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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수) 14:39 판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를 말한다. 이슬비보다는 좀 굵다.

개요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를 이른다. 삽우(霎雨)나 세우(細雨)라고도 한다. 이슬비의 다음 단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잔비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비표준어다. 이슬비보다 굵고 보통 비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속담으로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가 있다. 가랑비는 조금씩 적시기 때문에 옷이 젖는 줄 모르는 것에 빗대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반복되었을 때에는 크게 변한다는 뜻이다.[1]

가랑비는 빗줄기가 약하지만 꾸준히 내리는 비를 말하며, 빗줄기의 굵기는, 이슬비보다는 굵고, 산발적으로 내리는 보통 강도(强度)의 비보다는 가늘다. 가랑비 정도의 비는 비의 국제 기호에서 대체로 ‘……’에 해당된다. 이에 따르면 가랑비의 강도는 0.0㎜/h 이상 3.0㎜/h 미만, 1분간 강수량은 0.02~0.05㎜, 1시간 강수량은 1~5㎜, 1일 강수량은 5~20㎜이다. 또 느낌상으로는 지면을 완전히 적시지만, 물이 괴는 곳은 거의 없다.

가랑비보다 강한 비는 보통비라고 하는데, 국제 기호상의 보통비는 ‘∴’로 나타내며, 강도는 순간 강도 3.0㎜/h 이상 15㎜/h 미만, 1분간 강수량은 0.05㎜~0.25㎜, 1시간 강수량 5~10㎜, 1일 강수량 20~50㎜이다. 보통비는 지면에 군데군데 물이 괴고 빗소리가 들린다. 또 가랑비보다 가는 이슬비, 그리고 이슬비보다 약하고 안개보다 조금 굵은 는개와 같은 극히 약한 비는 1분의 강수량이 0.02㎜이다. 이러한 비는 조심해서 살피지 않으면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며, 지면이 약간 젖을 정도이다.[2]

어원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하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실처럼 가느다란 빗줄기는 맞고 있어도 옷이 젖어간다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가랑비'라고 해도 계속해서 맞다 보면 한참 후에는 흠뻑 젖게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계속해서 반복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속담이다. 대한민국 말에는 가랑비 말고도 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비와 관련된 단어는 속담에서 쓰이기도 하고,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라는 동요처럼 노래 가사로 쓰이기도 한다. 이슬처럼 내리는 '이슬비' 말고도 실같이 가늘게 내린다고 해서 '실비', 필요할 때 알맞게 온다고 해서 '단비',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안개처럼 보이는 비를 '안개비'라고 부르곤 한다.

이슬비는 이슬같다고 해서 이슬비, 실같다고 해서 실비, 안개처럼 보여서 안개비라고 직관적인 이름을 붙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가랑비의 '가랑'은 유래와 어원을 쉽게 떠올릴 수 없다. 가랑비는 15세기 문헌에서 처음 발견됐다. 석가의 일대기를 담은 책 '월인석보'에 'ᄀᆞᄅᆞ'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다. ''는 비(雨)가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유성화음 된 사실을 반영한 표기인데, 'ᄀᆞᄅᆞ'는 어디서 나온 단어일까? 'ᄀᆞᄅᆞ'의 뜻을 알아낸다면 가랑비의 유래를 알아낼 수 있다.

'ᄀᆞᄅᆞ'를 가루(粉)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가랑비를 언뜻 보면 '가루'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ᄀᆞᄅᆞ'를 가루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루처럼 떨어지는 비는 보슬비나 이슬비 같은 가느다란 비가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ᄀᆞᄅᆞ'를 '-[分]'의 어간으로 간주해 '갈라진 비'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 해석이다. 비 이름에 나누고 가른다는 뜻을 가진 단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두 가랑이로 땋은 머리를 뜻하는 '가랑머리'나 머리에서 나란히 두 가랑이가 진 비녀인 '가랑비녀', '가랑이' 등에서 쓰인 '가랑'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ᄀᆞᄅᆞ'은 무엇일까? 'ᄀᆞᄅᆞ'은 바로 '안개'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ᄀᆞᄅᆞ'의 뜻은 두시언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시언해 초간본의 '노년화사무중간(老年花似霧中看)'라는 한시 구절은 "늘근 나햇 고  소개 보 도다 "라고 해석돼 있다.

안개를 뜻하는 한자 '霧(무)'가 ''이라고 해석돼 있다. 초간본의 ''은 이후 중간본에서 '안개'로 바뀌어 나온다. 이로써 'ᄀᆞᄅᆞ' 의 뜻이 '안개'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ᄀᆞᄅᆞ'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뜻하게 되는 것이다. 15세기의 'ᄀᆞᄅᆞ'는 17세기부터 'ᄀᆞ랑비'로 표기된다. 'ᄀᆞ랑'은 'ᄀᆞᄅᆞ'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형태이다. 'ᄀᆞ랑비'가 18세기 이후 '가랑비'로 변한 후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쓰이는 '가랑비'는 초기의 '안개비'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의미 변화가 발생해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뜻만 남아있다. 'ᄀᆞᄅᆞ'가 'ᄀᆞ랑비'로, 이후 '가랑비'로 어형이 크게 달라져 기존의 어원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霧(무)'에서 파생된 'ᄀᆞᄅᆞ'라는 단어가 '안개'라는 단어에서 밀려나 사라지면서 '가랑비'와 '안개'를 연계해서 생각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가랑가랑' 내려서 '가랑비'가 됐다고 하거나, '가라'고 해서 '가랑비'라고 했다는 우스운 어원설이 나오게 된 것이다. [3]

가랑비와 안개비

무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시작되었다. 이맘때쯤 농부들은 들판을 흠뻑 적셔주는 빗줄기를 고대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강수량은 턱없이 적다.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져서 타들어가는 농부의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를 '작달비'라고 한다. 작달비를 만나면 우산도 별 소용이 없게 되지만, 옷이야 흠뻑 젖건 말건 작달비가 그리운 요즘이다.

'작달비'와 반대되는 비가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들이다.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인 '잔비'도 있고,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만큼만 오는 '먼지잼'이란 비도 있다. 이 가운데 '잔비'는 국어사전에 가랑비의 다른 말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가랑비는 어원이 잘못 전해지고 있는 말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슬비는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가랑비'의 어원은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랑비'의 어원을 "가늘게 내리는 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어원이 아니다.

'가랑비'는 '가라'와 '비'가 합쳐진 말이고, '가라'는 안개를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그러므로 '이슬비'가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면,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가리켰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되지 않고, 그저 "가늘게 내리는 비" 정도로 쓰이게 되었다. 언제부턴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요즘에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는 따로 '안개비'라는 말로 나타내고 있다.[4]

동영상

각주

  1. 가랑비〉, 《나무위키》
  2. 가랑비〉, 《두산백과》
  3. 왕보경 기자, 〈우리말 탐험 '가랑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가랑비 어원은?〉, 《교육정책뉴스》, 2021-12-15
  4. 한글문화연대, 〈가랑비와 안개비〉,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2019-05-29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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