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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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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캡(Black cab)

블랙캡(Black cab)은 영국의 전통적인 택시를 일컫는 말이다. 마차의 시대가 지나고,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한 직후, 전통적으로 오스틴 모터 컴퍼니(Austin Motor Company)에서 런던 택시를 제작해왔다. 두꺼비와 유사한 외양에 검정색 페인트를 뒤집어써서 블랙캡이라 불려온 것이다. 블랙캡은 오랜 시간 런던로 운용되며 런던 거리의 아이콘이 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색을 입히거나 차체로 광고를 도배한 캡이 많아지고 있으나 블랙캡은 여전히 동그란 헤드램프와 클래식한 모양새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육중한 차체가 개성 있는 모양새를 만들어내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등장배경[편집]

영국에서 택시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유서 깊은 대중교통이다. 당시는 말이 끌어주는 마차들이 런던 택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야드에 의해 공식 번호표를 배정받고 400대 가량이 운용되었다. 19세기 말에는 무려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런던 택시도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다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제작과 정비에 있어 어려움이 컸기 때문에, 제대로 된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런던 택시의 주류는 여전히 말이 끄는 마차였다. 이 마차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로 대체되기 시작한 이후로도 마차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거리에는 자동차와 마차가 함께 다니는 그림도 연출됐다. 본격적으로 자동차가 연국 대중교통에 유입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 런던 택시의 대부분은 프랑스산 자동차들이 주류였으며, 이 자동차들은 워낙 많은 숫자가 팔려 1920년대에는 영국의 택시 회사가 구입한 택시캡의 약 80% 가량이 프랑스제 차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26년이 되자 영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졌던 '맥케나 의무세(McKenna Duties)를 영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를 상대로 소개했다. 맥케나 의무세는 영국으로 수입되는 물품들에 매기는 33.3%의 관세였는데, 1915년 1차 세계대전의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져 전쟁이 끝난 이후에 사라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던 프랑스 자동차들은 택시 회사들의 수요를 채울만한 수량의 택시를 납득할 만한 가격에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런던 택시의 80%를 점유했던 프랑스산 자동차들은 점점 없어졌고, 그 자리를 노린 수많은 크고 작은 자동차 제조사가 택시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1920년에 이르러선 르노(Renault), 시트로엥(Citroën), 피아트(Fiat)도 영국에 택시를 판매했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런던 택시의 주류가 된 차량이 바로 오스틴 모터 컴퍼니가 제작한 블랙캡이다.[1]

역사 및 종류[편집]

오스틴 12/4[편집]

오스틴 12/4(Austin 12/4)

택시캡의 시초인 오스틴 12/4는 오스틴과 영국 대중교통 사이의 관계를 시작한 자동차다. 원래 오스틴 모터 컴퍼니는 택시캡을 위한 섀시를 제작하여 공급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프랑스제 택시캡의 가격이 너무 비싸지자 딜러쉽맨&오버튼의 창업자인 윌리엄 오버튼(William Overton)이 오스틴에게 택시캡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제안했다. 영국은 1869년부터 'Condition of Fitness'라 굉장히 엄격한 택시 디자인 규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1928년에 이르러선 그 규정이 살짝 완화되었고, 이에 오스틴은 택시 비즈니스에 뛰어들 적합한 시기라 생각하여 택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물론 오스틴의 첫 번째 블랙캡은 당시의 차량 수준에 걸맞게 성능은 별볼일 없었다. 싱글 카뷰레터가 달린 직렬 4기통 엔진은 최대 27 마력을 내뿜었으나, 오스틴 12/4들은 성능보다도 절대 고장나지 않는 믿음직한 안정성과 신뢰성으로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다. 런던 택시의 대세가 프랑스제에서 오스틴으로 변하기까지는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오스틴 12/4 택시캡엔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 1930년 초기 높은 루프라인의 하이랏 버전, 낮은 루프라인의 로우 로딩 버전, 그리고 당시 새롭게 디자인된 그릴을 가지고 있던 플래시 랏 버전이 그 셋이다. 플래시 랏 버전을 생산한 이후엔 2차 세계대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하는 바람에 그 이상으로 오스틴 12/4를 업데이트할 여유는 없게 되어버렸지만, 택시캡들 자체는 1950년대가 되기까지 활발하게 쓰였다.[2]

오스틴 FX3[편집]

오스틴 FX3(Austin FX3)

전쟁이 끝난 후 1940년대 후반에 이르러 런던 택시를 대표하는 차량은 바로 오스틴 FX3였다. 런던 택시의 얼굴이 되었지만 오스틴 FX3의 가솔린 엔진은 지나치게 정비가 어렵고 비쌌으며, 1950년대 중반에 오스틴 모터 컴퍼니가 디젤엔진을 제작한 이후에야 이러한 문제가 어느정도 완화되었다. 그 결과 오스틴 FX3는 런던 내에서만 7천 대 가량이 판매되어 운영되었고,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에서는 약 1만 2천대 가량이 운영되었다. 30년 전 유닉 택시가 런던 택시의 80%를 점유한 것처럼 1950년대는 오스틴 FX3가 런던의 택시를 장악했다.[1]

오스틴 FX4[편집]

오스틴 FX4(Austin FX4)

반세기 가까이 런던 택시의 대표 모델로 운영된 오스틴 FX4는 1958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1948년에 나온 FX3의 후속 모델격인데, 외관은 FX3을 현대화했을 뿐 형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뜻 전고가 높은 왜건의 형태이지만, 일반적인 왜건과 달리 승객용 뒷좌석뒷바퀴 부분까지 뒤로 많이 물러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개발은 오스틴모터컴퍼니(Austin Motor Company)와 딜러 겸 투자자인 만 & 오버튼(Mann & Overton), 차체 제작업체인 카보디즈(Carbodies)가 함께 했다. 기본 디자인은 오스틴의 에릭 베일리(Eric Bailey)가 했고, 차체 생산을 맡은 카보디즈의 제이크 도널드슨(Jake Donaldson)이 양산을 고려해 스타일을 다듬었다. 펜더차체의 일부가 되는 등 1950년대 영국 고급차의 분위기를 따르면서도 높은 보닛과 세로로 긴 그릴,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 펜더 형태를 단순화한 옆 부분 등 옛 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바탕이 되는 섀시는 FX3의 것을 이어받아 개선한 정도였고, 실내를 비롯해 여러 부품은 오스틴의 대형세단인 웨스트민스터의 것을 활용했으니 기술적으로도 앞선 부분은 없었다. 특수 시장에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모델인 만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80년대 이후 생산 주체가 바뀌면서도 FX4는 1997년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다만 40여 년간의 생산량은 7만 5,000여 대로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런던에서 운행한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3] 2006년에 이르러 40년 전통을 넘어 50년 전통을 넘보던 FX4의 기나긴 커리어도 결국 끝을 맺었다. 런던 교통부에 의해 런던에서 운영되는 모든 택시들은 유로3 배기가스 규정에 부합하여야 했고, 닛산 엔진을 장착한 FX4 택시는 유로2 규정까지만 부합하는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엔진을 바꾼다 해도 같은 자동차만 계속해서 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많은 FX4 운전자들은 좀 더 환경적이고 깨끗하며 효울적인 터보차저를 장착하거나 배기 재순환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하여 여전히 FX4를 운전하길 바랬지만, 결국 2000년대 초반부터 TX 시리즈의 차량이 빠르고 꾸준하게 보급되며 2000년을 전후로 FX4는 런던에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1]

LTI TX1[편집]

LTI TX1영국자동차 회사엘티아이(LTI; London Taxis International)에서 생산했던 블랙캡의 일종이다. 1997년에 출시되어 반세기 가까이 런던 택시의 대표격으로 운영되던 오스틴 FX4(Austin FX4)를 대체한 차량이다. LTI TX1는 영국 산업디자인의 전설로 불리는 케네스 그레인지(Kenneth Grange)[4]에 의해 설계되었다. 형태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었으나 사실 전작인 오스틴 FX4의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오스틴 FX4의 후속 차량으로 등장하는 디자인은 런던의 택시 운전자들에게 하나같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는데, LTI TX1의 완성차를 공개하자 런던 택시의 정신을 충분히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형뿐만 아니라 런던 택시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스크린 네트워크인 캡비전 기술이 탑재되어 실내 개선 또한 이루어졌다. 파워트레인은 후기 오스틴 FX4 차량에 탑재되던 닛산(Nissan)의 TD27형 디젤 I4 엔진을 그대로 활용하였다. 이후 LTI TX2가 등장하며 포드(Ford)의 듀라토크 엔진이 탑재되었다. 구동 방식은 후륜구동이었으며, 2002년 후속 차종으로 LTI TX2가 출시되며 단종되었다.[5]

LTI TX2[편집]

LTI TX2영국자동차 회사엘티아이(LTI; London Taxis International)에서 생산했던 블랙캡의 일종이다. 기존에 판매되던 LTI TX1의 후속으로 2002년에 출시되었으며, 기존의 오스틴 FX4를 대체하는 현대적인 런던 택시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파워트레인은 TX1에 탑재되던 닛산(Nissan) TD27형 디젤 I4 엔진 대신 포드(Ford)의 2.4L 듀라토크 TD 엔진이 탑재되었는데, 이로 인해 토크가 21% 가량 상승하였다. 더불어 포드의 MTX75형 5단 수동변속기자트코(Jatco)의 JR402형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이전 세대처럼 후륜구동 방식으로 운용된다. 출시 4년 후인 2006년 후속 차종으로 LTC TX4가 출시되며 LTI TX2는 단종되었다.

운용조건[편집]

블랙캡의 운전대를 잡는 택시기사는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택시기사가 되려면 관련 시험과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나, 그다지 어려운 관문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런던의 택시기사가 되려면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거쳐야 한다. `더 놀리지(The knowledge)`라는 면허시험을 통해 택시기사가 선발되는데, 시험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해당 시험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기본적인 범죄 기록이나 신체에 이상이 없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2단계로 넘어가면서 명성 높은 고난이 시작되는데, 책자를 하나 지급받고 대략 3년 동안 런던 지리를 익히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지리에 익숙해진다면 지도 없이 시내 39,000여개의 거리 이름과 15,000개 건물과 시설 위치를 외워 시험 감독관이 지명하는 목적지를 최단거리 및 최소 시간으로 도달해야 한다. 이 5차까지 이루어진 시험을 거치는 데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최소 2년에서 4년가량이 소요된다. 이와 같이 한국의 고시와도 같은 기나긴 수험 생활을 해야 되기 때문에 택시 기사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런던 택시기사의 수는 대략 2만 5천명정도로 서울 내 택시기사와 비교하면 도심 인구 대비 적은 편이다. 특히 어려운 시험을 거쳐 선발된 인재인 만큼, 승객에 대한 예의도 꾸준히 교육받는다. 이렇다보니 `Hostel.com`이 주관한 `가장 친절한 택시 기사` 설문 조사에서 영국 택시기사가 꼽히며 택시 서비스 수준이 매우 높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런데 런던의 명물인 블랙캡과 택시기사가 조만간 사라질지도 위기에 처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의 욕구가 변화함에 따라 택시보다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더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6] 가장 큰 블랙캡 기사 양성 학원인 놀리지포인트(Knowledge Point)가 30년 만에 문을 닫게 되며 사실상 블랙캡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원 측은 런던 시내의 땅값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 언급했으나, 이코노미스트(Economist)와 같은 전문지는 우버(Uber)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택시 기사를 희망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 전했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기술 발전이라는 원인도 주요하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점차 완성형에 가까워지며, 우버 운전자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내와 고통 끝에 런던 지도를 머릿속에 담아낸 블랙캡 기사들의 노력이 아무리 가상하다고 해도, 수 만개의 데이터를 내장한 기계보다 정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2]

각주[편집]

  1. 1.0 1.1 1.2 부엉부엉이, 〈영국 대중교통의 심볼, 오스틴 FX4〉, 《네이버 블로그》, 2020-08-26
  2. 2.0 2.1 윤현수 기자, 〈(세계의 다양한 교통수단) 영국 런던 거리의 상징, `블랙캡`〉, 《모토야》, 2017-06-05
  3. 류청희 칼럼니스트, 〈(레트로 vs. 오리지널) 15. LEVC TX vs. 오스틴 FX4 '런던의 명물 블랙캡'〉, 《오토헤럴드》, 2022-08-12
  4. Kenneth Grange〉, 《Wikipedia》
  5. LTI TX1〉, 《나무위키》
  6. 주동준 기자, 〈(지구촌 포토기행) 시대의 도전에 직면한 런던 명물 '블랙캡' 택시〉, 《매일경제》, 2017-08-01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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