요 용도는 전기회로의 절연체로, 배관공이 사용하는 흰색의 끈끈한 방수 테이프도 이 화합물로 만든다. 그리고 이 화합물의 '늘린' 형태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고어텍스(Gore-Tex®) 섬유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테플론(Teflon®)이라고도 알려진 PEFE는 요리 기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불화수소산은 여러 가지 무기화합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불소를 기반으로 하는 무기화합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헥사플루오로알루민산나트륨(Na3AlF6)이다. 이 화합물은 녹여서 알루미늄을 추출할 때 용매로 사용한다. 1880년대에 현대적 알루미늄 추출 방법이 개발될 때(알루미늄 참조) 주로 헥사플루오로알루민산나트륨로 이루어진 빙정석을 사용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빙정석은 매우 희귀해 오늘날에는 불화수소산을 이용하여 만든 '합성 빙정석'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된 불화수소산의 3분의 1이 이 용도로 쓰인다.
불화수소산은 불화나트륨(NaF)과 불화인산나트륨(Na₂PO₃F), 치약에 첨가하는 불화물 함유 화합물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치약에서 불화물의 주된 역할은 치아의 에나멜을 구성하는 칼슘 광물인 수산화인회석을 부식에 좀 더 강한 불소 광물인 불소인회석으로 바꾸는 것이다. 불화물 이온은 대부분의 물에 소량 포함되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물에 포함되어 있는 불소가 치아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불소가 소량 포함된 지역의 일부 수도 회사는 치아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식품 일부에도 불소가 포함되어 있는 데, 한 컵의 차에는 보통 0.5mg의 불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1mg보다 많이 함유한 경우도 있다. 하루에 섭취하는 불소의 양은 대략 3mg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물에 포함된 불소의 양이 정상보다 훨씬 높다. 장기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불소 이온을 섭취하면 치아의 에나멜질이 약해지는 불소침착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이러한 증상은 뼈까지 확장될 수 있다. 골격 불소침착증이 생기면 사지가 변형되고 골절이 쉽게 일어난다. 지나친 불소 섭취는 신장 손상,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문제는 격렬한 논쟁 중에 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소를 널리 퍼진 독소로 생각하는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충치의 비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원소 상태의 불소는 독성이 매우 강하고, 불소 이온은 중간 정도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 번에 약 5g 이상의 불화물을 섭취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불소 화합물은 쥐약이나 살충제로 사용되었으며 사린이라고 알려진 유기 불소 화합물은 한때 화학무기로 사용되었던 물질로 현재는 법적으로 생산이 금지되었다. 플루오린에 대해 자세히 보기
참고자료
- 〈불소〉,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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