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중도(中道)는 우파와 좌파 혹은 보수와 진보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려는 정치 세력을 일반적으로 중도파라고 한다.[1]
개요[편집]
중도주의(中道主義, Centrism)는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도주의가 어떤 이념을 표방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고, 현실 정치라는 것이 꽤나 복잡한 요소들이 작용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유주의(liberalism), 온건한 형태의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 등이 대표적인 중도 이념으로 간주된다.
유럽에서 우파, 중도, 좌파를 나누는 주요한 척도는 각각 질서, 자유, 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주의는 우파,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중도,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는 좌파인 셈. 공동체주의적 중도의 경우 사회적으로는 온건한 형태의 질서를, 경제적으로는 온건한 형태의 평등을 지지한다.
아무 의견도 내지 않는 것은 중도와 다르다. 중도주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중립의 논리적 정의에 유의해야 한다. 양비론과 양시론을 벌이는 사람을 중도주의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둘은 개념이 매우 다르다.
중도주의자는 '좌파나 우파' 혹은 '보수나 진보', 어느 쪽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 시기나 분야에 따라 좋은 정책이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회나 정책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진보와 보수가 한 사안에 대해서 언쟁을 벌일 때,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중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중도가 보수와 진보보다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중도에도 적극적으로 중도적인 정책을 취하는 정치세력도 있으며, 이를 중도파라고 한다. 결국 이쪽도 진영논리에서 무제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세력은 대부분 취약하며, 중도층의 대부분은 중도우파나 중도좌파로 들어간다.[2]
역사[편집]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좌파와 우파 간의 이념갈등이 극심했기 때문에 중도주의의 입지는 크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과 소련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제3세계 국가들도 대부분 내부적인 이념갈등을 극심하게 겪은 경우가 많아 중도파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냉전 당시에는 박정희, 전두환, 장제스 등 우익 독재자든 공산당 일당독재 정권이든 간에 독재정권의 입맛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이념이나 정당은 철저하게 탄압했고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매카시즘 광풍이 불기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도파가 기를 펴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다가 공산권 붕괴가 일어나는 당시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각 정당이 중도를 지향하는 면이 커졌고 특히 유럽의 좌파 정당들은 기존의 선명한 좌파노선에서 방향을 틀어 중도에 가까운 스탠스를 취하는 제3의 길을 주창하고 90년대 말에 이런 중도 성향으로 바뀐 진보정당들이 대거 집권하면서 중도주의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덤으로 기존 우파 정당들도 68운동을 기점으로 사회보수주의에서 중도적인 자유보수주의나 보수자유주의로 이념을 바꾸는 등 좌우수렴현상이 일어났다.
대침체 이후 세계적인 불황과 혼란을 겪으면서 고립주의와 반세계화 성향이 커지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며 정치극단주의가 유행하면서 우파이든 좌파이든 간에 서로간의 정치적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절제된 발언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극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주목 받으면서 정치 성향이 극단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 정치의 추세이고 중도주의는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파가 승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로드리고 두테르테, 오브라도르, 자이르 보우소나루 등이 당선되고 극좌 포퓰리즘과 극우 포퓰리즘 정당, 정치세력이 급성장하는 등 좌익이든 우익이든 점점 더 포퓰리즘적이고 급진적인 정당과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스의 전통적인 사민주의 정당인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의 몰락을 예로 들어서 기존의 중도주의를 추구하던 온건 사민주의 정당의 몰락과 극우, 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대두를 의미하는 PASOK화(PASOKification)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2]
나라별 중도주의[편집]
-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독일 민주당은 중도를 표방한 자유주의 정당이였으며, 나치당이나 공산당 등 극우나 극좌 정당들의 의회난립을 막기 위해 중도좌파인 독일 사회민주당과 중도우파인 독일 중앙당과 연대했다.
나치 패망 이후, 독일연방공화국(당시 서독)이 성립된 이후에는 독일 자유민주당으로 계승되어 연방의회에서 활동하였으나, 이 당은 당시 독일 민주당보다 좀더 중도우파 쪽에 방점을 찍은 정당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도우파 독일 기독교 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사민당과도 자주 연정을 통해 집권하며 중도 포지션을 유지했다.
2013년 이후로 독일 자유민주당이 연방의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후부터, 현재 독일 연방의회 의석이 있는 정당 중에 딱히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은 없으나, 중도좌파인 사민당이나, 중도우파인 기민당 내에 중도 파벌들이 있다.
독일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좌파 속의 우파, 중도주의와 제3의길을 내세웠다.
- 영국
현재 영국에서 중도 포지션을 당담하는 정당은 자유민주당이 있으며, 보수당이나 노동당은 중도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경우에는 중도주의와 제3의길을 내세웠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경우도 영국 보수당 내에서 친유럽주의 성향이 강하고, 빈부격차 해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 중도 성향의 총리로 평가된다.
-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주요 중도 정당으로는 민주66과 기독교민주당 아펠이 있다. 다만 전자는 자유주의적, 후자는 공동체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민주66은 사회적으로는 진보주의적 성향이 나타나지만 경제적으로는 재정보수주의 성향을 띤다. 반면 기독교민주당 아펠은 사회적으로는 기독교 민주주의에 기반해 보수 성향이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친복지주의적 성향을 띤다.
- 인도
인도 국민 회의는 영국령 인도 자치 기구로 설립되었을 때 좌우파를 모두 포용하는 중도주의 정당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그들은 영국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극우라고 볼 수 있는 극단적 힌두주의, 이슬람주의나 극좌 공산주의에 반대하며, 네루를 중심으로 온건한 세속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네루 개인의 성향은 중도와는 거리가 있는 계획경제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좌익에 가까웠다.
현재 인도 의회에서 중도좌파 성향을 보이는 제1야당이며, 우익 힌두주의 정당인 인도 인민당과 자주 부딪히는 경쟁자이며, 상대적이지만, 인도 주요 정당 중 가장 온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 캐나다
캐나다의 주요 중도정당에는 캐나다 자유당이 있다. 보수주의, 중도우파 내지 우익인 캐나다 보수당과 사회민주주의, 중도좌파 내지 좌익 인 신민주당 사이에서 중도 기믹을 맡는다.
캐나다가 다당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보수당과 자유당 양당 이외에 다른 당이 집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유당이 여러 문제에서 진보좌파적 입장을 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온건한 중도 ~ 중도좌파 정당으로 분류된다.
- 프랑스
2017년 프랑스 대선과 총선에서 중도성향 정당인 전진!이 크게 선전하였으며, 기존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 온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을 몰락시켰다. 전진하는 공화국!은 현재 군소 중도정당인 민주운동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1]
중도성향 정당[편집]
서방 국가들의 중도주의 정당들의 경우 상당수는 자유주의를 내걸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독일의 자유민주당, 프랑스의 전진하는 공화국!, 스페인의 시우다다노스, 노르웨이의 자유당, 영국의 자유민주당, 일본의 국민민주당 등이 있다.[1]
대한민국의 중도주의[편집]
대한민국에서는 중도 성향의 인물들을 회색분자라고 까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회색분자는 정치적 참여를 포기하여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회색분자는 투표권이 있는데도 행사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정치적무관심인 회색분자랑 의미 자체가 다르다.
단, 회색론과 중도의 차이는 하나다. 양쪽 둘다 비판하느냐 양쪽 다 받아들이느냐 중도는 말 그대로 자기 길 가는 거이기 때문에 양쪽을 비판할 건 비판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인다. 반면에 회색분자는 양쪽을 비판보단 무시하는 거라 의미 자체가 다르다. 다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자신을 합리화할 때 스스로를 중도주의자라고 자칭하거나 심하면 착각하고 다닌다는 게 문제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중도라는 이념은 유동적이고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오해받거나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어떤 사람들은 중도파를 박쥐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나, 박쥐는 특정한 이익을 위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정치 철새를 비꼬는 말이므로, 이 표현도 분명히 잘못된 표현이다.
외신에서는 2016년도에 창당한 국민의당을 중도좌파로 보는 시각과 중도우파로 보는 시각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서 중도주의 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외신에선 2020년도에 창당한 국민의당(2020년)은 2016년도의 국민의당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우경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대표적인 중도주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안철수는 스스로를 실용적 중도를 주창하면서 극중주의를 말했지만, 2018년 이후로는 계속 보수 정당들과 입장을 함께 해왔다는 점과,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중도좌파~중도우파의 입장에서 우경화되어 중도~중도우파에 가깝다.[2]
중도개혁주의[편집]
중도개혁주의는 진보주의와는 구분되게, 이념 스펙트럼에서 중도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추구하는 사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는 주로 1990년대에 김대중 당시 총재를 위시로 한 동교동계에 의해 제창되었다. 단순히 개혁주의라고도 하며, 자유주의적 중도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온건파에 해당한다.[3]
중도실용주의[편집]
중도실용주의는 한국 정치에서 실용주의 중도노선을 뜻하는 정치이념을 부르는 말이다. 보통 우파에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로, 민주당계의 중도노선은 중도개혁주의라고 부른다.[4]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