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배터리
종이 배터리는 박테리아와 나노셀룰로스를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이다.
종이 배터리는 일반적인 배터리 제작법과는 다르다. 종이 표면에 금속과 다른 재료로 만든 얇은 층을 인쇄한 배터리를 만든다. 그런 다음 종이 위에 동결 건조된 유기물을 표면에 입히면 종이 배터리가 만들어진다.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독성이 없으며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구부리고 비틀고 접는 것은 물론 필요한 모양으로 잘라도 본연의 성질과 효율성을 유지해 전자 및 의료기기, 웨어러블 기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전력을 공급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1]
역사[편집]
종이 배터리 개발은 2007년에 시작됐다.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RPI) 연구진이 2007년 개발한 최초의 종이 배터리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용물을 셀룰로스 종이에 재포장한 것으로, 전등 한 개를 가동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2.1V)을 냈다. 무게와 감촉, 겉모습은 종이와 동일했으며, 크기는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겨우 집을 만큼 작았다.
스탠포드 대학 포스닥(박사후과정) 연구팀은 2009년 일반 종이의 표면에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특수 잉크를 묻히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배나 많은 4만회의 충방전을 할 수 있다. 같은해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은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잘게 잘라 여러 겹으로 쌓으면 상당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해 1V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일회용 배터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 위에 배터리를 출력하는 기술도 나왔다. 휴대용 배터리의 모든 구성요소를 잉크 형태로 만들고 종이 위에 잉크가 번지거나 이탈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나노 크기의 셀룰로오스를 썼다. 출력한 배터리는 1만번 충방전을 반복해도 용량이 줄지 않았고, 150℃ 고온에서도 그 특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1000번을 구부려도 성능에 변화가 없었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팀이 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LED 램프를 켤 수 있는 종이 지도와 물 온도를 감지해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의 등불을 켜는 유리컵 등을 제작했다.
2017년 왕중린 중국과학원 베이징 나노 에너지 및 시스템 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걷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했다. 신체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정전기나 마찰전기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종이로 만든 격자 모양의 구조체 안쪽 면에는 마찰전기를 발생시키는 불화에틸렌프로필렌(FEP) 필름과 전극 역할의 금을, 바깥쪽 면에는 축전기의 양극을 이루는 흑연과 금을 입혔다. 격자가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눌렸다 펴지기를 반복하면 마찰 전기가 발생하면서 충전이 되는 방식이다. 이 종이 배터리는 탄소나노튜브(6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대롱 모양을 이루는 지름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분자)를 셀룰로오스 종이와 결합해 만들었다.[2]
바르셀로나의 스타트업 퓨얼리엄(Fuelium)은 휴대용 체외 진단 장치에 종이, 탄소, 무독성의 작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종이 배터리를 만들었다. 이 종이 배터리는 체외 진단 테스트에 필요한 혈액, 소변, 침과 같은 액체 샘플을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 액체가 전기화학 반응을 유도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 종이는 식물의 뿌리가 물을 흡수하는 원리인 모세관 현상을 일으켜 액체를 운반하는 핵심 원동력 역할을 한다. 퓨얼리엄 종이 배터리는 각각 진단 테스트에 필요한 양만큼만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사용자의 필요한 용도에 따라 1~6V 사이의 전압을 지정할 수도 있다. 리튬배터리에 비교해 훨씬 비용 효과적이다.[3]
2018년 8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256차 미국화학회(ACS) 연례학술대회 및 전시회에서 뉴욕주립 빙엄턴대 한인 과학자인 최석흔 부교수가 종이로 제작되고 박테리아로 구동되는 전지를 발표했다.[1]
장점[편집]
여러 방면에서 종이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보다 장점이 많다.
- 첫째, 비용이 적게 든다. 일반 리튬 배터리는 종이 기질과 결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비싼 기질을 연결시켜야 했지만 종이를 사용하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둘째, 폴더블(foldable)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폴더블 기술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리튬 배터리의 높은 효율성과 유연성이 배터리에 요구된다. 종이 배터리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폴더블 기기에 적합하다.
- 셋째, 표면적이 넓다. 배터리의 효율은 내부 전자에 따라 좌우가 된다. 이때 표면적이 넓을수록 전자의 이동속도와 이동량이 많아져 효율이 높아진다. 종이 배터리는 표면적이 리튬 배터리보다 넓기 때문에 배터리 효율 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1]
종류[편집]
박테리아 종이 배터리[편집]
박테리아 종이 배터리는 '엑소일렉트로겐'이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를 사용한 종이 배터리이다. 자신의 세포 바깥으로 전자를 전달하는 특별한 형태의 박테리아인데 수분이 닿으면 전자를 생성하는 활동을 한다. 생성된 전자는 세포막을 통과해 외부에 있는 전극과 접촉을 하고 전원을 공급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배터리를 개발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설비가 없고 기존 배터리 이용도 어려운 밀림지대 같은 오지에서는 전기로 작동하는 질병 진단기기를 사용하거나 온도에 민감한 백신 등을 저장하는 일은 운반성이 좋은 전원장치 없이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 이 역할을 박테리아 종이 배터리가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배터리의 짧은 수명 문제는 여전히 보완점으로 남아 있다.[1]
나노셀룰로스 종이 배터리[편집]
나노셀룰로스 종이 배터리는 셀룰로스를 나노 수준으로 작게 분해한 고분자 물질인 나노셀룰로스를 이용한 종이 배터리이다. 셀룰로스는 분자량이 가장 큰 다당류이며 식물·조류·난균류 등의 세포벽 구성 물질로 자연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이다.
나노셀룰로스를 이용한 종이 배터리는 탄소나노튜브(6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대롱 모양을 이루는 지름 1nm 크기의 미세한 분자)와 셀룰로스 종이를 결합해 만든 에너지 저장장치이다. 나노셀룰로스 종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이 3배 이상 증가해 장기간 동안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독성이 없으며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종이학을 접을 수 있을 만큼의 유연함을 가지고 있어 구부리고 비틀고 접는 것이 가능하며 필요한 모양으로 잘라도 본연의 성질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나노셀룰로스 종이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은 사람 머리카락의 5만분의 1 두께인 셀룰로스 가닥들을 결함 없이 균일하게 코팅하는 것이다. 코팅 두께에 따라 충전 용량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1]
각주[편집]
- ↑ 1.0 1.1 1.2 1.3 1.4 김나연·송준호 기자, 〈비용 저렴, 변형 쉽고, 효율 좋은…종이 배터리 뜬다〉, 《가천대신문》, 2018-09-17
- ↑ 박수현 기자, 〈종이 배터리·반도체...첨단 소재로 동반 진화하는 종이〉, 《조선비즈》, 2017-06-26
- ↑ BIZION, 〈리튬 배터리를 대체하라! 친환경 '종이 배터리'〉, BIZION, 2018-03-16
참고자료[편집]
- 박수현 기자, 〈종이 배터리·반도체...첨단 소재로 동반 진화하는 종이〉, 《조선비즈》, 2017-06-26
- BIZION, 〈리튬 배터리를 대체하라! 친환경 '종이 배터리'〉, BIZION, 2018-03-16
- 김나연·송준호 기자, 〈비용 저렴, 변형 쉽고, 효율 좋은…종이 배터리 뜬다〉, 《가천대신문》, 2018-09-17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