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백호(白虎, 영어: White Tiger) 또는 흰호랑이는 통 황갈색을 띤 일반적인 호랑이와는 달리, 흰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호랑이를 말한다. 현재 동물원에 있는 흰호랑이는 모두 인도호랑이의 일종이다.[1]
개요[편집]
백호는 실제 흰털을 가진 호랑이를 가리키는데 동양권에서는 신화나 민화에 등장하여 신비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실존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일종이며, 흰색 털 형질은 대립 유전자 구성이 열성 동형 접합일 때 나타난다. 보통 호랑이의 모피는 황갈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는데, 털 색깔을 흰색으로 발현시키는 열성 유전자에 의하여 흰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의 백호가 태어난다고 한다. 야생에서 열성 인자를 지닌 암컷 호랑이와 수컷 호랑이가 교접하여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벵골호랑이의 경우 1만 분의 1, 시베리아호랑이의 경우 1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백호로 지칭되는 흰호랑이는 백색증이 발현된 호랑이 또는 백변증(Leucism)에 의해 주로 벵골호랑이가 보유한 백색 털인자가 발현되어 흰 털을 지닌 호랑이지만, 루시즘으로 흰색의 털을 지닌 호랑이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육되고 있어 백호로 전시되는 개체 중 정말로 백색증인 개체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야생의 백호는 흰털이 위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냥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유전병으로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호랑이 등의 다른 아종에서는 1999년 한국의 서울대공원에서 베라라고 하는 백호가 태어났다. 시베리아호랑이중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것이다. 베라는 2003년까지 서울대공원에서 살다가 남북동물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기증되었다. 서울대공원의 시베리아백호는 1마리 더 있었으나, 2013년에 죽었다. 백호는 열성유전자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통 호랑이들에 비해 시력이 턱없이 낮으며 수명은 동물원에서 잘 보호하면 20여 년, 야생 상태에서 10~15년인 황색호랑이와 비슷하다. [2]
기원[편집]
현존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의 백변증 형질 발현으로 백색 털인자가 발현된 흰호랑이이다. 루시즘에 의한 색소 세포의 부족으로 이들은 대부분 벽안과 다른 호랑이 보다 옅은 색인 분홍색 코, 흰 털, 갈색의 줄무늬를 가지고 있으나 보다 심한 색소 세포의 부족으로 무늬가 거의 없는 개체 또한 발생하며 이러한 개체는 일반적으로 은호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낮은 만큼 야생에서 목격된 사례는 극히 적은데, 여기에는 털의 색이 벵골호랑이의 주 서식지인 밀림에서 눈에 잘 띄는 흰색이라는 점이 호랑이의 먹이사냥에 큰 영향을 끼쳐 생존률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시즘 자체는 유전자 돌연변이 현상으로 벵골아종 외에도 백호가 발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전세계의 호랑이 개체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아종은 종보존이 힘든 수준으로 축소되어 유전적 다양성 및 변이가 자연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특히 후술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야생상태가 아닌 사육된 백호는 모두 벵골호랑이의 혈통으로 단정지어도 무방한 수준이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사육되고 있는 모든 백호들은 1951년 인도의 토후국 레와에서 포획된 벵골호랑이 수컷 백호, '모한'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발생[편집]
본래 백호는 벵골호랑이 내지는 벵골호랑이를 조상으로 둔 교잡종 호랑이에게서 매우 낮은 확률로 태어나는 호랑이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확률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많은 백호들이 사육되고 있는데, 바로 공통된 조상을 지닌 호랑이간의 근친교배를 통해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다.
백호는 털의 색을 결정하는 인자 두 개가 모두 백색 털인자(소문자 w)가 되었을때 발생하나, 일반적인 호랑이의 황색 털인자(대문자 W)에 비해 열성이기 때문에 백호(ww)와 일반적인 호랑이(WW)사이에서 태어난 호랑이(Ww)는 황색 털을 지닌 개체가 된다.
최초로 사육된 백호인 모한을 번식시켜 더 많은 백호를 얻고자 했을 때 모한 이외에 백색 털인자를 지닌 호랑이는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랑이, 즉 황색 털 인자만을 지닌 호랑이와 교배시켰으나, 그렇게 태어난 호랑이는 백호로 태어나지 않았고, 이후 백호(ww)인 모한을 모한의 딸 개체(Ww)와 근친교배 시켰을 때, 비로소 백호가 태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친족간의 교배로 백호의 숫자를 늘린 만큼 전 세계의 백호들은 유전적으로 긴밀한 관계이며, 오늘날에도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모한이라는 공통된 조상을 지닌 호랑이들 사이의 근친교배로 백호를 계속해서 존속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적 근친교배를 계속할 시 결국 모든 백호가 도태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는 거리가 먼 일반적인 벵골호랑이나 시베리아호랑이와 교배시켜 백호의 인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논란과 문제점[편집]
백색 개체의 존재로 인해 아메리카흑곰의 지역적 변이에 따른 아종으로 취급되는 커모드곰(Ursus americanus kermodei)의 사례와는 달리 벵골호랑이의 지역 변종으로조차 취급되지 않는 단순 백변증 변이 개체인 백호의 흰 털은 벵골호랑이가 원서식지인 우거진 숲에서 살아가는 데에 취약점으로 작용할 뿐이기에 어떠한 종 보전의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생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근친교배로 인해 벵골호랑이의 돌연변이인 백호가 자연 도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베리아호랑이와 같은 다른 아종의 호랑이와 교배시키는 등 서로 다른 호랑이 아종간의 보전마저 어지럽히고 있다.
근친교배의 반복으로 인한 백호의 자연도태를 막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백호와는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정상색 호랑이 개체와의 교배를 통한 혈통 안정화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백호의 인자를 지닌 황색의 정상색 호랑이가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태어난 백호인자를 지닌 정상색 호랑이가 종 보전을 위해 시행되는 정상색 벵골호랑이나 시베리아호랑이의 번식에 투입되어 오랫동안 지속된 근친교배와 아종간의 교잡으로 많은 문제를 가진 백호인자를 후대에 남기게 될 위험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문제는 후술된 서울동물원의 사례를 통해 실제로 증명되어 여러 호랑이 아종의 혈통이 교잡된 개체가 특정한 호랑이 아종의 순혈 개체로 오인되어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모한이 야생에서 잡혀온 백호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백호의 돌연변이 열성유전자는 인간의 개입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고, 백호의 존재 자체는 인공적 개량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살아있는 백호들은 야생에서처럼 이 유전자가 어쩌다가 드문 확률로 발동된 것이 아니라, 사육 환경에서 의도적인 근친교배를 시켜 태어났기 때문에 인공개량된 개체들이다.
장애[편집]
오늘날의 백호는 모두 인위적인 근친상간을 통해 태어난 만큼 많은 백호 개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장애는 사시로, 사시는 지속된 근친교배로 인해 시각신경이 뇌와 부적절하게 연결되는 백호 형질 특유의 장애로 발생한다.
한국 동물원을 예시로 들 경우 근인척 관계의 개체를 통한 사자, 호랑이 등의 반복적인 출생으로 인해 현재 전시되고 있는 국내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 개체에서도 사시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상업적인 목적에 따른 체계적인 근친교배로 현재까지 그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백호에게서 그 발생률이 높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외양적으로 관찰 가능한 백호의 사시는 시베리아호랑이와 교잡된 개체에게서 훨씬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오늘날 전시되고 있는 대다수의 백호들이 이미 타 호랑이 아종과 교잡된 개체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시가 발생한 개체는 눈의 초점을 맞추기 어렵게 되어 최종적으로는 시각적인 장애를 초래하는데, 이 때문에 대다수의 백호들은 사육환경에서 주어진 환경의 지형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장애물에 머리를 부딪치는 실수를 자주 반복한다. 또한 백호를 발생시키는 유전적 요인인 루시즘으로 인한 홍채의 색소 부족으로 정상적인 호랑이의 홍채 색인 황색이 아닌 푸른색을 띄는 백호의 홍채는 안구로 들어오는 빛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많은 백호들이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빛을 피하려 하는 광선공포증(Photophobia)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근친교배로 인해 특정한 다리가 짧게 태어나거나 발이 안쪽으로 휘는 내반족, 척추질환, 면역체계 저하, 안검외반, 구순열 등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되는 질병이 발생한 여러 백호 개체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안면기형을 가진 상태로 구조된 수컷 백호인 케니(Kenny)의 사례가 있다.
한국의 백호[편집]
에버랜드 주토피아[편집]
에버랜드는 한국 시설 중 가장 최초로 백호를 도입하여 사육한 시설로서, 명칭이 자연농원이었던 시기인 1990년 10월 17일에 미국의 신시네티동물원, 오하마동물원 등에서 설호라는 이름의 수컷 백호와 정상색의 보인자 암호랑이인 설후 등을 비롯한 백호 3개체와 정상색 보인자 호랑이 1개체로 총 4개체의 보인자 호랑이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시설 내에서의 근친교배를 통한 증식으로 현재까지 백호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백호의 해'로 불린 2010년 경인년을 앞두고 2009년 개장한 별도의 백호 전시구간인 백호 사파리에서 10여마리의 백호를 공개할 때 이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러나 백호에 대해 '야생에서 멸종된', '희귀종' 등 사실과는 분명히 다른 홍보를 하여 언론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돌연변이인 백호를 호랑이의 한 종류로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으며, 에버랜드의 이러한 백호 전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동물원[편집]
서울동물원에서는 시베리아호랑이로 보유·전시하고 있던 개체 중 백호가 출생함으로서 서울동물원 보유 시베리아호랑이 혈통 내에 교잡화 된 개체가 존재했던 것이 공인된 바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기념으로 1986년 서울동물원에 도입된 시베리아호랑이 5개체 가운데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서울동물원에 기증하여 9월 10일 도착한 시베리아호랑이 3두 중 두 개체인 앨버커키동물원 출신의 수컷 개체인 호돌(2538)과 수폴스동물원 출신의 암컷 개체인 칼라(2583)사이에서 출생한 수컷 태백(4660)과 암컷 홍아(3621) 남매를 근친교배시켜 태어난 1999년 생 베라와 2000년 생 하이트(백운) 자매가 백호로 태어난 것으로, 베라는 2004년 청계라는 이름의 수컷 호랑이와 동물교류의 일환으로 북한 평양동물원에 보내지고, 하이트는 2014년 5월 22일에 복막염으로 폐사하였다.[3]
문화[편집]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는 백호를 상서로운 영물(靈物)로 여겨왔다. 중국 설화 등에서는 청룡(靑龍), 주작(朱雀), 현무(玄武)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四神)을 이룬다. 이들 4신은 하늘의 사방(四方)을 지키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호는 서쪽의 수호신이다. 서쪽에는 28수(宿) 중 규(奎), 누(婁), 위(胃), 묘(昂), 필(畢), 자(觜), 삼(參)의 7개 성좌(星座)가 있는데, 백호는 '묘' 성좌를 다스린다고 하며, 일설에는 '삼' 성좌가 백호였다고도 한다. 《시경(詩經)》은 백호를 의로운 짐승으로 보고 있는 반면, 《인원비광경(人元秘框經)》처럼 흉신(兇神)으로 기록한 것도 있다. 백호를 그린 백호기는 천자(天子)가 거둥할 때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는 풍수용어(風水用語)로 사용되기도 한다. 주산(主山)에서 오른쪽으로 뻗어 나간 산줄기를 백호라고 하고, 그 안쪽에 있는 것을 내백호(內白虎), 밖에 있는 것을 외백호(外白虎)라고 한다. 백호는 청룡과 대칭되는 것이라 여겨 좌청룡·우백호로 일컬어지는데, 청은 동쪽, 백은 서쪽을 가리킨다. 여기서 용호(龍虎)는 혈(穴)의 호위(護衛)로 생각되었으며, 용호가 서로 어울려 주변을 여러 겹으로 감쌈으로써 명당지(明堂地)가 형성된다고 믿었다.
지금은 화장하는 풍습이 많아졌으나 전통적으로 묘를 쓸 때에 풍수설에 의해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를 기본축으로 하여 명당을 가리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또한 출입문이나 벽장문, 중문 위에는 삼재소멸(三災消滅) 호랑이 부적을 붙이고, 대문에는 용과 호랑이 그림이나 글씨를 붙여 복을 빌고 액을 막고자 했다. 이와 같이 호, 특히 백호는 사악한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벽사의 기능을 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고대 무덤인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에 등장하는 백호의 형상을 보면 용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으나 머리에 뿔이 없고, 몸에 비늘 대신 호랑이 무늬가 묘사된다. 대체로 질주하는 듯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며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존재로 그려졌다. 이러한 벽사의 기능과 함께 백호의 영험함과 신성함은 용과 함께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요인이 되었다. 인도에서는 사자, 동남아 지역에서는 뱀, 중국에서는 기린이나 해태 등이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것 역시 그 지역 자연환경이나 문화 속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동물들을 신격화한 결과이다. 특히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더 적극적으로 동물들을 끌어들여 수호의 의미를 부여했고, 그 지역 고유의 토착신앙 요소를 흡수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백호에 불법 수호 역할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백호는 조선시대 제작된 사찰 벽화나 불교의 교리를 그려낸 불화나 불단 조각에도 등장한다.[4]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 〈흰호랑이〉, 《위키백과》
- 〈백호(동물)〉, 《나무위키》
- 〈백호(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백호 - 상상 속 동물(유물 속 동물 상징)〉, 《네이버 지식백과》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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