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원소)
주석(朱錫, tin)은 원소기호 Sn, 원자번호 50번, 주기율표의 14족, 5주기에 위치하는 금속 원소이다. 전성과 연성이 뛰어난 은백색 결정성 금속으로서, 녹는점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그 가공이 용이한 금속이다. 원자의 배열에 따라 회색주석(α-주석)과 백색주석(β-주석)의 두 가지 동소체가 있다.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금속성 주석은 백색주석을 이른다. 낮은 녹는점과 높은 가공성 때문에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금속이다. 기원전 3000년경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Bronze)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청동기 시대가 열렸다. 주석은 그 오랜 역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명명되었으며, 원소기호 Sn은 주석의 라틴어 'Stannum'에서 따왔다. 중성 상태에서 50개의 양성자와 전자를 가지며, 중성자의 수에 따라 질량수 112번(0.97%), 114번(0.66%), 115번(0.34%), 116번 14.54%), 117번(7.68%), 118번(24.22%), 119번(8.59%), 120번(32.58%), 122번(4.63%), 124번(5.79%)의 주요 동위원소가 있다. 그 외 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100, 126, 132번 등이 보고되었다. 산화 상태는 +2, +4가 일반적이며, 상온에서 안정하여 쉽게 산화되지 않는다. 전체 지각의 0.0002% (2 ppm)을 구성한다.
주석의 높은 안정성 및 가공성 때문에 오랜 기간 인류가 사용하였으며, 현재 50% 이상의 주석이 전자 회로 제조의 땜납으로 사용된다. 그 외 보관 용기, 식기, PVC 안정제 등으로 활용된다.
역사[편집]
주석을 광석에서 추출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경 청동기 시대가 시작할 때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금속이 섞인 구리 광석은 순수한 구리와는 다른 성질을 갖는다는 성질을 발견한 것이다. 초기의 청동에는 주석이나 비소가 2%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아 의도적으로 첨가했다기보다는 구리를 얻는 과정에서 불순물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구리에 다른 금속을 첨가하면 구리의 강도를 높여주고 녹는점을 낮춰주며, 융해되었을 때 더 점성이 낮은 액체가 되고 다시 응고되면 밀도가 더 높은 금속이 되어 주조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는 청동기 시대에 거푸집을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모양을 낼 수 있도록 한 중요한 발견이었다. 구리와 비소의 합금은 구리 광석에 비소가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 중동 지역에서 처음 나타났으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알려져 비교적 덜 위험한 주석 합금으로 점차 대체되었다.
주로 이산화 주석으로 이루어진 석석은 고대에 주석의 주요 원료였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종류의 주석 광석은 대체로 황화물이며, 그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이고 더 복잡한 제련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의 여러 유적지에서도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출토되어, 한반도 지역에서도 주석의 사용이 발달하였음이 확인된다.
주석의 이름과 기호[편집]
주석의 원소 기호인 Sn은 그 라틴어 Stannum에서 유래한다. 이 명칭은 고대에서는 은과 납의 합금을 의미하였지만, 기원전 4세기 문헌부터는 주석을 가리키는 단어로 통용되었다. 영문 이름인 Tin은 독일어의 Zinn 등과 동일한 어원을 가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성[편집]
물리적 특성[편집]
주석은 전성과 연성이 뛰어난 은색 금속이다. 주석 막대가 구부러지면 주석 울림이라는 파쇄음을 들을 수 있다. 녹는점은 232°C 정도이며, 11나노미터 이하의 입자 상태에서는 177.3°C 정도의 더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주석에는 몇가지 동소체가 존재한다. 그 중 β-주석(백색 주석)은 금속성을 띠며, 실온에서 안정하고 전성이 뛰어나다. 반면 α-주석(회색 주석)은 비금속성이며, 13.2°C 이하의 온도에서는 불안정하고 부서지기 쉽다. α-주석의 구조는 등축정계에 속하기 때문에 자유 전자가 존재하지 않아 금속성을 띠지 않는다. α-주석은 주로 회색 분말 형태로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이외에 161°C 이상의 온도와 수십억 Pa 이상의 고압에서 존재하는 γ-주석과 σ-주석도 있다. 저온에서는 주석의 원자 배열이 바뀌어 β-주석이 α-주석으로 변하는 동소변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주석병이라고 한다. 순수한 주석에서는 α-β 주석 간의 변환이 13.2°C 이하에서 나타나지만 알루미늄, 아연, 안티모니, 비스무트, 납, 은 등의 불순물이 첨가되면 그 온도가 낮아지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게 되면서 주석의 내구성을 높이기도 한다. 3.72K 이하의 온도에서는 초전도체의 성질을 나타낸다.
화학적 특성[편집]
주석은 물에서는 부식되지 않으나 산성이나 염기성 조건에서 부식된다. 또, 공기 중에서는 산화되어 보호막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다른 금속 위에 주석을 얇게 도금하기도 한다. 특히 철에 주석을 도금한 것을 양철이라고 한다.
동위원소[편집]
주석에는 10개의 안정한 동위 원소가 존재한다. 안정한 동위 원소들 중 '주석-120'이 가장 많이 존재하고 '주석-115'가 가장 적게 존재한다. 이외에도 29종류의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 원소가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주석-126(반감기 약 23만 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감기가 1년 이하이다.
주석의 생산 및 용도[편집]
주석은 지각에서 존재량 순서로 49번째 원소이다. 순수한 주석으로는 자연에서 얻을 수가 없으며, 다양한 형태의 광물에서 얻는다. 대부분은 산화물 형태인 석석(SnO₂)을 가공하여 생산한다. 연간 25만톤 (2011년)의 주석이 채굴되며,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볼리비아가 주요 생산국이다. 약 40년 이내에 주석의 매장량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여 적극적인 재활용과 함께 새로운 매장지를 찾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주석의 낮은 녹는점 및 안정성을 이용하여 전자 기판의 조립을 위한 땜납으로 사용되며, 이는 전체 주석 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우수한 산화 안정성 때문에 철,아연 등의 부식을 막기 위한 도금 소재로 쓰인다. 양철이라 불리는 통조림 깡통 용기가 철 표면에 주석을 도금하여 만들어진다.
구리와의 합금 상태에서 구리가 주성분인 경우를 청동, 주석이 주성분인 경우를 백랍(퓨터, pewter)이라고 하며, 다양한 장식품의 제조에 사용된다. 네오븀와 주석의 화합물인 Nb₃Sn은 높은 임계온도를 가지는 초전도 물질이다.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