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證據湮滅)이란 범인이 증거될 만한 것을 모조리 감추거나 없애 버리는 일을 가리킨다.[1]
증거인멸죄[편집]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 또는 위조·변조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타인의 형사사건·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도피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형법 155조 1·2항).
처벌은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이 죄를 범하면 형이 가중되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155조 3항). 다만 친족·호주 또는 동거하는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155조 4항). 친족간의 정의를 고려한 것이므로, 내연의 부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도 당연히 친족의 범위에 포함된다. '본인을 위하여'라 함은 본인의 형사상의 이익을 위하는 것을 말하며, 재산상의 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죄의 객체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나 증인이다. '타인'에 관한 것이어야 하므로 '자기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범의 형사사건은 부분적으로는 자기의 형사사건이라 볼 수 있으므로,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이라야 하므로, 민사사건·행정사건·비송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 '증거'는 범죄의 성립과 형벌의 경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자료를 말한다. 물증뿐 아니라 증인도 포함된다.
이 죄의 행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멸'은 증거를 물질적으로 없애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 효력을 멸실·감소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은닉'은 증거가 나타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고, '위조'는 진짜가 아닌 증거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다. '변조'는 진짜 증거에 가공하여 그 증거로서의 효력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 밖에 '사용', 증인의 '은닉', 증인을 '도피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나,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타인을 교사하였을 경우에는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1965.12.10. 대법원 판결). 형법은 위증죄와 증거인멸죄를 동일한 장(제10장)에 규정하고 있으며, 위증죄를 특별법, 증거인멸죄를 일반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증죄가 주로 인적 증거의 조작을 문제삼는 범죄인 데 반해 물적 증거의 인멸과 조작을 문제삼는다는 점에서 위증죄와 구별된다.[2]
형 제155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해당하는 죄를 통칭해서 강학상 증거인멸죄라고 한다. 인멸이 아니라 은닉, 위조, 변조 등을 하면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에 따라 각각 증거(은닉/위조/변조)라고 한다.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법 조문에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변조할 때 성립하는 죄라고 되어 있으므로 본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때에는 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자기 증거를 인멸한 것은 법적으로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 유사한 경우로는 다음 경우들이 있다.
- 자기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이나, 이와 동시에 공범이 아닌 타인의 증거를 인멸하게 된 경우
- 공범인 타인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이나, 이 증거가 자신에 대한 증거인 경우
- 타인과 함께 자신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따라서 공범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공범에 대한 증거가 자신에 대한 증거가 되므로 이는 결과적으로 자기증거인멸에 해당하는 바 이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타인인 공범에게 공범 그 자신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라 교사하여도, 피교사자에 대해선 자기증거인멸인 바, 그 교사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범인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는 행동은 상식적으로 따져도 누구나 당연히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를 법학적으로는 '기대가능성이 없다'라고 하며, 범죄 행위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근거 중 하나로 본다.
물론 별도의 범죄로서 처벌하지 않는다 뿐이지,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면서 증거인멸 사실은 여러모로 불리하게 적용한다. 재판에서는 기소된 죄에 대한 형의 양정 단계에서 "개전의 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리해지며 초범이더라도 기소유예는 기대할 수 없고 특히 재범일 경우엔 가중 처벌된다. 또한 구속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속영장의 발부 요건 중 '증거를 인멸하였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어 증거인멸이 발각될 경우 불구속이 구속으로 바뀌어버릴 수도 있다.
단,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나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타인을 교사하였을 경우 방어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경우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1965.12.10. 대법원 판결). 다만, 조문에 단순히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사건에 대해서도 고의성만 증명된다면 이 죄로 처벌된다.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변조하거나 위조,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도 이 죄로 처벌된다. 다만, 사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위변조하거나 위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경우라면 그 증거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근거로 활용한 경우, 즉 무고죄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므로, 이 조문은 수사기관 특히 검사에게 적용될 수 있는 조문이라고 하겠다.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민사사건에서는 증거의 인멸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350조에 의해 민사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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