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
염산(鹽酸, Hydrochloric acid, HCl)은 염화수소의 수용액이다. 산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꼽는 물질이다. 염화수소산(鹽化水素酸), 염강수(鹽強水)라고도 하며, 대표적인 강산이다. 강산이기 때문에 물을 넣어 많이 희석한 '묽은 염산'이 많이 이용된다. 위산의 주 성분이며 산업에 널리 이용되기도 한다. 부식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개요
염화 수소 기체를 물에 녹인 용액인 염산은 무색이며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갖는 부식성이 있는 무기 산이다. 염산은 산-염기 반응을 통해 염기성 물질과 다양한 염산 염을 생성하며, 용액에서 두 이온이 완전히 해리하기에 강산으로 분류된다. 염산은 또한 염화수소 산(muriatic acid)이나 염화 하이드로늄(hydronium chloride)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기 800년경 하이얀(J. i. Hayyan)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60% 또는 그보다 적은 양의 물이 함유된 염산은 가압하거나 냉각시키지 않으면 염화 수소 기체가 발생할 수 있다. 염산은 산업적으로 PVC(poly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의 단량체(monomer)인 염화 비닐(CH2=CHCl)을 생산하는 원료 물질로 주로 사용되며, 이외에도 가정용 청소액, 젤라틴 생산, 식품 첨가물, 스케일 용해제 및 가죽 가공 과정 등에도 사용된다. 염산은 위에서 만들어지는 소화액에서도 발견된다.
역사와 제조
염산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빈번하게 사용되었던 화학 물질로써 연금술사 하이얀에 의해 발견되었다. 13세기 유럽의 연금술사인 위-게베르(Pseudo-Geber)의 저서에 염화 암모늄(NH4Cl)을 질산(HNO3)에 녹여 질산과 염산의 혼합물써 금을 녹일 수 있는 왕수(aqua regia)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7세기 독일의 화학자 글라우버(J. R. Glauber)는 만하임 공정(Mannheim process)으로 염화 소듐 염을 황산과 반응시켜 황산 소듐(Na2SO4)을 만드는 과정에서 염화 수소 기체를 부산물로 얻었다.
2NaCl(s) + H₂SO₄(l) → Na₂SO₄(s) + 2HCl(g)
영국의 철학자이자 화학자인 프리스틀리(J. Priestley)는 1772년 순수한 염화 수소 기체를 처음으로 제조하였고, 1808년 영국에 화학자 데이비(H. Davy)는 이 기체의 화학적 구성 성분이 수소와 염소로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산업혁명 기간 동안 유럽에서 염기성 물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는데, 프랑스의 화학자 르블랑(N. Leblanc)이 개발한 르블랑 공정(Leblanc process)으로 저렴하게 탄산 소듐(Na2CO₃, 소다회(soda ash))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고, 이 공정의 부산물로 다량의 염화 수소 기체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다.
2NaCl(s) + H₂SO₄(l) → Na₂SO₄(s) + 2HCl(g)
Na₂SO₄(s)+ CaCO₃(s)+ 2C(s)→ Na₂CO₃(s) + CaS(s) + 2CO₂(g)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이후 환경 규제법이 제정되었으며, 르블랑 공정은 20세기에 염산 부산물이 생성되지 않는 솔베이 공정(Solvay process)으로 대체되었다. 2000년 이후 염산은 주로 산업적으로 유기 화합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염화 수소 기체를 흡수하여 생산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염화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대규모의 염산 생산은 거의 다른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에 통합되었으며, 주로 최대 38% 농도로 농축된 용액으로 생산되고 있다. 40% 이상의 고농도 용액도 제조가 가능하나 염화 수소의 증발 속도가 너무 빨라 저장과 취급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업용으로는 30~35 %가 주로 생산되며 가정에서 사용하는 청소액의 경우 일반적으로 10~12 % 용액으로 판매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은 연간 20 Mt으로 추산되며 직접 합성하는 양은 연간 3 Mt이며 나머지는 유기 및 유사 합성물 생산 과정의 부산물로 추정된다.
물리 화학적 특성
염화 수소의 농도에 따라 염산은 끓는점, 녹는점, 밀도 및 pH 등 물리적 특성이 달라진다. 염산 내 염화 수소가 0에 근접하는 매우 낮은 농도부터 40%가 넘는 진한 농도까지 염산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20.2%의 염화 수소 농도를 갖는 염산은 끓는점이 108.6 ℃로 일정한 공비 혼합물(azeotrope)을 형성한다. 또한, 염산은 하이드로늄 이온(H3O⁺)과 염소 이온의 염으로 표현될 수 있다.
HCl(g) + H₂O(l) → H₃O⁺(aq) + Cl⁻(aq)
염산은 강산으로 매우 큰 산 해리 상수(Ka) 값을 가지고 있다. 염화 소듐(NaCl)과 같은 염화물 염을 염산에 첨가하여도 실제 pH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이는 염화 이온이 매우 약한 짝염기(conjugate base)이고, 수용액에서 염화 수소가 완전히 해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염산은 산화-환원 반응 간섭이 거의 없는 일양성자산(monoprotic acid)이고, 반응성이 없고 독성이 없는 염화 이온으로 이루어졌으며, 높은 산성도로 인해 취급 시 위험한 대표적인 강산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적당한 농도의 염산은 상당히 안정해서 시간이 경과해도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우수한 산성화 시약으로 사용되며, 염기의 양을 결정하는 적정(titration)에 사용하기 알맞은 산이다. 진한 염산은 아래의 금속 아연과의 반응 예처럼 다양한 금속을 용해시켜 산화된 금속 염화물과 수소 기체를 생성한다.
Zn(s) + 2HCl(aq) → ZnCl₂(aq)⁺ H₂(g)
용도
염산은 금속 정제 등 다양한 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강한 무기 산이며, 그 중요한 용도 중 하나로 압출, 압연, 아연 도금과 같은 철 제품을 생산하는 후속 공정 전에 철이나 강철 표면의 녹을 제거하기 위한 세척액(pickling agent)으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사용 후 폐산 용액을 염화 철(II) (FeCl₂) 용액으로 재사용하기도 하였지만, 폐액 속 중금속 농도가 높아 요즘에는 재생 공정을 통해 염화 수소를 기체로 다시 회수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재생 공정은 열가수분해(pyrohydrolysis) 공정이다.
4FeCl₂(aq) + 4H₂O(l) + O₂(g) → 8HCl(g) + 2Fe₂O₃(s)
이 공정에서 생성된 산화 철(III)(Fe₂O₃) 부산물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염산의 또 다른 주요 용도는 PVC를 제조하기 위한 전구체인 염화 비닐과 디이클로로에테인과 같은 유기 화합물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며,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의 전구체인 비스페놀 A(bisphenol A), 활성탄, 아스코르브 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의약품과 같은 유기 화합물을 생산하는데도 사용된다.
염산을 이용한 일반적인 산-염기 반응으로 염화 철(III)(FeCl₃)과 폴리염화 알루미늄(polyaluminium chloride (PAC), Al₂Clₙ(OH)₆₋ₙ)과 같은 다양한 무기 화합물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들은 하수 처리, 음용수 생산 및 제지 생산 과정에서 응집제로 사용된다. 염산으로 제조된 다른 무기 화합물로는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 칼슘(CaCl₂), 전기 도금용 염화 니켈(II)(NiCl₂), 아연 도금이나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염화 아연(ZnCl₂) 등이 있다.
고순도의 염산은 식품, 제약, 음용수 산업에서 용액의 pH를 조절하는데 사용되며, 또한 이온 교환 수지(ion exchange resins)를 재생하는데도 쓰인다. 이외에도 염산은 가죽 가공이나 식염 정제, 가정용 청소액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염산을 포함한 다양한 화학 반응은 식품, 식품 재료, 식품 첨가물을 생산하는 과정에도 적용된다.
위험성
진한 염산(발연 염산)은 산성 박무(mists)를 형성하여 호흡기, 눈, 피부 및 내장과 같은 인체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부식성(corrosive) 물질이다. 하이포아염소산 소듐(NaClO, 표백제) 혹은 과망가니즈산 포타슘(KMnO₄)과 같은 일반적인 산화물과 혼합되면 유독한 염소 기체를 생성한다.
NaClO(s) + 2HCl(aq) → H₂O(l) + NaCl(aq) + Cl₂(g)
2KMnO₄(s) + 16HCl(aq) → 2MnCl₂(aq) + 8H₂O(l) + 2KCl(aq) + 5Cl₂(g)
따라서 취급 시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미국의 환경 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서는 염산을 독성 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