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불기(佛紀)는 불가에서 쓰는 연기(年紀). 석가모니가 열반한 해를 기준으로 한다. 불멸기원(佛滅紀元)이라고도 한다.
개요[편집]
불기 또는 불멸기원은 석가모니가 입적한 해를 기준으로 삼는 연대 표기법이다. 줄여서 불기(佛紀)라고 말한다. 그 이름대로 석가모니가 열반한 해, 즉 불멸(佛滅)한 연도를 기점으로 헤아리는 기년법으로 줄여서 '불기(佛紀)'라고 부른다. 그 이름대로 불교적인 기년법이라 불교계 외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불교 관련 건축물이나 행사 보도, 문화재 명문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불교계 한정으로는 서기에 준하여 사용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흔히 쓰인다. 현대 한국 불교에서 사용하는 불기는 정확히는 '남방불기'다. 서기(西紀)에 544년, 일부 국가(예를 들면 태국)에서는 543년을 더하면 불기의 연도가 된다.
한편 상좌부 불교와 별개로 북방불교(대승 불교)에서 사용하던 기년법도 있는데 남방불기와 대비하여 '북방불기'라고 부른다. 북방불기는 석가모니의 생몰년을 다르게 보고 그 중 '생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불멸기원'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불기'란 말을 '불교의 기원紀元'이란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흔히들 '북방불기'라고 부른다.
멸(滅)은 적멸(寂滅, 산스크리트어: vyupaśama, 팔리어: vūpasama)의 줄임말로, 열반(涅槃)을 뜻한다. 또는 열반의 원어인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nirvāṇa) 또는 팔리어 니빠나(nibbāna)의 의역어들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생사윤회의 원인인 번뇌를 벗어나 적정(寂靜)의 무위의 상태 즉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입멸(入滅)이라고 한다. 특히 석가모니의 최후의 입멸, 즉 육신의 죽음과 함께 반열반(般涅槃)으로 들어간 것 즉 불생불멸의 법신(法身)의 상태로 들어간 것을 불멸(佛滅)이라고 한다.[1][2]
상세[편집]
오늘날 한국 불교에서 사용하는 '불기'는 남방불기로, 남방불교(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따라 석가모니 생몰년을 기원전 624년 ~ 기원전 544년으로 보고 열반한 해를 원년(1년)으로 삼아 연도를 헤아린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때가 아니라 입적한 때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불기 원년(1년)은 기원전 544년이므로 서기를 불기로 변환할 때는 544를 더하면 된다. 쉽게 말해 서기 2000년은 불기 2544년인 셈. 정말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하안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다음 하안거를 마친 날까지를 한 해로 보지만 오늘날은 간편하게 양력을 사용한다.
한편 북방불교(대승 불교) 지역에서 사용하던 불교적 기년법도 있는데 남방불기와 대비하여 '북방불기'라고 부른다. 북방불기는 석가모니의 생몰년을 기원전 1027~ 기원전 949년으로 보고 석가모니가 탄생한 해를 기원(1년)으로 삼는다. 과거에 북방불기를 주로 세존응화(世尊應化), 또는 줄여서 응화(應化)라고 불렀는데 이 또한 북방불기가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준으로 함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남방불기와 북방불기는 석가모니의 생몰년도를 다르게 볼 뿐만 아니라 생년과 열반년 중 어느 쪽을 기원으로 삼느냐까지도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서기 2024년은 북방불기 3051년이다. 북방불기는 기원전 1027년을 원년(1년)으로 삼는다. 한국 불교계에서 더러 '세존응화'라고 하면서도 남방불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불기와 세존응화를 같은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듯하지만 남방불기는 '열반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세존응화'라는 호칭과 의미가 전혀 맞지 않는다.
1956년에 부처 입멸 2500년을 기념하여 열린 세계불교대회에서 불교 국가 대부분의 불기가 남방불기 기준으로 통합되었으므로 북방불기는 역사자료를 연구하다 북방불기 관련 연도를 계산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쓰이지 않는다.
한편 동아시아 대승 불교권에서 석가모니의 열반년을 기준으로 한 기년법이 쓰인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는 모르지만, 적어도 신라에서는 열반년을 원년으로 삼아 연도를 헤아린 사례가 제법 있었다. 국보 제117호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에서 발견된 조상기(造像記)에 이런 글귀가 있다.
당성불시석가여래입멸
當成弗時釋迦如來入滅
후일천팔백팔년이차시
後一千八百八年耳此時
정왕즉위제삼년야
情王卽位第三年也
이 불상을 조성한 때는 석가여래 입멸 후 1808년이다. 이때는 정왕情王(헌안왕) 즉위 3년이다.
북방불교에서 석가모니가 열반한 연도를 기원전 949년이라고 보므로 이를 원년으로 삼아 1808년이 되는 해를 헤아리면 서기 859년이다. 또 삼국사기에 따르면 헌안왕 3년은 859년이므로 서로 일치한다. 이처럼 신라의 불교 관련 유물에서는 연도를 중국의 연호, 신라 왕 재위년과 함께 석가모니가 열반한 이래 몇 년인지로 섞어 표기한 사례가 제법 있다. 동제염거화상탑지에서도 이렇게 연도를 표기하였다.
역사적으로 석가모니가 입적한 해는 명확하진 않다. 고대 인도인들은 기록보다는 구전을 중시했기에 부처님의 탄신일과 입멸일을 정확히 기록하는 사료는 현존하지 않는다. 단지 석가모니가 80년간 살았다는 사실만이 확실할 뿐이다. 현재 표준화된 남방불기는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이 석가모니 사후 218년에 즉위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이를 기준으로 삼아 계산하였는데 사실 이 기록도 인도를 공격했던 알렉산드로스 3세의 연대로 따져본 것이다. 그 외에는 아소카 왕이 기준인 건 같지만 석가모니 입적 후 100년째 되는 해에 아소카 왕이 즉위했다는 기록을 기준으로 불기를 산정했다.
태국에서는 불기를 법정 기년법으로 쓴다. 아예 영어 위키백과의 2012년 항목이 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불기 2555년으로 링크될 정도. 태국에서 쓰는 불기는 한국에서 쓰는 불기보다 1년이 늦다. 이것은 역법상의 문제로 보이는데, 안거를 기준으로 불기를 헤아릴 경우 서기 2000년은 불기 2543~2544년에 걸쳐 있다. 다른 나라들은 빠른 쪽을 택했지만 태국은 늦는 쪽을 택했다. 태국 불교계는 불멸연도를 기원전 545년으로 보는데 태국 불교계로서는 기원전 544년을 기준으로 한 불기를 채택함이 꽤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1966년부터 대한불교조계종이 기존의 북방불기 대신 남방불기를 채택하기로 결정하여 현재에 이른다. 2007년에 한국 불교가 사용하는 '남방불기'가 표준(?)보다 1년이 더 빠르므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한국 불교계에서 당황하기도 했다. 요컨데 태국 등의 불기보다 한국이 1년 더 빠르다는 것. 하지만 조사 결과 태국이나 라오스 등은 한국보다 1년이 더 늦지만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은 한국과 똑같기 때문에 한국이 채택한 남방불기가 딱히 잘못이라고 할 수 없었다. 또 숫자를 많이도 아니고 겨우 1년을 바꾼다면 더욱 혼란스러울 터이므로 바꾸지 않기로 하였다. 불교의 사찰에서 법회를 할 때는 꼭 연도를 불기로 말한다. 또한 사찰을 비롯한 불교단체 건물에 있는 달력은 서기와 불기를 모두 표기한다.[1]
학설[편집]
- 기원전 948년 설: 1957년까지 대한민국의 대승불교는 기원전 1027년 4월 8일 석가모니가 탄생하여 기원전 948년 2월 15일에 입멸하였다는 설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르면 2022년은 불기 3049년이다. 다만 대승불교만 이 설을 따랐고 나머지 상좌부 불교는 1960년대까지 이 설을 따르지 않았다.
- 기원전 543년 설: 스리랑카 및 태국에 전해 온다. 현재 태국에서는 서기 연도에 543을 더한 연도를 태국 자체의 불기인 태국 태양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 기원전 544년 설: 태국과 미얀마에 전해 온다. 제4차 세계불교도대회는 1956년 11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렸다. 이 때 불교국가마다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불기를 통일하기로 결의하고 1956년을 불기 2500년으로 정했다. 또한 양력 5월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결정하였다. 세계불교도대회에서는 석가모니의 생존시기를 기원전 624년 ∼ 기원전 544년으로 공식 채택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표로는 청담, 효봉, 동산 스님이 참석하였다. 1957년 이후, 대한민국의 대승불교인 조계종은 세계불교도대회의 공식 채택 기준인 544년 설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2년은 불기 2566년이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은 세계불교도대회의 양력 5월 15일을 채택하지 않고, 음력 4월 8일[5]을 채택하고 있다.
- 기원전 485년 설: 중성점기(衆聖點記)에 의해 주장되었다.
- 기원전 483년 설: 빌헬름 가이거가 주장했다.
- 기원전 477년 설: 막스 뮐러가 주장했다.
- 기원전 386년 설: 일본 도쿄 대학의 불교학자인 우이 하쿠주(宇井伯壽)가 주장했다.
- 기원전 383년 설: 일본의 불교학자인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가 주장했다.[2]
관련 용어[편집]
서력기원[편집]
서력기원(西曆紀元, 문화어: 기독교년대(基督敎年代)), 약칭 서기(西紀)는 예수 탄생을 기원(紀元)으로 한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사용해 온 기년법의 책력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서기는 일반적인 다른 역법·연호 체계와 마찬가지로 0년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레고리력의 1년을 기원, 곧 '시작하는 해'로 삼는다. BC와는 같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1896년부터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였으나 서력기원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시기는 1962년 1월 1일부터이다.
로마자 약어로 기원후는 AD(라틴어: Anno Domini 아노 도미니 '주의 해(年)에')로, 기원전은 BC(영어: Before Christ 비포 크라이스트 '예수 이전에')를 주로 사용했다. 이 말의 기원은 라틴어로, 현재 라틴어 문장 내에서 쓸 때에는 주로 장음 표시 악센트인 마크론(¯)을 덧붙인 'annō Domini'로 표기한다. 반면에 영어에서는 앞서 보인 바와 같이 마크론을 떼는 게 일반적이며, 인쇄물이나 컴퓨터 문서에서는 이탤릭체로 입력하는 예가 많다. 과거 영어권 국가에서는 '(in) (the) year of our Lord (Jesus Christ)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해에)'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종교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 CE(Common Era 커먼 이라 '공통 시대', 또는 드물게 Christian Era 크리스천 이라)와 BCE(before Common Era 비포 커먼 이라 '공통 시대 이전', 또는 드물게 before Christian Era 비포 크리스천 이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Common Era'라는 표현은, 이 역법이 현재 종교, 지역과 무관하게 전 세계에 퍼졌다는 점을 감안, 종교적 의미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붙은 호칭이다. 반면에 'Christian Era'라는 표현은 anno Domini 같은 특정 종교에서만 사용되는 숭배의 뉘앙스를 배제한 채 '기독교의 책력'이라고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어에서도 비슷하게 '공력기원(公曆紀元)', '공력(公曆)', '공원(公元)'과 같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에서는 Anno Domini를 간혹 주후로 번역한다.[3]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