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에너지
지열에너지는 지구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를 지칭한다. 지열에너지의 근원은 지구내부에서 우라늄, 토륨, 칼륨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열(약 83%) 그리고 지구 내부 물질에서 열의 방출(약 17%)로 이루어지며, 지표에서 느껴지는 지열의 약 40%는 지각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Beardsmore and Cull, 2001). 지표에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지온은 상승하는데, 지하 10Km까지의 평균 지온증가율은 약 25~30도/km이다. 한편, 지구내부에서 맨틀대류에 의한 판의 경계에서는 100도 이상의 고온 지열지대가 존재하며 따라서 대부분의 지열 발전소는 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개요
지열에너지란 땅을 구성하는 토양, 암반, 지하수, 지표수 등이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 자원으로 정의된다. 지열은 지표면과 가까운 얕은 곳에서부터 보다 깊숙한 곳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다. 크게 심부지열(고온 지열)과 천부 지열(저온 지열)로 나뉜다.
심부 지열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열'하면 생각할 수 있는 개념으로, 지하 300m부터 수 km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로 40~15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한다. 고급 지열이라고 하며 발전과 온천 등에 직접 이용되고 있다. 천부 지열은 지표로부터 300m 내에 저장되어 평균 15℃를 유지하는 지열이다. 어느 지역에나 무한정 분포되어 있고 채열 또한 용이하여 전온이지만 냉난방 온수공급 등에 응용되어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한국 대부분의 지열 산업은 천부 지열이며 이는 보통 '저온지열냉난방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지열 시스템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열을 회수하는 파이프(열 교환기) 회로 구성에 따라 밀폐 회로(Closed Loop, 폐쇄형)와 개방 회로(Open Loop, 개방형)로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폐쇄형은 토양에, 개방형은 수자원이 풍부한 곳에 설비한다. 폐쇄형은 파이프가 폐회로로 되어 있고, 수직, 수평 루프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수직으로 150~200m, 수평으로는 1.2~1.8m 정도 깊이로 묻히게 되며 상대적으로 냉난방 부하가 적은 곳에 쓰인다. 수평형은 시공비가 저렴하지만 비교적 넓은 부지가 필요한 것에 반해 수직형은 시공비가 비교적 고가이지만 필요한 부지가 국내에서 많이 애용되었다. 열전도율은 화강암과 열전도체가 비슷해서 이것이 냉매체(순수 물)이 계속 히트펌프와 열 교환을 반복하게 된다. 개방형은 파이프 회로가 열려 있어 지표수나 지하수에서 공급받은 물을 운반할 수 있다. 호수, 강, 우물 등 풍부한 수원지가 있는 곳에서 적용될 수 있다. 폐쇄형이 파이프 내에 가둬둔 물이나 부동액으로 지열을 얻는 반면, 개방형은 에너지원이 파이프를 통해 직접적으로 채취되기 때문에 효율이 좋은 시스템이다.
지열에너지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온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땅속의 온도는 사계절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지표면에 가까운 땅속 온도는 10℃~20℃정도를 유지한다. 이를 이용해 여름철에는 높은 온도의 실내에서 열을 흡수하고 그 열을 지중 열 교환기를 통해 방출하고 겨울철에는 지중으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냉난방을 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열에너지 분류
- 매개체에 의한 분류
- 암석 자체가 지열을 저장한 경우 : 시추공을 통해 물을 주입하고, 지열로 가열한 후 사용한다.
- 가열된 증기를 이용하는 경우 : 가열된 증기는 물보다 더 고온의 열원으로 높은 열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 가열된 증기와 지하수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
- 가열된 지하수를 이용하는 경우
- 지질조건에 의한 분류
- 지열 대수층(Geothermal Aquifer) : 지열 대수층은 투수성 지층의 상하부에 불투수성 지반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때 하부 지반에서 자연적인 지열류가 공급된다. 2개의 시추공을 이용하여 한 시추공에 저온상태의 물을 주입하고, 다른 시추공에서 고온상태의 물을 추출하여 지열에너지를 활용한다.
- 고지열 시스템(Hyperthermal System) : 고지열 시스템 역시 투수성 지층의 상하부에 불투수성 지반이 형성되어 있어 지하수가 저장될 수 있는 구조이다. 하부에 관입화강암 또는 별도의 열원이 존재할 경우 지열 대수층과 구분되어 고지열 시스템이라고 한다.
- 건조 암반 지열(Geothermal Hot Dry Rock) : 건조 암반 지열은 지하수위가 낮고 지하암반의 투수 계수가 낮아 지하수가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2개 이상의 시추공으로 수압파쇄하여 균열대를 형성하고, 인공 저류층으로 사용한다. 이 경우 과거 마그마활동으로 열류량이 높은 지역을 이용하거나 심부 시추를 통한 충분한 열류량 확보가 필요하다.
- 강화 지열 시스템(Enhanced Geothermal System) : 강화 지열 시스템은 지하 4~6km에 물을 주입하여 심부 시추를 활용한다. 지하암반의 균열대에 수압으로 힘을 가해 투수성을 향상한다.
다.
- 지열에너지 사용 방법에 의한 구분
- 지열의 직접적 이용 : 직접 난방과 양식장 온도 유지, 온실 유지 등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열 열펌프(히트펌프)를 이용하면 온도 차를 이용하여 냉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
- 지열을 이용한 발전 : 지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조 증기 발전, 단일 플래시 발전, 이중 플래시 증기 발전, 이원 사이클 발전 증이 있다.
지열발전
지열발전은 지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최초의 지열발전은 1904년 이탈리아 토스카나(Tuscany) 지방의 라르데렐로(Larderello) 마을에 세워진 것이 시초인데, 이곳에서는 땅에 솟아오른 140~260도의 증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하였다. 1913년에 라르데렐로에서는 상업적인 발전을 시작하였으며 현재에도 이 지역은 543MW의 발전용량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건설된 지열발전시설물 중 세계 최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더 게이저스'(The Geysers)이다. 총 15개의 발전소로 구성된 '더 게이저스'의 발전용량은 약 725MW인데, 이 용량은 725,000가구, 즉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도의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지열시스템 원리
태양열의 약 47%가 지표면을 통해 지하에 저장된다. 이렇게 태양열을 흡수한 땅 속의 온도는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지표면 가까운 땅속의 온도는 개략 10℃∼20℃ 정도를 유지해 열펌프를 이용하는 냉난방시스템에 이용된다.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온도가 높은 매체에서 온도가 낮은 매체로 열을 전달하는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로 구성되어 있다. 히트펌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열의 성질과는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열을 끌어 올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지하의 열을 실내로 흡수하거나 실내의 열을 지하로 방출하여 실내의 냉난방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열시스템의 핵심장치라고 볼 수 있다.
- 지중열교환 : 땅속에 100M 이상을 천공하고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파이프)를 삽입하여 파이프 내부에 유체를 삽입한다. 그리고 펌프에 의해 순환시켜 땅속의 열과 열교환을 한다.
- 지중열교환기 작동유체 순환펌프 : 지열원 열펌프 설비 중 지중 열교환기 작동유체(물 또는 부동액)를 순환시키기 위한 순환펌프이다.
- 열펌프 유닛 : 지중의 열을 실내로 흡수하거나 실내의 열을 지하로 방출하여 실내의 냉·난방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열시스템의 핵심장치이다. 장치의 구성은 팽창밸브, 열교환기, 압축기, 4방 밸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지열컨트롤 판넬 : 지열시스템의 전체적인 운전 및 이상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기능과 지열시스템의 실제 동작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 냉·온수 순환펌프 : 기계실 내에 설치되어 히트펌프에서 냉·온수를 저장탱크로(냉·온수탱크) 운반한다.
- 냉·온수 탱크 : 지열히트펌프에서 발생한 냉·온수를 저장하는 것으로 저장된 물은 펌프에 의해 실내기기로 순환되어 여름에는 냉방을 하고, 겨울에는 난방하게 된다.
이처럼 지열에너지는 냉·난방시스템으로 이용하여 여름철에는 실내의 높은 온도를 지중으로, 겨울철에는 지중으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난방을 수행할 수 있다.
활용
지열에너지는 지하의 열 온도차를 이용하여 냉ㆍ난방에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기술로, 현재 24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발전하고 있는 곳은 헝가리다. 헝가리에는 전국적으로 있는 약 130여 개의 온천이 있는데, 이는 헝가리 전역의 풍부한 지열 에너지를 활용한 천연 지하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온천 외에도 이 지열에너지를 난방 및 전기 생산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에서 지난 Horizon2020 EU 펀딩 프로그램 일환으로 개시한 OGRe(Hungarian Geothermal System)에 의하면 헝가리 전역에는 상당수의 지열에너지가 활용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로, 화산 활동으로 발생하는 풍부한 지열 에너지를 난방이나 농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난방의 거의 90%는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열 발전에 이용하고 남은 온수로 한겨울에도 실외 수영장을 운영한다. 또한, 겨울이 긴 아이슬란드는 주로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데, 여기에 사용하는 전기와 난방 역시 지열을 이용한다. 그밖에 양어장과 도로 및 주차장 제설, 가정용 난방 등에서도 지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있다. 온천 도시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는 지열 에너지를 가장 잘 이용하는 도시로 건물의 약 95%가 지열 발전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지역난방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일부지역의 심부(지중 1 ~ 2 km) 지중온도는 80 ℃ 정도로써 직접 냉난방에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2020년 12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으로 인해 지열에너지를 필두로 한 신재생에너지가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국내지열에너지전문기업 ㈜제이앤지의 경우, 지열히트펌프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이용해 2012년 당시 해당 농가에서 전국 단위 면적당 최고의 파프리카 생산량(1만 2540m² 규모의 파프리카 유리온실로서 단위생산량이 3.3m²당 70kg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전북대병원, 한전 나주 스마트팜, 전주 고려병원 등도 수축열 냉난방 및 급탕시스템의 대표적 현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용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제이앤지가 2012년 한국기계연구원의 실증실험을 통해 개발한 농업전용 지중 계간축열의 일종으로 펌프만의 단독운전으로 온실 내 발생하는 일사에너지를 지중으로 운반 및 저장해 뒀다가 필요 시 지열히트펌프의 난방열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지열냉난방 시스템은 에너지의 절감률이 다른 신재생에너지 시스템보다 높고 유지관리가 유용하다는 특징으로 많은 건물에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 본사 신사옥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냉난방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또 롯데월드 타워는 지열 냉난방설비가 국내 최대 규모로 설치되었고, 건물부지 땅 밑에 수백 개의 열교환기용 파이프를 설치하여 계절 변화에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중 열을 이용하여 냉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지열 발전의 경우 지난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 발전 실증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 지진임이 밝혀지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참고자료
- 〈지열에너지〉, 《지구과학산책》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