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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4일 (월) 01:41 기준 최신판
아연(Zinc)은 원자번호 30번 원소이며 구리와 함께 볼타전지를 이루는 금속으로, 그리고 망가니즈전지의 음극 물질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금속이다. 아연은 철, 알루미늄, 구리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어 사용되는 금속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많은 철 제품은 아연 도금이 되어있어 잘 부식되지 않는다.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것을 함석이라 하는데, 스테인리스 강에 비해 값싸게 생산되므로 널리 사용된다. 아연과 구리의 합금인 황동(놋쇠)은 통신 장비, 악기, 물 밸브, 주화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또한 여러 아연 합금들이 다이캐스팅 합금으로 많이 사용된다. 아연 화합물들은 페인트 안료, 인광체, 자외선 차단제, 의약품, 유기 합성 시약 등으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아연은 전이 금속 중에서는 철 다음으로 인체에 많이 존재하며, 여러 생체 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량 필수 원소이다.
개요[편집]
아연은 원자번호 30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Zn이다. 주기율표에서 카드뮴(Cd), 수은(Hg)와 함께 12족(2B족)에 속하며, 전이금속 중 하나이다. 청백색의 금속으로, 실온에서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전성과 연성이 거의 없으나, 100~150oC에서는 전성을 띠게 되어 가는 선이나 얇은 판으로 가공할 수 있다. 비교적 좋은 전기 전도체이며, 녹는점과 끓는점이 비교적 낮고, 쉽게 승화(고체가 증기로 되는 것)된다. 화학 반응성이 제법 크고 강한 환원제이다. 공기 중에서 물과 이산화탄소(CO₂)와 반응하면 염기성 탄산아연(Zn₅(OH)₆(CO₃)₂) 보호막이 생겨 내부가 물이나 공기와 반응하는 것을 막는다. 산, 알칼리, 여러 비금속 원소들과 쉽게 반응하며, 공기 중에서 태우면 푸른 불꽃을 내며 타서 산화아연(ZnO)이 된다. 화합물에서는 주로 +2의 산화상태를 가지며, 색을 띠지 않는다.
아연은 천연에서 화합물로만 존재하며, 지각에서의 존재 비는 약 76 ppm(0.0076%)으로 대략 24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중요한 광석은 섬아연석(sphalerite, ZnS), 능아연석(smithsonite, ZnCO₃), 이극석(hemimorphite, Zn₄Si₄O₇(OH)₂·H₂O)인데, 이중 섬아연석이 아연 생산에 사용되는 광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아연은 고대부터 합금에 사용되었으나, 금속 아연은 13세기에 인도에서 처음 얻어졌고 유럽에서는 1746년에 처음 분리되었으며, 1800년에 볼타(Alessadro Volta, 1745~1827)가 이를 사용하여 전지를 처음 만들었다.
아연의 가장 큰 용도는 철에 내부식성 도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황동(아연과 구리의 합금)에서처럼 다른 금속과 합금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아연-탄소 건전지(망가니즈 건전지)에서 음극으로 사용된다. 여러 아연 화합물들도 요긴하게 사용되는데 산화아연(ZnO)은 반도체 물질로 복사기와 자외선 차단제, 흰색 페인트 안료 등으로 사용되며, 황화아연(ZnS)은 발광성 페인트, 식품 보존제, 탈취제, 비듬방지 샴푸 첨가제, 목재 보존제, 유기 합성 시약, 항균 농약 등으로 사용된다.
아연은 거의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미량 원소로, 인체에는 전이 금속 중에서는 철 다음으로 많이 있다. 여러 효소의 구성 원소로,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등의 생체분자들의 합성과 분해에 관여하며, 성장과 골격 형성, 생식과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어린이에게 아연이 결핍되면 성장 지연, 면역력 저하, 만성 또는 급성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 과량의 아연 섭취는 근육기능의 불규칙, 무기력증, 위장 장애, 구리 결핍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식물의 경우, 아연이 결핍되면 생육이 저해되고 열매가 잘 맺지 않을 수 있다.
역사[편집]
아연이 들어있는 고대 금속 유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선사시대의 것으로 짐작되는, 87.5%의 아연을 함유한 작은 조각상이 현 루마니아의 다시안(Dacian) 유적지에서 발견되었으며, 80~90%의 아연을 함유하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기원전 5세기 경의 여러 장신구들도 발견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구리 제품에는 약간의 아연이 들어 있으며, 기원전 1400~1000년 경에 만들어진 팔레스타인 황동에는 아연이 23% 들어있다. 로마에는 기원전 약 30년경에 황동의 제조 방법이 알려졌는데, 로마는 이를 사용하여 주화와 무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들은 황동을 보통 능아연석(ZnCO₃)과 이극석(Zn₄Si₂O₇(OH)₂·H₂O)의 혼합 광석인 칼라민(calamine) 가루를 숯, 구리와 함께 섞고 가열하여 얻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얻은 황동을 칼라민 황동(calamine brass)이라 한다. 또한 아연이 포함된 혼합 금속 광석을 야금하여 아연이 들어있는 금속을 얻기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연은 끓는점이 907oC(녹는점은 419.53oC)이고, 고체 상태에서도 쉽게 승화된다. 아연 광석을 구워서 얻은 산화아연(ZnO)을 숯으로 환원시켜 아연 금속을 얻기 위해서는 1000℃ 이상의 온도가 필요한데, 이 온도에서는 환원된 금속 아연은 증기가 되고, 증기 상태의 아연은 쉽게 재산화된다. 공기와 접촉시키지 않고 아연 증기를 응축시켜 금속 아연을 대량으로 얻는 방법이 13세기에 인도에서 처음 터득되었으며, 이것이 중국으로 전해졌고, 중국 명 나라에서는 아연 주화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금속 아연을 의도적으로 생산하지는 않았으나, 납, 은, 황동 등의 제조 과정에서 소량 얻을 수 있었으며, 1605년 이후에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중국에서 수입하였다. 연금술사들은 아연을 공기 중에서 태워 생긴 물질을 응축시켜 산화아연(ZnO)을 얻었는데, ZnO 분말을 '철학자의 양털(Philosopher’s wool)', '백설(white snow)', '아연의 꽃(flowers of zinc)'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렀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까지 산화아연을 아연화(亞鉛華)라고 불렀다. 원소 이름 'zinc'는 금속 아연이 바늘 모양을 하는 것에서, 독일어로 톱니 또는 포크의 끝을 뜻하는 'Zinke'에서 따왔거나, 또는 주석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주석을 뜻하는 독일어 'Zinn'에서 따온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말 아연(亞鉛)은 색깔과 모양이 납(Pb, 鉛)과 비슷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연은 서양에서도 17세기 후반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는데, 순수한 금속 아연은 1746년에 독일 화학자 마르그라프(Andreas Sigmund Marggraf, 1709~1782)가 처음 얻었다고 여겨진다. 그는 칼라민과 숯의 혼합물을 밀폐된 용기에서 가열하여 아연을 얻었는데, 1752년에는 이 방법을 써서 아연이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1758년에는 밀폐된 용기에서 섬아연석(ZnS)을 구워 산화아연을 만든 후, 이를 밀폐된 용기에서 숯과 반응시켜 아연을 얻는 방법이 개발됨으로써 가장 흔한 아연 광석인 섬아연석에서 아연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1800년에는 볼타가 구리판과 아연판으로 구성된 전지를 만듦으로써 아연의 유용성이 더욱 확대되었다. 아연의 생물학적 중요성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는데, 1940년에 혈액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데 관여하는 효소에 아연이 들어있음이 밝혀졌으며, 1955년에는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에도 아연이 들어있음이 발견되었다.
물리적 성질[편집]
아연은 푸른색 광택이 도는 은백색 금속이나, 대부분의 아연 제품과 아연 도금제품은 표면에 산화물 피막이 입혀져 있어 광택이 없다. 아연 금속은 육방밀집구조(hcp)를 하고 있으나, 상당히 비뚤어져 있다. 이 때문에 밀도(7.14g/cm³)가 철(밀도 7.87g/cm³)이나 구리(밀도 8.94g/cm³) 보다 상당히 작다. 녹는점(419.53℃)과 끓는점(907℃)이 비교적 낮은데, 전이금속 중에서는 녹는점이 같은 족의 수은(Hg, 녹는점 -38.9℃)과 카드뮴(Cd, 녹는점 320.8℃) 다음으로 낮다. 융해열과 증발열도 비교적 작고, 고체 상태에서도 상당한 승화 증기압을 갖는다. 대부분의 온도에서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우나, 100~150℃에서는 전성과 연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210℃ 이상에서는 다시 부서지기 쉬워져, 두드리면 가루가 될 수 있다. 비교적 좋은 전기 전도체이며, 반자기성으로 자석에 끌리지 않는다.
천연 상태에서 5가지 동위원소가 있는데, 이들은 ⁶⁴Zn(48.6%), ⁶⁶Zn(27.9%), ⁶⁷Zn(4.1%), ⁶⁸Zn(18.8%), ⁷⁰Zn(0.6%)이다. 이중 ⁶⁴Zn와 ⁷⁰Zn이 방사성 동위원소이기는 하나, 반감기가 각각 1018년 과 1016년 이상이어서 이들의 방사능은 무시된다. 여러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합성되었는데, 가장 반감기가 긴 것이 ⁶⁵Zn(반감기 243.66 일)이고, 그 다음으로 긴 것이 ⁷²Zn(반감기 46.5 시간)이다. 질량수가 66 보다 큰 것은 β- 붕괴를 하고 갈륨(³¹Ga) 동위원소가 되며, 66보다 작은 것은 전자포획을 하여 구리(²⁹Cu) 동위원소가 된다. ⁶⁵Zn는 아연 금속이 마모되는 경로를 연구하거나 아연의 생물학적 경로(예로 인체 내에서 아연의 역할)를 연구하는 데 방사성 추적자로 사용된다.
화학적 성질[편집]
아연 원자는 30개의 전자를 갖고 있어, 바닥 상태 전자 배치는 [Ar]3d¹⁰4s² 이다. 2개의 전자를 쉽게 잃어 +2의 산화 상태가 된다. +2의 산화 상태에서는 3d 전자가 모두 채워져 있으므로, Zn(II) 화합물들은 색을 띠지 않고 반자기성(diamagnetic)이다. Zn²⁺/Zn의 표준 전극전위는 -0.76 V로, Fe²⁺/Fe의 표준 전극전위 -0.44 V보다 더 음의 값이다. 즉, Zn이 철(Fe) 보다 더 쉽게 산화되고 환원력이 크다.
Zn²⁺ + 2e⁻ → Zn Eo= -0.76 V
아연 표면은 습한 공기에서 빠르게 금속 광택을 잃고 흐려지며, 흐려진 표면은 공기 중의 CO₂와 반응하여 염기성 탄산아연(Zn₅(OH)₆(CO₃)₂) 막을 만드는데 이 막은 내부의 아연이 더 이상 반응하는 것을 막는 부동화막 역할을 한다. 아연은 공기 중에서 태우면 밝은 청록색 불꽃을 내면서 타서 ZnO가 되며, 황, 인, 할로겐 등과도 가열하면 반응한다. 산과 알칼리에 모두 녹고 수소기체를 내어 놓는다.
Zn + 2H⁺ → Zn²⁺ + H₂
Zn + 2OH⁻ + 2H₂O → Zn(OH)₄ ²⁻ + H₂
Zn²⁺의 이온 반경은 74 pm로 Mg²⁺의 이온 반경 72 pm와 거의 같다. 따라서 Zn²⁺ 염과 Mg²⁺ 염은 같은 결정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착화합물 형성 성질은 크게 다른 데, Zn²⁺는 Mg²⁺보다 공유결합을 잘하며, O-주게 리간드 뿐 아니라 N-주게와 S-주게 리간드, 할로겐 이온, CN-과도 착화합물을 잘 형성한다. 아연 착화합물들은 대부분 4 또는 6 배위체이나, 다른 배위수의 착화합물들도 알려져 있다.
생산[편집]
아연 생산에 쓰이는 광석의 90% 이상을 황화물 광석인 섬아연석(ZnS)이 차지한다. 채굴된 광석을 침강 또는 부유 방법으로 아연 함량이 약 50%가 되도록 농축시킨 후, 구워서(배소하여) 산화물(ZnO)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함께 생성되는 아황산가스(SO₂)는 황산(H₂SO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2ZnS + 3O₂ → 2ZnO + 2SO₂
ZnO에서 Zn을 얻는 데는 고온건식야금법(pyrometallurgy)이나, 또는 습식야금법인 전해채취(electrowinning) 방법이 사용된다. 고온건식야금법에서는 ZnO를 코크스 또는 일산화탄소(CO)로 환원시킨 후, 생성된 Zn 증기를 응축시켜 금속으로 회수한다.
2ZnO + C → 2Zn + CO₂또는 2ZnO + 2CO → 2Zn + 2CO₂
전해채취 방법에서는 ZnO를 묽은 황산에 녹인 후, 이 용액을 전기분해하여 알루미늄 전극 위에 아연을 석출시킨다.
ZnO + H₂SO₄ → ZnSO₄ + H₂O
전기분해 시 전체 반응: 2ZnSO₄ + 2H₂O → 2Zn + 2H₂SO₄ + O₂
아연 광석에는 보통 카드뮴(Cd), 은(Ag), 납(Pb) 등이 함께 들어있는데, 이들은 아연 야금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되어 요긴하게 사용된다.
아연은 철, 알루미늄, 구리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어 사용되는 금속이다. 아연의 약 70%는 광석에서 직접 생산되며, 나머지 30%는 폐 제품에서 회수되어 재활용되는데, 2010년 전세계 아연 생산량은 약 1,200만 톤이고, 이의 29%인 350만 톤이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이외 주요 생산국은 페루(152 만 톤), 호주(145만 톤), 인도(75만 톤), 미국(72만 톤), 캐나다(67만 톤) 등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아연㈜에서 약 50만 톤을 생산하였다. 아연 광석은 전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확인된 광석 매장량은 약 19억 톤이고 이중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약 2억 톤으로 추정되며, 중국(16.5%), 호주(10.5%), 페루(9.5%), 카자흐스탄(8.5%) 등이 주요 매장국이다.
산업적 용도[편집]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연의 약 55%는 아연 도금에, 16%는 황동과 청동 제조에, 21%는 합금 제조에, 나머지 약 8%는 기타 용도에 사용된다. 아연은 현수교, 난간, 가로등, 금속제 지붕, 열교환기 및 자동차 차체 등과 같이 부식이 쉬운 철이나 강철로 이루어진 구조물의 표면에 도금하여 부식 방지제 역할을 한다.
아연에 소량의 구리나 알루미늄 혹은 마그네슘이 첨가된 합금인 자막(Zamak)은 스핀 주조(spin casting)나 다이 주조(die casting)가 쉬워 자동차, 전기 및 기계 부품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한 예로 아연-알루미늄 자막의 경우 합금의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 작고 복잡한 모양의 금속 부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다.
아연은 상대적으로 산화력이 높기에 매설된 배관이나 선박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음극 보호(cathodic protection)를 통한 희생용 금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연의 표준 전극 전위(standard electrode potential)는 -0.76 V로 낮아 알칼리 전지 및 아연 탄소 전지, 공기 아연 전지의 양극 물질로 사용된다. 구리에 3~45% 첨가하여 구리보다 연성과 내부식성이 우수한 합금인 황동을 만드는데도 널리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1982년 이후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아연을 사용하고 있다.
산화 아연은 칠감의 백색 안료나 고무 제조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와 고분자나 플라스틱 제품을 보호하는 데도 사용된다. 아연 착물은 비대칭 합성(asymmetric synthesis)을 포함한 다양한 유기물질 합성 과정에서 팔라듐, 루테늄, 이리듐과 같은 귀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촉매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참고자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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