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코늄
지르코늄(zirconium)은 주기율표 제4족에 속하는 금속원소이다. 천연에 풍부하고 공업적으로는 크롤법에 의해 제조하며 내식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원자로의 재료로서 많이 이용된다.
원자 번호는 40이다. 광택이 있는 회백색의 단단한 전이금속으로 타이타늄과 비슷하다. 지르코늄은 주로 지르콘으로 산출되며 부식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부식에 강하고 중성자 단면적이 작은 특징 때문에 원자로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산화 지르코늄(ZrO₂)은 모조 다이아몬드, 모조 치아, 광커넥터 페룰로 사용된다. 자연에는 총 5가지의 동위 원소가 존재하는데 이 중 3가지는 안정하며, 지르코늄 화합물은 생물학적 역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차
개요[편집]
지르코늄(Zirconium)은 원자번호 40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Zr이다. 주기율표에서는 타이타늄(Ti), 하프늄(Hf)과 함께 타이타늄족이라 부르는 4족(4B족)에 속하는 은회색 전이금속이다. 무정형 상태는 흑색 분말이다. 금속 자체는 반응성이 비교적 크나, 공기 중에서 조밀하고 표면에 잘 부착되는 이산화 지르코늄(ZrO₂) 보호피막이 만들어지므로 내부식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분말이나 작은 조각은 불이 붙을 수 있다. 산, 알칼리, 기타 여러 화학 물질에 의해 잘 부식되지 않는다. 산화제가 있으면 ZrO₂ 보호피막이 형성되어 반응성이 더욱 낮아지나, 플루오르화 수소산(HF)이나 플루오린화(F-)염의 존재 하에서는 플루오로 착화합물을 만들어 녹을 수 있다.
지르코늄은 지각에서의 존재비가 약 160ppm(약 0.016%)이며, 19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전이금속 중에서는 철(Fe), 타이타늄(Ti), 망가니즈(Mn) 다음으로 풍부하고, 구리(지각 존재비 70ppm)나 납(지각 존재비 13ppm)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 주된 광석은 지르콘(zircon, ZrSiO₄)과 바델라이트(baddeleyite: 화학적으로는 지르코니아로 부르는 ZrO₂)인데, 지르콘이 월등히 많다. 지르콘은 화강암에 주로 들어있으며, 이의 침식으로 생성된 자갈과 모래에 보통 규사(silica, SiO₂), 금홍석(rutile: TiO₂), 타이타늄철석(ilmenite: FeTiO₃)과 함께 섞여 있다. 지르코늄은 주로 지르콘에서 생산되는데, 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지르콘의 약 80%를 공급한다. 타이타늄을 발견한 클라프로트(Martin H. Klaproth, 1743~1817)가 지르코늄을 1789년에 산화물로 처음 발견하였으며, 금속은1824년에 베르셀리우스(Jons Jakob Berzelius, 1779~1848)에 의해 처음 분리되었다. 1925년에 상업적인 생산 방법이 처음 개발되었으며, 1945년에 보다 값싸게 생산하는 방법이 나온 이후 대량으로 생산되어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르코늄은 천연 금속 중에서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정도가 가장 낮아서, 1940년대부터 원자로에 쓰이는 핵연료의 피복재와 구조물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다른 금속과의 합금은 내열성과 내부식성이 매우 좋아 화학, 항공 우주, 의료, 여러 소비재 산업에 폭넓게 중요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르코늄은 화합물 형태로 생산되어 사용된다. 지르콘은 보석으로, 또 열을 잘 전달하지 않아 내화물과 금속 주물을 만드는 주형(mold) 등에 사용된다. 이산화 지르코늄(ZrO₂)인 지르코니아는 굴절률이 높아 유사 다이아몬드(큐빅 또는 큐빅 지르코니아)로 널리 사용된다. 또 실험실용 도가니, 야금로, 세라믹 칼과 인공 치아를 만드는 데도 사용되며, 다른 재료의 표면에 내열성 내부식성 세라믹 피막을 입히는 데도 사용된다. 지르콘과 지르코니아는 연마제와 도자기를 희게 보이게 하는 불투명화제(유백제)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지르코늄의 생물학적 역할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지르코늄과 이의 화합물들은 거의 독성이 없다고 여겨지나, 지르코늄이 들어있는 일부 탈취제와 덩굴옻나무 해독 로션이 피부 발진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발견과 역사[편집]
지르콘(규산 지르코늄, ZrSiO₄)과 이의 변종인 풍신자석 (風信子石, jacinth), 히아신스석(hyacinth), 자곤(jargoon), 리규르(ligure) 광석은 예부터 잘 알려왔으며, 이들은 유태교 승려복의 장식용 보석으로 사용되었고 성경에도 언급되어있다. 1789년 독일 화학자 클라프로트는 지금의 스리랑카에서 채취한 자곤 광석에서 새로운 산화물을 발견하고 이를 페르시아어로 금빛을 뜻하는 'zargun'을 따서 지르코니아(zirconia, Zirkonerde)라 불렀다. 원소 이름 지르코늄(zirconium)은 'zirconia'에 금속 원소의 접미어 'ium'을 붙여져 만들어졌다.
전기분해 방법을 써서 여러 알칼리 및 알칼리 토금속들을 분리·발견한 영국의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는 1808년에 전기분해법으로 금속 지르코늄을 분리하고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1824년에 스웨덴의 베르셀리우스가 철관에서 포타슘(K)과 플루오르화 포타슘 지르코늄(K₂ZrF₆)의 혼합물을 가열하여 금속 지르코늄을 아주 불순한 상태이기는 하나 처음으로 분리하였다. 이후 100년이 지난 1925년에 네덜란드의 반아르켈(Anton Eduard van Arkel, 1893~1976)과 드보어(Jan Hendrik de Boer, 1899~1971)가 사아이오드화 지르코늄(ZrI₄)) 기체를 뜨거운 텅스텐 필라멘트 위에서 열 분해시키는 아이오드화 법(iodide process)으로 아주 순수한 지르코늄을 얻었고, 이에 따라 Zr 금속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같은 방법으로 같은 해에 TiI₄)에서 순수한 금속 Ti도 얻었다. Zr이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45년에 룩셈부르크의 크롤(William J. Kroll, 1889~1973)이 ZrCl₄)를 마그네슘(Mg)으로 환원시키는 크롤 법(Kroll process)을 발명한 이후이다. 크롤 법은 이보다 앞서 1940년에 타이타늄 생산에 적용되었다.
물리적 성질[편집]
금속 지르코늄은 광택이 나는 은회색을 띠고, 무르며 전성과 연성이 큰 금속이다. 그러나 산소, 질소, 탄소와 같은 불순물이 미량으로라도 포함되면 단단하고 잘 부서지게 된다. 낮은 온도에서는 전형적인 금속 육방조밀구조(hcp)를 갖는 α-Zr 상으로 있는데, α-Zr은 863℃에서 체심입방(bcc) 구조를 갖는 β-Zr로 전이된다. 짝짓지 않은 2개의 d 전자를 갖고 있어 상자기성이다.
Zr과 아연(Zn)의 합금(ZrZn₂)은 32K 이하에서 초전도 성질과 강자성(ferromagnetic) 성질을 동시에 보이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강자성 초전도체는 ZrZn₂와 UGe₂뿐이다.
동위원소[편집]
천연 동위원소는 ⁹⁰Zr(51.45%), ⁹¹Zr(11.22%), ⁹²Zr(17.15%), ⁹⁴Zr(17.38%), ⁹⁶Zr(2.8%)의 5가지가 있다. ⁹⁰Zr, ⁹¹Zr, ⁹²Zr는 안정한 반면, ⁹⁴Zr과 ⁹⁶Zr은 반감기가 각각 1.1x1017년 이상과 2.0x1020년인 방사성 동위원소로 두 번의 β- 붕괴를 하고 Mo 동위원소가 된다. 이들 외에도 극미량의 ⁹³Zr이 있는데, 이는 핵연료의 붕괴 시 생성되는 반감기(153만년)가 긴 방사성 동위원소의 하나이다. 이는 또한 원자력 발전에서 핵연료 피복제로 사용한 지르코늄에 들어있는 ⁹²Zr 에 중성자가 첨가되어 생성되기도 한다. ⁹³Zr은 낮은 에너지의 β-선을 내고 들뜬 상태의 나이오븀-93(⁹³Nb*)이 되며, ⁹³Nb*은 반감기가 14년으로 낮은 에너지의 감마선을 내고 안정한 ⁹³Nb이 된다. ⁹³Zr 은 방사능이 약하고 방사능의 에너지도 적어 위험성은 크지 않다.
27 가지의 다른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알려져 있는데, ⁹⁵Zr (반감기 64.02 일), ⁸⁸Zr (반감기 63.4 일), ⁸⁹Zr (반감기 78.4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반감기가 1일보다 짧다. ⁸⁹Zr은 천연 ⁸⁹Y에 양성자를 쪼여 얻을 수 있는데, 최근에 ⁸⁹Zr를 항체에 표지 물질로 달아 특수 진단용 양성자 방출 단층 촬영(imuno-PET)에 사용하는 것이 개발되었다. 질량수가 92보다 작은 지르코늄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전자 포획(β+ 붕괴)으로 이트륨(Y) 동위원소가 되고, 92보다 큰 것들은 β- 붕괴를 Nb 동위원소가 된다.
화학적 성질[편집]
지르코늄의 전자배치는 [Kr]4d²5s²이다. 이는 타이타늄의 전자 배치 [Ar]3d²4s²와 아주 비슷하며, 따라서 이들 두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아주 비슷하다. 화합물에서는 주로 +4의 산화상태를 갖지만 -1, 0, +2의 산화상태를 갖는 착화합물들도 알려져 있으며, 할로겐화물에서는 +3의 산화상태를 갖기도 한다. 금속 지르코늄은 열역학적으로는 반응성이 크며,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대부분의 비금속(특히 산소, 수소)과 반응한다. 가루나 작은 부스러기 상태에서는 공기 중에서 불이 붙을 수 있으므로 금속 지르코늄 가공 시 주의하여야 한다. 덩어리 상태로는 내부식성이 아주 큰데, 이는 조밀하고 부착력이 좋은 산화물 보호 피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산에는 가열할 경우에만 녹으며, 알칼리에는 가열해도 녹지 않는다. 질산과 같은 산화제 존재 하에서는 산화물 보호피막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응성이 더욱 줄어든다. 그러나 HF나 F⁻이 있으면 산에 녹게 되는데, 이는 F⁻와 착이온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르코늄의 생산[편집]
지르코늄의 주된 광석은 주성분이 ZrSiO₄인 지르콘과 주성분이 ZrO₂인 바델라이트인데, 지르콘의 존재량이 월등히 많다. 금속 자체로는 소량만 생산되고, 대부분은 지르코니아(zirconia, ZrO₂)로 생산된다.
금속 지르코늄의 생산[편집]
지르콘은 주로 연안 수에서 자갈과 모래로 채취된다. 이들에는 규사(silica)와 타이타늄 광물들이 섞여있는데, 부유법으로 선광한 후 자석 또는 정전기 분리기로 타이타늄 광석을 제거한다. 아주 순수한 지르콘은 금속 생산에 이용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내화물용 지르코니아로 전환된다.
순수한 지르콘에서 금속을 얻는 데는 크롤 법이 주로 이용된다. 먼저 지르콘을 전기로에서 탄소와 반응시킨 후, 염소 기체로 처리하여 사염화지르코늄(ZrCl₄)을 얻는데, 이 과정의 전체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 ZrSiO₄ + 2 Cl₂ + 2 C → ZrCl₄ + SiO₂ + 2 CO
또는
- ZrSiO₄ + 4 Cl₂ + 4 C → ZrCl₄ + SiCl₄ + 4 CO
ZrCl₄(승화점 331℃)을 비활성 기체 하에서 승화시켜 정제한 후, 용융된 마그네슘과 반응시키면 스폰지형 금속 지르코늄이 얻어지며, 이를 녹여 지르코늄 주괴를 얻는다.
- ZrCl₄ + 2 Mg → Zr + 2 MgCl₂
크롤 법으로 지르코늄을 생산할 때 수소, 질소, 산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들이 들어간 지르코늄은 부서지기 쉽다. 이들 기체 원소가 들어간 지르코늄은 흔히 반아르켈-드보어 방법(아이오드화 법)으로 정제한다. 이 방법에서는 불순한 지르코늄을 아이오딘(I2)과 반응시켜 휘발성인 ZrI₄(승화점 431℃ )를 얻고, 이를 뜨거운 지르코늄 선위에서 열 분해시켜 순수한 지르코늄을 얻는다.
이산화 지르코늄(지르코니아, ZrO₂)의 생산[편집]
덜 순수한 지르콘은 지르코니아(ZrO₂) 생산에 사용된다. 지르콘을 탄소, 철, 석회(CaO)와 함께 용융시키면 실리카가 환원되고 철과 합금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CaO와 MgO를 넣고 다시 1,700oC로 가열하여 ZrO₂를 얻는다.
바델라이트 광석은 비교적 높은 순도의 ZrO2이므로, 보통은 이를 분쇄하여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 내화물과 정밀 세라믹 제품의 생산에 바로 사용된다.
- 생산량과 매장량
2008년 전세계 지르코늄 생산량은 비밀에 붙이고 있는 미국의 생산량을 제외하고 ZrO₂로 127만 톤이며, 이중 호주가 55만 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40만 톤, 중국이 14만 톤, 인도네시아가 65,000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밀 세라믹 제품과 원자력 발전의 수요 확대(현재 원자력 반대가 많아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많아질지는 분명하지 않다)로, 이 양이 2017년에는 28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에 추정한 광석 매장량은 ZrO₂로 약 7,200만 톤이며, 이중 호주에 4,000만 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1,400만 톤, 미국에 570만 톤, 우크라이나에 600만 톤, 중국에 460만 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르콘 가격은 2006년 가격이 톤당 미화 802$로, 2002년 가격인 397$의 약 2배이다. 지르코늄은 원자력 발전과 항공기 및 우주선의 부품 재료로 사용되므로, 미국은 이를 전략 물자로 간주하고 생산과 광석 매장량을 비밀로 하고 있다. 중국도 희토류, 지르코늄 등의 전략 금속 수출을 2011년부터 2010년 수준에서 30% 줄이기로 발표한 바가 있다. 이 여파로 호주산 지르콘 가격이 2009년에 비해 2011년 1월에 50%나 폭등하기도 하였다. 2011년 12월의 지르콘 가격은 1톤 당 미화 약 2400$였고, 99% 지르코늄 스폰지의 2009년 4월 가격은 1kg 당 대략 28$였다.
지르코늄의 용도[편집]
지르코늄은 90% 이상이 산화물이나 화합물 형태로 사용되며, 금속으로 사용되는 양은 많지 않다. 이 항에서는 금속 지르코늄의 용도를 다루며, 화합물의 이용은 다음 항에서 다룬다.
원자로용 소재[편집]
금속 지르코늄의 약 90%가 원자로에 사용된다. 지르코늄은 중성자를 거의 흡수하지 않으며, 내열 및 내부식성이 우수하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지르코늄은 핵연료 피복재, 지지격자, 중수로 압력관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핵 반응로에서 중성자가 흡수되지 않고 통과되어 핵연료의 붕괴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게 한다. 원자로에 사용되는 지르코늄은 기계적 성질과 내부식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통 주석(Sn), 나이오븀(Nb), 철(Fe), 크롬(Cr), 니켈(Ni)을 2% 이내의 무게비로 첨가하여 합금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합금을 지르칼로이(zircaloy)라 부르는데, 보통 지르코늄이 전체 무게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지르코늄은 같은 족의 하프늄(₇₂Hf)과 전자 및 이온 반경이 거의 같으며, 이들은 밀도, 전이온도, 중성자 흡수 성질을 제외한 다른 성질들이 거의 같다. Zr 광석에는 보통 Zr의 1~4%를 Hf가 대체하여 들어있어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Zr에도 보통 1~4%의 Hf이 들어있다. Zr이 중성자를 거의 흡수하지 않는 반면에, Hf는 Zr보다 중성자를 600배나 잘 흡수하는 중성자 포획제이므로 원자로에 사용되는 Zr에서는 Hf이 제거되어야 한다.
Hf는 Zr과 화학적 성질이 아주 비슷하여 분리해 내기가 어렵다. 이를 분리하는 몇 가지 방법들이 개발되어 사용되는데, 유럽에서는 사염화 화합물들의 분별 증류(추출 증류)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미국에서는 티오시아네이트-산화물들이 물과 메틸 이소부틸 케톤(methyl isobutyl ketone) 용매 사이에 분배되는 차이를 이용한 액체-액체 추출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K₂ZrF₆와 K₂HfF₆의 물에서의 용해도 차이를 이용한 분별 결정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Hf가 제거된 원자로용 금속 Zr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대략 10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며, 분리된 Hf은 원자로 제어봉에 사용된다.
기타 이용[편집]
- 지르코늄은 산, 염기 등 여러 화학 물질에 대한 내부식성이 우수하고, 가공성, 강도, 열 전달 특성이 좋다. 따라서 지르코늄과 이의 합금은 화학공장에서 열 교환기, 반응기, 증류 탑, 압력탱크, 펌프, 파이프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 또 독성이 없기 때문에 식품 및 제약 공장에서도 사용된다.
- 지르코늄 합금은 녹는점이 높고 내부식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전등 필라멘트, 정밀 도구, 휴대폰과 시계 케이스, 우주선의 내열재, 고강도 자전거 프레임 등 아주 다양한 용도로 중요하게 사용된다.
- 인체 조직과의 적합성이 좋기 때문에 인공 고관절, 무릎 관절, 체내 이식 장치, 수술용 도구 등에 사용된다.
- 분말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군사용 소이탄으로 사용되며, 나이오븀과의 합금은 초전도체로 이용된다.
-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는 지르코늄 합금이나 산화물이 열에 대한 저항성을 이용해 우주선의 부품이나 연마재에 사용하기도 한다. 또, 직접 고온에 노출되는 연소실, 날개, 엔진 등에는 얇은 세라믹 층을 씌워야 하는데 여기에도 지르코늄 또는 이트륨 화합물이 사용된다.
- 산화 지르코늄은 모조 다이아몬드의 일종인 큐빅 등의 각종 보석, 모조 치아, 광커넥터 페룰 등으로 사용된다.
지르코늄 화합물과 이의 이용[편집]
지르코늄의 약 90%는 화합물 상태로 생산되어 사용되는데, 주요 지르코늄 화합물로는 이산화 지르코늄(지르코니아, ZrO₂), 규산 지르코늄(지르콘: ZrSiO₄), 그리고 사염화 지르코늄(ZrCl₄)을 비롯한 할로겐화물을 들 수 있다.
이산화 지르코늄(지르코니아)[편집]
흔히 지르코니아로 불리는 이산화 지르코늄(ZrO₂)은 흰색 결정으로, 녹는점이 2715℃로 높다. 물에는 거의 녹지 않으나, HF, 뜨거운 황산, 질산, 염산 등에는 녹는다. ZrO2는 천연 광물인 바델라이트로 산출되기도 하나, 이 광물은 비교적 희귀해서 대부분의 ZrO₂는 지르콘에서 생산된다. 결정은 실온에서는 단사정(monoclinic) 구조를 가지나 온도를 높이면 정방정(tetragonal) 구조를 거쳐 입방(cubic) 구조로 변환된다. 고온 상태의 정방정 또는 입방 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여러 금속 산화물이 첨가된다. 고온 입방 구조의 지르코니아 결정은 희귀한 천연 광석 타즈헤르나이트(tazheranite, (Zr,Ti,Ca)O₂)로 산출되기도 하지만, 보통 사용되는 것은 합성된 ZrO₂로 이를 큐빅 지르코니아라 부르며 가끔은 약칭으로 큐빅이라고도 한다.
합성 큐빅 지르코니아는 굳기가 모스 경도로 8~8.5로 아주 단단하고, 굴절율이 2.15~2.18(다이아몬드: 2.42)로 매우 크며, 보통은 투명해서 저렴한 유사 다이아몬드로 널리 사용된다. 1976년에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는데, 안정제(보통 Ca사용)가 첨가된 ZrO₂을 냉도가니에서 유도 가열로 녹여 만든다. 다른 금속 산화물을 미량 첨가하면 산화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여러 색을 띠는데, 예로 크로뮴 산화물이 첨가되면 녹색, 세륨 산화물이 첨가되면 붉은색을 띤다. 큐빅 구조의 지르코니아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아 제트 엔진이나 디젤 엔진에서 열 장벽 코팅에 사용되어 이들 엔진이 고온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하며, 결정을 성장시키는 노에서 단열 세라믹 섬유 등으로도 사용된다. 또한 고온에서 산소 이온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산소 센서와 연료 전지의 분리막으로도 사용된다.
지르코니아는 치아를 대신하는 재료로 사용되는데, 치과에서 사용하는 세라믹 재료 중 가장 강도가 높고 심미성이 뛰어난다. 또 급격한 온도 변화에 잘 견디므로 실험실 도가니(crucible)와 같은 급열/급냉 기구에 사용되며, 야금로 등에 내화물로 사용된다. 또한 단단하고 내부식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세라믹 칼 등에 사용되며, 다른 재료에 내열성 내부식성 세라믹 피막을 입혀 이들을 연소실, 제트엔진, 가스 터빈의 고온 부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르콘과 지르코니아는 연마제로도 사용되며, 도자기를 희게 보이게 하는 불투명화제로도 사용된다. 또 지르코늄과 지르코니아로 가공된 재료가 내열성 우주선 부품으로 사용되는 등, 지르코니아를 이용한 정밀 세라믹 제품과 이들의 다양한 용도는 앞으로 더욱 개발될 것이 분명하다.
규산 지르코늄 (지르콘)[편집]
지르콘이라 불리는 규산 지르코늄(ZrSiO₄)은 천연 지르코늄 광석이나, 아크 노에서 실리카(SiO₂)와 지르코니아(ZrO₂)를 용융시켜 만들 수 있다. 굳기는 모스 경도로 7.5이며, 녹는점은 2,550℃이다. 물, 산, 알칼리, 왕수(질산과 염산의 1: 3 혼합물) 등에 녹지 않는다. 보통 무색이지만, 불순물로 포함된 미량 원소에 따라 노랑색, 붉은색, 갈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을 띠기도 하며,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기도 한다.
지르콘 광석은 예부터 보석으로 사용되었는데, 가끔 우라늄(U)과 토륨(Th) 등의 방사성 원소가 들어있어 아주 밝게 보인다. 지르콘은 열을 잘 전달하지 않아 내화물과 매끄러운 표면을 갖는 금속 주물의 주형(mold) 등으로 사용된다. 특히 알칼리에 내부식성이 요구되는 내화물로 사용된다. 또한 범랑과 유약으로 불투명한 우유 빛 표면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반도체에서 SiO₂를 대체하여 고 유전률 박막을 만들고, 여러 세라믹 제품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또한 지르코늄과 지르코니아 생산에도 사용된다.
할로겐화물 및 기타 지르코늄 무기화합물[편집]
지르코늄의 가장 중요한 할로겐화물은 사할로겐화물(ZrX₄)이다. ZrCl₄는 크롤 법에 의한 지르코늄 생산의 중간체이다. 탄소 존재 하에서 가열된 ZrO₂에 염소(Cl₂) 기체를 통과시키면 얻어지는데, 흰색 고체로 승화점이 331℃이다. ZrBr₄는 Cl₂ 대신 브로민(Br₂) 증기를 사용하면 얻어지고, ZrF₄는 ZrCl₄와 무수 HF의 반응에서 얻어지며, ZrI₄(승화점 431℃)는 ZrO₂와 AlI₃를 고온에서 반응시키면 얻어진다. 이들은 모두 루이스 산으로 작용한다. ZrX₄와 Zr의 비를 달리하면서 반응시키면 Zr의 산화상태가 +3, +2, +1인 할로겐화합물들을 얻을 수 있다.
ZrCl₄는 공기중의 수분과 빠르게 반응하여 염화 지르코닐(ZrOCl₂·8H₂O)가 되는데, 이는 수용성으로 4합체인 [Zr₄(OH)₈(H₂O)₁₆]C₁₈ 형태로 있다. ZrCl₄는 여러 유기화학 반응에서 약한 루이스산 촉매로 사용되며, 섬유를 물이 표면에서 튕겨나가도록 발수 처리하는데도 사용된다. ZrF₄와 다른 플루오르화 염의 혼합물은 고온 반응로의 냉각제로 사용된다. ZrI₄는 ZrCl₄와 함께 금속 Zr 생산의 중간체로 이용된다.
탄화 지르코늄(ZrC)은 녹는점이 3532℃인 아주 단단한 내화성 내부식성 세라믹 물질로, 절단 도구나 드릴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질화 지르코늄(ZrN)은 녹는점이 2980℃이며 질화 타이타늄(TiN)과 유사한 황금색의 단단한 세라믹 물질로, 의료기기, 드릴 비트(drill bit), 자동차 및 항공기 부품 등 내부식성과 내마모성이 요구되는 것을 코팅하는 데 사용된다. 탄산 지르코늄(3ZrO·CO₂·H₂O)은 덩굴옻나무(poison ivy) 해독 로션으로 사용되었으나, 피부 발진을 일으키기도 하여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Zr⁴⁺와 Al³⁺, 그리고 OH⁻, Cl⁻, 글리신으로 이루어진 착물(aluminum-zirconium tetrachlorohydrex gly)은 겨드랑이에 뿌리는 탈취제에 발한 억제제(antiperspirant)로 첨가된다. 지르코늄의 다이아마이드–다이아민(diamide-diamine) 착화합물은 알켄(alkene), 특히 에텐(ethane)의 중합 촉매로 사용된다.
지르코늄과 탄소 사이의 결합을 갖는 여러 유기-지르코늄 화합물들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염화지르코노센(zircononocene dichloride: ZrCl₂가 두 개의 시클로펜타디엔 고리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형 화합물)이다. 지르코노센 화합물은 고분자 중합 반응 등에서 유기타이타늄 화합물을 대신하는 촉매로 사용된다.
생물학적 역할과 위험성[편집]
지르코늄의 생물학적 역할은 알려진 것이 없다. 사람의 몸에는 대략 1mg의 지르코늄이 들어 있으며, 매일 약 0.05mg을 섭취한다. 대부분의 육상 식물에서는 지르코늄이 발견되지 않으나, 수상 식물은 물에 녹아있는 지르코늄을 흡수하여 포함하고 있다.
지르코늄과 이의 화합물은 거의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르코늄 먼지는 공기 중에서 불이 붙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덩굴옻나무 해독제로 사용되었던 탄산 지르코늄과 지르코늄이 들어있는 탈취제가 피부 발진을 유발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