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공동체(共同體) 또는 커뮤니티(community)는 같은 관심과 의식으로 환경을 공유하는 사회 집단이다. 공동체는 학자마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정의 내려지는 개념이다.
개요[편집]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학술적 개념으로서의 공동체는 퇴니에스(Ferdinand Töennis)의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즉 공동사회에서 그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퇴니스는 공동사회를 혈통, 장소, 정신적 차원 등을 속성으로 하는 총체적인 공동체로 보았다.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공간, 상호작용, 연대를 공동체의 핵심 요소로 보는데, 현대사회에서는 공간의 중요성이 약화되었다. 오늘날에도 상호작용과 연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적 집단들이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혈연공동체로 개인의 생존과 집단 재생산을 위한 중요한 조직 단위이다. 지역을 근거로 한 지연공동체는 협동과 공감의 집단으로 전통사회에서는 혈연공동체와 지연공동체가 상당 부분 중첩되어 있었다.
혈연과 지연공동체는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사회, 경제, 문화적 삶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경험하며 전통적인 공동체들은 그 중요성이 감소했다. 대신 새로운 사회 환경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유연한 공동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성[편집]
공동체를 이루는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소속감: 학습공동체의 참여자들은 충성심을 느끼고, 그룹으로 뭉쳐서 계속 일하고 타인을 돕도록 한다.
- 영향력: 참여자들은 공동체 안의 일들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 요구충족: 학습공동체는 참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도움을 청하거나 자세한 정보를 원함으로써 특정한 필요 요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 사건의 공유와 정서적 연결: 학습공동체는 감정적인 경험이 포함된 특정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공유한다.[1]
변천[편집]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했던 가족이나 촌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시원적 형태의 공동체는 가족, 씨족, 지역에 바탕을 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농업 생산을 위한 협동을 강화하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체적 규범이 발달했다. 초기 공동체는 규모가 작고 지리적 경계가 뚜렷했다. 전통적인 공동체의 특성으로는 폐쇄성, 안정성, 대면적 관계, 전통 및 도덕적 규범 체계 등을 들 수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공동체의 범주와 규모가 확장되기 시작했으며, 공동체의 내용도 다양해졌다.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로는 혈연과 유교적 가치에 바탕을 둔 문중,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촌락, 협동적 노동 양식인 두레, 상부상조의 규범인 계(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및 공동체적 제도들은 서로 중첩되어 전통사회의 질서를 유지했다.
문중은 한국의 독특한 공동체로 17세기 중반 이후에 공고화된 것으로 보인다. 문중은 공동의 선조를 가짐으로써 본관과 성을 공유하는 남계 혈통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사, 유교적 위계질서, 상부상조, 교육 등을 담당하는 확대된 가족공동체이다. 대개 문중은 동성촌(同姓村)을 이루었다.
촌락은 농사를 짓는 수십 가구가 집단적으로 정주한 공동체이다. 자연부락 혹은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촌락은 대개 논을 중심으로 농가들이 모여 있는 집촌(集村)의 형태를 띤다. 촌락공동체는 가족에 원형을 둔 지역집단이며, 생산을 위한 공동조직이고, 포괄적인 상호부조적인 집단이었다. 촌락공동체는 지리적 경계가 분명했으며, 강한 집단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신분적 위계질서나 관습적 질서를 강요하는 엄격한 유교적 규범이 존재했다. 촌락공동체는 협동을 강조하는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켰다.
두레는 노동을 같이 하는 작업공동체로, 조선 후기 이앙법(移秧法)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발달했다. 이러한 노동방식은 모내기 등 노동력 수요가 정점에 달할 때, 농민들이 함께 일하는 합리적인 노동 활용법으로 공동체적 농민문화의 물적 토대가 되었다. 두레는 농사일은 물론 마을의 공통 사안에 대해 협력하는 포괄적 공동체로 발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농악, 농요, 지신밟기 등의 놀이문화와 결합되어 주민들 간의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했다. 두레는 노동능력 제고, 구성원 간의 상부상조, 협동 훈련, 노동의 오락화, 공동체 규범 강화, 촌락의 통합 강화, 지역 농민 문화의 창조와 계승 등의 복합적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농촌 공동체 유지의 핵심적 제도였던 두레는 일제시대의 지주-소작제 강화와 수탈구조 속에서 사라졌다.
계는 동(洞)이나 리(里) 중심의 생활공동체로 볼 수 있다. 촌계(村契)는 상민마을 구성원들의 자생적인 필요에 의해 등장했다. 수해나 가뭄 등의 천재지변으로 마을에 피해가 있을 때면 계의 규약에 의거하여 공동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와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촌계는 상호부조・상호규범을 강조했으며, 임진왜란 후 전후복구를 위해 보편화되었다.
일제강점기는 공동체 붕괴가 심화되어 농촌공동체의 근간이었던 농민들이 식민지 수탈 체제 하에서 철저하게 핍박당했다. 소작농의 증가, 농민의 궁핍화, 일본식 제도 및 문화의 이식, 농민들의 이동 때문에 전통적인 농촌공동체 제도들이 급격히 쇠퇴했다. 광복 이후 농촌의 공동체는 한국전쟁, 산업화, 도시화 등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해체되었고, 특히 1960년대 이후 진행된 대규모 이농에 따른 농촌 인구 과소화는 농촌공동체의 인구학적 기반을 무너뜨렸다. 다른 한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유입된 많은 인구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익사회 및 2차적 관계 중심의 도시 생활을 영위했는데, 경쟁적인 도시 공간 속에서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웠다.
현황[편집]
한국사회에서 좁은 의미의 이념형적 공동체는 계속 감소해왔고, 산업화와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촌락, 문중, 두레, 계 등은 해체되어 일부 농촌지역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공동체적인 경험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관계망 없이는 살 수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공동체와는 다른 방식의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강조되는 것은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신뢰, 규범, 연대와 같은 가치들이다. 공동사회와 이익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 공동체적 특성이 실제 얼마나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동체를 경직된 집단 개념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자본의 증대를 위한 공동체적 지향으로 정의하면 다양한 움직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구자인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에는 3가지 유형의 공동체 운동이 존재한고 주장한다.
첫째, 지역이 강조되는 공동체 운동으로 도시주민운동, 지역시민운동 등이 있다. 이들은 일정한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함께 하는 운동이다.
둘째, 협동조합운동으로, 노동자나 농민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실천운동이다. 그 대표적인 예인 생활협동조합은 도시에서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을 통해 만든 먹거리공동체이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져 한살림, 아이쿱, 두레생협 등의 전체 회원수가 전국적으로 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또한 농촌과의 면대면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먹거리를 매개로 하는 신뢰 공동체를 지향한다.
세번째로 소공동체운동이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공동체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야마기시즘에 뿌리를 둔 화성 산안마을은 공동으로 생산한 유기농 계란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충청남도 홍성의 홍동면, 전라남도 장성의 한마음공동체, 전라북도 부안 변산공동체, 전라북도 무주 진도리 마을, 경상남도 함양 청미래 마을, 전라북도 남원 산내면 실상사 도농공동체 마을 등이 소공동체운동의 예이다. 이들은 대개 자본주의적 문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지향한다. 또 도덕적 헌신, 인격적 친밀성, 구성원 간의 신뢰와 응집성 등을 강조한다. 이들 소공동체운동은 농촌 지향성과 폐쇄성을 특징으로 한다.
공동체의 요소 가운데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공간 지역이다. 사이버공동체 혹은 온라인공동체는 공간 지역을 무력화시킨다. 거리의 소멸에 의해 지리적 요소를 넘어서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사이버공동체들이 블로그, 카페, 메일링리스트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친밀성을 교환하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공동체적 참여를 한다. 사이버공동체 가운데 상당수는 오프라인 공동체와 상호작용함으로써, 흥미로운 사회현상을 낳기도 한다.
지역 공간을 넘어서는 사이버공동체와는 달리 오히려 지역을 재발견하는 공동체운동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진안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진안의 마을 만들기는 지자체, 민간단체, 마을 리더, 지역주민 등의 협치를 통해 새로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생태공동체운동 역시 물리적 공간과 지역성을 강조한다. 생태공동체운동은 작은 단위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 네트워크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편집]
공동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꼭 필요한 관계 집단이다. 전통사회에서 폐쇄적이고 경직되었던 혈연 및 지연공동체는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쇠퇴했다. 경쟁과 이익 추구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전통적인 공동체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경쟁적인 삶이 더 치열할수록 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뢰, 호혜성, 친밀성 등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들어 공동체는 개념으로서나 실제 모습에서 유연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지리적 제한을 넘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며, 공동의 연대를 모색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규모 지역의 면대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경향도 있다. 현실 공동체의 분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학술적인 차원에서도 공동체(공동사회)와 비공동체(이익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유연한 분류체계가 필요하다.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