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뻐꾸기(영어: Common cuckoo, 학명: Cuculus canorus)는 두견과의 새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이다. '뻐꾹뻐꾹'하고 우는 소리가 특징이다. 한자로는 '布谷鳥/布穀鳥'(포곡조)라고 하며, 주로 농사철에 많이 운다고 해서 이를 반영한 비슷한 음의 한자어('곡식을 퍼뜨림')를 사용한 이름이 붙었다.[1]
개요[편집]
뻐꾸기는 두견이과에 속하는 전장 35㎝의 중형 조류이다. 수컷의 겨울깃은 등이 회청색이며, 아랫가슴과 배는 흰색 바탕에 어두운 갈색 줄무늬가 있다. 암컷의 여름깃과 겨울깃은 수컷과 아주 비슷하나 배는 잿빛에 갈색 줄무늬가 있으며, 윗가슴과 아랫목에는 갈색 줄무늬가 희미하게 있다. 꽁지는 길고 회색 얼룩이 있으며 꽁지 끝은 흰색, 다리는 노란색이다. 눈과 눈테가 노란색이다. 암컷은 가끔씩 빛깔이 붉은 갈색인 것도 있으며 등에는 검정색 가로무늬가 많다. 아랫면은 색이 연하다. 산지나 평지 또는 하천부지 숲에 사는데, 한국에서는 낮은 지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새이다. 5월에서 8월까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울음소리 초입부나 사이에 '꾸 꾸루룩'하는 소리를 작게 내기도 하며 '뻐꾹 뻐꾹'하고 우는 것은 수컷이고 암컷은 '삐삐삐삐'하는 소리를 낸다. 단독으로 생활할 때가 많다. 주로 관목에 앉아 쉬지만 전선에도 곧잘 앉는다.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때까치, 멧새, 붉은뺨멧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힝둥새, 종달새 등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5월 상순에서 8월 상순까지 1개의 둥지에 1∼3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번식기에 모두 10∼20개의 알을 낳는다. 한국에 도래하는 뻐꾸기 알의 색깔은 파란색이기 때문에, 붉은머리오목눈이의 흰색알의 둥지와 파란색 알의 둥지 중, 주로 파란색 알의 둥지에 탁란한다. 가짜 어미가 품은 지 10∼12일 지나면 부화하고 가짜 어미로부터 20∼23일간 먹이를 받아먹은 뒤 둥지를 떠난다. 그러나 둥지를 떠난 뒤에도 7일 동안은 가짜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새끼는 부화 후 1∼2일 사이에 같은 둥지 안에 있는 가짜 어미의 알과 새끼를 등에 얹고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먹이는 곤충, 특히 송충이를 즐겨 먹고 새끼에게는 곤충의 유충을 먹인다. 유라시아의 온대-아한대, 아프리카 중부-남부, 동남아시아, 수마트라, 보루네오, 일본에 분포한다.[2]
생태[편집]
뻐꾸기는 덩치가 생각보다 커서 몸길이 35cm로 거의 닭둘기 만하다. 단독으로 생활할 때가 많으며 나무 위나 전선에 잘 앉는다.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뻐꾹~ 뻐꾹 하고 우는데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뻐꾸기시계의 정각 알림음에 사용된다. 다른 작은 새(멧새, 때까치, 종달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개개비 등)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탁란의 습성 때문에 번식기에는 가짜 어미새가 될 작은 새의 지저귐과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주로 곤충류를 잡아먹고 산다. 특히 다른 조류들은 잘 먹이로 삼지 않는 송충이류의 독충들도 잘 먹어서 먹이경쟁에서도 유리하고 생태계에도 이로운 효과를 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뻐꾸기들의 수가 계속 줄고 있으나, 2,500만에서 1억 마리 수준으로 워낙 많이 분포해서인지 보존 상태 등급은 아직도 LC이다. 가장 오래 산 것으로 기록된 뻐꾸기의 수명은 영국에서 살던 개체로, 6년 11개월 2일을 살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봄과 여름을 보내며 3~4개월 뒤에 월동을 위해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철새이다.
번식[편집]
산란기는 5~8월이고, 암컷은 가짜 어미새의 알 한개를 부리로 밀어 떨어뜨리고 둥지 가장자리에 자기 알을 낳는다. 하나의 둥지에 한 개의 알을 맡기는 것이 보통이다. 암컷은 12~15개의 알을 산란하며 새끼는 알을 품은 지 10~12일 만에 부화하고, 부화한 새끼는 1~2일 사이에 같은 둥지 속에 있는 가짜 어미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 떨어뜨린다. 가짜 어미새로부터 20-23일간 먹이를 받아먹고 둥지를 떠난 후에도 7일 동안 가짜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가짜 어미새로부터 자란 뻐꾸기는 커서 알을 낳을 때 자신을 키워준 가짜 어미와 같은 종류의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경험을 통해 그곳이 새끼가 자라기에 알맞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먹이는 주로 나비, 풀무치, 메뚜기, 나방, 매미, 벌, 파리 등의 유충과 성충 및 알을 먹는다.
특징[편집]
뻐꾸기는 얌체같다 못해 악랄하기 짝이 없는 번식 방식으로 유명해서, 일명 '기생조'라 불린다. 탁란은 학술적으로도 기생의 한 분류이다. 영어로는 Brood Parasite라고 쓴다. 모든 뻐꾸기 종류가 탁란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 120종 중 4분의 1 정도 되는 30종 정도가 이런 양육법을 쓴다고 한다. 물론 탁란하는 종 자체가 드물다 보니 다른 종과 비교시엔 이것도 많이 높은 비율이긴 하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의 수를 맞추기 위해 영양 보충 겸 원래 있던 알을 하나 꿀꺽한 다음 그 자리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주 피해자는 모성애가 강한 편이라고 알려진 딱새,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등이 있다.
뻐꾸기의 알의 색상은 어미의 W 염색체에 기반하는데, 이 때문에 하나의 뻐꾸기 종 안에 여러 가지 알 색상 패턴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 특징이 뻐꾸기의 탁란이 매우 성공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W 염색체 기반이므로 같은 색 패턴을 가진 알을 낳는 뻐꾸기들은 같은 모계 혈통에 속하게 된다. 이렇게 특정 패턴의 알을 만드는 W 염색체를 가지는 뻐꾸기들은 탁란 대상으로 해당 알에 잘 속는 종류의 새들을 택한다. 하지만 뻐꾸기의 알은 탁란 대상의 알에 비해 눈에 확 띌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인간은 바로 구분이 가능하다. 몇 개의 알이 있는데 혼자만 유난히 크면 뻐꾸기 알이다.
그런데 실수로 전혀 엉뚱한 새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 경우 높은 확률로 바로 들켜버리기도 하지만, 해당 새가 뻐꾸기 탁란에 대응하는 진화를 거치지 않은 경우라면 높은 확률로 살아남게 되고 어쩌면 여기서 생존한 뻐꾸기가 같은 새 둥지를 택해 탁란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탁란 대상을 가지는 새 모계 혈통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뻐꾸기는 기존에 접촉한 적 없는 새로운 새들에게도 성공적으로 의태해내는 것이다.
탁란 다음으로 놀라운 점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뻐꾸기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둥지의 원래 주인의 새끼와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서 제거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밀려난 새끼는 죽는다. 본능적으로 몸에 닿는 것을 밀쳐내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며 한 둥지에 새끼뻐꾸기가 2마리 있어도 마찬가지로 1마리는 밀려나 죽는다고 한다. 또한 새끼뻐꾸기의 모습은 다른 새끼새들과는 다르게 등이 패여 있는데 이것이 알이나 다른 형제들을 밀쳐내는 데 적합한 신체구조라고 한다.
둥지 속 알이나 새끼를 밀치는 행위는 오로지 DNA에 각인된 본능에 의거한 행동이라 새끼뻐꾸기 자신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이러한 행동으로 자기가 무슨 이득을 보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숙주의 어미가 보든 말든, 옆에 있는게 알이건 새끼건, 심지어 같은 새끼뻐꾸기라도 닥치는 대로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군다. 그러나 탁아를 하는 어미새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 제 새끼나 알을 밀어내려는 새끼뻐꾸기를 몇 번 제지하기도 하고, 심지어 알이 떨어지면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통은 새끼뻐꾸기를 키운다. 이는 어미가 다른 종의 새끼인지 분간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미새들의 본능을 이용한 것으로 보통 작은 새들의 경우 '붉은 입천장을 가지고 고음을 내는 둥지에 있는 새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어라' 같은 알고리즘이 본능적으로 뇌에 입력되어 있다. 덕분에 어미새보다 5배 가까이 자랐음에도, 뻐꾸기 특유의 붉은 입을 쩍 벌리고 있으면 어미새는 자동적으로 곤충을 잡아다 주고 배설물까지 치워준다.
포유류는 자신의 자손임을 확신할 경우, 같은 자식들 가운데서도 생존 확률이 높아 보이는(신체조건이 좋고 지능이 높은) 자식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암컷들은 태생을 하므로 자신이 출산한 자손이 자신의 유전자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컷은 남의 유전자를 가진 남의 자손일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므로 남의 자식이다 싶으면 가차없이 죽여버린다.
하지만 새들은 포유류와는 달리, 난생을 하여 알을 품어야 하는지라 이런 검증 방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뻐꾸기 새끼와 어미새의 새끼들이 뒤섞여서 자라면 어미의 본능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뻐꾸기 새끼가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후 탁아를 하게 된 어미새는 정성껏 독립할 때까지 먹여주고 키워준다. 그리고 그렇게 독립한 뻐꾸기는 짝짓기를 하고 자기를 길러준 어미새와 같은 종의 둥지를 강탈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만 낳는다고 해도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떠한 이유로 들킬 수도 있다. 들키게 되면 숙주의 어미새는 뻐꾸기 알을 고의로 깨버리고 둥지를 버리며 뻐꾸기가 둥지 가까이 오면 쫓아내거나 자기 색깔의 알과 다른 색의 알을 따돌리기도 한다.
어쩌다가 뻐꾸기 알을 걸러낸 게 아니라면 자손을 못 남기니, 결국 뻐꾸기 알을 색출해낸 개체의 혈통이 이어질 확률이 크게 높아지므로 이렇게 계속 대를 이어나가며 점점 뻐꾸기 알을 잘 구분하게 된다. 물론 뻐꾸기도 더 그럴싸한 의태를 해내야 혈통이 이어지니 피해 종과 뻐꾸기가 서로 공진화하여 치열하게 의태와 의태 색출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뻐꾸기가 서식하는 곳의 새와 뻐꾸기가 없는 곳의 새들에게 똑같이 뻐꾸기 알을 주고 실험해 보면, 뻐꾸기에게 당해본 지역의 새들은 자신의 알과 뻐꾸기 알을 구별하고 뻐꾸기 알을 밀어내거나 아예 둥지를 통째로 버려버린다. 반면 당해본 적이 없는 지역의 새들은 이럴 확률이 비교적 적었다. 뻐꾸기가 탁란을 하지 않음에도 뻐꾸기 알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면 해당 새의 조상이 뻐꾸기 같은 기생조와 씨름하다 축출에 성공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기생조가 사라져버린 경우다.
어떤 새의 경우 단순히 색만 구분하는 게 아니라 기출 변형으로 불시 단속을 하기도 한다. 뱁새의 예를 들면 기존의 파란빛 알에서 뻐꾸기 알과 구분하기 위해 흰색 알을 낳기도 한다. 물론, 아예 진화 과정에서 알 색상이 아예 바뀌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뻐꾸기의 알 색상은 Y 염색체에 기반하며 아직까진 알 색상을 갑자기 바꾸는 기능이 없다. 따라서, 같은 파란색 알을 공유하는 같은 모계 혈통의 뻐꾸기들이 늘 하던 대로 뱁새 둥지에 낳다가 단속에 걸려 도태당하게 된다.
인식[편집]
유독 인상적인 '뻐꾹' 거리는 울음소리와 뻐꾸기시계 등의 친숙한 이미지로 어릴 땐 별생각이 없거나 긍정적이지만, 아무래도 탁란의 실체를 알고 난 뒤엔 자기가 알을 안 품고 작은 새에게 탁란시키는 얌체족으로 인식이 변한다. 탁란에 대한 내용이 담긴 뻐꾸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적이 있는데 방영 직후 뻐꾸기시계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적이 있다. 몇몇 개미나 벌 같은 곤충류나 기생충 중에서도 뻐꾸기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목격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극소수의 특이 케이스다. 조류, 포유류 중에서도 역시 뻐꾸기만큼 탁란, 탁아를 하는 종은 없다. 뻐꾸기는 120종 중 30종이나 이런 양육법을 쓴다고 하는데, 다른 동물들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비율이다. 이중에서는 숙주새의 새끼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 뻐꾸기들도 있다.
이러한 행위에 빗대어 영미권에서는 범죄자가 타인의 집을 점거하여 범죄용 은닉처로 활용하는 것을 쿡쿠잉(cuckooing)이라고 한다. 아울러 정신이상자의 속칭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잭 니콜슨이 열연하여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던 영화 제목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내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임신한 뒤, 남편의 아이라고 속이는 것 역시 뻐꾸기에 비유된다.
사실 뻐꾸기 나름의 생존전략이 탁란이고 생존을 위한 본능에 충실할 뿐인 동물에게 인간의 윤리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데,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윤리 기준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 사람에 따라 뻐꾸기의 탁란 행동을 불쾌하게 느끼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냥 뻐꾸기에 대한 다양한 인식이 있고 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어찌됐든 뻐꾸기의 행동은 자연 선택의 결과로 탁란을 하는 개체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 이어져 온 것이다. 탁란을 제외하고 인간 입장에서 보면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이기도 한 걸 보면 향후에도 뻐꾸기에 대해 연구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뻐꾸기는 다른 새들이 좋아하지 않는 송충이 같은 털이 부숭부숭한 벌레들을 즐겨먹는 몇 안되는 새라고 한다. 만약 뻐꾸기가 없다면 송충이 같은 모충이 지나치게 번식해 산림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비유적 표현[편집]
뻐꾸기의 특징인 탁란에서 유래하여, 여성이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가진 자식을 배우자의 혈육으로 속인 채 기르는 행위에 대해 뻐꾸기에 빗대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남편의 아이로 알게 해 함께 키운 자녀를 뻐꾸기 자녀(kuckuckskind)라 한다.
뻐꾸기 자녀의 굉장히 큰 위험성은 정체성 혼란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은 뿌리까지 흔들리게 되며 이런 혼란이 심각해지면 자기 살아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자기 존재감마저 무너뜨리는 자기혐오를 하게 될 수도 있어서 상당히 위험하다. 극단적인 경우 자살이나 자해 등까지 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스트리머나 BJ 방송인들이 방송할 때 시청자가 다른 방송 내용을 퍼나르는 걸 '뻐꾸기 날린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눈없새 소리 듣기 딱 좋은 행위이다.[3]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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