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송편(Songpyeon, 松䭏)은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팥, 콩, 밤, 대추, 깨 따위로 소를 넣고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을 말한다. 흔히 추석 때 빚는다. 송병(松餠)으로도 부른다.
개요[편집]
송편 또는 송병은 한국 떡의 한 종류로 한국의 명절 추석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추석 때 햇곡식으로 빚는 명절 떡이다.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알맞은 크기로 떼어 거기에 깨·팥·콩·녹두·밤 등의 소를 넣고 반달이나 조개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찐 떡이다. 음력 8월 15일 추석에는 햅쌀로 만든 송편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송편은 정월 보름날 농가에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농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매달아 대문간에 세워뒀다가 중화절(中和節: 2월 1일)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에게 나이 수대로 나눠준 풍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때 송편은 나이떡이라고도 불렸다.
북한에서는 설날, 정월대보름 등 각종 국가기념일에도 송편을 먹는다고 한다. 추석 때 먹는 송편은 오려송편이라고 말하고, 중화절에 먹는 송편은 노비송편(또는 삭일송편)이라고 말한다. 송편은 순수 한국 요리이다 보니 당연히 같은 동아시아라 할지라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리아타운에나 가야 있다.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빚은 '오려송편'은 차례상을 차릴 때나 산소에 바친다. 송편의 종류로는 색깔에 따라 흰송편·쑥송편·솔기송편 등이 있고, 속에 넣는 소에는 팥고물·깨고물·콩고물·밤·대추·꿀 등이 있다. 서울에서는 송편을 조개처럼 빚으며, 황해도·강원도 등지에서는 손가락 자국을 내어 크게 만든다. 최근에는 꽃모양, 호박모양 등의 창의적인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평안도 송편은 골무 만하게 만든 서울 지방의 송편에 비하여 손바닥만한 크기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1][2]
역사[편집]
이전에는 일찍 익은 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려송편"이라고도 했으며(올벼→오려), 추석 차례상에 쌀밥 대신 주식으로 올리는, 추석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고려시대부터 대중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며, 송편을 만든 뒤 이듬해에도 농사 일을 열심히 해 달라는 뜻으로 자신들의 종에게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2]
송편의 반달 모양에 관해서는 다양한 유래가 존재한다.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서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 때 궁궐 땅속에서 발견된 거북이 한 마리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거북이의 등껍질에는 '백제는 만월, 신라는 초승달'이라고 쓰여있었고, 왕이 무당을 불러 그 뜻을 묻자, 무당은 백제는 꽉 찬 만월이라 이제부터 기울 것이고, 신라는 초승달이라 앞으로 점점 커져 만월이 될 것이라 하였다. 이에 왕이 노하자 어떤 이가 백제는 가득 찼으니 번성한 것이고, 신라는 반만큼 차 앞으로 쇠약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곧 신라까지 퍼졌고, 반달 모양의 떡을 만들며 신라가 번성하길 빌었다. 이후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자, 만월보다 반월이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의미가 되어 송편을 반달로 빚기 시작했다는 것이다.[3]
특징[편집]
대표적인 추석 음식
예부터 우리 조상들에게는 가을걷이를 다 끝내고 났을 때가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시기였다. 이 때 떡도 만들고 술도 빚어서 서로 나누어 먹으며 수확을 축하했다.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추석 음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송편이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 가서 예쁜 딸을 낳는다"며 식구들과 둘러앉아 경쟁하듯 송편을 빚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빚는 가정이 점차 줄어들고 떡집의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아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또 요즘 떡집의 송편은 맛과 모양이 본래의 것과 상당히 달라졌다.
떡집에서는 가루로 만들지 않고 절편처럼 떡을 만들어서 조금씩 떼어 소를 넣고 빚는다. 예전에도 이런 송편이 없지는 않았지만 원래의 송편과는 만드는 법이 다르다. 송병(松輧) 또는 송엽병(松葉餠)이라고도 하며, 제대로 만들려면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풋콩, 깨, 밤 등의 소를 넣고 예쁘게 빚어서 시루에 솔잎을 켜켜이 놓고 쪄내므로 은근한 솔내음이 나면서 떡에 솔잎 자국이 남는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재증편(再蒸餅(재증병))'은 "흰떡을 쳐서 그것으로 송편을 빚어서 다시 쪄내어 냉수에 씻어 먹으면 질기고 단단하여 좋다."고 하였고, 『규합총서』에는 별법을 소개하였는데, "흰떡을 골무떡보다 눅게 하여 쪄서 많이 친다. 가루가 묻지 않고 굵은 수단처럼 비벼 그릇에 담고 떼어 얇게 소가 비치게 파고, 거피팥에 꿀을 달게 섞고, 계피·후추·건강가루를 넣어 빚는다. 너무 잘고 동그랗지 않게 크기를 맞추어 버들잎같이 빚어 솔잎을 켜켜로 얹고 찌면 맛이 유난히 좋다"고 하였다.
궁중 의궤 중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각색 송병(松餠)'이 나온다. 재료를 보면 찹쌀 1말, 멥쌀 8되, 검은콩 7되, 대추 2되, 밤 2되, 꿀 2되, 들깨 3되, 계핏가루 1량, 미나리 1단, 숙제육(熟猪肉(숙저육)) 8량, 묵은 닭 2각(脚), 표고 2홉, 석이 2홉 등이 쓰였다. 보통 송편처럼 콩, 대추, 밤 등을 넣은 것과 육류와 채소를 소로 넣은 것을 함께 만들어 각색 송병이라 한 듯하다. 이와 비슷한 송편으로 '어름소편'이 있다. 『시의전서』에 나오는 설명을 보면 "흰떡을 쳐서 개피떡 밀듯 얇게 밀어 숙주, 오이, 채소 등으로 소를 넣고 허깨비떡처럼 만들되, 송편만큼씩 빚어 다시 쪄서 씻어 낸 다음 기름을 발라 초장에 먹는다"고 하였다.
송편에 얽힌 숙종 임금의 일화가 한 편 있다. 어느 날 숙종이 밤에 미행으로 남산골을 순시하였다. 밤이 깊은데 어디서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나서 소리를 좇아가 보니 어느 오막살이에서 흘러나왔다. 들창 사이로 방안을 엿보니 젊은 남편을 글을 읽고, 새댁은 등잔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젊은 선비 내외의 모습은 비록 가난하기는 하나 귀엽고 흐믓해 보였다. 얼마쯤 지나 청년이 책을 가만히 덮더니 밤이 깊어 속이 출출하다고 하였다. 그러자 새댁이 조용히 일어나서 벽장 속에서 주발 뚜껑에 담은 송편 두 개를 꺼내 놓으면서 드시라고 했다. 선비는 반가운 듯 얼른 한 개를 집어먹더니 두 개째 집어 들었다. 그러자 왕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시장하기는 마찬가질 텐데 새댁 하나 줄 것이지 하며 인정머리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선비가 송편 하나를 물고 새댁의 입에 넣어 주는데 서로 사양해 마지않으며 즐기는 것이었다. 왕은 부부의 애정에 감동하여 부러운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나인을 불러 송편이 먹고 싶다고 하자 부산을 떤 끝에 큰 수라상이 들어오고 큰 푼주에 송편을 높다랗게 괴어 전후좌우의 옹위를 받으며 야단스럽게 들어오지 않는가. 눈앞에 그리던 어젯밤의 환상은 깨져 버리고 울컥 화가 치민 왕은 불현듯 "송편 한 푼주를 먹으라니 내가 돼지야?"하고 송편 그릇을 내동댕이쳤다. 모두 왕의 심정을 알 리 없어 의아했을 뿐이다. 그래서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맛있고 예쁘게 빚으려면
송편을 하려면 우선 멥쌀을 물에 담갔다가 빻아 고운 체에 내린다. 물을 끓여서 소금을 넣어 쌀가루에 고루 뿌리고 오래 치대어 말랑하고 매끄럽게 만들어 마르지 않도록 젖은 행주를 덮어 놓는다. 소로는 거피팥이나 동부, 녹두와 햇콩, 밤, 대추, 곶감, 들깨, 참깨 등을 넣는다. 거피팥으로 소를 하려면 팥을 불려서 거피하여 무르게 찐 다음 어레미에 내려 꿀과 계핏가루를 넣고 섞는다. 동부나 녹두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햇콩은 껍질째 삶아서 콩알만 까 놓고, 밤은 날로 껍질을 까서 잘게 썰거나 설컹하게 삶아도 된다. 대추나 곶감은 씨를 발라내서 잘게 썰어 놓고, 깨는 볶아서 빻아 설탕을 섞어 놓는다.
빚을 때는 반죽을 직경 2~3cm 굵기의 막대처럼 늘여서 한 개 빚을 만큼만 떼어 손바닥에 놓고 동그랗게 굴린다. 가운데 엄지손가락을 넣어 돌리면서 우물을 파고 소를 채워서 위를 입술처럼 아물린다. 빚는 이에 따라 크기나 모양이 가지각색인데 조가비처럼 빚기도 하고 밤톨처럼 작고 앙증맞게 빚거나 손가락 자국을 깊게 내거나 크게는 아이 주먹만하게도 빚는다. 시루에 빚은 송편과 솔잎을 켜켜로 놓아 쪄낸 후에 찬물에 담가 솔잎을 떼고 참기름을 발라 둔다.
차례상에 올릴 때는 편틀(떡을 괴는 굽이 높은 나무 그릇)에 송편을 차곡차곡 쌓고 맨 위에 웃기떡으로 삼각형의 골무송편을 색색으로 얹는다. 골무송편은 골무만하게 작게 빚는데 반죽할 때 쑥을 넣으면 푸른색, 송기를 넣으면 붉은색, 치자를 넣으면 노란색의 색송편을 만들 수 있다.
웃기 송편으로 꽃송편도 있다. 색떡으로 매화꽃이나 나뭇잎, 새를 아주 작게 빚어 대꼬치나 이쑤시개 등으로 송편 위에 물을 바르고 살짝 눌러 붙인다. 치자로 노란 물을 들이고, 쑥이나 모시풀로 녹색을 내고, 맨드라미로 분홍 물을 들였지만 요즘은 인스턴트 주스 가루나 식용 색소를 넣어 손쉽게 할 수 있다.[4]
조리법[편집]
모양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경북 쪽에는 동그란 모양에 가운데는 튀어나온 UFO 모양의 송편도 존재하고, 제주도의 송편은 동그란 모양이다. 강원도의 경우 손가락을 이용해 꾹 눌러 자국을 낸 모양으로 송편을 빚는다.
만드는 방법은 멥쌀 가루를 익반죽(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것)하여 팥이나 꿀을 넣고,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다. 속에 소가 들어있는, 만두 형태를 띤 떡으로 소는 콩고물이나 깨, 설탕, 밤, 팥앙금, 삶은 콩 알맹이 등을 넣는다.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호불호도 적은 속재료는 설탕을 섞은 깨이며, 꿀떡 혹은 꿀송편이라 부르는 것도 이게 들어간다.
참고로 솔잎을 까는 이유는 미각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후각적인 부분(솔잎 향) 또한 고려해서이다. 향을 더하고 상하지 않게 하려고 전통적으로 솔잎을 깔아 쪘다. 그리고 취식의 편의성도 고려한 방식이다. 솔잎이 송편끼리 또는 그릇과 들러붙어 버리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에 송편을 하나씩 집기 좋게 해준다. 요즘 떡집에서 파는 송편은 대체로 솔잎을 안 넣고 찌기 때문에 소나무 향 같은 건 나지 않는다. 환경오염의 영향도 있고, 혹파리 퇴치 농약 때문에 깨끗한 솔잎을 구하기 힘들다. 솔잎을 쓴다 해도 향이 약한 리기다소나무 잎을 쓴다.
대개 집에서 만드는 송편은 떡집에서 만드는 송편에 비해 피가 두껍고 투박한 편이라서 아무리 공을 들여도 떡집 같은 쫄깃하고 매끄러운 송편이 안 나온다. 하지만 집에 송편빚기 고수가 있는 경우 웬만한 떡집보다 더 차진 식감과 맛의 깊이를 가진 송편이 나오기도 한다.
색
송편을 빚는데 보통은 멥쌀가루를 사용하지만, 토란 가루를 사용하기도 하고, 반죽에 여러 재료를 섞어 다양한 색의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천연색 같지 않아 보이는 노란색은 치자를, 분홍색은 소나무 속껍질을 이용하여 색을 낸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송편의 경우 요즘 나오는 노란색, 분홍색 송편은 식용색소를 쓴다. 대체로 분홍색이나 흰색 송편이 달아서 인기가 많으며, 쑥색 송편은 써서 젊은 사람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쑥 대신에 모시를 사용하는 모시송편도 있다. 오히려 요즘에는 이쪽이 녹색 송편에서는 메이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 다른 색마다 맛 차이가 있어도 묘하게 분홍색 송편이 더 인기 있다. 요즘은 호박가루를 섞어서 노란색 송편을, 보라색 고구마를 섞어서 보라색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이런 경우 보통 송편에 비해 향과 맛이 좋다.
분말용 가루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집에서 만드는 송편의 경우 직접 찐 고구마나 단호박을 반죽에 섞었으므로 색상에 따른 질감 및 맛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통은 쌀 그 자체로 만든 흰 송편이 가장 메이저이다.
소
주로 사용하는 소로는 깨, 설탕, 소금, 콩, 팥, 밤, 대추, 녹두를 많이 쓰고, 땅콩, 호두, 아몬드, 브라질너트 등 서양 견과류도 곱게 갈아서 쓰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콩을 갈아 만든 콩가루에 설탕을 섞어서 넣기도 한다. 송편을 찌는 동안 물기를 머금게 되어 콩가루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고.
일반적으로 깨나 설탕이나 콩을 많이 쓰는데, 깨야 설탕에 같이 절이면 꿀떡처럼 되기 때문에 대체로 인기가 많지만, 콩은 아무래도 인기가 없다. 반면 노인층은 깨설탕보다 콩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들기엔 깨설탕을 넣은 송편이 만들기 가장 쉬운데 일반적으로 양념용으로 비치해둔 볶은 통깨에 설탕만 넣고 적당히 갈면 끝. 콩으로 만든 소를 넣은 송편은 말린 콩을 불려서 삶든 조리든 하거나 아예 풋콩을 구해 소를 만들어야 해서 준비하기가 힘들다. 장사하려고 만든다고 하면 깨설탕이 원가가 더 나갈 테지만 집에서 만든다 하면 옛날처럼 비쌀 일이 없는 깨나 설탕을 쓰면 된다. 유치원 등에서 송편 만들기를 할 때도 깨를 주로 사용한다.
팥, 밤 등을 갈아서 소로 사용한 것도 좋은 평을 듣는다. 팥의 경우에는 설탕을 섞으면 그런대로 맛이 나고, 밤은 굳이 설탕을 안 넣어도 될 정도로 맛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는 송편에 알밤을 통째로 넣는 경우가 많은데, 쫄깃쫄깃한 떡의 식감에 달콤한 알밤의 맛이 가미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단, 이렇게 통밤을 쓴 강원도식 감자 송편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데, 특히 어린 아이가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들어가는 재료가 꿀이나 설탕이 아니고 알밤에 콩 등 꺼끌꺼끌하며 텁텁한 것들 위주이기 때문이다.
굳이 통밤이 아니더라도 팥이나 콩, 대추 등이 들어간 것들은 일반적으로 젊은층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손도 안 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콩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송편은 누구에게든 지뢰 취급 받기 일쑤다. 왜냐하면 콩이 다른 소에 견주어서 덩어리가 커 씹는 맛도 부담스러워질 뿐더러, 예외도 있지만 콩 비린내가 살아있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2]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