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납(Lead, 鉛)은 주기율표 14족 6주기에 속하는 탄소족원소로 원소기호 Pb, 원자번호 82, 원자량 207.2g/mol, 녹는점 327.5℃, 끓는점 1749℃, 밀도 11.34g/cm3 이다. 고대 이래로 알려진 원소로 천연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생성물 중 최종의 산물이며 실온에서 청백색의 광택을 내는 매우 연하고 아주 잘 늘어나고 펴지는 전이후금속이다.
금, 은, 구리, 주석, 철, 수은을 포함하여 인류가 고대부터 사용한 일곱 가지 금속 원소 중 하나인 납은 무르고 녹는점이 다른 금속에 비해 낮아 가공하기가 쉬우며, 밀도가 높고 쉽게 부식되지 않는 성질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대 로마 시대부터 납은 주로 수도관, 화장품, 페인트 등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납이 인체에 독성을 갖는다는 사실이 19세기 후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이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그 사용이 제한되었으며, 현재는 납축전지(lead-acid battery)에 주로 많이 쓰인다.
납이온(Pb²⁺ )의 화합물 중 질산납(Pb(NO₃)₂)만 물에 잘 녹고, 염화납(PbCl₂), 황화납(PbS), 황산납(PbSO₄), 탄산납(PbCO₃)은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앙금 생성 반응을 통해 산출되는 노란색의 아이오딘화 납(PbI₂)과 크롬산 납(PbCrO4), 검은색의 황화납 앙금은 납이온 (Pb²⁺)을 검출할 때 유용하다. 또한 납은 단맛이 난다.
개요[편집]
납은 푸르스름한 밝은 은백색의 금속 원소이다. 금속 가운데 무거운 축에 들고 연하며, 전성(展性)은 크나 연성(延性)은 작다. 공기 중에서는 표면에 튼튼한 어두운 회색 산화 피막을 만들어 안정하며, 녹는점이 낮다. 연판, 연관, 활자 합금 따위로 쓴다.
82개의 양성자를 갖고 있어서 최대의 매직 넘버를 가진 원소이다. 그 중 동위체 ²⁰⁸Pb은 중성자의 수도 126개로 매직넘버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비상히 높다. 83개 이상의 양성자를 가진 원소들은 안정된 동위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서히 붕괴하며 넵투늄 붕괴 사슬과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동위체를 제외하면 마지막에는 납이 된다. 이 때문인지 원자번호가 비교적 큰 원소 중에는 자연에 꽤 흔한 편이라 고대로부터 많이 이용되었다.
4원소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에서는 황과 납의 조합물이 금이라고 여겼다. 연금술사들은 납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납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실험을 했고 그 와중에 퍼진 이야기가 바로 현자의 돌이다.
방연석(PbS), 백연석(PbCO₃), 홍연석( PbCrO₄), 황산연석 (PbSO₄) 등의 광물로서 단독으로 산출되거나, 금·은·구리·아연 등과 함께 복잡한 광물로서 산출되기도 한다. 클라크수(지각 속의 평균 함유량)는 제36위, 해수 속의 함유량은 1㎍/ℓ이다. 천연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생성물 중 최종의 산물로 실온에서 청백색의 광택을 내는 매우 연하고, 아주 잘 늘어나고 펴지는 금속 고체이나, 비교적 불량한 전기 도체이다. 새로운 절단면은 금속광택을 가지지만, 공기 중에서는 녹슬어 둔탁한 빛깔이 된다. 그러나 그 녹은 표면만을 덮고 내부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잘 부식하지 않는다.
할로겐·황·셀렌 등과도 직접 반응한다. 묽은 산에는 일반적으로 잘 침식되지 않지만 질산과 같이 산화력이 있는 산에는 녹는다. 뜨거운 진한 황산에 용해되면 황산납이 되나 알칼리에는 강하여 잘 침식되지 않는다. 공기 중에 산소에 반응하여 표면에 생성된 산화 납 (PbO)의 얇은 층에 의해 금속 납의 내부는 더 이상 산화되지 않으나, 600-800℃로 가열하면 PbO로 산화된다. 그러나 미세한 납 분말은 자연 발화한다. 금속 납의 표면이 PbO의 얇은 층에 의해 보호되어 있어 보통의 조건 하에서는 물과 반응하지 않는다.
안정한 천연동위원소로 ²⁰⁴Pb(1.4%), ²⁰⁶Pb(24.1%), ²⁰⁷Pb(22.1%), ²⁰⁸Pb(52.4%)가 존재하며 약 16개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으며 ²¹⁰Pb는 항암제로 사용된다.
역사[편집]
고대 이래로 알려진 원소로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 언급될 정도로 오래 전에 알려져 왔다. BC 1500년경부터 인류가 사용해 왔다. 연금술 학자들은 납이 가장 오래된 원소이며, 토성과 관련 있은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납을 금으로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납은 연금술적 상징을 갖는 원소들 중에 하나이다. 원소기호 Pb는 앵글로 색슨어로는 lead, 라틴어로는 무른 금속의 의미를 갖는 plumbum에서 유래되었다.
금속 납 구슬은 소아시아에서 기원전 7,000~6,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볼 수 있으며 금속 제련의 최초의 예를 보여준다.
제조법[편집]
주원료는 방연석이지만, 곳에 따라서는 섬아연석과 공존해 있는 것을 우선부선(優先浮選)에 의해서 납정석(鉛精石)을 만들고, 이것을 원료로 하여 조납(粗鉛)을 얻는다. 조납은 건식법과 전기분해법으로 정제해서 순수한 납을 얻는다.
이용[편집]
납의 대표적인 용도는 납축전지의 전극이다. 납의 생산량 중 35% 정도가 승용차나 트럭의 납축전지의 전극재료로 쓰인다. 대표적인 충전 가능한 2차전지로 1859년에 발명되어 오랫동안 충전지의 대명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양극에 과산화납, 음극에 금속납을 사용하며, 묽은 황산 수용액을 전해액으로 한 것이다. 기전력은 2.0V, 이걸 6 개나 12 개를 연결해 12V/24V의 차량용 배터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전지는 옛날부터 알려져 있어서 품질도 안정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납의 사용 용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 전자 제품에 쓰이는 납땜이다. 예전에는 납땜의 주성분으로 대량의 납이 쓰였으나 요즘은 대부분 납을 포함하지 않은 무연납을 사용한다. 물론 무연납은 연납보다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연납보다 납땜하기가 약간 더 어렵고, 따라서 초보자들은 연납으로 납땜을 시작하지만 납땜을 자주하는 곳에서는 RoHS 환경 규제 때문에라도 연납을 쓰지 않는다.
그 밖에는 TV나 PC의 모니터에 사용되는 브라운관의 화면용 유리, 세라믹스, 거울 등에도 납이 사용되고 있다. 유리에 납성분을 첨가해서 만드는 납유리는 보통 무게의 18~40% 정도의 산화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소다유리보다 무겁지만 투명도가 높고 굴절율이 크고 일반 유리보다 무르기 때문에 갈거나 깎아서 가공하기 쉽다. 납유리는 흔히 크리스탈이라고 부르는 고급 유리잔이나 유리병, 유리 세공 공예품, 샹드리에 장식 등에도 널리 쓰인다. 굴절율이 높아서 많은 모서리나 각이 나오게 깎으면 입사한 빛의 반사가 많아져 보석처럼 반짝여 보이게 된다. 단 납유리는 일반 유리에 비해 무르기 때문에 가공하기는 쉽지만 흠이나 쓸린 자국이 나기도 쉬워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굴절률이 높아 카메라나 망원경 등 광학장치의 렌즈 유리로도 많이 쓰이는데 역시 무른 납유리라 흠이 나기 쉬워서 먼지를 닦거나 할 때 부드러운 천을 사용하는 등 조심해야 한다.
초기 화승총 시절부터 총알 재료로 쓰였는데, 쉽게 녹여서 납구슬을 만들기 쉽고 간단한 공구로도 가공이 용이하고 무거운 데다 낮은 경도로 인해 낮은 가공정밀도로도 발사시 총강에 잘 밀착하고 몸 안에서 으스러지면서 큰 상해를 입히기 때문이었다. 총알의 구경이라는 것도 납 1파운드로 얼마만큼의 총알을 만들 수 있느냐로 시작된 것. 현재는 쓰지 않는 계산법이고 지금 말하는 30구경, 50구경 하는 것은 탄의 직경(인치)을 말하지만 저 초창기식 구경 계산법은 산탄총 탄환 명칭에 남겨져 있다. 예컨대 12게이지 산탄총의 구경은 1파운드의 납으로 12발의 구형 슬러그탄을 만들었을 때의 직경과 같다. (이는 18.53mm에 해당한다)
납 총알을 만들 때는 일종의 탑을 사용하기도 한다. 높은 탑 꼭대기에서 납을 녹인 뒤 바닥에 있는 수조로 액체 납을 떨어뜨리면 납 방울은 낙하 과정에서 표면 장력으로 인해 구형이 되고, 어느 정도 굳은 상태로 물에 떨어진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하는 탑을 'shot tower'라고 부르며 머스킷이 쓰이던 시대의 도시를 찍은 사진에서 간간히 볼 수 있다. 공법이 간편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의 구슬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서 현대에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현대에 와서도 납은 그 무게와 연성으로 인해 총탄의 재료로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납은 비중이 큰 편이라 같은 크기의 탄두라면 타 금속제 탄두보다 무거워서 탄환의 저지력을 확보할 수 있고, 무게로 인해 바람의 영향도 적게 받으며, 무르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가면 급격히 변형되고 멈춰 내부 손상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열화우라늄이나 텅스텐 같은 납보다 더 비중이 큰 금속들도 있지만, 이런 금속은 너무 튼튼해서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아 철갑탄에나 적합하여 범용성이 떨어지고, 가공이 힘들어서 값도 비싸기 때문에 총알로 사용할 정도로 값싸고 흔하며 알맞은 물성까지 지닌 금속으로는 납이 제일이다. 다만 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로 수렵 시에는 납으로 만들어진 탄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추세이며, 미군의 최신 탄환인 5.56mm M855A1도 납 사용이 금지된 국가에서의 작전을 고려하여 납을 사용하지 않은 탄자를 쓴다.
한편 사격 경기용 탄은 안전을 위해 납 재질의 탄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격 경기장에서 유탄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들이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납탄은 적절한 두께의 철판에 맞았을 때 쉽게 찌그러져 그 자리에 얌전히 떨어진다. 즉, 도탄이나 관통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X선이나 감마선 등 방사선을 막는 데 효과적인 감쇄재료이다. 예를 들어, 납 1 센티미터 (0.4 인치), 콘크리트 6 센티미터 (2.5 인치), 흙은 진흙 기준 9 센티미터 (3.5 인치)는 모두 감마선의 강도를 반으로 줄여준다. 그래서 방사성 물질의 감마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10cm 정도의 두께의 납블록으로 차단해야 한다.
병원 영상의학과 등의 방사선사들이 입는 앞치마와 목도리 안에는 납이 들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방사선에 노출되는 방사선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사선에 특히 취약한 조직인 생식기관과 각종 내장, 갑상선과 흉선 등을 방사선에서 차폐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는 기본적인 보호 수단이므로 대개는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는 조종실에 들어가서 촬영 장치를 조종한다(조종실과 촬영실은 납이 발라진 유리창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연히도, 방사선 피폭 경험자들의 공통된 증언 중 하나가 입에서 이 납의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방사선에 '맛'이 있을 리는 없고, 피폭으로 인해 혀의 미뢰가 교란되어서 맛을 느끼는 것. 방사선 피폭의 강도와는 무관한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폭격기 승무원들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나무나 종이에 납덩어리를 문지르면 연회색이 묻어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대 서양에서는 흑연을 이용한 연필이 개발될 때까지 납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하며, 한국어와 영어 단어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필의 연이 '납 연(鉛)'자이고, 연필심을 뜻하는 영단어인 Lead도 납이란 뜻이 있다.
한편 라틴어로 납을 의미하는 플럼엄(plumbum)은 영어의 플러밍(plumbing), 즉 상하수도관으로 이어졌다. 고대로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수도관은 납으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땅속에는 지금도 납으로 만든 수도관이 매설되어 있으며 아직도 납관을 통해 수도몰을 받아 마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 후진국에서 그러겠지 싶겠지만 오히려 산업화가 일찍 진행된 선진국들이 이 문제가 더 심하다.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납수도관이 아직도 이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땅을 파보면 오래 전에 매설된 납수도관이 발견되는 곳이 있다.
조선은 15세기부터 납이 들어간 회를 이용해 은을 추출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연은분리법' 혹은 '회취법'. 근데 문제는 막상 조선보다는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에 가서 주로 활용되었다고. 에도시대 은이 기준 통화가 괜히 된 것이 아니다.
사기 주사위를 만들때 쓰이기도 한다. 주사위눈을 파내고 대신 납을 채워넣은 것으로, 이렇게 하면 던졌을 때 납으로 무거워진 면이 항상 아래로 가게 된다. 다른 금속조각도 가능해서 굳이 납일 필요는 없지만 납이 다루기 쉬운 금속이면서도 무거워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면 특정 눈이 나올 확률만 비정상적으로 높아져서 걸리기도 쉽고 일단 걸리면 손목이 잘리기 십상이니 수은을 쓰는 전문가용 제품도 있던 모양이다.
탄소와 같은 족에 속하기 때문에 많은 유기 납(organolead)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한때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휘발유에 첨가제로 들어갔던 테트라에틸납이 대표적이다. 다만 독성 및 환경적인 부담 때문에 유기 납 화합물 자체가 퇴출되었다. 납을 주사슬로 하는 고분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납중독[편집]
납 중독( lead poisoning)은 중금속 납의 수준이 체내에서 높아지는 의학 조건이다. 연 중독(鉛中毒)이라고도 한다. 간단히 말해, 납의 독기로 일어나는 질병의 하나다. 언어 장애, 두통, 복통, 빈혈, 운동 마비 따위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납 중독은 매우 희귀한 병이다.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