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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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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Bulk carrier)

벌크선(Bulk carrier)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을 말한다. 살물선(撒物船)또는 산적화물선(散積貨物船)으로도 불린다. 곡물운반선, 광석운반선, 석탄운반선, 겸용운반선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화물의 특성에 따라 설계하고, 싣고 내리는 장치 등이 설치되기도 한다. 원료 운반이 주요 임무이기 때문에 수송비용을 낮추기 위해 경제속력으로 항행하며, 선체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화물의 수송은 화물의 종류에 따라 석탄 전용선, 광석 전용선, 시멘트 전용선, 곡물 전용선 등의 전용화물선과, 한 종류의 화물에 한하지 않고 다양한 벌크화물을 물동량에 맞추어 운송하는 겸용선으로 구분된다.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화물운반에 이용되는 겸용선의 종류로는 광석/석유 겸용선, 광석/곡물 겸용선, 광석/벌크화물/석유 겸용선 등이 있다. 이런 형태의 선박은 복합수송으로 수송경비를 경감하기 위한 목적과 시장성에 따른 대상화물의 변경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 예로는 쿠웨이트에서 석유를 유럽으로 운송하고, 선박을 아프리카로 회항시켜 철광석을 싣고 한국으로 운송하는 경우가 있다. 철광석은 선체의 중심선 부근 화물창에 싣고, 기타 화물은 그 종류에 따라서 필요한 수의 선창에 적재하는 구조상의 특징이 있다.

상세[편집]

벌크선은 사전적 정의로는 화물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싣고 수송하는 배를 뜻한다. 여기에서 포장은 다른 것 없고 아래의 컨테이너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조선, 가스선 등도 넓은 의미의 벌크선에 해당한다. 액상화물을 실어나르는 유조선은 wet bulk, 일반 벌크선은 dry bulk로 구분하며, 통상적인 산적화물선/벌크선은 이 dry bulk를 의미한다. BDI(Baltic Dry Index/벌크선 용선료 지수)에[21] 뜬금없이 등장하는 dry가 바로 이 dry bulk에서 온 말. Baltic은 해당 지수를 발표하는 런던 해운거래소 Baltic Exchange의 이름이다.

우리말로 하면 산적화물선, 살물선, 건화물선 정도 되는데, 한자도 어렵고 뜻이 잘 안 와닿는 관계로 업계에서는 그냥 벌크선으로 통칭한다. 법적으로는 잡화선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잡화선은 주로 벌크선보다 작으며 완구나 문구 같은 일반화물을 다루는 경우를 가리킨다.

벌크란 이름답게 배 자체에 특별한 구조물을 갖추지 않고, 격벽으로 구분된 여러 개의 선창(hold)에 화물을 그냥 때려박고 해치(hatch)를 닫으면 끝인 단순한 구조의 화물선이다. 노선과 범선 시대부터 증기선 시대를 거쳐 21세기 현재까지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올드스쿨 화물선의 직계쯤 된다. 선속도 느린 편으로 만재 시 12~14노트, 공선시 14~16노트 정도에 그친다. 복합기관이나 가스터빈을 쓰는 경우도 전무하다시피 하고, 저속디젤 엔진이 사실상 천하일통.

벌크 운송량의 대부분을 철광석, 곡물, 석탄이 차지하며, 이들을 묶어서 3대 벌크 화물로 통칭한다. 그 외에도 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 알루미늄의 원료가 되는 보크사이트 등이 주요 화물이다. 그 밖에도 따로 컨테이너로 포장하기에는 모양이 괴상하고 비행기로 보내자니 무게와 부피가 과다한 코일, 빔 등의 철강제품, 각종 건축자재 및 구조물 등을 실어나르기도 한다. 이쪽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화주가 부르면 쪼르르 가서 짐 싣고 오는 부정기선(tramper) 성격이 강한 일반 벌크선과 달리 어느 정도 노선과 시간표가 정해져 있고 여러 화주(주로 제철소)의 짐을 집하해서 운항하는 등 영업의 성격이 조금 달라서 정기선(liner)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세 관광버스와 정기운행 시외버스 정도의 차이라고 보면 간단해진다.

선박 구조가 단순한 만큼 컨테이너탱커와 비교하면 항만에서도 특별한 선적/하역 수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선적 시에는 인부들이 줄줄이 어깨에 짐 지고 와서 선창에 던져 넣어도 된다. 그러나 작고 영세한 항구의 경우에는 선적/하역 장비가 부실한 경우도 있고 선사 입장에서는 선적/하역 속도도 중요하고 해서, 작은 사이즈의 벌크선(대체로 supramax 이하)은 자체적으로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는 크레인을 구비하고 있는(geared) 경우도 있다. 배마다 다 구비하지 않는 이유는 유지보수와 운용에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가 선박의 무게중심이 올라가고 운항 시에는 그냥 쓸모없는 사하중(deadweight)가 되어버리는 등 단점이 적잖기 때문. 대형선에는 장비한 예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역시 보기에는 좀 더 뽀대가 나기 때문에 벌크선 하면 대체로 기어를 갖춘 선박들이 사진 예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이 항목부터가 그렇다.

벌크선은 타 선종에 비해 밸러스트 탱크가 큰 편이다. 밸러스트란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싣는 추가적인 하중을 말하는데, 범선 시절에는 돌땡이를 싣기도 했고 최근에는 대체로 물을 싣는다. 밸러스트 탱크는 이 물을 싣기 위해 따로 선체 내에 만든 물탱크이다. 선박이 공선이 되면 무게중심이 올라가 불안정해지고, 황천이라도 만나면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기 쉬워진다. 따라서 안정적인 항해를 위해서는 공선 시에도 무게중심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비중도 크며 바다에서 구하기도 아주 쉬운 물을 갖고 다니는 것. 반대로 짐을 싣고 나면 이 물은 쓸데없는 하중이 되어버리므로 짐을 싣는 동안 졸졸졸 빼버려서 탱크를 비워버린다. 벌크선은 영업 특성상 빈 배로 돌아다녀야 하는 항로가 꼭 존재하므로 설계상 밸러스트의 여유를 많이 잡아 놓는다.

왜 돈도 안 되게 기름 버려가며 빈 배로 다니는가 하면, 주로 싣는 짐이 원자재인데 원자재는 컨테이너선이 주로 싣고 다니는 완제품보다도 생산지와 소비지의 분리가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호주에서 중국으로 철광석을 싣고 가는 것은 좋은데, 중국에서 벌크선에 싣고 호주로 올 짐이 없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장거리의 공선 항해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밸러스트수(水)도 환경규제의 대상인데,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이쪽 바다에서 바닷물을 밸러스트수로 퍼올리면서 바닷물 속의 미생물, 조류 등 각종 유기물이 밸러스트수와 함께 들어왔다가 저쪽 바다에서 빼버릴 때 함께 배출되어 생물종 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 필터, 전류, 화학제품 등의 수단으로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벌크선은 그 구조가 단순하고 규격도 정형화되어있어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만든다고 해도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벌크선을 잘 만들지 않고 요즘엔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에는 살짝 오해가 있다. 흔히 3대 업체라고 하는 현대, 삼성, 대우는 그렇지만 현대삼호, STX, 한진, 성동 등 그보다 아래 체급의 조선소들은 2010년대에도 잘만 만들고 있다. 3대 조선소도 조선 불황이 길어지면서 2010년대 중반으로 오면서는 가리지 않고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 또한 일본 조선소들의 경우에는 저부가가치선박이라고 해도 NYK(니혼유센), KKK(K LINE), MOL(미츠이) 등 자국 선사들의 발주에는 꾸준히 응하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중후반의 벌크 초호황기에는 노후 유조선을 벌크선으로 마개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애초부터 벌크선으로 설계된 선박과 비교하자면 결점이 많았기 때문에 벌크 시황이 폭락한 2010년대 이후로는 얄짤없이 전부 고철행. 이런 개조선들은 대체로 홀드 하나당 해치 하나씩 있는 보통의 벌크선들과는 다르게 6홀드 10해치 이런 괴악한 구조들이 많았다. 2017년 침몰하여 큰 인명피해를 낸 스텔라 데이지호가 대표적으로 이런 개조선이었다.

흔히 해운회사하면 바로 떠오르는 해외의 MAERSK, 국내의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은 컨테이너선에 집중하는 업체들로 벌크선과는 크게 인연이 없다. 한진과 현대는 원래는 벌크 사업부문도 적지 않았는데, 2010년대 들어 경영여건 악화로 벌크 및 전용선 부문을 사모펀드에 매각해버렸다. 국내 벌크의 전통적인 대표선사는 팬오션과 대한해운. 이 회사들은 2000년대 중후반의 벌크 대호황 때 말그대로 달러를 갈쿠리로 긁어모으며 승승장구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시황 급락을 감당하지 못하고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력이 있다. 특히 팬오션은 범양상선→STX팬오션→팬오션을 거치며 법정관리만 2번 겪은 아름답지 못한 역사를 썼다. 2016년 현재는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를 졸업하여, 팬오션은 하림그룹, 대한해운은 SM그룹의 일원이다. 그 밖에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앞서 언급한 한진과 현대의 벌크 부문을 인수하여 설립한 에이치라인해운, 폴라리스해운 등이 국내 주요 벌크선 업체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벌크선 업계는 크게 시황의 부침 없이 조금 먹고 조금 싸는 평온한 시장이었는데, 본래 철광석과 석탄의 주요 생산국으로 순수출국이던 중국이 철강, 조선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어마어마한 신규 물동량이 형성,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역대급 대 호황을 누린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급경색되면서 원큐에 다이... 이후 선진 각국의 경기부양에 힘입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듯 했으나 호황기에 발주된 선박들이 시장에 투입되고, 가장 결정적인 중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야말로 지리멸렬해졌다.

벌크선은 컨테이너선과는 다르게 규모의 이점이 크지 않고 시장의 진입장벽이 무척 낮다. 실제로 한 가족이 배 한두 척 사서 가족기업으로 운영하는 게 가능한 업종이다. 아빠는 사장, 엄마는 회계 담당 이사, 삼촌은 선장, 아들은 사내변호사, 조카는 1등항해사 이런 식으로. 그리스가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가족기업으로 굴러가는 해운회사들이 실제로 있다. 또한 국제적인 브로커 채널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에 보기 드물게 이상적인 완전경쟁시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온갖 시정잡배들이 다 모여 사기와 야바위와 난투를 벌이는 난장판에 가깝다. 유러피언이고 대형 선사고 간에 얄짤없다. 육상과 해상을 막론하고 모든 벌크업 종사자들은 아 나도 언젠가는 중고선 한 척 사서 선주노릇 할 거임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중견 벌크선사들은 오너가 해기사 출신인 경우가 흔하다.

종류[편집]

  • 핸디사이즈(Handysize) : 소형 벌크화물선을 의미하는데 통상 재화중량 15,000~45,000톤의 선박을 말한다. 핸디 사이즈는 일정한 항로에 구애됨이 없이 운항이 가능하지만 적재화물이 한정된다. 그리고 흘수가 얕으며 하역시설이 불충분한 항만에 입출항이 쉽고 범용성이 가장 우수한 선형으로, 작은 항구에 기항할 때가 많아 자체 하역장치를 가지고 있다. 주요 항로는 다양한 화물의 종류에 따라 항로가 구분되어 전 세계에 걸치고 있다. 핸디 사이즈 중 최대 규모인 재화중량 45,000톤 정도의 벌크화물선을 핸디막스 사이즈라 한다.
  • 핸디맥스 (Handymax) : 3.5만 ~ 5.8만톤급(DWT)
  • 수프라막스(Supramax) : 52,000DWT 정도 크기의 벌크캐리어
  • 파나막스(Panamax) :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형으로 선폭 32.2m 이하, 최대흘수 12.40m의 통상 재화중량 60,000~75,000톤의 선박을 말한다. 파나마운하는 남미와 북미대륙 사이에 위치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길이 약 85km의 운하로서, 3단의 갑문이 있고 운하를 통과하는 데 약 8~9시간이 소요된다. 주요 항로는 광물의 경우 남미, 남아프리카 및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극동으로 향하고, 곡물의 경우는 북미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극동 및 유럽으로 운송되고 있다.
  • 케이프사이즈(Capesize)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딴 명칭이다. 남아공 동쪽 해안 석탄 적출항인 리처드 베이에 입항 가능한 최대선형으로, 재화중량 100,000~170,000톤의 선박을 말한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남미의 케이프혼(Cape Horn)을 운항하는 선박으로 흘수는 18.1m로 제한되며,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선박 중 가장 경제적인 선박 규모로 알려져 있다. 주요 항로는 철광석 및 석탄의 주요 산지에서 극동 및 유럽으로 운항하는 항로이다.
  • 그레이트 레이크(Great Lake) 타입 : 그레이트 레이크란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있는 5대호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레이트 레이크 타입은 5대호를 운항할 수 있는 최대크기인 전장 231.6m, 선폭 23.16m, 흘수 7.93m 이하로 제한된다.
5대호는 호수 자체에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많은 항로를 가지고 있는데, 캐나다 몬트리올항과 이리호 사이의 가장 깊은 항로를 세인트로렌스 시웨이(St. Lawrence Seaway)라 불러 그레이트 레이크 타입을 다른 말로 시웨이 타입이라고도 한다. 세인트로렌스 시웨이는 총길이가 600km로서 7개의 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결빙 때문에 운항 가능한 기간은 4월에서 12월까지이다.
  • 초대형 벌크선(VLBC, Very Large Bulk Carrier) : 18만 ~ 25만톤급(DWT)의 초대형 벌크선을 말한다.[1]

각주[편집]

  1. Mozambique , 〈벌크선에대해 알아보자! 〉, 《네이버 블로그》, 2016-05-07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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