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륨 배터리
칼륨 배터리 또는 칼륨이온 배터리(Potassium-ion battery, K-ion battery, KIB, PIB)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를 칼륨으로 대체한 배터리다. 칼륨 배터리는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인 덴드라이트를 자가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교(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기계 공학 및 재료 과학 교수인 니킬 코라트카(Nikhil Koratkar)교수와 연구진이 개발했다.
전기자동차와 전기 저장장치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돼 왔다. 문제는 리튬은 값이 비싸고 생산하는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체 배터리 개발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왔고 그중 하나가 칼륨 금속 배터리다. 칼륨은 값이 싸고 풍부한데다 작업하기 쉽다. 이에 따라 칼륨으로 배터리를 만들면 원료비와 제조 비용이 낮아질 뿐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에너지밀도로 제작할 수 있다.[1]
역사
칼륨이온 배터리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처음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 1932년으로, 벌써 90여년 전이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이를 상용화하는데 실패했으며 2020년 3월, 미국 뉴욕주 렌셀러공대가 리튬이온 배터리 만큼 성능이 좋은 칼륨 금속 배터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인 수상돌기(덴트라이트)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징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칼륨이온 배터리에서 눈여겨 볼 차별화 포인트는 (1)값싸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2)출력 밀도가 매우 높다, 두 가지 사안이다.
저렴한 제조가 가능한 것은 칼륨이온을 포함하는 재료가 자원 측면에서 풍부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전기자동차 (EV)나 전력 계통 용도로 대량의 수요가 생겼을 때 리튬이나 양극에 사용되는 코발트(Co)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나 그에 따른 가격 폭등이 예상되지만, 칼륨이온 배터리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칼륨이온 배터리보다 앞서 주목을 받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방전 전압이 원리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0.3볼트(V) 낮다. 전압의 차이는 에너지 밀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설령 값이 싸다 해도 이용할 수 있는 용도의 폭에는 한계가 있다. 칼륨이온 배터리의 경우, 방전 전압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0.1V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전압 면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
출력 밀도의 크기에서, 칼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나트륨이온 배터리을 압도한다. 표준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방전 레이트(C 레이트=충방전의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급속 충전의 경우 0.5~2C (2시간~30분에 충방전). 특히 출력 밀도가 높은 제품이라 해도 10C(6분 충방전)가 고작이다. 칼륨이온 배터리는 추정이지만 80C(45초 충방전)가 가능하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칼륨이온 배터리의 출력 밀도 크기는 칼륨이온(용매 상태)의 실효적인 이온 반경(스토크스 반경)이 리튬이온이나 나트륨이온보다 작은 것이 이유의 하나로 추정된다. 칼륨의 원자번호는 19로, 3인 리튬이나 11인 나트륨에 대해 꽤 크다. 원자 무게에서는 칼륨이 리튬보다 약 6배 무겁다. 결정 중인 이온 반경은 리튬의 2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스토크스 반경이 작은 것은 이온 반경의 크기로 인해 이온 바깥쪽 가장자리에서의 쿨롱의 힘이 적어져 용매의 이온이 결합(용매화)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용매 안에서 움직이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온이 전극 재료의 간극을 넘나드는 인터카레이션(intercalation, 이종 물질 삽입) 단계에서 전극 계면에서 칼륨이온에 달라붙는 용매의 이온을 털어내는(탈 용매화)데 필요한 에너지도 작다.
그러나 칼륨이온에 적합한 전극 재료는 2014년 이전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결정 상태의 칼륨이온이 커서 인터카레이션할 수 있는 재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도쿄이과대학의 고마바 신이치(駒場慎一) 교수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고마바 교수는 2015년에 우선 칼륨이온을 인터카레이션할 수 있는 음극 재료로 흑연 계열의 KC8을 제안했다. 2017년에는 양극 재료로 현재는 파란색 색연필이나 볼펜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청색 안료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를 채용하고, 적절한 전해액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양극과 음극 양방에서 인터카레이션하는 칼륨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개발에서는 PB 그대로뿐만 아니라, 망간(Mn)을 첨가한 개량 PB로 4V급의 고전압 칼륨이온 배터리을 실현했다.
PB는 칼륨, 철(Fe), 시안(CN) 등으로 이루어진 결정으로, 다른 이온이 넘나드는 간극이 크다. 이것이 결정 중의 이온 반경이 큰 칼륨이온의 인터카레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사실 PB는 이란의 연구자가 2004년 시점에 칼륨 2차전지의 양극 재료로 사용했다. 그런데 그 후, KIB 용도로는 거의 잊혀졌는데, 도쿄이과대학의 고마바 연구실이 2017년에 다시 끄집어 내 부활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 고마바 교수는 부활이라기보다는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나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양극 재료로 시도됐고, 칼륨이온의 인터카레이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PB를 시도한 이유였다고 밝힌다.
PB의 양극 활물질로서의 전류 용량 밀도는 약 140밀리암페어/그램(mAh/g)다. 따라서 에너지 밀도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육박할 수는 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다. PB 결정 중의 간극 크기가 체적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PB는 가격이 저렴해 주변에 흔히 보는 색 역필에 사용될 정도고 인체 관련 안전성도 높다. 그러나 칼륨이온 배터리을 새로운 2차전지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출력 밀도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도 리튬이온 배터리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 칼륨이온 배터리 연구에서는 PB 이외의 다양한 재료가 시도돼 왔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표적인 양극 재료인 층상코발트산염도 칼륨이온 배터리에서 시도됐지만, 오히려 PB 및 같은 계통 재료 (PBA)의 우수함이 눈에 띄는 결과가 됐다. 특히, 코발트산염은 "최근 들어 칼륨이온 배터리에서는 잘 되지 않다는 점이 확실해졌다"라고 한다.
남은 후보가 PB나 PBA 또는 폴리산 류로 불리는 인산염 계나 황산염 계의 재료, 그리고 최근 발견된 고분자 재료 'p-DDPZ' 등이다. p-DDPZ는 양극 활물질로의 전류 용량 밀도가 162mAh/g로 높고, 게다가 C 비율은 80C,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1000회 이상으로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다.[2]
덴드라이트 자가 치유 기술
미국 뉴욕 주 렌셀러 공대(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니킬 코라트카르(Nikhil Koratkar) 교수 연구팀은 밤새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의 덴드라이트를 청소할 수 있는 자가 치유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가 치유 기술은 덴드라이트가 문제를 일으킬 만큼 많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값싸고 수명이 긴 칼륨 금속 배터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인 덴트라이트를 자가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칼륨 배터리이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에도 존재했던 덴드라이트(dendrite, 수상돌기)가 칼륨 배터리에도 생긴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되면서 리튬 배터리나 칼륨 배터리 모두 금속 조각들이 양극에 달라붙게 된다.
연구팀은 칼륨이 녹지 않을 정도로 열을 끌어올렸다. 그 높은 열이 골치 덩어리인 덴드라이트 더미의 표면을 부드럽게 녹여줬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코라트카르 교수는 자기 치유 과정을 폭풍이 끝난 후 눈 더미에 일어나는 일과 비교했다. 눈사태가 일어난 후, 바람이 불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면 눈 더미가 날리고 일부는 태양에 녹으면서 결국 평평해진다. 비슷한 방법으로, 배터리 내부의 온도 상승은 칼륨 금속을 녹이지 않지만, 표면 확산을 활성화시켜 칼륨 원자가 그들이 만든 덴드라이트 더미를 옆으로 치우도록 한다. 이런 접근 방식으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마다 덴드라이트가 자가 치유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코라트카르 연구팀은 이전에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진 리튬 금속 배터리를 선보였지만, 너무 많은 열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칼륨으로 대체함으로써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다.[3]
각주
- ↑ 박준환 기자, 〈리튬 배터리의 강력한 라이벌 '칼륨 금속 배터리'〉, 《육도삼략365》, 2020-03-07
- ↑ 박영하 기자, 〈(Tech Trend) 칼륨이온전지, ‘포스트 리튬’ 급부상…45초만에 풀충전〉, 《테크데일리》, 2020-03-08
- ↑ 심재율 기자, 〈자가 치유 능력 지닌 ‘칼륨 배터리’ 등장 – Sciencetimes〉, 《사이언스타임즈》, 2020-03-06
참고자료
- 박준환 기자, 〈리튬 배터리의 강력한 라이벌 '칼륨 금속 배터리'〉, 《육도삼략365》, 2020-03-07
- 박영하 기자, 〈(Tech Trend) 칼륨이온전지, ‘포스트 리튬’ 급부상…45초만에 풀충전〉, 《테크데일리》, 2020-03-08
- 심재율 기자, 〈자가 치유 능력 지닌 ‘칼륨 배터리’ 등장 – Sciencetimes〉, 《사이언스타임즈》,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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