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공전(公轉)은 한 천체(天體)가 다른 천체의 둘레를 주기적으로 도는 일을 말한다. 행성이 태양의 둘레를 돌거나 위성이 행성의 둘레를 도는 따위를 이른다.
개요
공전(公轉, orbit)은 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위를 원이나 타원을 따라 도는 것을 말한다. 즉, 두 천체가 중력에 의해 공통질량중심 주위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도는 운동을 말한다. 행성이 항성 주위를 도는 것 뿐만 아니라 은하 내의 항성들이 은하 중심에 대하여 도는 것도 공전이라고 부른다. 다만 공전 운동 중심에 항상 천체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질량 차이가 크지 않은 2개의 항성이 쌍성계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 항성계의 질량 중심은 두 별 사이의 공간에 존재한다. 공전의 주체는 항성이나 행성, 위성에 국한되지 않고 티끌이나 가스 등인 경우도 많이 있다. 태양계의 경우 목성, 토성, 천왕성의 고리는 먼지나 얼음 등이 작은 입자 형태로 되어 있으며 이런 입자들이 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블랙홀의 경우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블랙홀 주위에 강착 원반을 형성하여 공전 운동을 하고 있다.
공전 운동의 원천이 되는 중력원의 질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행성 공전주기의 제곱이 궤도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조화의 법칙이 성립된다. 은하 내부를 도는 항성의 공전 운동의 경우 은하 물질이 은하 중심부터 바깥 영역에 걸쳐 연속적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항성의 공전 운동은 은하 중심에서 그 항성 위치까지 분포하는 은하 물질 전체에서 받는 중력에 의해 정해진다. 은하계의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예로 들면 지구는 다른 행성 및 유성 등과 함께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한편 태양은 스스로 자전을 하지만 동시에 태양계 입장에서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공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태양은 또한 여전히 항성이기도 함으로 은하계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기도 하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무거운 물체는 움직이지 않고 가벼운 물체만 그 주변을 도는 것 같이 보이지만, 태양이 너무나 무거워서 공통질량중심이 태양의 중심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고 모행성에 비해서 질량이 상당히 무거운 위성인 달을 기준으로 하면, 두 천체의 질량중심, 즉 EMB(Earth–Moon barycenter)는 지구 중심으로부터 약 이만큼 떨어진 곳에 존재한다. 지구 반지름이 6400km 정도니 대략 지표면 아래 1900km 정도다. 공전을 쉽게 비유하면 아버지와 딸이 양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도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질량이 더 큰 아버지 쪽으로 중심이 쏠리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공전이다.[1][2]
특징
공전은 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위를 도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엄밀하게는 두 천체의 공통 무게중심의 둘레를 일정한 주기로 도는 것이다. 궤도반경, 이심률로 공전궤도의 크기와 형태를 표시한다. 행성이나 혜성이 모항성(母恒星)인 태양 둘레를 돌거나, 위성이 모행성(母行星) 둘레를 도는 것, 쌍성계(雙星系)에서 동반성(同伴星)이 주성(主星) 둘레를 회전하는 운동을 말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면, 공전은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의 둘레를 일방적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통의 계(系:system)를 이룬 상태에서 그 공통 무게중심의 둘레를 일정한 주기에 따라 도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체가 자기 자신의 축의 둘레를 회전하는 것을 자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천체의 공전운동에너지 또는 각운동량은 자전의 각운동량에 비해서 훨씬 크다. 공전궤도의 크기 및 형태를 표시하는 것으로 궤도반경(軌道半徑)과 이심률(離心率)이 있다. 이는 위성이 공전운동을 하는 경우나 혹성(惑星)의 공전운동을 하는 경우, 또한 연성(連星)의 반성(伴星)이 주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경우에도 다 같이 사용된다.[3]
공전의 설명
명왕성과 카론의 경우, 두 천체의 질량비는 1:8.5 정도라 질량중심은 천체 내부가 아닌,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 그래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고, 이 이유는 아니지만 결국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또한 행성과 위성만이 각각 항성과 행성을 중심으로 공전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항성 또한 은하의 중심부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태양은 약 200 km/s의 속도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며 공전 주기는 무려 2억 2,500만~2억 5,000만 년이다. 이것을 태양의 1은하년이라고 한다. 태양의 나이가 50억 년 쯤으로 추정되니 지금까지 최소 20번 정도 공전한 셈이다. 그 와중에 6400만 년마다 우리은하의 오리온자리 팔 영역을 살짝 밑으로 통과했다가 복귀하는 건 덤. 태양 공전축이 살짝 이상해서 그렇다.
항성끼리도 공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항성계 내부의 항성의 개수에 따라 쌍성과 삼중성등으로 분류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쌍성계는 시리우스와 알파 센타우리를 들 수 있다. 백조자리에 존재하는 에타별은 항성과 블랙홀로 이루어진 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끼리도 공전을 한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도 국부 은하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겁다보니, 그 둘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위성은하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위성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 주위를 공전하는 삼각형자리 은하.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로 알려졌던 마젤란 은하는, 사실 위성은하가 아니라 나그네 은하인데 우리은하가 마젤란 은하의 에너지를 강탈하여 처묵처묵하는 중이라는 것으로 바뀌었다.[2]
공전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증거
고대, 중세 사람들은 지구가 가만히 있고 하늘과 천체가 움직인다고 믿었다. 관성의 개념을 모르던 시절이기에 천동설을 굳건히 믿어왔다. 그러던 것이 지동설, 즉 지구는 공전한다는 학설이 점차 발전하였다. 공전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지동설에서만 나타나고 천동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공전의 증거이다. 이 증거를 포착할 기술이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천동설이 과거에 오래도록 존재했던 것이다.
- 증거
- 광행차: 지구의 공전과 지구로 도달하는 별빛의 진행이 겹쳐서 방향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실제로 지구의 공전속도는 초속 30 km, 빛은 초속 30만 km이므로, 광행차의 폭은 최대 20"까지 벌어진다.
- 도플러 효과: 기준이 되는 별을 바라볼 때, 지구가 공전을 한다면 지구가 별에 접근하는 시기와 멀어지는 시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각각 청색편이와 적색편이가 나타나며, 파장은 원래 값보다 ±0.01%정도 달라진다.
- 연주시차: 지구에서 별을 볼 때 지구의 위치에 따라 관측자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현상이다.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마저 연주시차가 0.76"로 1"에 못 미친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프리드리히 베셀이 연주시차를 최초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 금성의 위상: 금성은 내행성이기에 낮에만 관측 가능하며 역행을 한다. 따라서 천동설에선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금성은 태양과 지구를 일직선으로 이은 선 위에 있는 점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주전원을 도입하였는데 이 천동설에 따르면 금성은 언제나 태양보다 가까우므로 망(보름달)이 될 수 없으나 실제로는 망이 관측된다. 이는 금성과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면 간단히 설명이 가능하다.
- 현상 중 증거가 아닌 것
- 연주운동, 계절의 변화: 천동설에서는 태양이 황도를 따라 직접 움직이면서 계절의 변화를 준다고 설명한다.
- 행성의 역행: 만약 천동설이 순수하게 "천체는 완전한 원을 그린다"고 하였더라면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로 고대부터 화성의 역행 운동이 관측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천동설은 '이심원(eccentric circle)+주전원(epicycles)'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설명을 수정하였기에, 증거가 아닌 범주에 들어간다.[2]
공전 방향과 주기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가 바로 1년이며 이는 365.25641일이다. 보다시피 365일과 약 4분의 1일 정도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천문학, 수학, 그리고 역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현대에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에서는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2월 29일, 즉 윤년이 있다. 참고로 실제 달력에 반영하는 1년의 길이는 365.24219일로 공전주기보다 20분 정도 짧다. 태양계 천체의 공전방향은 대부분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돌고 있다. 지구의 북반구에서 남반구 쪽으로 내려다볼 때, 반시계방향은 순방향(progarde), 시계방향은 역방향(retrograde)이다. 역방향 공전을 하는 천체의 대표적인 예로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이 있다. 7000만 년 전 지구에서는 1년이 372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전 방향이 거의 나란한 이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10도 기울기 범위 내에서 공전하고 있다. 나란한 공전면에서,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는 것은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 태양 주변의 성간물질이 원반 형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원반은 전체 각운동량의 방향과 수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성간물질은 태양 주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반대로 도는 물질이 있으면 충돌이 일어나 결국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다.) 이 상태에서 성간물질이 각각 모여 행성을 이루면서 현재와 같이 공전면을 이루었고, 성간물질의 진행방향이 곧 행성의 공전방향이 되었다.[2]
공전과 각운동량
천체의 운동에서 각운동량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물리량이다. 천체의 각운동량은 크게 자전과 공전 두 가지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은 공전운동이 차지한다. 태양은 질량이 태양계 전체의 99.8%나 차지하지만 태양계 질량중심과 거의 떨어져 있지 않아서 각운동량은 다른 행성에 비하여 매우 작다. 위성은 질량이 매우 작고 모성에서 떨어진 거리가 짧아서 이들의 각운동량은 미미하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목성형 행성이 전체의 98%정도를 차지한다.
관련된 개념으로 불변 평면(invariable plane)이 있다. 이는 태양계 내의 모든 천체가 가지는 각운동량을 다 합친 벡터를 법선으로 삼으면서 태양계 전체 질량중심을 지나는 가상의 평면을 뜻한다. 이는 전체 각운동량이 보존된다는 전제하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불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목성이 각운동량의 과반을 차지하므로 목성의 공전궤도면이 이 불변 평면에 가장 가깝다.[2]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