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친회랑
라친회랑(Lachin Corridor)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내의 미승인국 아르차흐 공화국을 연결하는 회랑이다.
개요[편집]
- 라친회랑은 아제르바이잔 라츤구(Laçın rayonu)에 위치한 산길로, 아르메니아의 본토와 아제르바이잔의 한캔디(멸망한 미승인국 아르차흐 공화국의 수도였던 스테파나케르트)를 잇는 여러 길들 중 일부를 말한다. 본래 그냥 산길이지만 2020년 전쟁으로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5년간 좌우 5km 폭만큼을 관할하기로 하면서 일시적으로 회랑으로 불리는 도로가 되었다. 아르메니아가 실효지배하던 시절 이 지역에는 고대 왕국 시절 지명이라 주장하는 베르조르(Բերձոր, Berdzor)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대한민국 강원특별자치도 태백, 정선의 시골 꼬불길과 비슷한 험하고 열악한 도로이지만, 캅카스 산지에서는 그나마 길을 닦기 만만한 조건이 이 정도인지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법 상 아제르바이잔에 속해 있으나 1992년 5월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으로 침공하여 점거한 이후 18년간 실효지배하였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직접 수복하지는 못하였으나, 이후 휴전협상을 통해 라츤구 전체를 돌려받으면서 수복한다. 반환받되 아르메니아와 아르차흐 사이의 왕복 통행을 보장해야 하고, 협상 후 5년간은 러시아의 평화유지군이 이를 보장하기 위해 감독 및 통제권을 가진다. [1]
- 라친회랑은 러시아가 휴전을 중재하고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잇는 유일한 회랑(corridor)이다.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배치해 캅카스 지역의 '평화 대부(代父)' 노릇을 해왔다. 라친회랑은 아르메니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식량과 의약품, 생필품이 유입되는 유일한 '생명선'이다.
회랑의 의미[편집]
- 회랑(回廊, corridor)은 지정학에서 서로 다른 영토나 행정구역을 연결하거나, 도로를 따라가거나, 강을 따라 바다에 도달하는 길고 폭이 가느다란 구역을 말한다. 회랑의 존재는 인문지리적 영토 구분에 따른 것이므로 돌출지 및 땅거스러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바다로 나가는 좁은 통로가 있다. 바다나 다른 나라 등으로 가는 회랑은 그 자체가 돌출지이고 자기 내부를 연결하는 회랑은 그 나라의 돌출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회랑은 두 개의 지역을 연결하는 좁은 땅이다. 회랑은 단절된 지역 간의 교통 및 통신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회랑은 육상 또는 해상이 될 수 있다. 육상 회랑은 일반적으로 두 개의 더 큰 영토를 연결하는 땅의 조각이며 해상 회랑은 두 수역을 연결하는 선박 항로 또는 수로이다. 해상 회랑의 예로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믈라카 해협이 있다. 회랑은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일 수 있다. 자연 회랑은 두 지역 사이에 자연 경로를 제공하는 산길이나 강 계곡과 같은 지리적 특징이다. 반면에 인공 회랑은 도로, 철도,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프라 건설을 통해 만들어진다.
라친회랑의 역사[편집]
- 라츤 주 전체에는 본래 아제르바이잔인,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이 섞여 살았으며 소련 시절 라친 주 전체 인구 5만여 중 90%가 아제르바이잔계였다. 1989년 아르메니아계 카라바흐 반군이 한캔디(스테파나케르트)에서 준동하였을 때 아제르바이잔군은 이를 진압하는 데 실패하고 자치주 전역을 봉쇄하기로 한다. 1992년 5월 아르메니아는 봉쇄를 풀기 위해 이 길을 점거하여 고리스~스테파나케르트 보급선을 확보하였으며, 이후 라친 주 전역과 캘배재르 주를 석권하며 본토와 카라바흐를 완전히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아르메니아가 사용할 수 있는 루트는 세 개(캘배재르~마르타케르트, 라츤~스테파나케르트, 장게주르)가 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2020년 '44일 전쟁'에서 완패하며 세 루트 모두에 대한 실효 지배권을 잃게 되었고, 다만 휴전 협상으로 라츤 회랑의 통행 보장권만을 얻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경로 마저도 양국의 관계 개선 실패로 장래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 1993년 이후 라츤 주 전역에 거주하던 4만 명의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모두 죽거나 피난, 추방을 겪으면서 주 전체 인구가 90% 이상 증발했고 회랑 연선에도 사람이 거의 살지 않게 되었다. 제1의 도시인 슈샤는 1989년 기준 총인구 2만 3천에 도심 인구 1만 7천을 보유한 거점도시였으나 도시가 완파되고 아제르바이잔인이 모두 떠나면서 2015년 기준 아르메니아인 100% 4천 명만이 살았고, 제2의 정착촌인 라츤은 인구 7800명에 99.9% 아제르바이잔인이 살던 대형 마을이었으나 아르메니아가 점령한 이후 망했다. 그 뒤 무주지가 된 라츤 일대(아르차흐 공화국의 카샤타그구)에는 척식사업이 진행되어 레바논 등지의 아르메니아인들을 데려와 살도록 하였으나 절대적인 수가 매우 작아 인구 증감에는 기여치 못하였다.
아르메니아[편집]
- 아르메니아(Armenia)는 유럽의 동부와 아시아 서부의 남캅카스(South Caucasus) 지역에 위치한다. 18세기까지 주변 여러 국가의 지배를 받아 왔다. 1920년 세르브 조약에 의해 독립이 인정되었고, 1936년 12월 구소련을 구성하는 연방공화국의 하나가 되었다. 구소련의 해체에 따라 1991년 독립하였다. 공식 국명은 아르메니아공화국(Republic of Armenia)이며, 수도는 예레반이다. 유럽의 동부와 아시아 서부의 남캅카스(South Caucasus) 지역에 위치한다. 내륙 국가로, 서쪽으로는 튀르키예·북쪽으로 조지아·남쪽으로 이란 그리고 동쪽으로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한다. 세계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국가로, 대부분의 아르메니아인들은 가장 오래된 기독교 종파인 아르메니아 사도교회(Armenian Apostolic Church) 신자이다.
- 아르메니아 고원(Armenian Highlands)에 자리하는 내륙 국가로, 서쪽으로는 튀르키예·북쪽으로 조지아·남쪽으로 이란 그리고 동쪽으로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한다. 영토의 5%는 중동부에 위치한 캅카스 지역 내 최대 규모의 호수인 세반호수가 차지한다. 아르메니아는 높은 산맥 사이에 도시와 마을이 자리 잡아 지역에 따라 초목 지대와 울창한 숲이 공존하며 기후 변화가 큰 특징을 갖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남부 지역은 해발고도가 2,640~3,280m에 달하는 소캅카스산맥이 위치한다. 소캅카스산맥은 아르메니아 남부에서 동쪽으로 뻗어 이란과 아제르바이잔까지 이어지는데, 아르메니아는 소캅카스산맥의 중심에 위치하여 대부분의 지형이 산악과 고원 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형으로 남북 간 도로와 철도망 구축에 제약이 많다. 650m 이하의 저지대는 영토의 약 3%만이며, 대부분 아라크스강과 데베드(Debed)강변 유역이다. 더불어 아라크스강과 데베드강 유역은 고도가 낮아 아르메니아의 남북을 이동하는 주요 이동로이다.
아제르바이잔[편집]
-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은 유럽의 동부와 아시아 서부의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국가로, 카스피해(海)의 서부 연안을 끼고 있다. 1922년 구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의 하나로 편입되었으나 1936년 아제르바이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으로 분리되었고, 1990년 12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으로 개칭한 후 1991년 10월 공식적으로 독립하였다. 유럽의 동부 그리고 아시아의 서부인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다. 정식 국명은 아제르바이잔민주공화국(Azerbaijan Democratic Republic)이고 수도는 바쿠이다. 동쪽으로는 카스피해, 북쪽으로 러시아의 다게스탄 공화국, 북서부로 조지아, 서쪽은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 그리고 남쪽으로는 이란과 국경을 접한다. 아르메니아와와 서쪽의 국경을 접하지만 아르메니아 내에 고립 영토인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은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 유라시아 대륙의 남캅카스에 위치한다. 서아시아와 동유럽의 교차점으로, 영토는 동서로 약 500km, 남북으로는 약 400km에 달하며 카스피해와 접하는 해안선 길이는 456km이다. 아제르바이잔의 북쪽은 대캅카스산맥(Greater Caucasus Mountain), 서남쪽은 소캅카스산맥 그리고 동남부의 카스피해 연안은 탈리시산맥(Talysh Mountain) 등 3개의 산맥이 위치한다. 국토의 약 40%가 산악지형이다. 가장 높은 산은 대캅카스산맥에 있는 바자르뒤주산(Mount Bazardüzü)으로 높이가 4,466m에 달한다. 높은 산맥으로 인해 지역 간 고도 차이가 크고 기후와 식생이 다양하다. 국토 중앙의 평야지역은 해발고도 400∼1000m에 위치하지만, 카스피해 연안의 고부스탄 등의 해안지역은 해발고도가 0∼50m에 불과하며, 일부는 바다보다 고도가 낮은 지역도 있다.
라친회랑 지역의 기후[편집]
- 라친회랑 지역은 전형적인 대륙의 고원 지대 기후로, 여름은 덥고 건조하며 일조량이 많고, 겨울은 매우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22~36°C 정도로 연중 가장 덥다. 여름철은 습도가 낮고, 대부분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밤에는 선선한 기후를 보인다. 반면, 겨울은 고산기후의 추위에 눈까지 많이 내려 가장 추운 12~1월은 -10~-5°C 사이로 기온이 내려간다. 아르메니아의 봄은 매우 짧고 가을이 비교적 길며 국가 전역이 단풍으로 물들어 연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로 캅카스곰과 캅카스수염염소, 아르메니아양과 표범 등 캅카스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 많이 있다. 아르메니아에서 서식하는 야생양인 무플런은 전 세계 각지에서 사육하는 양의 조상으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남부와 남서부 산악지대는 희귀종인 페르시아표범(Persian leopard)의 서식지이다. 이외에도 야생돼지·호저·도마뱀과 뱀이 많이 서식하며 확인된 조류만 350종이 넘는다. 세반호수의 특산종인 세반숭어(Sevan trout)는 호수에 서식하는 어류의 약 30%를 점하는 다수 종이었는데 근래 들어 개발과 오염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10세기 이전까지 아라크스강 유역이 아시아 사자(Asiatic lion)의 서식지였으나 이후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하였다.
지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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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 〈라츤 회랑〉, 《나무위키》
- 〈회랑(지정학)〉, 《나무위키》
- 〈회랑 (지정학)〉, 《위키백과》
- 이철민 기자, 〈아제르바이잔 공격 24시간 만에, ‘나고르노-카라바흐’ 분리주의 세력 항복〉, 《조선일보》, 2023-09-21
- 마르, 〈라친 회랑과 나흐츠반 회랑〉, 《네이버블로그》, 2020-11-24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