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지렁이
갯지렁이(海蚓)는 갯벌, 바위 밑, 해초, 산호초 등에 흔히 서식하는 지렁이이다. 다모강의 여러 생물을 일컫는데, 대체로 '갯지렁이'라고 하면 참갯지렁이과의 '참갯지렁이'(Neanthes japonica)를 가리킨다.[1]
개요[편집]
갯지렁이는 환형동물문 다모강의 동물이다. 세계적으로 약 9,000여 종, 한국에는 약 352종이 알려져 있다. 화석상의 기록은 사천 자혜리 백악기 전기에 퇴적된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진화적으로 갯지렁이가 속하는 다모류(多毛類)가 육상으로 이동해 지렁이 등의 빈모류(貧毛類)가 되고, 이들 중 일부가 민물로 들어가 거머리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하는 갯지렁이들은 몸길이가 약 1∼30㎝ 정도의 종류들이 가장 흔하다. 대부분 바다에서 생활하지만 민물과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도 분포한다. 특히 기수지역 조간대의 모래, 흙, 퇴적물이 쌓인 곳에 서식하는 종들은 갯벌의 퇴적유기물을 섭식하여 갯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구멍을 파고 살며 주위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먹이활동을 하다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몸의 신축성을 활용하여 매우 빠르게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일반 지렁이들과는 털같이 보이는 마디가 없는 발이 좌우 한 쌍씩 나 있는 점이 다르다. 몸은 일반적으로 가늘고 길지만 몸 형태와 색깔은 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몸 전체적으로 체절(體節)로 나뉘어져 많은 마디로 되어있다. 암수딴몸이고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하며 산란기는 5∼9월로 알려져 있다. 발에는 강모(剛毛) 다발이 있다. 한국 갯벌에서 확인되는 무척추동물들 중 가장 다양하고 개체수가 풍부한 동물군에 속하며, 갯벌의 먹이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부 종은 심하게 오염된 곳에서 출현하는 등 환경지표종으로 서식지의 환경을 평가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물고기와 갑각류를 비롯한 많은 동물에게 잡아먹히며 낚시 미끼로도 많이 쓰인다.[2]
형태[편집]
몸길이 9-12.5cm, 나비 9-10mm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91-108개의 환절로 되어 있다. 몸 앞부분의 등쪽은 짙은 갈색을 띠고 다리와 배쪽은 살색이다. 푸른색이나 선홍색 부분이 있는 경우도 있다. 입주머니의 제5구역에는 이빨이 없고 제6구역에는 5개 이내, 제7∼8구역에는 1줄의 이빨이 가로로 나 있다. 입 앞마디는 옆으로 넓다. 입 앞가장자리에는 짧은 촉각이 나고 그 옆으로 2개의 꼭지더듬이가 있다. 꼭지더듬이 끝에는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있다. 눈은 사다리꼴로 늘어선다. 육식성이며 입 안쪽에 있는 낫 모양의 커다란 2개의 이빨로 작은 동물을 잡아서 통째로 삼킨다. 몸 앞부분의 등다리에 3개의 자락이 있다. 윗자락, 가운뎃자락, 아랫자락이 모두 삼각형이다. 중간 부위의 등다리는 윗자락이 크고 가운뎃자락은 작다. 배다리자락은 끝이 뭉툭하고 작은 자락이 달려 있다.
항문마디 등쪽에 항문이 열리고 아래에 1쌍의 항문수염이 있다. 잔등과 배에 굵은 혈관이 1개씩 뻗는데, 체벽을 통해서 붉은 피가 흐르는 모습이 잘 보인다. 특히 입주머니에는 모세혈관이 많다. 자웅이체이지만 특별한 생식기관은 없다. 생식기가 되면 각 체절 안의 빈 곳에 알이나 정자가 들어차는데, 수컷의 몸은 정자로 인해 젖빛, 암컷의 몸은 알로 인해 짙은 녹색이 된다. 알은 부화하여 트로코포라유생을 거쳐 성체가 된다.
염분 변화에 대한 내성이 강한 기수 종이다. 이 종은 경상남도 마산만의 봉암갯벌에서 낚시 미끼로 잡히며, 이곳에서 두줄박이참갯지렁이와 함께 서식한다. 두줄박이참갯지렁이는 시화호가 담수호로 바뀌던 시기에 용존산소가 공급되는 천해지역에서 대량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문절망둑, 가자미, 보리멸, 납자루 등의 낚시 미끼로 쓰인다. 주로 하천수가 흐르는 하구나 내만에서 서식한다. 한국, 일본, 사할린섬 등지에 분포한다.[3]
특징[편집]
가늘고 긴 모양이고, 많게는 108개에서 적게는 91개의 환절로 되어있다. 길이는 보통 9.5cm에서 12.5cm 정도이나 종에 따라 2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몸의 색깔 중 일부는 선홍색 또는 녹색이고, 또는 칙칙하거나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보이기도 한다.
갯지렁이는 바위 밑이나 산호의 틈새, 버려진 조개 껍질에 숨어 살며 모래나 진흙에 굴을 파고 산다. 일부 종들은 침전물 위나 해저의 연기질 속에 관을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종들은 원양에서 떠다니며 다른 플랑크톤들과 같이 살기도 한다. 이렇기에 플랑크톤처럼 사는 부류들은 바다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갯지렁이는 잘 발달된 머리와 특수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어 자매 분류군인 지렁이와 거머리와는 전혀 다른 차별성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체철에 쌍을 이루며 지느러미 역할을 담당하는 측각이 있으며 환대는 없다. 매우 많은 강모를 가지며, 강모는 대개 측각 위에 다발 형태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전구엽을 가진다. 이 전구엽이라는 기관은 종에 따라 안으로 수축될 수도 있다. 이 부위에는 눈과 촉각, 각수가 달려있다. 입을 둘러싸는 위구절네는 강모와 수염이 있고 육식성의 경우에는 마치 곤충의 그것과 닮은 턱이 있다. 여과섭식성 종들은 머리 앞에 왕관 모양의 촉수를 펼쳤다가 관 속으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섭취한다.
체절화된 갯지렁이의 몸은 마디마다 측각, 여러 개의 엽들, 촉수, 강모들이 존재한다. 측각은 등측각과 베측각으로 나뉘는데, 이는 종에 따라 둘 중 어느 하나가 발달되어 있거나 축소되어 있다. 측각은 바닥을 기어다니거나 유영, 또는 관 내부 고착용으로 쓰이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호흡기관의 역할을 한다.
눈과 평형포 등의 감각기관이 지렁이와는 달리 매우 잘 발달되어 있는데, 안점부터 시작해 원시적인 형태의 눈 구조도 가지고 있다.
자웅이체이다. 하지만 영구적인 생식기관이나 생식 세포를 수송하는 영구적인 수송관이 없다. 대신 생식 세포가 생식관 및 신관을 통해 배출되기도 하고, 체벽이 파열되면서 체외로 배출되기도 한다. 생식소는 복막이 일시적으로 부풀어 올라 형성되어 배우자를 체강 내부로 내뿜는다. 수정은 체외에서 일어나며, 알을 낳는다. 간접 발생으로 인해 담륜자 유생 시기를 거쳐 성체가 된다. 라미실리스 멀티카우다타(Ramisyllis Multicaudata)라는 갯지렁이는 특이하게도 머리가 하나이고 몸이 여러 개이다. 특이하게도 항문이 생식 기관의 역할도 겸하는데, 이 항문에서 생식을 할 개체들을 분열시켜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생식을 한다.
육식성이며 구더기와 더불어 낚시용 미끼로 자주 사용된다. 물고기나 갑각류에게도 잘 잡아먹힌다. 플라나리아와 비슷하게 여러 조각으로 자르면 각각 다른 개체가 된다. 일반 지렁이와는 다르게 물기 때문에 물지 못하게 머리를 잡고 입쪽을 바늘로 뚫은 뒤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쓴다.
갯벌과의 관계[편집]
육상의 지렁이들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갯지렁이들도 갯벌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갯지렁이는 갯벌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놓는데, 이 구멍으로 공기나 바닷물이 들어가서 갯벌이 썩지 않도록 막아준다. 그러니까 징그럽다고 마구 죽이면 큰일난다. 갯지렁이가 없다면 갯벌이 황폐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한 흙 속의 더러운 유기물까지 먹어주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실제로 어느 갯벌에서 방조제를 만들어 갯지렁이들이 사라지자, 그 부근의 생태계가 파괴된 사례도 있다. 물론 물의 흐름을 막은 것도 있겠지만, 갯지렁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례이다.
활용[편집]
베트남에서는 갯지렁이를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갯지렁이를 이용한 요리를 쯩둑즈어이(Trứng đúc rươi)라고 한다. 대체로 한국의 파전이나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와 거의 비슷한 식으로 계란, 야채 등과 섞어 기름에 지져내어 먹는다.
갯지렁이 종류 중 꽃갯지렁이류는 보통의 갯지렁이와 달리 화려하고 특이한 생김새를 지녀 해수어항에서 관상동물로 기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낚시용 미끼 외에는 용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는데, 최근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생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갯지렁이의 혈액인데, 갯지렁이의 혈액은 인간의 혈액에 비해 산소 전달 효율이 무려 40배에 이를 뿐만 아니라 수혈할 경우 어떠한 혈액형에 대해서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꿈의 혈액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생물 간에 수혈이 이루어질 경우 거부 반응이 없더라도 여러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정제와 가공이 필요하겠지만, 학자들은 실용화될 경우 높은 산소 전달 효율을 이용해 사고나 수술 등으로 많은 피를 흘린 환자의 생존 확율을 높이거나 장기이식에 있어서 장기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진 갯벌에서 생존하려면 최소 8시간 이상 숨을 참은 채 버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갯지렁이가 이런 특수 혈액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짝짓기철인 봄철이 되면 한강 하구에 대량으로 갯지렁이가 발생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이는 한강이 하굿둑이 없어서 발생하는 일인데, 보기에는 징그러울 수 있지만 갯지렁이들의 대량 발생은 한강에 서식하는 다른 물고기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이 되어주고 생태계 유지에도 큰 도움을 주기에 상당히 이로운 작용이라고 한다.[4]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 이동 ↑ 〈갯지렁이〉, 《위키백과》
- 이동 ↑ 〈갯지렁이(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이동 ↑ 〈참갯지렁이(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이동 ↑ 〈갯지렁이〉, 《나무위키》
참고자료[편집]
- 〈갯지렁이〉, 《위키백과》
- 〈갯지렁이〉, 《나무위키》
- 〈갯지렁이(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참갯지렁이(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