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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粥, Congee, porridge)은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을 말한다.

개요

죽은 곡식을 물에 묽게 풀어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이다. 즉, 곡식을 묽게 끓여낸 음식을 말한다. 서양의 포리지와 비슷하다. 인류 최초의 요리 중 하나로 현재 주식의 대표격인 과 밥, 보다 원초적인 요리이다. 적당히 분쇄한 곡식 및 녹말을 함유한 식재료과 함께 끓이기만 하면 되므로 제분, 반죽, 굽기의 과정이 필요한 빵, 압력의 유지 및 불조절이 필요한 밥 등보다 먼저 등장했다. 따라서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죽' 요리 문화는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유럽에서 빵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거칠게 빻은 귀리, 밀가루로 끓인 죽인 오트밀이 주식이었으며, 동양에서도 밥 이전의 주식으로 증기로 찐 과 함께 죽을 먹었다. 녹차도 본래 고대 중국에서 이것저것 넣고 끓여먹던 죽의 일종이었다.

누룽지탕과는 다르다. 두 음식 다 간편하게 먹거나 주로 환자들 식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똑같으나 누룽지는 밥을 구워서 쑤어내기 때문에 죽보다 딱딱하고 더 씹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수많은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 주로 밥을 소화시키기 어려운 환자들이 먹는다. 일부 국가의 문화에서 죽은 주로 아침 식사저녁 식사로 취급하는 반면 다른 문화에서는 을 대체하는 다른 요리로 취급한다. 중국에서는 죽을 저우(중국어: 粥, 병음: zhōu)라고 하고 쌀죽은 시판(중국어 간체자: 稀饭, 정체자: 稀飯, 병음: xī fàn)이라고 부른다. 영어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라이스 콘지(rice congee)라고 말하며 이는 드라비다어족의 낱말 kanji에서 비롯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부 밥솥에는 죽을 요리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죽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1][2]

특징

발치, 치아 교정, 치통 등 치과 관련 질환이 있을 경우에 일반식을 섭취할 수가 없어서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간편식

흰쌀로만 만드는 흰죽은 조리가 엄청나게 간단하다. 그냥 쌀을 물에 불리거나 갈거나 한것을 냄비에 넣어서 푹 쑤면 완성된다. 집에 남는 찬밥이나 보통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즉석밥으로도 바로 조리 가능. 심지어 굳이 요리할 필요도 없이 전자레인지나 전기밥솥에 쌀과 물을 많이 넣고 죽 메뉴 버튼만 조작하면 완성되는 간단요리에 속한다.

죽만 먹기 조금 허전하면 김치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영양이 걱정된다면 아예 야채나 해산물, 고기를 조금씩 다져서 넣어줘도 좋다.

죽을 끓이면 곡식의 부피가 약 3배로 늘어난다. 이런 까닭에 가난한 사람들이 음식의 양을 불리고 배를 채우기 위해 자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찢어지게 가난함을 표현하는 고사성어 중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는 말도 있다. 더 가난하면 조죽석죽(朝粥夕粥).[2] 흥부전에서도 흥부가 발품을 팔아 돈을 벌었을 때 고깃죽을 쑤었다.

평균 밥 한 공기로 3인분을 만들 수 있고, 묽게 쑤면 4~5인분으로도 불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배도 빨리 꺼지는 편. 이런 특징 때문에 밭일이 대표적인 노동이었을 때에는 아침에는 밥을 먹었지 죽을 먹지는 않았다. 조선시대 수라상을 보면 기상 직후에는 죽을 먹긴 했지만, 한두 시간 뒤에 제대로 된 수라상이 올라왔다. 물론 여유가 안되면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죽을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기는 했지만.

자극이 적고 목넘김이 수월하기 때문에 보통 소화가 안 되는 아픈 환자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다. 아주 쉬운 일을 두고 '식은 죽 먹기'란 표현이 있다.

고려시대 이후로 가마솥이 일반화된 이후로도 쌀이 없거나 벼 농사를 망쳐서 벼 재배를 못하게 되었을 때, 보릿고개가 와서 쌀밥 자체를 먹기가 힘들 때 쌀밥 대신 주식대용으로 먹었다. 특히 빈자(貧者)들에게는 쌀밥을 먹지 못하게 되자 아예 주식이 된 음식이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산미증식계획으로 쌀 수탈이 심해지자 양민들이 쌀밥 대신 주식으로 죽을 쑤어 먹었고, 6.25 전쟁 때에도 일부 양민 및 피난민들이 비상으로 연명하며 먹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는 바쁜 아침 등으로 아침식사를 못하거나 간단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먹는데, 옛날과는 달리 대부분 쌀로 쑤어 다양한 별미로 나온다.

소화기능 장애나 치과 발치 등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 1순위로 꼽히는 음식이 죽이다. 그리고 영양실조에 걸린 경우에도 입맛을 되찾기 위해서는 죽부터 먹어야 좋다. 비슷한 원리로 금식기도 후에도 꼭 죽과 같은 것을 먹으면서 보식 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점

밥 대신 죽을 먹는 식습관이 오래 지속될 경우 소화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다. 왜냐면 위장도 수의근(隨意筋,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근육)이 아닐 뿐이지 결국 근육인지라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을 씹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씹는 근육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치아의 뼈 튼튼함과 턱 관절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의 단점이 있으므로 편하고 소화가 잘 된다고 해서 죽을 너무 지나치게 자주 먹으면 좋지 않다.

흡수가 빠르다는 점은 당뇨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점인데 죽의 주요 영양소는 탄수화물이고 탄수화물이 포도당이 되어 흡수된다. 당분은 장에서 흡수되어 혈관을 통해 빠르게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저항증이 있다면 이 당분들은 적절한 시간 내에 흡수되지 못하고 혈관에 악영향을 준다. 즉 '빠른 탄수화물 흡수'를 다르게 말하면 '빠른 혈당 상승'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혈당이 된다. 이후 급격한 혈당 저하로 오히려 저혈당이 올 수도 있다.

다이어트용 식단

죽은 다이어트용 식단으로 자주 활용되기도 한다.

죽은 양이 적은 곡물을 물에 끓여 양을 불려 먹는 만큼 밥이나 빵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밥 한 공기로는 양이 차지 않는 사람도 밥 반 공기 분량으로 죽을 만들어 먹으면 충분히 배부른 느낌을 받기에 다이어트 도중 한식, 가정식이 그리우면 밥 대신 죽이 추천된다.

죽을 먹으면 배가 빨리 고파진다는 말이 확실히 밥보다 죽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타당한 지적이지만, 그렇다고 죽을 먹는다고 해서 순식간에 배가 고파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허기에 지쳐 포만감을 느끼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죽을 먹어주면 칼로리를 크게 섭취하지 않고도 포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본죽의 1인분처럼 많은 양을 먹으면 안 되고, 자신이 직접 끓일 때는 밥 반 공기 이하 분량으로, 레토르트로 판매하는 250 ~ 300g을 먹어야 한다.

죽은 소화가 잘되어 탄수화물 섭취가 빨라져 고혈당을 부른다는 지적 역시 당뇨병 환자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죽 정도로 건강에 위협받을 만큼 고혈당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영양학적으로 봤을 때는 그냥 흰 쌀밥에 물말아 먹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다 소화가 너무 잘 돼서 소화에 필요한 칼로리 소모량도 적기에 건강식과는 거리가 멀다. 단백질 위주의 식이요법을 한다면 피하는 게 좋다.[1]

호불호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싫어한다. 밍밍한 맛과 씹는 느낌도 없고 한 숟갈 한 숟갈을 다른 반찬 없이는 넘길 수도 없는 괴식이라나. 게다가 겉으로 분량은 늘어나 좀 먹다보면 배는 차는데 남은 양은 한참 있어 죽 먹기가 고문이 따로 없다는 듯. 맛의 달인에서도 오하라 사장이 질색했다. 뭐 이 사람은 지로가 맛있는 죽을 먹여줬더니 죽 마니아가 돼서 난감해졌지만. 진짜 싫어하는 사람은 전복죽 같은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끽해봐야 흰죽보단 좀 더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같은 양의 음식을 물에 불려 먹는 개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유럽 문화권의 수프의 인식이 안 좋은 것과 비슷하다. 근래에 들어서는 주로 밥 대신 먹는 간편식으로 선호되는데, 특히 20~40대 사이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1]

언어별 명칭

  • 한자: 粥(죽 죽)
  • 중국어: 粥 (zhōu, 저우)
  • 일본어: 粥 (かゆ, 카유) / 雑炊 (ぞうすい, 조스이)
  • 태국어: โจ๊ก(쪽)
  • 영어: porridge/gruel/congee/paste
  • 러시아어: Каша(카샤)
  • 덴마크어: Grød(그뢰드)

한국어 '죽'은 한자어로, 한자로는 粥이라고 쓴다. 솥에 쌀(米)을 올려놓은 모양을 한 글자로, 솥의 자형까지 남겨놓은 鬻, 𢐫이라는 글자도 있다. 弓은 증기의 모양을 상형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현대 한국어를 기준으로 음이 '죽'인 한자는 竹과 粥뿐이다. 俼과 鬻은 粥의 이체자이다.[1]

대한민국의 죽 종류

일반적으로 죽은 함께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주재료가 되는 쌀과 부재료로 첨가되는 재료의 이름을 합쳐 낸다.

  • 잣죽: 잣과 쌀을 곱게 갈아 끓인 죽으로 고소한 맛의 영양식이다.
  • 전복죽: 전복과 쌀을 넣고 참기름으로 볶아 끓인 귀한 보양식으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 호박죽: 호박에 찹쌀가루를 넣고 끓인 죽으로, 약간의 단맛이 나며 콩이나 새알심을 넣기도 한다.
  • 흑임자죽: 검은 깨와 쌀을 갈아서 끓인 죽으로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 닭죽: 백숙에 밥을 넣고 끓인 죽으로, 매우 고소하며 영양가도 높은 편이다.
  • 팥죽: 동지에 먹는 죽으로 보통 알려져 있다. 이는 붉은 팥이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팥을 삶아 앙금을 만들고 찹쌀로 만든 '옹심이'라고 하는 새알심을 넣어 끓인 것이 보통이다.
  • 흰죽: 쌀 혹은 찹쌀 이외의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당근이 빠진 야채죽이라고도 한다.
  • 콩죽: 불린 콩을 가루로 만들어 그 가루로 죽을 쒀 먹는다.[2]

국가별 취식법

중국의 죽 요리
일본의 죽 요리
태국의 죽 요리
유럽의 죽 요리
영국의 죽 요리
동유럽의 죽 요리

중국

중국에서는 아침식사로 죽이 보편적이다. 보통은 흰죽을 팔지만, 흰죽만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스를 바른 튀긴 빵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 간장에 설탕을 넣고 졸여 달콤짭짜름하게 만든 소스에 꽈배기빵을 찍어 먹는다. 대한민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고 아침 식사 메뉴로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쌀만 넣은 흰죽을 먹는 경우 반찬으로 발효시킨 두부(취두부나 부유)나 피단 같은 발효시킨 새알 등을 잘게 썬 것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그냥 먹으면 발효된 단백질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먹기 거북한 반찬일지라도 죽과 함께 먹으면 냄새는 희석되고 특유의 감칠맛과 짠맛이 흰죽의 맛을 돋구어 주기에 두 음식을 따로 먹는 것보다 맛있어진다.

상당수 분식집과 노점상에서는 흰죽만 팔지만 전문 죽 전문점에서 흰죽만 팔지는 않고 버섯죽, 고기죽, 고구마죽, 새우죽, 망고죽 등 한국 못지 않게 다양한 재료로 죽을 쒀서 판다. 맥도날드와 KFC도 중국에서는 아침에 죽을 포함한 아침세트를 팔 정도이다. 죽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별식, 또는 환자식으로 가끔 먹는 한국에 비해 중국에서의 죽은 아침식사로 아주 보편적인 메뉴 중 하나이다. 해장도 죽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고난의 행군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사업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호소한 고충 중에는 "일터에서 항상 중국식 식단으로 아침에 죽을 준다. 죽을 먹으면 포만감이 작아서 육체노동을 하기 힘들다"는 내용도 있었을 정도다.

홍콩에서는 특히 죽집이 흔해서 일반 식사를 죽으로 때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죽집들이 다소 고급화된 것과 달리 홍콩에서 가장 싸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또한 죽이다. 가장 기본적인 흰죽부터 건더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것까지 다양하다.

일본

일본에서도 죽이 있지만 주로 흰 쌀죽 위주라서 한국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식 죽을 사먹기도 하는데, 한국은 다양한 재료로 쑤는 죽을 파는데다 한국 요리치고 맵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꽤 인기가 좋다. 특히 중년층에게 인기가 많아서 한국 관광을 다녀온 일본 블로그를 찾아보면 십중팔구 본죽이나 죽 이야기 같은 죽가게에서 식사한 사진이 등장한다. 이처럼 일본인들에게 한국식 죽이 꽤 수요가 있자, 본죽은 2005년부터 일본에 직영점을 열었다.

일본에 다른 죽이 없지는 않다. 팥죽 등 대한민국에 있는 죽중 몇 종류가 일본에도 있다. 특이한 죽으로는 차죽이라고 해서 우려낸 차를 넣어 일반죽보다 묽게 해서 먹는 요리도 있다고 한다. 칡가루와 쌀을 같이 끓여 츠유를 풀어 먹는 죽요리도 있으며 계절 한정으로 봄나물로 쑨 하루노나나구사가유(春の七草粥)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조스이(雑炊), 오지야(おじや) 등의 죽 스타일 요리도 있는데 이는 샤브샤브나 나베 요리를 해 먹은 다음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에서는 냄비요리 마지막을 시메(締め, 〆)라고 하는데, 시메에 밥을 넣느냐 면을 넣느냐로 파벌이 살짝 갈린다.

샤브샤브나 나베를 먹은 다음 먹는 것이 아니라, 조스이, 오지야라고 하는 요리로 따로 낼 때도 있다. 조스이와 오지야는 밥의 보온 및 재가열이 어려운 시기에 식은 밥을 다시 재이용하기 위해 나온 요리이다. 샤브샤브나 나베를 먹은 다음 밥을 넣어 먹는 것은 조스이/오지야 스타일로 먹는 것이지, 그것이 조스이/오지야라고 하는 요리인 것은 아니다.

조스이(雑炊)는 밥을 지은 다음 그 밥을 한번 씻어 다시국물과 건더기를 넣어 끓인 것이고, 오지야(おじや)는 밥을 씻지않고 그대로 다시국물과 건더기를 넣어 밥이 뭉개질 정로도 끓인 것을 말한다. 대체로 조스이는 밥알이 살아있는 느낌의 죽인 경우가 많고, 오지야는 밥알이 뭉게질 정도로 끓여 더 부드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단, 이것도 지역별로 구분하는 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소금 및 맑은 육수를 써서 국물이 맑으면 오지야, 된장 및 간장으로 색이 있으면 조스이로 구분하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태국

태국에서는 쪽 (โจ๊ก)이라고 부르며, 죽보다 쌀알이 살아있는 경우는 카오똠 (끓인 쌀)이라고 하여 구분하여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죽보다 먹기 좋게 간이 좀 더 되어 있고, 다진 돼지고기가 소량 들어간다.

취향에 따라 다진 돼지고기 완자를 몇 개 넣기도 하며, 반 가른 피딴, 버섯 등을 넣기도 한다. 다진 파와 길게 썬 생강 등의 고명을 얹어 먹는 것이 가장 정석이다. 이외에도 식사로는 문득 잘 안 어울릴 듯한 아주 가늘거나 작은 과자(사진에서 반투명 실같은 것) 따위도 뿌려서 먹는다. 고명들은 식감을 위해서 먹기 직전에 직접 뿌려서 먹는다. 아무런 내용물 없이 먹거나 간이 안 된 상태로 먹은 경우는 드물다.

유럽

귀리로 만드는 유럽의 오트밀은 죽과 비슷하다. 아예 귀리죽이라고 번역하는 소설도 있을 정도. 캐주얼한 번역에선 아예 죽을 rice porridge로 번역하기도 한다. 올리버 트위스트 등 18~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간혹 gruel(그루얼)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미음 혹은 응이에 가까운 죽을 일컫는 말. 미국 등에서 동양식 죽요리를 컨지(congee)라고 하는데, 이는 타밀어로 죽이라는 뜻인 '칸지(கஞ்சி, kanji)'가 포르투갈을 거쳐 영어로 소개되어 생겨난 말이다.

볶음밥으로 알려진 리조또도 사실 볶음밥보다는 식감상 버터가 들어간 된 죽에 가깝다. 다만 오트밀이나 버터를 넣었다고해도 열량보충용으로 그냥 넣고 끓은 까샤와 달리 제대로 된 치즈, 버터 등으로 조리하여 리조토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그런데 본토에서는 리조또에도 알 덴테를 적용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 된 무언가가 정상이라 이질감이 심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

영국

오트밀은 요즘에는 먹기 편한 음식이지만 당시에는 제분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소화하기도 힘든 거친 음식이었다.

대항해시대 시절 영국 해군, 상선, 해적은 쉽비스켓이라는 건빵과 염장고기/육포를 물에 넣고 푹 끓인 랍스카우스(lobscouse)라는 죽을 먹었다.

동유럽

러시아 사람들도 가정식으로 죽 비슷한 것을 자주 먹는다. 이쪽 사람들은 까샤(Каша)라고 부르는데, 주로 메밀, 호밀, 귀리, 보리, 오트밀 등의 잡곡으로 만든다. 고급품으로는 정말로 죽과 같이 쌀, 밀, 기장(식물)을 넣은 것도 있다. 러시아는 과거 밀이 귀해서 주로 잡곡을 먹었는데, 수프 중 하나인 라솔니크도 잡곡을 넣어서 만든다. Гурьевская каша 라고 화려한 까샤는 아예 밀가루를 베이스로 잼, 꿀, 견과류, 말린 과일, 우유 등을 넣기도 한다지만 본래는 빵도 먹기 힘들 정도로 빈곤한 삶을 살았던 농노들의 주식이었는데 지금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의 군대에서 비축하는 전투식량에도 혹한기 열량보충용 필수품으로 들어간다.

이 까샤는 원래부터 빵으로 만들 수도 없고 맛도 없는 싸구려 잡곡류를 어떻게든 끓여서 먹을만하게 만드는 것이라 우유와 버터, 비계, 라드 등의 지방을 잔뜩 넣으므로 칼로리가 엄청나다. 까샤뿐만 아니라 러시아 요리 전체가 혹독한 기후를 나기 위해 고칼로리로 발전한 편이지만, 특히 까샤는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간이 안맞아서 목에서 넘어가지 않는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보면 수용소의 비참한 식생활을 나타내는 묘사로 '기름 한 방울 안 떠있는 까샤', '비계 한 조각 안 넣은 까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즉 간을 전혀 안한 이북식 강냉이죽이나 정통 제주도식 순도 100% 조밥 같은 것으로 오늘날의 동물사료보다도 맛이 없고 맛보는 즉시 그릇을 집어 던지고 먹는게 맞긴 한지 의심이 가는 수준이다. 굴라크는 공산주의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사라졌지만 딱 한 군데 흑돌고래 교도소에서는 아직도 이 정통 굴라크식 꺄샤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 요리에는 일단 죽을 쑨 다음에 다시 오븐에 구워 과자처럼 만드는 요리도 있다. 여담으로 러시아의 애니메이션 마샤와 곰에서 마샤가 이 까샤를 만드는 편이 있는데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가 44억이 넘는다. 러시아 요리중에는 시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산파의 날(Babinden,Бабьи каши), 결혼식 잔치, 장례식, 세례 뒷풀이 등 경사가 있는 곳에는 고급 죽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구소련권인 중앙아시아에서도 죽은 흔한 아침식사이다. 다만 이쪽 동네에서는 아침밥으로 먹는 죽은 보통 쌀과 우유로 만들어서 달지 않은 튀르키예식 푸딩 혹은 타락죽같은 맛이 난다.

덴마크

덴마크는 식사용 죽 말고도, 과일을 전분과 혼합하여 걸쭉하게 끓인 잼 같은 것이 존재한다. 보통 디저트로 먹는다. 이 요리는 독일에도 전해져서 그뤼체(Grütze)라는 요리로 파생되기도 했다.[1]

언어 표현

고유어가 없는 표현이다. 그 이유는 본래 죽이 밥의 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고려 중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민층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밥을 접하기 어려웠고 대부분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반면에 서민들은 죽 형태로 된 밥을 먹었다. 따라서 죽과 밥이 구별되지 않고 단지 조리법에 따른 형태의 차이에 불과했다. 이것이 고려 중기 이후 서민층으로도 우리가 아는 밥이 침투하면서 기존의 묽은 형태는 '밥'이라는 의미망의 변두리로 밀려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이 묽은 형태의 음식을 가리키기 위한 새로운 말이 필요했고, 그 결과로 한자어인 '죽'이 채택된 것이다. 다른 말로 '미음'이라고도 한다.

죽을 만드는 행위를 지칭할 때에는 '죽을 끓인다'는 말도 쓰지만, 주로 '죽을 쑨다'고 한다. 둘 다 맞는 표현이지만 '쑨다'가 좀 더 정확하다.

죽과 관련된 조언 중 하나는 '사람이 죽을 기다릴지언정 죽이 사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가 있다. 이는 죽을 쒀서 곧바로 먹지 않고 오래 두면 국물이 마르고 막이 생겨 좋지 않고, 수프와 달리 쌀알의 형태가 남으면서 쑨 경우가 많아 오래 놔두면 형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수프처럼 가루를 내어 쑨 죽도 있는데(잣죽 등) 이것도 쌀알이 있는 것 보다는 오래 가지만 오래 놔두면 퍼지기는 마찬가지다.

'죽다'의 어간과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죽을 준비해"라고 했더니 정말 먹는 죽을 준비하는 말장난 개그도 있다. 굳이 말장난을 칠 생각이 아니어도 '죽다' 자체가 워낙 자주 쓰이는 동사이다 보니까 이 문서에서도 '죽을', '죽은' 등등은 '죽다'의 활용형으로 순간 잘못 보이기도 한다. 블랙넛의 노래인 '내가 할 수 있는 건'에서도 이를 이용한 펀치라인이 나온다.

영어로 죽이 뭐냐는 질문은 의외로 답하기 어렵다. Gruel(그루얼), porridge(포리지), pottage(포타쥬) 등 죽과 비슷한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귀리 한정이라면 oatmeal 오트밀도 있다). 그루얼은 아주 묽은 죽으로 배탈이 난 환자들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포리지와 포타쥬는 그루얼보다 덜 묽은 음식으로 옛날 서민들의 주식이었다.

러시아 속담에 "믿을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죽을 쑤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죽을 쑨다는 말은 결혼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죽 한 그릇을 나눠먹는 사이'라는 표현은 정말로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며, 기타 다양한 속담에서 죽이 등장한다.

  •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기 - 일이 잘 되어 가다가 마지막에 잘못하여 일 전체를 그르치다.
  • 죽을 쑤다 - 기껏 지어 놓은 밥이 죽이 되어 버린 경우를 말한다. 즉, 일을 망치거나 실패하는 것을 뜻한다. 시험 전날에 죽을 먹으면 시험을 죽 쑤게 된다는 미신이 있다. 미역국도 마찬가지. 그런데 실제로는 죽은 소화와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아침으로 죽을 먹고 가면 소화가 억제되는 초긴장 상태에서 좀 더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게 된다.
  • 죽도 밥도 안 되다 - 일이 이도 저도 안 되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상황.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 일이 어떻게 되든.
  • 죽 쑤어 개 주다 - 기껏 해 놓은 것이 엉뚱한 사람만 이롭게 한 상황을 이르는 말.
  • 식은 죽 먹기 - 거리낌 없이 아주 쉽게 예사로 하는 모양.
  • 흰죽 먹다 사발 깬다 - 한 가지 일에 재미를 붙이다가 다른 일에 손해를 보는 경우에 이르는 말.
  • 변덕이 죽 끓듯 하다 - 말이나 행동을 몹시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뜻.[1]

동영상

각주

  1. 1.0 1.1 1.2 1.3 1.4 1.5 〉, 《나무위키》
  2. 2.0 2.1 〉, 《위키백과》

참고자료

  • 〉, 《네이버 국어사전》
  • 〉, 《두산백과》
  • 〉, 《나무위키》
  • 〉, 《위키백과》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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