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혜성(彗星, comet)은 가스 상태의 빛나는 긴 꼬리를 끌고 태양을 초점으로 긴 타원이나 포물선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며 운행하는 천체를 말한다. 핵, 코마, 꼬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꼬리별 또는 살별이라고도 한다.
개요[편집]
혜성은 태양계의 소천체 중 하나이다. 혜성은 행성이나 소행성에 비해 긴 주기를 두고 태양 주변을 크게 왜곡된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거나, 심지어는 주기가 없는 쌍곡선/포물선 궤도로 태양계를 떠돌기도 한다. 특히 태양과 가까워지면, 밤하늘에서 볼 때 가스로 된 머리와 꼬리를 달고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근일점에서 태양과 거리가 멀면 꼬리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심을 이루는 핵과 핵을 이루는 성분이 태양 복사열에 의해 녹으면서, 핵 주위를 둘러싸는 가스 대기층 코마, 그리고 코마의 가스가 길게 드리워진 꼬리 부분으로 구성된다. 별똥별이라 불리는 유성과는 확실히 다른 천체이다. 유성은 지구 주변을 떠돌아다니다가 지구 중력에 이끌린 바윗덩어리가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다가 마찰열로 연소하며 타버린 것이다. 상관이 아예 없지는 않고, 혜성의 궤도 안에 남아 있는 부스러기들과 지구가 공전하면서 마주치면, 유성이 수없이 떨어지는 유성우가 되곤 한다.[1]
상세[편집]
혜성(문화어: 취성(箒星)) 또는 꼬리별, 살별은 태양에 가까워짐에 따라 기체를 방출하는 태양계 소천체로,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코마와 꼬리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혜성의 핵은 작은 얼음, 먼지, 돌가루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기는 수백 미터부터 수십 킬로미터까지 다양하다. 코마의 크기는 지구 지름의 15배를 넘어가기도 하며, 혜성 꼬리의 길이는 1천문단위 이상으로 늘어지기도 한다. 혜성이 충분히 밝아지면 지구에서 망원경의 도움 없이 관측할 수 있으며, 하늘에서 30° (보름달 60개) 크기까지 펼쳐지기도 한다. 혜성은 고대 시대부터 계속 관측됐으며, 여러 문화권과 종교에서 관련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혜성의 궤도는 보통 이심률이 큰 찌그러진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공전 주기 또한 수 년에서 수천만 년까지 다양하다. 단주기 혜성은 해왕성 궤도 너머 카이퍼대와 산란원반이 기원이며, 장주기 혜성은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절반 정도인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주기 혜성은 오르트 구름에서 지나가는 항성의 섭동이나 은하 조석의 영향을 받아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온다. 쌍곡선 혜성도 태양계 바깥 성간 공간으로 나가기 전 내태양계를 한 번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혜성과 소행성의 대표적인 차이는 주변을 덮고 있는 대기의 존재 유무에 있다. 대기는 혜성의 핵을 직접 덮고 있는 부분인 코마와 태양풍에 의해 혜성 뒤 직선 모양으로 뻗은 꼬리로 나뉜다. 하지만 태양을 여러 번 지나쳐 휘발성 물질을 다 잃은 사혜성은 소행성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소행성은 목성 궤도 안쪽 내태양계에서 주로 형성된 반면, 혜성은 외태양계에서 형성되어, 형성 지역 자체가 아에 다른 별개의 천체로 보고 있으나, 소행성대 혜성과 센타우루스군의 발견으로 인해 소행성과 혜성 사이의 구별이 매우 모호해진 상태이다. 21세기 초 맹크스 혜성이라고 부르는, 내태양계 소행성처럼 생겼지만 궤도는 장주기 혜성의 궤도와 같은 천체가 발견되었다. 맹크스 혜성은 아직까지 혜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총합 27개가 발견되었다.
2021년 11월 기준 발견된 혜성은 모두 4584개가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혜성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며, 오르트 구름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혜성의 수만 1조 개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1년에 혜성 한 개 정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중 다수는 어두워 관측하기 쉽지 않다. 특별히 밝은 혜성은 대혜성이라고 부른다. 여러 무인 탐사선이 혜성을 탐사하였는데, 이 중 대표적으로 혜성에 충돌한 딥 임팩트와,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한 로제타 탐사선이 있다.[2]
역사[편집]
근대 문명 이전의 혜성은 아무 예고 없이 한번 나타나서 사라져 가는 "나그네별"일 뿐이었다. 짧은 주기에 따라 규칙적으로 하늘에 나타나는 달이나 행성, 계절의 변화에 따라 출몰 시간이 달라질 뿐 해마다 일정 기간 내에 다시 볼 수 있고 천구(天球)상의 위치도 변하지 않는 항성(恒星, 붙박이별)에 비하여 혜성은 새롭게 출현하여 아무 곳에나 떠오른 뒤 사라지는 낯선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이질적이고 수상한 혜성의 특성 때문에 고대 사회에서는 혜성을 불길한 재앙의 징조로 인식하기도 했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물론이고 동양에서도 신라 향가 중 혜성가가 있듯 이러한 인식은 오래되었다.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가 지상의 인류에게 무언가를 계시하려고 새로운 별을 내보낸 것이라는 상상력에다 혜성과 그 출현 이후의 사건을 연관 지으려던 억측이, 혜성은 재앙의 징조라는 선입견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이야기로는 혜성이 나타난 해의 포도주의 질이 매우 특별하다는 미신이 있다. 일명 '혜성 빈티지'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 물론 대부분은 그저 우연히 그 해에 유독 포도주의 질이 좋았을 뿐이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질서정연한 운행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불변하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혜성은 이러한 우주의 법칙을 위배하고 가변적이고 임의적인 특성을 지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혜성을 우주의 천체라기보다 대기권 현상의 하나로 간주했다. 이 학설은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며, 심지어 갈릴레이마저도 혜성이 대기권 현상이라 믿었다고 한다. 이는 편견 및 고정관념이 얼마나 고치기 힘든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근대 이후 천문학 관측 자료가 축적되면서 이를 종합, 검토한 결과 천문학자인 에드먼드 핼리는 혜성의 출몰에도 일정한 규칙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1456년 6월, 1531년 8월, 1607년 10월, 1682년 9월에 출현한 혜성의 궤도가 거의 일치하며 그것도 75~76년의 주기가 있음에 착안하여, 이들 혜성이 동일한 천체이며 다가오는 1758~1759년에 다시 돌아오리라고 예측한다. 그 학자 본인은 이를 보지 못하고 1742년 사망하지만, 후학들은 그의 예측대로 돌아온 혜성을 확인한다. 이는 밤하늘의 떠돌이 나그네였던 혜성도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천체임을 증명하는 효시가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 혜성을 일러 그 학자 핼리의 이름을 따 핼리 혜성이라 부른다.[1]
혜성의 특징[편집]
혜성은 초기 태양계가 형성되면서 외곽에 존재하게 된 오르트 구름(Oort cloud)으로부터 태양계 내의 중력이나 어떠한 섭동을 받아서 태양계 내로 진입한 천체로 보고 있다. 소행성(asteroid)과 크기면에서 비슷하지만, 혜성은 코마(coma)라고 하는 핵 주변을 감싸고 있는 대기와 이 주위를 넓게 싸고 있는 수소운이 있고, 이동 중에 생기는 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모두 태양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혜성의 구성 성분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성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편이어서 휘발성 기체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혜성이 태양계 내로 진입할수록 태양의 영향을 받아 혜성 표면의 기체들이 증발하고 부서지면서 대기와 꼬리가 형성되는 것이다.[3]
혜성은 핵(Nucleus), 코마(Coma), 꼬리(Tail)로 구성된다. 카이퍼대와 오르트구름에 존재하는 혜성은 결빙상태가 유지되어, 육안 관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혜성이 태양에 근접하면 혜성의 꼬리 부분이 활성화되어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해진다.
- 혜성의 핵(Nucleus) : 혜성의 핵은 암석, 결빙수증기, 결빙메탄, 결빙암모니아로 구성된 혜성의 중심부이다. 혜성의 핵은 수 km 내외의 직경을 유지한다.
- 혜성의 코마(Coma) : 코마는 혜성의 대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혜성이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부피가 작은 얼음먼지가 고체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혜성이 태양에 가까운 결빙선 안으로 이동하면, 얼음먼지가 먼지가스로 변하여 코마의 부피가 팽창한다. 팽창된 코마의 먼지가스는 혜성의 핵 주변을 감싸게 되는데, 온도가 증가하며 먼지가스의 일부가 증발하게 된다.
- 혜성의 꼬리(Tail) : 혜성의 꼬리 부분은 플라즈마꼬리(Plasma Tail)와 먼지꼬리(Dust Tail)로 구분된다. 혜성의 꼬리부분은 태양과 가까울수록 태양풍에 반응하는 입자의 양이 증가하여 밝아지게 된다.
- 플라즈마꼬리(Plasma Tail 혹은 Type I Tail) : 태양풍에 의해 이온화된 기체들의 에너지 발산이 관찰되는 부분을 플라즈마꼬리라 한다. 플라즈마꼬리는 태양풍 입사방향을 따라 태양을 바라보는 반대 방향으로 생성된다.
- 먼지꼬리 (Dust Tail 혹은 Type II Tail) : 먼지꼬리는 운동에너지에 의해 혜성 궤도의 접선방향을 따라 먼지입자가 늘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혜성 궤도 진행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먼지꼬리가 형성된다.[4]
혜성의 성분[편집]
혜성을 구성하는 얼음먼지는 대략 85%의 결빙수증기(H₂O), 5%의 결빙일산화탄소(CO), 5%의 결빙이산화탄소(CO₂), 2%의 결빙메탄(CH₄), 2%의 결빙암모니아(NH₃), 1% 미만의 유기물을 포함하는 기타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얼음먼지로 구성된 혜성의 밀도(300-600 kg/m³)는 물의 밀도보다 작다. 이를 통해 혜성은 기공이 많은 얼음-돌의 결합체임을 알 수 있다.[4]
혜성의 분포[편집]
태양으로부터 30-50 AU 내외에 존재하는 카이퍼대 기원의 단주기 혜성은 공전주기가 수 십년 내외로 짧고 공전궤도각이 작아 목성족혜성(Jupiter-Family Comet)으로 분류된다. 반면 장주기 혜성은 10만 AU까지 펼쳐진 오르트구름에 존재하며, 200년 이상의 긴 공전 주기와 큰 공전궤도각을 지닌다. 현재까지 4000개 이상의 혜성이 발견되었고,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혜성의 수는 대략 1억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평균적으로 1년에 1개 정도의 혜성이 태양과 충돌하여 태양에 흡수되고 있다.[4]
혜성 명명법[편집]
원래 혜성은 나타난 연도와 근일점 통과 순서에 따른 로마 숫자로 불렸지만,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1994년경 국제천문연맹에서 혜성 명명법을 정했다.
맨 앞 알파벳의 뜻은 이렇다.
- C/는 비주기 혜성을 뜻한다. 즉 지금까지 혜성의 회귀가 한 번만 관측되었거나, 또는 쌍곡선형 궤도를 돌며 태양계를 한 번만 통과하는 혜성에 붙는다. 가장 많이 보이는 혜성 명칭이며, 예를 들어 C/2023 H2, C/1769 P1 따위의 형식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 P/는 (단)주기 혜성을 뜻한다. 즉 주기가 200년 이하로 짧거나 혹은 주기가 길어도 혜성의 회귀가 여러 회 관측된 경우에 붙는다. 또한 1p, 2p 따위로 단주기혜성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는데, 흔히 핼리 혜성이라 불리는 혜성의 공식 명칭은 1P/Halley이다.
- D/는 잃어버린 혜성을 의미한다. 설명했듯 혜성이 소멸되거나 예측된 다음 근일점에서 관측되지 않은 경우 사용되며, 3p 혜성의 경우 더 이상 관측되지 않아서 3D/Biela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 A/는 초기에 혜성으로 간주되었으나 이후 소행성임이 밝혀진 천체에 붙는다. 최근의 경우 A/2023 R3이라는 소행성이 있었다.
- I/는 성간 천체(Interstellar Object)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명칭이 붙은 천체는 오우무아무아(1I/'Oumuamua), 보리소프 혜성(2I/Borisov) 둘뿐이다.
- X/는 궤도 주기가 불명인 혜성으로 주로 역사적 기록에 등장한 혜성에 붙는다. 또는 혜성을 누군가 직접 관찰했지만 궤도 요소 중 일부를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이 식별자가 붙으며, 이 식별자를 가진 혜성은 발견된 달을 나타내는 알파벳이 없는 경우도 있다. X/-2287처럼.
뒤의 숫자의 경우 발견 시기를 나타낸다. 24개의 알파벳으로 반월(半月)을 나타내며, 숫자는 해당 반월에 몇 번째로 발견되었는지 나타낸다. 괄호 내의 명칭은 해당하는 혜성을 연구 또는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다. 최근에는 발견자의 명칭을 붙이며, 자동화된 망원경 이름이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C/2023 X1 (Leonard)이라는 혜성 이름에서
- C/는 비주기혜성임을 나타낸다. 즉 한 번의 근일점에서만 관측이 된 것이다. 해당 혜성의 경우 주기는 2200년이지만 2023년에 처음 관찰되었으므로 비주기.
- 2023 X1은 발견 시점을 대략적으로 나타낸다. 2023은 말 그대로 2023년, X는 혜성 명명법상에서 23번째 알파벳이므로 12월 상반기에 발견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 (Leonard)는 발견자 이름인 레너드를 나타낸다.
간혹 가다 C/2023 RN1이나 C/2014 UN271같이 알파벳이 두 개가 연달아 붙은 혜성도 있는데 이는 대개 소행성으로 판별되어 소행성 명명법에 따라 이름이 붙은 천체가 혜성으로 재분류될 때 소행성 시절의 이름을 그대로 따 오는 것이다. [1]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