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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택소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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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택소노미(EU Taxonomy)는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녹색산업 분류체계로 판별해 녹색 활동으로 규정된 분야에 한해 그린 딜(Green Deal)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의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EU택소노미는 유럽연합이 2020년에 최초로 발표했으며 환경보호, 에너지, 제조, 수송,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등 13개 분야에 걸쳐 모두 101개의 행동을 녹색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1]

개요

EU 택소노미는 어떤 에너지원이 친환경·녹색 사업인지 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라고 한다.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업종에 대해서는 각종 금융 및 세제 지원을 제공해 투자를 육성한다.

EU가 세계최초로 2020년 6월 EU판 그린 택소노미 가이드를 발표했으며 2022년 2월 2일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주체로 만든 녹색분류기준인 'K-택소노미'가 2021년 12월말 공개됐다.

확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투자가 친환경 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자 대상이 될 신규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은 2040년까지 승인이 필요하다. 신규 원전을 짓는 EU 회원국은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천연가스 투자는 전력 1킬로와트시(㎾h)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이 270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미만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붙었다. 천연가스 발전소는 2030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며 2035년부터는 저탄소가스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EU는 앞으로 4개월 동안 회원국 및 EU 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승인을 받은 뒤 2023년 1월부터 EU택소노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EU의 27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EU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 EU 의회에서 절반(353명)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EU 현지에서는 EU택소노미가 부결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해 폴란드 핀란드 체코 등이 확정안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EU 의회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녹색당 계열 의원들이 결집한다고 해도 부결을 이끌어낼 만큼 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를 준비해왔다. 2021년 5월 초안공개에 이어 2021년 12월말에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원전이 아예 제외되었고 LNG의 경우 특정 조건에 한해 한시적으로 포함됐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340gCO2eq/㎾h이면서 설계 수명 기간 동안 평균 250g CO2 eq/kw h을 달성할 수 있는 중장기 감축 계획을 제시하는 발전소에 한해 2030~2035년 한시적으로 LNG 발전을 '전환 부문'에 포함하기로 했다. 환경부의 발표 이후 EU 사례 등을 참고해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앞서 "원자력 발전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을 감안해 녹색으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EU 등 국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국내상황도 감안하겠다"며 "LNG 발전은 국내상황을 감안해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으로 인정돼 한시적으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2]

EU, 택소노미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투자 유도

EU 택소노미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EU 집행위의 야심찬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 중 하나다. 탄소중립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탄소 감축·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해 실질적인 순(net)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과 활동에 민간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EU 택소노미는 EU의 이 같은 기후, 환경 목표에 맞는 민간 투자 목적의 경제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가 투자를 결정하거나 녹색 투자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 등에 참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에서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라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투자 상품이 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막는 투명한 이정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인 척 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EU 택소노미는 투자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적 경제 활동의 목록은 아니다. 공공 투자, 기업의 환경 경영 실적을 위해 필요한 요건도 아니다. 다만, 녹색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가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에 더 관심을 두고 들여다볼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EU 내에서 혹은 EU 기업, 투자자와 사업을 하는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투자자의 경우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해야 한다. 이런 기업의 정보가 투자자에게도 공개되기 때문에 녹색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관 투자자나 개별 투자자, 은행 등의 관심을 더 받을 수도 있다. 대형 은행이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에 대출 우대를 한다면 이는 관련 활동을 하는 회사가 더 나은 이율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EU 집행위의 설명이다. 법이 발효돼도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이 없는 회사라고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EU 외에도 중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도 자체적인 분류체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도 2021년 말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지 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K-Taxonomy) 지침서를 공개했다.[3]

가스·원자력 논쟁 끝 '녹색' 분류, 그러나 그 실상은...

EU 택소노미는 여러 부문을 아우른다. 제조업, 교통, 건물 등 다른 대다수 부문에 대한 규정은 이미 2021년 4월 발표돼 최근 발효됐다. 하지만, 가스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서는 EU 회원국 간 견해차가 커 오랫동안 입법 절차가 지연됐다. EU 회원국 중 전력생산의 70%를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당연히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넣자는 입장이다.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원자력 에너지의 최대 난제인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EU 집행위는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특정 조건을 갖춘 원자력, 가스 에너지 활동을 이번에 EU 택소노미에 포함했다. EU 집행위는 원자력과 가스가 안전성과 환경성과 관련한 엄격한 조건을 맞춘다면 석탄과 같이 오염이 가장 심한 화석 연료에서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활동이 '녹색'으로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이 엄청나게 높은 거를 넘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사업은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2050년까지 중저준위 및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가동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상응하는 자금을 확보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은 원자력의 지속가능성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반감기가 수만∼수십만 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해야 해 부지 확보에만 수십년이 걸리는 문제다. 전체 전력 생산의 3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한국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했다.

또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를 2025년부터 신규 원전을 비롯해 기존에 지어진 모든 원전들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도 포함됐다. ATF는 원자로 냉각기능이 상실되는 대형 사고가 나도 핵연료의 안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연료를 뜻한다. 문제는 ATF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상용화하려면, 제어 코드 등을 포함해 설계 단계부터 싹 바꿔야 한다. 코드를 바꾸는 데에 4~5년이 걸리고,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증 및 승인을 받는 데 5~10년이 걸린다. 거기에다가 기존의 원자로에서는 ATF 사용을 하려면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 즉 기존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이 아예 봉쇄되어 버려 원전 업계에서는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보아 반발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고 원안대로 확정되었다. 또한 이 규정대로라면 SMR(소형 모듈 원자로)도 ATF를 사용하지 않으면 EU 택소노미 규정에 따른 녹색 에너지 인증 자체가 되질 않는다. 이 역시 설계부터 싹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즉, 실상을 분석해보면 EU의 실질적이 스탠스는 원전의 '원'자도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지르코늄 합금 연료봉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한계점이 드러나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다.

가스 관련 활동은 킬로와트시(kWh)당 270g 미만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거나 전력 생산 활동 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년간 평균 킬로와트(kW)당 550㎏을 넘지 않는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kWh당 5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3]

다시 가스 및 원자력 배제

유럽연합 상임위원회는 가스 및 원자력 발전이 '녹색'에 포함될 수 없다고 의결했다. 7월 6일 본회의 표결이 남아 있는데, 대체로 상임위의 결정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각주

  1.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천자춘추 RE100과 EU택소노미〉, 《경기일보》, 2022-03-06
  2.  〈EU택소노미〉, 《한경 경제용어사전》, 
  3. 3.0 3.1  〈어디까지가 '녹색 에너지'인가…EU 택소노미 진통〉, 《동아사이언스》, 2022-02-09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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