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MP3 player, MPEG-1 Layer3)는 인터넷 등으로 주고받는 MP3 음악 파일을 저장해서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말한다. 영상 압축 기술의 표준 규격인 MPEG-1에서 규정한고 음질 오디오 압축 기술이다. CD나 테이프 대신 내장된 메모리에 음악을 녹음했다 재생하기 때문에 워크맨 등에 비해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1]
개요
MP3 플레이어는 이동하면서 파일 형식으로 저장된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제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200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전자기기였으며, 기존 1979년 출시된 소니의 워크맨 같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장한 주인공이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MP3 플레이어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기존의 필립스에서 1963년 베를린 라디오 전자 전시회에서 출시된 카세트 테이프나 1979년 필립스와 소니의 공동 개발로 출시된 CD를 이용한 휴대용 음원 재생기는 많이 있었지만, 특정 앨범의 음악만 듣는다면 모를까 여러 음악을 듣고 싶다면 그만큼 해당 휴대용 음원 재생기에서 재생 가능한 저장장치를 많이 들고 다녀야했던 관계로 '휴대용'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데다가, 어쨌든 휴대용이라고는 해도 부피는 여전히 큰 편이였기에 '부피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없을까' 하다가 탄생한 물건이다.
정확한 명칭은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Portable Media Player/PMP)가 맞지만, 개발 당시엔 담을 수 있는 용량이 매우 작아 음원을 많이 담기 위해 당대 최신 기술인 MP3 코덱 규격으로 인코딩해 넣는 게 보편적이었고, 이로 인해 MP3가 대중화 되자 그냥 이러한 종류의 모든 제품들의 이름이 MP3 플레이어가 됐다. 이름은 MP3 플레이어지만, OGG나 FLAC 등 다른 규격의 음악 파일도 대부분 지원한다. 하지만 이름은 이미 MP3 플레이어로 굳어졌고, 현대에 와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모든 전용 휴대용 기기들을 통칭하는 의미의 단어'가 되었다. 앞으로 기술 발전으로 다른 확장자의 음원이 MP3를 대체한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때문에 음원 재생기의 이름은 앞으로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듯 싶다.
고급형 음악 플레이어는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라 부른다. 기본적인 기능은 MP3 플레이어와 유사하지만 세세한 이퀄라이저 설정과 음장 효과를 지원하고 고급 DAC 칩을 다중으로 탑재하여 원음 재생에 중점을 둔 기기다. 많이 보급된 3.5mm 단자뿐만 아니라 4.4mm나 2.5mm 밸런스 출력 단자를 탑재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igital Audio Player)는 디지털 오디오 파일을 재생하는 전자제품이다. 흔히 MP3 플레이어, MP3P 등으로 불리지만 많은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가 MP3 이외의 파일 형식을 지원한다.[2][3]
역사
탄생과 권리 분쟁(1996~2004년)
1996년 Audio Highway라는 미국 벤처기업에서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제품명은 Listen up으로 1997년에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 전시했으며 혁신상(Innovations Award)을 받았다. 25대를 생산했으나 75000달러에 내놓는 바람에 어떤 매매업자도 계약하지 않았고 결국 출시에 실패했다. 이 특허는 2003년 소니에 인수되면서 넘어갔다.
1997년 새한정보시스템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당시 한국에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회사는 새한정보시스템이 아닌 디지털캐스트라는 벤처기업이었으며, 새한정보시스템은 제품의 마케팅과 유통, 생산을 맡고, 디지털캐스트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특허권 공동 소유를 요구했다. 새한정보시스템은 디지털캐스트의 MP3 플레이어 F10/20 제품을 새한정보시스템 엠피맨 F10/20으로 포장해 출시했으나, 미약한 홍보, 워크맨의 2배 격인 250달러라는 비싼 가격, 최대 32MB에 불과한 용량, 느린 저장 시간 등의 문제 때문에 크게 실패했다. 총 판매량이 겨우 300대 정도였다고 한다.
범삼성가였던 새한정보시스템에 특허 절반(공동 특허)이 넘어간 직 후 빈털털이가 된 디지탈캐스트는, 1998년 7월 미국의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에 남은 특허 절반과 함께 회사 지분을 넘겼다. 그 곳에서 리오 PMP300을 출시했고, 이 제품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 새한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새한정보시스템의 MP3 플레이어 사업부가 분사해 엠피맨닷컴을 설립했다. 엠피맨닷컴은 MP3 플레이어 후속 제품들을 내놓았으나, 레인콤의 아이리버, 삼성전자 YEPP, 거원시스템 iAudio 등의 MP3 플레이어 제품 등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당시 MP3 플레이어 제품들은 무단으로 특허를 침해해 만들었는데, 엠피맨닷컴은 이들 제품을 만든 회사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으나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3년 만인 2003년에 파산했다. 이듬해인 2004년 레인콤이 엠피맨닷컴을 인수합병하였고, 2006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에게서 MP3 플레이어 특허 절반의 권리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었던 시그마텔에게 나머지 절반의 특허권을 매각했다. 여기서 최초의 MP3 플레이어 제품을 대한민국이 출시했고 관련 기술들도 한국의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만들었지만 국내싸움으로 안타깝게도 특허권이 모두 외국 회사에 넘어가 우리나라 회사들이 비용을 지출했다는 비판이 있다. 2013년에서야 아이리버가 다시 특허권을 인수했다.
초기에는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다. 위에 써 있듯 엠피맨에서 출시했던 32MB짜리 MP3 플레이어의 가격은 무려 20만 원대 후반이었다. 덕분에 충분한 수의 MP3 파일을 저장할 수 없기에 하드디스크형 혹은 CD형 MP3 플레이어가 많았다.
또 용량 문제뿐만이 아니라 MP3 플레이어와 컴퓨터의 연결 인터페이스 문제도 있었다. USB 인터페이스가 대중화 되기 전이라 병렬 포트로 연결해야 했으며, 그마저도 고속 규격(IEEE 1284: Enhanced Parellel Port, Extended Capability Port)이 대중화 되기 전이라 전송 속도가 150KB/s에 불과했다. 최초의 상용 MP3 플레이어 엠피맨이 딱 이런 형태로, 32MB 내장형에 병렬 포트로 전송, 즉 최대 노래 8곡 정도 넣고 계속 그것만 들어야 하고 음악을 바꾸려면 PC에 연결, 병렬 포트 케이블로 긴 시간을 들여 전송해야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제법 있었다.[2]
iPod nano 이전(2001~2004년)과 이후(2005~2010년)
애플의 아이팟이 큰 인기를 끌기 전인 2001~2004년, 한국 중소기업인 레인콤이 세계시장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동시에 한국 점유율 1위에 세계 2위이기도 했다. 초기에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MP3 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수년 간의 경쟁 끝에 레인콤이 시장을 장악했으며, 코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접었다.
2004년까지는 단색 LCD에 건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을 썼다. 심지어 2004년까지도 MP3 플레이어의 비용이 지금처럼 만만치 않았으며, 저장 공간 또한 비싸 MP3 CD 플레이어도 인기가 많았다. 2002년 초에 512MB가 탑재된 모델, 2003년 초에 1GB가 탑재된 모델이 처음 등장했음에도 2004년에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512MB였는데 이런 작은 용량도 가격은 20만 원 정도였거나 그 이상이었다. 때문에 기가바이트 모델의 판매량은 처참했다.
그러나 곧이어 애플이 2005년 아이팟 나노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레인콤도 큰 타격을 입고 시장 점유율을 잃고 만다. 결국 애플>>>넘사벽>>>타업체가 되었으며 이내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갱신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추격으로 인하여 아이리버는 세계 2위에서 한국 2위로 추락한다. 잠시나마 삼성전자, 아이리버와 함께 2강 1중의 구도를 구성하며 3위를 달리던 코원(당시 거원)도 MP3 플레이어 사업에서 PMP 사업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사실상 한국의 MP3 플레이어 시장은 세계 1위 애플과 한국 1위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가 되었다.
아이팟 나노 출시의 영향으로 2006년부터 1GB 이상 용량의 MP3 플레이어가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보급형 MP3 플레이어가 크게 늘고, 용량도 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MP3 CD 플레이어가 쇠퇴했다. HDD형 MP3 플레이어도 고용량 주크박스형으로 몇 년 더 살아남았으나 아이팟의 예를 보듯이 1.8인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가 플래시 메모리에 밀려 쇠퇴했다.
게다가 컬러 화면에 사진을 넣을 수 있고 거기에 DMB 기능까지 탑재된 제품이 출시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덕분에 2006년에는 한국 MP3 플레이어 시장의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2007년에는 MP3 플레이어에 카메라를 추가하고 큰 화면에 터치까지 할 수 있는 최신 기능이 들어가는 등 계속 발전을 했다. 또한 애플,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의 강세로 MP3 플레이어 시장이 점점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2010년 이후)
그러나 2010년부터 급속히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MP3 플레이어는 저가형 소형 제품인 효도용 라디오와 재생 성능을 노리고 고급화한 고가형 제품인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의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과 경합 분야를 피해간 결과 저가와 초고가 두 극단으로 갈렸다고 볼 수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2012년까지 순수 MP3 플레이어 신제품 출시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초반에 YP-U7를 발매하긴 했는데 전작 YP-U6와 비교하면 디자인이 조금 바뀌고 USB가 슬라이딩 방식에서 일체형으로 변경되었을 뿐, 오히려 FM 방송 녹음/음성 녹음 기능이 빠졌다. YP-U7 발매와 동시에 나머지 순수 MP3 플레이어 기종들은 죄다 단종되었고, U7마저도 2014년 2월경에 단종되었다. 소니가 스틱형 순수 MP3 플레이어인 NWZ-B183F를, 아이리버가 2015년말에 T70 출시로, 코원은 2018년 8월에 U7을 새로 출시하면서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는 스마트폰의 용량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듣고 싶어 하거나, 공부할 때 집중하기 위해 강의 동영상이나 강의 녹음 청취용으로 따로 구해야 한다거나, 집중해서 운동하고 싶거나, 스마트폰 배터리를 극도로 아끼려거나, 휴대성을 극단으로 올린 초소형 모델이라든가, 완전방수 태양전지 충전 같은 기능을 장착한 험오지용이라든가 등의 이유로 필요한 사람들이 MP3 플레이어를 하나 장만하고 있다. 또한 옛 추억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거나 어릴 때 사지 못했던 섭섭함을 성인이 되어 돈을 벌어서 중고나라 같은 데서라도 사서 해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는 iPhone 7부터 시작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3.5mm 스테레오 단자를 빼자 잠깐 반사 이익을 얻게 되었다. 아이리버의 E700이나 코원의 U7가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디오 마니아 층의 취향이 점점 이동식으로 옮겨오면서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시장이 형성됐다. 고가이면서 순수하게 음악을 듣는데 필요한 성능과 편의성만을 추구한 제품이다. 과거 MP3 플레이어 판매로 유명했던 아이리버가 이를 통해 회생했고, 코원 등 다른 한국 회사들 뿐만 아니라 FiiO 같은 중국 회사나 소니 같은 일본 회사들까지 뛰어들면서 점점 레드 오션이 되어가고 있다.
카팩에 MP3 플레이어 기능을 넣은 경우도 있다. 보통 MP3 플레이어와 똑같이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도 있으며 카 오디오나 붐박스에 넣고 재생할 수도 있다. 충전식이며 저장 장치로 SD카드를 이용한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카 오디오에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탑재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방식의 카팩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카 오디오에 직접 스테레오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카팩은 구형 차량에서 음악을 들을 때나 쓰이고 있다. 스피커나 이어폰을 활용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듣는 데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괜찮은 제품도 2~3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장기간 틀어서 스마트폰을 꽂아 쓰기에는 아까울 경우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용량이 모자라면 SD카드를 끼우면 그만인데, 2만 원 대의 저렴한 제품 중에서도 128GB까지 인식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과거에는 군 복무 중인 병사의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공군이나 해군, 소수의 육군 상급부대의 경우 영내에서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개인 정비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긴 했지만, 개인 정비 시간 이외에는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하므로 아직도 군 부대 내에서도 소지하고 있는 병사들이 간간히 있다. 가끔씩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 중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대개 야간 자율 학습 등 긴 시간 동안 공부를 할 때 휴대폰을 제출하는 경우 음악을 듣기 위해서 소지하는 용도다.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 제외 보편화 이후(2020년 이후)
iPhone 7에서 이어폰 단자 제외 직후에는 MP3 플레이어 시장이 잠깐 반사이익을 얻었을 지도 모르나, USB Type-C 단자가 보급되고 휴대폰용 OTG DAC와 블루투스 이어폰, 헤드폰의 수요가 급증했다. 휴대용 Hi-Fi 시장은 고가의 단독 기기에서 휴대폰용 OTG DAC 수요로 옮겨갔다. 즉, MP3 플레이어 휴대폰의 편의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DAC만 좋은 것을 사게 된다면 MP3 플레이어 없이도 고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휴대폰 가격 수준의 음악 전용 기기를 하나 더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 플레이어 시장은 스마트폰 초기보다도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QCY를 필두로 저가형 블루투스 이어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가 되면서 이젠 초저가형 MP3 플레이어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거기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MP3 플레이어는 한때 대용량으로 특화하기도 했는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화로 이런 장점도 많이 사라졌다. 굳이 음악을 다운로드 해서 듣는 사람이라고 해도 용량 문제는 많이 사라졌을 정도로 휴대폰 용량도 크게 증가해 MP3 플레이어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남은 MP3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초저가형 SD 카드 삽입 방식이다. 주로 레저, 스포츠에 쓰이는데 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수 없기에, 옷에 부착할 정도로 가볍고 최소한의 크기로 음악 기능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성이 좋게 만들고 있다. 단, 배터리가 오래 가지 않으며, 상당히 조잡하기에 품질을 알아본 뒤에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편리함도 코드리스 이어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고, 제대로 만든 코드리스 이어폰보다 소리 품질이 떨어지는 DAC가 들어간다.[2]
특징
모바일 음악 미디어인 MP3 플레이어는 인터넷, 컴퓨터 게임 등에 비견될 정도로 현대 문화 지형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문화를 선도하는 애플사의 아이팟(iPod)은 역사적으로 고딕 성당, 시트로엥 DS의 뒤를 이어 등장한 "21세기의 첫 번째 문화 아이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Bull, 2006). 그리고 MP3 플레이어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CD, PMP, 휴대전화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로 구성되는 이른바 'MP3 네트워크'의 주요한 구성 요소로 기능하게 되면서 음악 콘텐츠 유통의 주요 기반이 되고 있다.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MP3 플레이어는 선행하거나 공존하는 다른 미디어를 재매개하거나 다른 미디어와 연계되며, 나아가 다른 미디어의 기능을 통합하면서 융합되기도 한다. 먼저 MP3 플레이어는 다른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미디어의 인터페이스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차용하거나 개조함으로써 다른 미디어를 재매개한다. 물론 MP3플레이어의 제1차적인 재매개 대상은 모바일 미디어, 특히 워크맨(Walkman)과 같은 포터블 카세트플레이어, 디스크맨(Discman)과 같은 포터블 CD플레이어와 같은 모바일 음악 미디어다. 소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나 포터블 LP플레이어(일명 '야전'이라 불린 야외전축), 그리고 그 이전에 등장한 자동차라디오도 MP3 플레이어의 재매개 계보에 속한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는 선행하는 모바일 음악 미디어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Jay David Bolter & Richard Grusin, 1999)의 용어로 표현하면, "개선(improve)"한다. 개선은 기기의 소형화와 저장 용량의 확대에 있다. 모바일 음악 기기의 크기는 배터리나 기계장치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LP, 카세트, CD와 같이 음악을 저장하는 패키지 미디어의 크기에 의해 제한된다. 아날로그 미디어인 워크맨이 저장 미디어를 LP에서 카세트로 전환한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인 MP3 플레이어는 CD에서 플래시 메모리나 소형 하드디스크로 전환하여 소형화를 구현했다. 또한 MP3 플레이어는 선행 미디어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저장 용량이 확장되어 왔다. 예를 들어 5세대 아이팟은 최대 2만 곡 또는 최대 2만 5000장의 사진 또는 최대 1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80GB를 제공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의 관계적 맥락 중에서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살펴볼 두 번째는 미디어 연계(media connections)로서, MP3 플레이어는 다른 미디어와 하드웨어적으로 결합됨으로써 하나의 통합 미디어 또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현재 MP3 플레이어는 PC, 차량용 및 가정용 오디오, TV 수상기 등과 연결될 수 있다. 먼저 MP3 플레이어는 차량용 및 가정용 오디오, 그리고 TV 수상기와 연결되어 다른 오디오나 TV를 미디어 재생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음악 재생 미디어로서 MP3 플레이어 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적 한계를 가정용 오디오의 우수한 스피커나 TV 수상기의 넓고 큰 화면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MP3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다른 미디어에 제공함으로써 이른바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TV나 오디오와 같은 집합적 수용(collective reception)의 미디어를 활용할 경우 개별적 수용(individualized reception)의 미디어인 MP3 플레이어의 속성은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MP3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퇴행(regression)'이라 할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의 세 번째 차원은 융합(convergence)으로서, 이는 기기 자체 내에 다른 미디어나 기기의 기능을 통합해 내는 경우로, 이를 통해 하나의 미디어는 기능적 확장(functional multiplication)을 구현하게 된다. 현재 MP3 플레이어들은 고유한 음악 재생 기능 이외에 라디오, 게임, PDA, 외장 메모리, 녹음, 나아가서 블루투스(Bluetooth) 기능까지도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다른 기기의 다양한 기능들을 융합해 내는 경향이 있는데, 융합의 총 결집체라 불리는 휴대전화에서 보듯(이재현, 2004b, 63~65쪽),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다기능 기기로의 발전은 잠시 뒤에 살펴볼 멀티미디어 콘텐츠로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MP3 플레이어는 이런 융합의 맥락에서 볼 때, 워크맨이 보여 주는 "기술적 퇴화(technological devolution)"의 복원으로 간주될 수 있다. "기술적 퇴화"라는 개념은 슈헤이 호소카와(Hosokawa, 1984)가 소니 워크맨의 특성을 규정하며 제안한 것으로, 그에 따르면 포터블 카세트플레이어나 자동차 오디오에서 워크맨으로의 '진전(progress)' 정도는 미미하며, 워크맨은 "카세트플레이어에서 녹음 기능과 스피커를 뺀(minus) 것"(p.168)이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오히려 퇴화인 셈이다. 소니의 이런 결정은 '기술성'보다는 '실천성'을 우선한 것으로, 워크맨 이후 등장한 다른 경쟁 제품들이 라디오나 녹음이나 배터리 표시 장치 등을 포함하여 재기능화를 추구한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었다.[4]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 〈MP3 플레이어〉,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 〈MP3 플레이어〉, 《나무위키》
-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위키백과》
- 〈MP3 플레이어〉, 《모바일 미디어》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