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전기(摩擦電氣, Triboelectricity, frictional electricity)는 두가지 물체가 마찰되어 대전되어 발생하는 전기이다. 마찰전기에는 양·음의 두 종류가 있으며 두 물체의 마찰에서 반드시 한쪽은 양(+), 다른쪽은 음(-)으로 대전(帶電)된다. 양·음은 물체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찰하는 상대 물체에 따라 결정된다. 마찰전기는 그 현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원인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마찰에 의한 대전의 양·음에 관해 물질을 차례대로 늘어놓은 대전열(帶電列)은 모피→유리→운모→비단→면포→목재 →플라스틱→금속→황→에보나이트 와 같으며, 앞쪽에 있는 물질과 뒤쪽에 있는 물질을 마찰시키면 앞의 것은 양, 뒤의 것은 음으로 대전된다.
마찰전기의 역사는 B.C. 600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琥珀)을 마찰했을 때 대전현상을 발견한 데서 시작된다. 전기(electricity)라는 말도 호박이라는 뜻의 그리스어(elektron)에서 유래한다.
상세
마찰전기는 접촉을 통한 대전(electrification)의 한 종류로 한 종류의 물질이 다른 종류의 물질과 마찰을 일으킬 때 정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양성자와 전자의 갯수가 같아 중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원자핵과의 결합상태가 약한 외각전자가 분리되어 양전하를 띠거나 혹은 다른 원자에서 분리된 전자를 추가로 결합하여 음전하를 띠게 된다. 특히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촉하여 마찰을 일으킬 때, 각 물질의 전자친화도가 다름에 따라 한 물질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와 다른 물질로 이동하게 되어 양쪽이 서로 다른 극성으로 대전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전기 현상의 대부분은 마찰전기이다. 마찰전기의 세기 혹은 마찰로 인해 생성되는 전하의 극성은 물질의 종류, 표면 거칠기, 온도, 변형(strain) 등에 따라 달라진다.
마찰전기는 미시적으로는 서로 다른 분자로 이루어진 두 물질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현상인 부착(adhesion)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두 물체가 접촉을 하면 전기화학 퍼텐셜이 같아지는 방향으로 전자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정전기적 인력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부착력이 생긴다. 부착되었던 두 물체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면 서로 다른 두 물질 사이에 발생한 전자의 이동이 가역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쪽에는 전자가 양성자보다 더 많은 상태로 음전하를 띠게 되고, 반대쪽은 전자가 더 적은 상태로 양전하를 띠게 되어 마찰전기를 발생한다.
역시 마찰전기라고 부르지만, 두 물체가 물리적인 마찰 없이 단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대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마찰을 함으로써 두 물체의 유효 접촉면적을 크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대전열
마찰전기의 세기 및 대전되는 전하의 극성과 관련해서, 마찰전기 현상을 미시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법칙은 아직 없다. 경험적으로, 서로 다른 두 물질들을 여러 경우에 대해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양전하와 음전하가 발생되는 것을 관찰하여 물질들의 순서를 배열한 것을 대전열이라 한다. 아래 표시된 대전열은 (+)전기가 강하게 나타나는 물질부터 (-)전기가 강하게 나타나는 물질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배치한 것이다. 이 물질들 중 두 종류를 서로 접촉하거나 마찰하면 상대적으로 왼쪽에 있는 물질이 양전하를, 오른쪽에 있는 물질이 음전하를 띠게 된다.
(+) 석면 > 머리털 > 나일론 > 유리 > 가죽 > 석영 > 납 > 비단 > 인체 피부 > 면 > 나무 > 호박 > 구리 > 고무 > 폴리에스테르 > 셀룰로이드 (-)
스파크
접촉 후 분리되면서 각각 양전하와 음전하로 대전된 두 물체가 다시 접근하는 경우, 음전하 물체의 초과 전자가 양전하 물체 쪽으로 이동하면 방전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양전하와 음전하가 다시 결합하여 중성이 되면서 결합에너지를 스파크 형태로 발산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마찰전기에 의한 스파크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그리 크지 않다. 건조한 겨울철에 카펫 등에 의한 마찰전기 스파크의 에너지는 대략 0.1 mJ 이하이다. 그렇지만 스파크의 불꽃이 주변의 다른 물질을 인화하여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찰전기의 위험 및 대처
마찰전기로 인한 위험의 대표적인 예는 CMOS 집적회로 또는 MOSFET을 사용한 회로에 스파크 방전으로 인해 수천볼트의 전압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경우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도성 스펀지(conductive foam)를 이용하여 이런 소자들을 보호한다.
마찰전기로 인한 위험의 또 다른 예는 항공기가 비행 중 공기와 마찰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다. 공기와의 마찰은 항공기 표면에 정전하가 발생하게 한다. 이 정전하가 만드는 정전기장으로 인해 항공기의 전파 교신 신호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항공기 운항 경로상의 구름의 종류에 따라 항공기 운항을 취소할 수 있는 규칙(triboelectrification rule)을 적용하고 있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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