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남방
글로벌 남방(Global South)은 주로 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 국가들을 포함한다. 이 개념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사용되며, 북반구의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적 발전 수준과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을 설명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단순히 지리적 개념을 넘어서, 국제적 불균형과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는 프레임워크이다.
개요
글로벌 남방은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을 통칭하여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등을 비롯한 120여 개 국가들이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글로벌 노스(Global North)라고 불리며, 글로벌 사우스와 대비된 개념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사우스는 글로벌 노스에 비해 높은 인구밀도와 열악한 기반 시설을 가지고 있고, 농업 등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경제 발전 수준이 낮아 저소득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로 정치적 불안성이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 용어는 1950년대에 등장했으나 미국의 저술가 칼 오글스비(Carl Oglesby, 1935~2011)가 1969년 한 매거진에 베트남 전쟁에 관해 기고한 글에서 사용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는 당시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데 주로 쓰이던 '제3세계'라는 용어를 대체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였다. 제3세계(Third World)는 냉전 시대에 미국이나 구 소련의 진영에 속하지 않고 중립을 표방한 개발도상국들로 대부분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신생 독립국들을 일컬었으나, 한편으로는 개발도상국을 비하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이 용어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글로벌 노스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기술적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자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리적 범위
글로벌 남방은 여러 대륙과 지역을 포괄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 지역들이 포함된다:
-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이 글로벌 남방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북부의 사하라 사막을 제외한 동부, 서부, 중앙, 남부 아프리카를 포함하며,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가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곤율과 개발 격차를 가진 지역 중 하나이다.
- 남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대륙의 대부분 국가들이 포함된다. 주요 국가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이 있으며, 이 지역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 오세아니아: 태평양에 위치한 섬 국가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피지, 사모아, 통가, 파푸아뉴기니 등이 포함되며, 이 지역은 지리적 고립과 자원 제한으로 인해 경제적 도전과 환경 문제를 겪고 있다.
- 아시아: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글로벌 남방에 속한다.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경제적 발전이 저조하고,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 지역은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경제적 성장 가능성과 도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글로벌 남방의 부상과 국제질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는 지구 남반구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과거에는 제3세계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이들 국가의 부상 배경과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서방 선진국들을 '글로벌 노스(Global North)'라고 지칭하며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대립을 강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서방 진영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로 지칭하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세계가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는 분석이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등에서 경제 발전 정도가 낮고, 사회·정치적 환경이 불안정하며,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들을 지칭한다. 이 지역에는 한국, 일본, 호주 등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된 안정된 정치 체제의 국가들도 있지만,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은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된다.
과거 제3세계 국가들은 선진국들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통의 정책을 추구한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냉전 시대의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개최된 비동맹회의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모두에 속하지 않는 비동맹 국가들이 공통의 정책을 모색한 사례이다. 그러나 비동맹운동은 냉전의 와중에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최근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30년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약화되고 강대국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 국가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정책 방향은 경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꺼려하며, 양측 모두와 실용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헤징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쪽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경우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국익이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단극 체제에서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 체제로의 변화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비중을 더욱 증가시킨 것이다.
둘째,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심화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지구적 공급망이 활발하게 재편되고 있다. 강대국 간 지정학적 요인과 기후변화로 인해 핵심 광물 및 재생 에너지 자원의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보유한 자원의 중요성이 커졌다. 희토류를 비롯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갈륨, 게르마늄, 인듐, 셀레늄, 탄탈륨, 텔루륨 등도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당수 자원이 중국과 캐나다 등 강대국에 집중되어 있지만,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도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탈중국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국제 정치적 장의 성격 변화다. 국제 정치가 국력에 의해 좌우되지만, 개별 사건에 대한 지구적 공론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반응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대러시아 제재안이 140여 개 국가의 지지를 받았지만, 40여 개 국가는 여전히 지지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서방 국가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문제이며 제3세계 지역의 분쟁들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는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이러한 인식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제재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는 30개 국가가 채 되지 않으며,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국가가 많다. 예를 들어,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약 4배 증가한 대러시아 무역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강대국들은 이들 국가의 지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정치 체제와 상관없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원과 투자를 정치 체제와 인권 등 다양한 규범적 기준에 따라 제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향배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영향력 강화는 한국에도 많은 정책적 과제를 안겨준다. 첫째, 한국은 이들 국가들의 전략적 방향과 자국의 전략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거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이코노미스트지는 거래주의적 외교를 추진하는 25개 국가를 선정했다. 즉,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멕시코, 모로코, 알제리, 이스라엘, 베트남, 카타르,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페루, 이집트, 태국, 필리핀, 칠레,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총 25개국이 해당된다. 이들 국가는 강대국의 이념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라 유연한 외교정책을 보인다.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G20 국가들이 포함된 글로벌 스윙 국가들은 미·중 전략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보인다. 한국 역시 아시아의 중견국으로 미·중 전략 경쟁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유 진영의 가치에 기초한 외교를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양국 사이에서 유연한 실용 외교를 펼칠 것인지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문제이다.
둘째, 한국이 서방 진영의 입장에 서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요르단이 제출한 유엔총회의 평화안에 대해 한국은 다른 서방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기권표를 던졌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비난이 빠져 있고, 휴전 조건으로 인질 석방에 대한 명확한 상세 내용이 부족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한국의 정책이 서방 진영과 일치하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은 근대 이행기를 거쳐 식민지 경험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추구해온 국가로, 이제 문화 대국으로서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여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포용하는 전략적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외교 전략의 핵심으로 삼기도 했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공유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주요 과제에서 이들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며 선진국들과의 협상에서 강한 입장을 유지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단순히 가치와 규범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지지를 얻고 경제적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한국이 국제 질서의 미래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다른 선진국들과 차별화된 질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맞추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다가오는 국제 질서에 대해 이들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는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참고자료
- 〈글로벌 사우스〉, 《두산백과》
- 〈글로벌 사우스〉, 《나무위키》
-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상과 국제 질서〉, 《네이버 블로그》,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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